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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이과 경계 허물기, 브라노 라투르의 《인간.사물.동맹》을 읽고
"문과/이과 경계 허물기, 브라노 라투르의 《인간.사물.동맹》을 읽고" 내용보기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문과/이과를 선택해야 한다. 국어, 영어, 사회 과목에 흥미가 있으면 문과를 선택하고, 수학, 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이과를 선택한다. 이때부터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다. 문과/이과를 관통하는 특별한 매개체가 없다. 대학 입시 요건에 부합하는 선택 과목에 집중할 뿐이다. 이후 대학을 진학하고 직장을 갖게 되었을 때도 문과/이과라는 구분자가 자
"문과/이과 경계 허물기, 브라노 라투르의 《인간.사물.동맹》을 읽고" 내용보기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문과/이과를 선택해야 한다. 국어, 영어, 사회 과목에 흥미가 있으면 문과를 선택하고, 수학, 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이과를 선택한다. 이때부터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다. 문과/이과를 관통하는 특별한 매개체가 없다. 대학 입시 요건에 부합하는 선택 과목에 집중할 뿐이다. 이후 대학을 진학하고 직장을 갖게 되었을 때도 문과/이과라는 구분자가 자신을 항상 따라다닌다. 마치 자신의 모든 성향은 둘 중 하나라는 듯이 말이다. 사회에서는 이 두 그룹의 사람들이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직장에서 서로 다른 그룹에 속했던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하다보면 관점의 차이로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 사회 문제로 과학계 전문가와 사회계 전문가가 토론이라도 하게 되면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상호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소통의 단절은 서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너무나 다르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두 문화, 두 그룹을 하나로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론이 바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이하 ANT)이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된 사회 문제를 ANT를 이용해 그 원인을 분석한다. ANT는 자연과 사회, 사실과 가치, 과학 영역과 정치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과학 기술에 원인이 있는지 사회에 원인이 있는지 한쪽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 양쪽 모두 사회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자로 동등하게 간주한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사물 또한 행위 능력을 가진 행위자로 간주한다. 이러한 행위자들이 어떤 식으로 동맹을 맺고 사회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지 가리비와 어부, 헤지펀드, 유전자 기술, 한국 최초 우주인을 사례로 설명한다.


여기서 동맹이라는 개념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동맹은 행위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대표로 치환된다. 동맹이 끊어지는 순간 분쟁은 다시 일어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3장 가리비와 어부의 사례에서 연구원과 가리비, 연구원과 어부가 어떻게 동맹을 맺고 어떻게 동맹이 끊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 준다. 토론을 할 때 같은 논제를 바라보고 논쟁을 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논제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서로가 이해한 논제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낼 수 없다. 토론의 논제를 일치하는 과정이 바로 동맹이다.


르네상스 이후부터 세상을 자연과 사회로 나누는 이원적 존재론이 대두되었고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원적 존재론의 관점에서 현대 과학이 발생시킨 사회적 논쟁들을 풀어내기에는 과학기술과 사회가 깊숙히 얽혀있다. 이를 풀어내기에 적합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이 ANT다. ANT는 자연과 사회는 관계지을 수 있을 뿐 양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관계적 존재론을 주장한다. 국내에 ANT가 확산되기 힘든 이유는 학제 간의 벽이 높아서다. 무엇보다 문과/이과의 경계를 허무는 것부터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논문을 엮은 책이다 보니 ANT에 대한 반복적인 설명을 접하게 된다. ANT의 이해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ANT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숙지했다면 어떤 순서로 읽어도 상관 없다. 단, 4장의 경우 ANT와 기호학이 어떤 연관성이 있고 ANT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상당히 난해하다. 이 장이 어렵다면 건너뛰고 일독한 후에 다시 보는 것이 낫다.



p****l 2013.07.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