| 작은 것이 아름답다. 미생물의 세계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을 뒤덮고 있을 뿐만아니라 몸속도 그러하다. 미생물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강의를 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옳바른 관점을 세우는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만아니라 배양도 쉽지 않다. 현재 발견된 세균들은 모두 배양 가능한 것들 뿐이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16s rRNA 분석법에 의해 전체 세균들중 배양이 가능한 것은 20% 미만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곰팡이는 상한 음식에서 쉽게 발견되고, 우리는 이것에 대해 더럽거나 비위생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곰팡이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닐까. 실제로 곰팡이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증식을 하며, 이들을 완전히 사멸시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우리 실험실의 무균실험대에 놓아두었던 세균증식용 배지에 곰팡이가 자란 적이 있었다. 실험대는 무균 환경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으로 HEPA 필터를 통해 모든 세균과 곰팡이 포자가 걸러진 공기가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이런 공기의 흐름을 통해 위부에서의 세균 유입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HEPA 필터에 곰팡이 포자가 붙어 증식을 한 것이다. 다시 무균적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먼저 곰팡이가 증식한 HEPA 필터를 교체하고, 내부를 깨끗이 청소한 다음, 1주일 이상 실험대를 건조시키는 것 뿐이다. 곰팡이는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생각지도 못하는 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유독성 농약을 에너지원으로 하기도 하고 플라스틱이나 알콜도 사용한다. 금속의 표면에도 증식하는 곰팡이는 생존과 증식이라는 자연계의 기본법칙에 가장 충실한 존재라고 할 것이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곰팡이의 전략을 인간은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푸른곰팡이에서 추출한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된장이나 치즈를 만드는데 사용해왔다. 요즘은 웰빙시대를 맞아 청국장을 많이 먹자는 이야기도 있다. 청국장은 고초균이라 불리는 바실러스 균을 이용하여 발효시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바실러스 단일세균의 발효에 의한 청국장보다는 온갖 곰팡이와 세균이 복합적으로 발효를 한 된장이 건강에는 훨씬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다. 바실러스에 의한 청국장 발효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영양학적으로나 소화 흡수에 관해서도 된장에 비해 뛰어날 것은 없지않을까? 단순히 세균이나 곰팡이를 박멸하고 사멸시켜야 할 것으로 인식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큰집에는 소를 키웠다. 어린 송아지에게 어미소가 자신의 침이나 토사물을 먹여주는 장면은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이상하게도 당시에 그게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것이 어미소의 뱃속에 들어있는 셀룰로오스 분해균을 송아지에게 전달해주는 것임을 알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동물도(심지어는 곤충이나 그것들의 유충도) 셀룰로오스(풀의 주성분)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갖고 있지 못하다. 모든 초식동물과 풀잎을 갉아먹는 곤충의 유충들은 내부 소화기관에 이것을 분해할 수 있는 세균을 갖고 있어, 세균의 분해산물을 흡수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얇다. 150 페이지도 채 되지 않기에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내용이 적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엔 충분하지 않은 점이 있다. 아마도 유일한 단점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통해 미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다른 책을 더 읽게 된다면 그것으로 이 책은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