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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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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AME MUCHO(뜨겁게 키스해 주세요) Besame, Besamemucho Comos si fuera esta la noche la ultima vez Besame, Besamemucho Que tengo miedo a perderte perderte despues 키스해 주세요, 뜨겁게 키스해 주세요 오늘밤이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키스해 주세요, 뜨겁게 키스해 주세요 앞으로 당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두려워요   ‘그녀가 다가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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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AME MUCHO(뜨겁게 키스해 주세요)


Besame, Besamemucho

Comos si fuera esta la noche la ultima vez

Besame, Besamemucho

Que tengo miedo a perderte perderte despues

키스해 주세요, 뜨겁게 키스해 주세요

오늘밤이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키스해 주세요, 뜨겁게 키스해 주세요

앞으로 당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두려워요


  ‘그녀가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을 때 모두들 퓨마의 눈처럼 사나운 그의 눈이 온순해지는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창비세계문학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편에 실린 마지막 작품 이사벨 아옌데의 <두 마디 말>의 마지막 문장을 읽자 애절함과 동시에 끈적임이 묻어나는 ‘베사메 무초’의 선율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만약 <두 마디 말>이 영상으로 재생산된다면 엔딩크레딧 배경 음악은 에디트 삐아프, 비틀스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스페인 언어권 노래 중 관능미로 널리 알려진 곡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상에 말이라는 눈부신 보석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접한 벨리사는 언어 활용 능력을 키워 이윽고 사전속의 말이 아닌 스스로 가공한 말을 팔게 된다. 그가 창조한 두 마디 말이 그의 사랑을 완성케 하는 통로가 되어준다는 짧은 이야기이다. 말에 담긴 주술적인 힘은 결국 인간의 간절한 바람에서 비롯되었을까. 특히 사랑에 대한 바람이 담긴 말에는 묘한 주술적인 힘이 있어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 촛불을 춤추게 하는(최영미 시, ‘사랑의 힘’ 중)’지도. 대령과 벨리사 사이, 사랑 표현의 직접적인 묘사는 마지막 문장이 전부였으나 어떤 소설에서도 맛볼 수 없는 관능적인 사랑을 오래도록 짐작케 한다. 두 마디 말은 마지막까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어 한층 여운이 길다.


DONA DONA(도나 도나)


Bidne kelber tut men bindn

Un men shekht zey un men shekht

ver s'hot flit aloyf tzy

iz bay keynem nit keyn knekht

송아지는 묶이어 죽음을 당하면서

그 이유는 까맣게 모른다네

하지만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자

누구나 제비처럼 나는 법을 배우지


  다시 이 책에 실린 첫 작품을 펼친다. 밀린 소작료를 내기 위해 어쩔 도리 없이 가족의 중심이 되어주던 늙은 암소 꼬르데라를 팔아야 하는 가장의 비참함과 꼬르데라를 엄마와 다름없이 여겼던 남매의 애달픈 헤어짐이 뭉클했던 끌라린의 <안녕, 꼬르데라!>는 다시 읽어도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코뚜레를 다는 송아지가 안쓰러워 몰래 눈물을 훔치던, 오래전 국어 교과서의 소년이 튀어나와서 로사와 삐닌과 함께 울어주는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꼬르데라의 점점 작아져 가는 방울 소리가, 끝내는 기차와 함께 작은 점이 되어버리는 삐닌의 뒷모습과 디졸브되더니 반대로 점점 크게 울려퍼진다. 이어 인간 도살장과 다름없는 전쟁터의 참상이, 애틋한 관계가 붕괴하는 소리가 방울로 전해져 두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날카로워진다.

  제비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었을 두 영혼, 이려! 이려! 죽음으로 몰아가는 다그침에 그들의 뒷모습은 자꾸만 작아진다. 우리가 소를 몰고 가는 외침에 해당하는 ‘도나 도나’라는 말이 수없이 반복하는 후렴, 이윽고는 '돈아 돈아'로 들리기 시작한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에서 꼬르데라는 빠꼬다. 마우스피스를 물고 글러브 낀 양 주먹 거리를 정확히 반분하여 튕겨보다 링 위에 오를 것 같은 빠고에게 시합을 알리는 종소리는, 늦장부리지 않고 울린다. 이랴! 이랴! 희망이라는 이정표가 붙은 막다른 길로 몰고 가는 아버지의 자존심, 가족의 희망, 설익은 사랑, 가난한 자들의 통쾌함…….

  

POR UNA CABEZA(간발의 차이)


Por una cabeza

todas las locuras

su boca que besa

borra la tristeza

calma la amaargura

간발의 차이로 잃었네

그 모든 것이 다 미친 짓이었어

그녀의 입맞춤은

슬픔을 닦아내고

쓰라린 마음을 위로해 주었어


  간발의 차이로 무아경에 빠지게 만드는 중국 여제의 흉상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고 말았으나 태연하게 아내와 키스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그것도 남편의 온 마음을 사로잡은 흉상에 대한 아내의 복수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어도 이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더 뜨겁게 키스를 퍼부었던 것은 파멸 뒤에 생성되는 영원성 때문이다. 달큼한 위로 뒤에 예술품은, 예술품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이에게 영원성을 선사한다는 <중국 여제의 죽음>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애착이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데서 생기는 욕구일지 모르겠다는 상념에 이르게 한다.

  자신의 두 팔로 직접 받아낸 아기를 사랑하게 돼버린 의사의 떨리는 고백이 담긴 <마리 벨차>도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자’를 떠올리게 한다. 세월은 의사에게도 친절하지 않다. 자기는 늙어 가는데, 소녀는 꽃을 피우고 있다. 어떻게든 소녀에게 다다르고 싶으나 그들 사이를 메우지 못한다. 그 안타까움이 간발의 차이로 모든 것을 잃은 양 잔뜩 묻어난다. 그에겐 수십 년이 간발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지상에 인류가 등장할 무렵부터 따지자면. 조금 먼저 태어났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그 아이와 탱고라도 출 순 있지 않을까? ‘포르 우나 카베자’의 선율에 몸을 맡긴 채.

  육체는 시들어가나 시들 줄 모르는 노인의 애정 듬뿍 담긴 시선이 가닿는 쪽으로 자꾸만 고정된다, 내 시선 또한.


  Liber tango(자유 탱고)


  굳이 상대가 없더라도, 이제 혼자서라도 자기 삶의 탱고를 멋들어지게 출 것 같은 브리히다의 힘찬 발걸음에는 열정이 비극으로 몰아가는 ‘라 쿰파르시타(La Cumparsita)’나 우아한 선율이 인상적인 ‘포르 우나 카베자’보다 거센 파도를 일으킬, 아르헨티나 탱고의 아버지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가 제격이겠다. 첼리스트 요요마의 연주와 함께 봄발의 <나무>를 읽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아리따운 새장 속에서 노래만 부르던 자신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날갯짓임을 쓰러진 나무로 인해 깨닫게 된다.

   병원 침상을 지키는 신세가 된 것도 억울한 일인데, 잠들면 ‘꽃의 전쟁’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다른 종족 전사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어버리는 그. 과거와 현재를 숨 가쁘게 오가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엑스선 사진을 검은 묘비처럼 가슴에 올려놓’아야 했던 그. ‘그’라는 삼인칭 대명사로만 기억되다 곧 잊히게 될 그. 꼬르따사르의 <드러누운 밤>의 그의 영혼에도 이 곡이 함께 했으면.


CIELITO LINDO(아름다운 하늘)


Canta y no llores,

porque cantando se allegran,

Cielito lindo

los corazones.

노래 불러요 그리고 울지 말아요,

왜냐하면 노래하는 것은,

아름다운 작은 하늘이여,

마음을 기쁘게 하기 때문이죠.

코르테스 멕시코 국민가요


  장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산또스의 <까까머리>와 이 책의 표제작인 룰포의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삐에뜨리의 <비>에는 코르테스가 작곡한 멕시코 국민가요 ‘키에리토 린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죽음을 충분히 두려워할 줄 아는 병약한 소년을 뜨거운 피로 포옹해 줄 화자, 그들이 만드는 광경을 그려본다. 소년은 앞으로 살지 못할 날을 슬퍼하기보다 살아 있는 이 순간을 기쁨으로 만들지 않을까. 살인에 대한 복수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죽이지 않아도 죽을 날이 임박한 노인에게도 잠시 부시게 푸른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이 노래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를. 바닥이 드러났다고 여긴 노부부의 사랑을 꿈틀거리게 하더니, 사랑이 곧 생활의 활기라는 깨달음을 주고 홀연히 사라진 소년의 희미해지는 모습에도 이 노래가 흘렀으면 좋겠다.


  상대적으로 덜 접하게 되는 고전, 고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마주치게 되는 라틴 문학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 활자 안에서 꽤 오랜 시간 체류했다. 음악 감상했는지, 책을 읽었는지 모호할 정도로 게으르게 읽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데 시차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

  우리와 비교적 먼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엿보면서 한 시대를 수놓은 그들의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가치를 읽었다. 좀 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문을 두드리게 한다. 누구도 두드리지 못했던 문을 찾고 싶어지게 한다.

  세상의 문들이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a*****4 2010.03.17. 신고 공감 5 댓글 13
리뷰 총점 종이책
하층민, 그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똑 같은 삶을 산다.
"하층민, 그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똑 같은 삶을 산다." 내용보기
창비세계문학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은 스페인에서 쿠바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어 권 10개국 19명의 작가가 쓴 19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스페인어 권,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작품들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하기에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다지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아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
"하층민, 그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똑 같은 삶을 산다." 내용보기

창비세계문학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은 스페인에서 쿠바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어 권 10개국 19명의 작가가 쓴 19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스페인어 권,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작품들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하기에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그다지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아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의미 없는 책 읽기를 계속하는 것 같은 느낌만을 준다. 그나마 몇 편의 작품이 잠시 사유의 시간을 주는 것 같아 반가울 따름이다.

 

스페인 작가 레오뽈도 알라스의 작품 [안녕, 꼬르데라!]에서는 급격한 산업화, 근대화 속에서 붕괴되는 농민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철길이 지나는 목장에 어머니를 잃은 쌍둥이 남매 로사와 삐닌은 암소 꼬르데라와 단짝이다. 남매는 꼬르데라를 어머니, 할머니로 생각하며 사랑한다. 처음 그 목장을 기차가 지나갈 때 꼬르데라는 미친 듯이 날뛰었고, 기차가 나타날 때 마다 공포가 극에 달했지만 이윽고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된다. 농장의 세를 낼수없게 되자 남매의 아버지는 꼬르데라를 팔 수밖에 없었으며, 꼬르데라는 남매와 다른 세계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기차에 실려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로사와 삐닌은 꼬르데라를 싣고서 간 철길을 바라보며 원망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내전이 일어나자 왕은 이번에는 삐닌을 데려간다. 기차에 실려가는 징병된 청년들 속에서 삐닌을 바라보며 로사는 철길이 뻗어있는 그 세계에 대해 증오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스페인의 이그나시오 알데꼬아 [영 산체스]는 스페인 내전후 하층민들의 고통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복서의 길을 걷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주변사람들의 삶을 말해주고 있다. 소설은 공장에서 교대조로 일하면서 프로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산체스가 링에 오르기 까지의 일상들을 그리고 있다. 문득 그다지 멀지않은 과거, 먹기위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복싱을 했던 이나라 젊은이 들이 생각난다. 86아시안 게임인지, 88올림픽때 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복싱 12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권투 챔피언전이 열리는 날이면 모두 TV앞에서 응원을 했고, 많은 아이들이 돈을벌수 있다며 체육관문을 두드리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동서를 막론하고 산업화의 시기, 그늘에 있던 사람들이 할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한 그것뿐이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9세기 후반 니카라과의 루벤 다리오가 쓴 [중국여제의 죽음]은 예술가와 일반인의 삶 사이의 괴리에 대해 쓰고 있다. 조각가인 레까레도와 그의 아내 슈제뜨를 통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그렇지만 사랑은 자기의 것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을 사랑하고, 주로 작업실에서 거처하며 예술을 창조하는 레까레도는 중국을 여행중인 친구로부터 결혼 선물로 중국여제라 새겨진 흉상을 선물로 받는다. 작업실에 진열장을 만들고 하루에도 몇번씩 감상하지만, 그것은 푸른 카펫이 깔린 작은 거실에서 생활하며, 일상을 사랑하는 슈제뜨에겐 레까레도를 빼앗겼다는 절망으로 몰아 넣는다. 슈제뜨를 사랑하는 레까레도가 청을 들어달라는 슈제뜨의 부탁을 허락하는 순간, 중국여제는 박살이 나고 만다. 예술은 예술가들만의 몫이고, 일상적인 삶과는 분리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나 마리아 마뚜떼 [태만의 죄]는 탐욕과 부당한 행위를 간과하고, 그저 삶에 순종한 주인공을 통하여 현실에 길들여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13살 때 어머니가 죽어 고아가 된 로뻬는 유일한 친척인 아버지의 사촌 에메떼리오 읍장이 거둬 들인다. 그는 로뻬에게 학교에 가는 대신 자신의 목장에서 목동일을 시키고 로뻬는 아무 말없이 그 일을 한다. 오년 후 목장에서 내려와 자신과 같은 나이인 에메떼리오의 딸이 살아가는 모습과, 그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학교 때의 친구가 공부를 계속하여 말쑥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뒷걸음을 친다. 에메떼리오의 집으로 돌아온 로뻬는 그의 가슴을 돌로 가격하고, 그것으로 모든 게 끝이었다. 여자들의 널 거두어주고, 어른으로 키워주신 그분을.., 그분을..’ 하는 울부짖음에 로뻬는 그저 울먹이며 예 그럼요. 맞고 말고요…’라는 말만 되뇔 뿐이다.

 

아르헨티나 작가 루이사 발렌수엘라 [검열관]은 어두운 시대, 모든걸 통제하고 조작하는 권력의 속성을 파헤친다. 주인공 후안은 파리에 사는 마리아나의 새 주소를 입수하고 그에게 편지를 부치지만 이내 불안에 빠진다. 그 편지가 검열에 걸려 자신은 물론 마리아나도 위험에 처해질수 있음을 알고, 어쩌면 그 편지를 자신이 중간에서 가로챌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검열관에 지원한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동료의 파업시도를 밀고하면서 한단계 승진하고, 검열업무에 대한 그의 열성을 인정받아 고속승진을 한다. 업무에 심취한 후안은 검열국까지 오르게 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망각하는 날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느날, 드디어 그가 마리아나에게 보낸 편지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그는 당연히 거리낌없이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새벽녘 그는 당연히 총살되었다. 업무에 대한 헌신이 그 자신을 희생자로 만든 것이다. 억압적인 통치방식에 대한 풍자이지만 그냥 읽어 넘기기엔 좀 그렇다. 아르헨티나의 독재시기를 소재로 했다지만, 우리의 지난날들도 생각하게 해보는, 그러면서 몸서리쳐지는 전율을 느낀다.

 

19, 좀 많은 작품이 실려있지만 한 작품당 평균 10페이지 전후이다. 개중엔 4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작품도 한두 개 있어, 어떤 작품들은 두서너 페이지로 끝나고 만다. 그러기에 책을 보기에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다만,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그걸 알아내려 잠시 생각해 보지만 그것이 만만치 않을 뿐이다. 역시 다른나라의 소설, 특히 단편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나라의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지 않고서는 작가가 말하는,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k*****1 2010.03.06. 신고 공감 3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문학 속에 역사를 녹여낸 단편의 백미~
"문학 속에 역사를 녹여낸 단편의 백미~" 내용보기
"잊을 수 없는 건 그런 짓을 저지른 자가 버젓이 살아서 영생의 꿈으로 썩은 영혼을 살찌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야."   아이티참사를 보면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 클린턴은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다. 그 즈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중 가장 유명한(?) 그 분은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지,그것도 요란스럽게. 그는,이미 소설의 그 처럼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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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건 그런 짓을 저지른 자가 버젓이 살아서 영생의 꿈으로 썩은 영혼을 살찌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야."

 

아이티참사를 보면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 클린턴은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다.

그 즈음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중 가장 유명한(?) 그 분은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지,그것도 요란스럽게.

그는,이미 소설의 그 처럼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한 고통으로 죗값을 치룬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자신의 영혼이 썩었다는 생각에 앞서 자신을 살찌우는 것에 연연하는 것일까?

자신의 죄를 이미 신을 통해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는 뻔뻔스러움이라니..

이 책의 타이틀로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가 정해진 이유를  알 것 만 같았다.

 

영화 <리틀 애쉬>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나에게 스페인은 여전히 소원한 나라였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스페인의 역사와 정치가 궁금해졌다.

(역사를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말이다~^^)

 

까를로스 전쟁,오비에도-히혼간 철도개통,스페인의 독재시대,끄리스뗴로스반란,맥시코혁명,아메리카니즘 등은 스페인-라틴아메리카문학을 읽으면서 내가 얻은 또 다른 선물이다.

이렇듯 문학으로서 만이 아닌  문학을 통해 스페인과 라틴의 역사적 ,정치적,혹은 사회적인 문제들도 함께 녹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나처럼 스페인과 라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이들에게도 간단한 설명까지 해 주고 있었기때문에 읽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알고 싶은 호기심발동도 가지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엘 그레꼬 화가라든가 마실적 사실주의 ,스페인98세대작가,모레르니스모문학운동 같은 당시의 문학적 경향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흔히 그림을 볼때 알고 보느냐,모르고 보는 것이 더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되지만.

창비세계문학의 단편집 '스페인-라틴문학만큼은 간단한 소설적 배경을 알고 읽었기에 더 흥미로웠다는 생각이다.

문학적으로도 단편의 맛은 이런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대표적인 경우가 '일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정치인들 보면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 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일식의 단편처럼 짤고 강렬하게,웃음까지 주는 단편은 최근 읽은 책 중에 단연코 최고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고,막상 잘 차려진 밥상에는 수저를 들기 힘든 법인데..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에 소개된 단편들은 어떤 것이 최고라고 뽑을 수 없을 정도 였다.

단편의 백미를 느낄 수 있었고,보너스처럼 스페인 역사를 경험 할 수 있었기때문이다.

w*******i 2010.01.26.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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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로 빚은 독특한 단편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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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제목이 이래? 우연히 옆을 지나던 한방지기가 책표지를 보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단편 제목이지만 눈길을 끄는 데 백점만점을 받겠다.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편의 표제 단편이 된 후안 룰포의 이 표제작 날 죽이지...... 부터 읽기 시작했다. 경음을 확실히 살린 스페인어 표기때문인지 등장인물과 작가이름이 낯설게 보이고 이 문화권의 정서를 심도있게  접할 기회가  별로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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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제목이 이래? 우연히 옆을 지나던 한방지기가 책표지를 보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단편 제목이지만 눈길을 끄는 데 백점만점을 받겠다.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편의 표제 단편이 된 후안 룰포의 이 표제작 날 죽이지...... 부터 읽기 시작했다. 경음을 확실히 살린 스페인어 표기때문인지 등장인물과 작가이름이 낯설게 보이고 이 문화권의 정서를 심도있게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지라 처음 시작한 단편이 더디게 읽혀졌다. 그런데, 마지막 결론부를 보고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기며 전체의 뉘앙스를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이지만 호흡이 적당하게 배치되어 있고 이야기의 시간적 얼개도 효과적으로 짜여져서 과거의 잘못으로 평생을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한 불쌍한 노인의 독백이 드라마틱하게 다가오고 결국 비참한 결말을 당하고야 마는 한 인생의 덧없음이 무시무시한 어떤 힘과 더불어 황량한 겨울바람처럼 느껴졌다. 자, 첫  작품은 성공이고. 

 

이제 책을 처음부터 보기로 하고 첫 단편을 읽는다. 안녕 꼬르데라. 여기서 안녕은 헬로나 하와유가 아니다. 아듀다, 페어웰이다. 꼬르데라가 누구냐? 소몬떼 목장의 암소 이름이다. 최근에 국내 다큐영화 워낭소리를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다. 두 아이의 친구였던 암소는 목장주에게 값아야 할 밀린 돈을 청산하기 위해 시장에 팔린다. 아버지 안똔은 아이들에게 엄마요 할머니같은 존재였던 꼬르데라를 팔러 시장에 나가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 일부러 팔리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소작지를 회수하겠다는 협박에 낙찰자에게 소를 넘기게 된다. 암소는 빈곤에 쪼달리는 사람들의 희망과 다름없다. 꼬르데라가 떠났듯이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된 삐닌도 로사를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난다. 졸부들은 암소를 도살장으로 끌고 갔고 귀족들은 자신들의 내란에 죄없는 이들을 전쟁터로 몰아간다. 스페인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레오뽈도 알라스의 이 이야기는 평탄한 서술속에 심금을 울리는 강한 무기가 들어있다. 

 

아나 마리아 마뚜떼의 태만의 죄는 부모를 여의고 아버지의 사촌의 집에서 자란 한 청년이 어느날 자신의 딱딱하게 굳은 손등과 옛 친구의 보드라운 하얀 손을 비교하고 그동안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태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결론은 복수였다. 자신의 꿈을 박탈당한다는 것은 곧 죽음과 마찬가지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강렬하다. 섬뜩한 결말의 절정은 오라시오 까르가의 목잘린 암탉이다. 다섯번째로 정상인 아이를 얻은 한 부부는 위로 네명의 아이가 하녀가 부엌에서 암탉을 잡는 것을 유심히 본 후에 그대로 자신들의 동생에 저지르는 참혹한 행동을 묘사한다. 가히 충격적인 이야기에 말문이 막히고 이런 분위기는 포우의 공포 단편들의 광기를 능가한 듯 보인다.

  

알레오 까르뻰따에르의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은 마치 핏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단순히 주인공의 나이가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은 서술의 시간구성이 거꾸로 배치되어 있다. 주인공이 살던 곳은 그의 죽음과 함께 페허가 되어있다. 여기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의 임종의 순간과 과거로 더 젊은 시절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역배치된 서술이 전혀 어색하거나 서툰 느낌이 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후안 호세 아레올라의 전철수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거대한 날개가 달린 상늙은이는 환상여행으로 인도되는 새로운 장르였지만, 개인적으로  묘사와 서술방식에 있어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난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드러누운 밤이 압권이었다는 생각이다. 호기심만으로는 다양한 작가들을 한번에 섬렵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스페인어권 다양한 단편소설을 맛보는 시간은 달콤하고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각 단편의 앞에 작가와 작품해설이 나오는데 작품해설은 압축된 언어로 적확하게 작품의 에센스를 짚어내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f****e 2010.01.29. 신고 공감 2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양립불가능한 것을 공존케하는 ‘환상적 사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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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단편 소설선을 통해 그 사회의 문학, 나아가 문화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와 같은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마주하고 서반어 문화권에 대한 일천한 지식에 기반한 막연한 동경과 이국 취향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감히 “단편소설선” 한권을 통해 라틴의 역사 문화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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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단편 소설선을 통해 그 사회의 문학, 나아가 문화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와 같은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마주하고 서반어 문화권에 대한 일천한 지식에 기반한 막연한 동경과 이국 취향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감히 단편소설선” 한권을 통해 라틴의 역사 문화 그리고 문학을 통째로 맛보고 싶었다. 그것이 6권으로 이루어진 [창비 세계문학전집]중 제일 먼저 이 책을 고르게 한 유일한 이유다.


솔직히 나는 미션이라는 영화와 마르게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그리고 미국에 예속된 군사 독재 정권의 폭정과  빅토르 하라의 음악 외에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책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가 담고 있는 10나라의 작가가 쓴 19편의 작품은 애당초 주제나 사조상의 분류를 통한 맥락적 이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또한 각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나 문학사적 이해 역시 나의 몫이 아니었다. 따라서 나는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를 통해 한편 한편의 단편, 한명 한명의 작가를 날 것 그대로 마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라틴문학에 대해 무지한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역자 김현균은 책의 앞뒤에 실린책을 엮으며  해설_지역주의와 세계주의, 이중의 유혹을 통해 충분한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조차 없었다면 지역적으로나 시대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무려 19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이 책을 통해 나는 사실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덧붙여 각 작품의 작가에 대한 간략한 안내와 게제 작품에 대한 짤막한 해설, 각 작품의 끝에 <더 읽을거리>라는 안내글이 붙여져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이 책에 게제된 19명의 작가와 그의 대표 단편소설을 아우를 수 있는 식견을 갖춘 독자가 그리 흔지 않을 것이라는 역자의 판단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치 역자는 작품 선정에 고심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라틴 문학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심한 마음에 역자의 해설을 먼저 읽고 작품을 읽어 나가다 보니, 나의 책 읽기는 시대와 국경을 뛰어 넘는 각 작품을 나름대로 교차하는 몇가지 주/객관적 기준을 통해 분류하거나 서로 상반된 주제나 사조의 작품을 대조 비교하는 과정으로 나아갔다. 물론 여성주의, 혹은 환상적 리얼리즘 등과 같이 이미 주어진 분류에 따라 동일한 작품 군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아우르는 시대적, 지리적, 문화적 폭이 너무나 넓다보니 나의 노력은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차라리 라틴 문학 세계의 깊고 넓은 세계를 날것으로 직면하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에 실린 작품을 읽어 보면, 그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문화적 이종교배와 이로 인해 산출된 다양한 양상의 정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 세계에는 현대물질문명으로 인해 붕괴되는 목가적 삶을 그린 레오뽈도 알사스의안녕 꼬르데라로 부터, 선진 문물이나 이국에 대해 경도된 취향을 주제로 한 루벤 다리오의중국여제의 죽음이 있다. 또한 인간의 헛된 욕망과 악마성을 몽환적으로 그려낸 오사리오 끼로가의목 잘린 암탉이 있는가 하면, 시간의 가역성을, 절대 시간의 공존성- 흘러가는 일직선의 시간이 아니라 공존하는 시간의 존재방식-을 묘사한 알레호 까르뻰띠에르의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이 있다. 하층민의 고통을 폐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입을 통해 담담하게 묘사한 혜수스 페르난데스 산또스의까까머리가 있는가 하면, 현대 문명으로 제거된  존재 세계의 신비성을 '마술적 사실주의'를 통해 회복시키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거대한 날개가 달린 상늙은이가 있다. 그뿐이 아니라 역자가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적 변방이라고 했던 여성적 감수성과 여성적 상상력을 '마술적 사실주의'를 통해 회복시켜주는 마리아 루이사 봄발 의나무는 후안 까롤로스 오네띠의환영해, 과 또 다른 세계로 대척해 있다. <환영해, 은 밥과 로베르또로 분열된 자아가 시간에 의해 소모되어가는 인간 실존의 무력화를 통해 꿈도 희망도 없는 패배자로 자아를 확인하고 그 과정을 통해 화자와 동시에 화해하는 인간을 보여주지만, 가부장적 권위로부터 독립된 자아 찾기에 성공한 봄발의나무의 여주인공 브리히다처럼 꿈에 부풀어 있지 않다. 홀리오 꼬르다사르의드러누운 밤에서 죽음은 현실과 몽환 사이에 스며들어 그 둘을 분리 불가능하게 섞어 버리는 동시에 두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진리로 죽음의 승리를 보여준다면, 후안 룰포의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에서 죽음은 멕시코의 현실에서 갖는 죽음의 현실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폭력과 증오, 살인과 보복, 공포와 죄의식이 의식의 저변에서 지배하는 비극적인 존재방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에 실린 19편의 작품을 분류하거나 특정 사조로 가려내는 작업의 고통을 통해 그만치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가 풍부하고, 짧은 문학사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성취라는 면에서 어떤 문화권보다도 압도적인 문학적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닺게 된다.  이 책은 그 풍부한 정치적, 철학적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는 작품들을 뭉텅그려 라틴문학 이런 것이다라는 모범 답안을 내놓지는 않는다단지 이 책을 엮고 옮긴 이는 이들 다양한 작품들의 저변에 흐르는 어떤 공통적 기반을 독자가 느껴 불수 있기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책을 통해 이해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은 풍속성을 기반으로해 민중적 삶의 현실을 이야기 하거나, 서구라는 식민 모국과의 관계에서 갖는 선망과 자기질시, 거역과 자기 긍정의 복잡한 알고리즘을 다 포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라틴 문학에는 구체적 현실속에서 모순적 현실에 저항하는 인간 군상이 있는가 하면, 몽환적 세계로 물러나 현실의 문제를 해소하는 인간 군상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극도로 혼란스럽고, 양립불가능한 정신세계가 공존하는 라틴아메리카 정신문화의 저변에는 항상 '몽환적 의식'이 있어 이 극단들을 이어주는 것이 아닐까싶기도 한다. 사실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환상적 사실주의>가 그 지역성을 대표하는 개념인지, 아니면 다양한 사조의 하나를 뜻하는 지 나는 모른다. 단지 이책을 통해 이해한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세계는 하나의 사조가 아닌 지역문학의 특성으로 "환상 혹은 몽환"이라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환상적 사실주의'라는 것이 바로 서구 문명의 정복이 라틴 아메리카인의 정신세계에  초래한 원초적 폭력성과 죄의식을 제어하고  치유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식된 정복자의 문명과 학살당한 인디오의 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었을 양립 불가능한 것의 통합을 가능하도록 하는데 환상과 몽환이 요구되었을 곳이기 때문이다. 이 환상과 몽환이 바로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적 저변을 흐르는 정신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자리잡고, 그 기반위에 양립부가능해 보이는 다양한 이념과 사조, 주제와 양식의 문학이 꽃 필 수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는 그와 같은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데 일정정도 성공한 책으로 보인다. 덤으로 애초에 이 책을 쥐면서 가졌던 라틴아메리카 문화, 정신 세계를 통채로 맛보고 싶었던 나의 욕구는 충족되었지만, 금새 더 큰 갈증으로 자라 나를 다음 독서로 내몬다.   

YES마니아 : 골드 h****1 2010.03.17. 신고 공감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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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창비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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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폴란드편을 읽고 너무 좋아서 스페인편을 읽게 되었다.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지 못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낯선 문화와의 조우라 더 기대감이 컸다. 한 권에서 여러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독자들에게는 행운이다. 전권을 구매하고프지만 한 권 한 권 구매하여 읽는 맛이 더 좋을 듯 하여 기회가 주어질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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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폴란드편을 읽고 너무 좋아서 스페인편을 읽게 되었다.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지 못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낯선 문화와의 조우라 더 기대감이 컸다. 한 권에서 여러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독자들에게는 행운이다. 전권을 구매하고프지만 한 권 한 권 구매하여 읽는 맛이 더 좋을 듯 하여 기회가 주어질때마다 낱권으로 구매를 해보려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중에 제일 눈에 익은 작가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이다. 그의 작품중에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읽어 보았고 다른 작가중에 '이사벨 아옌데' 는 그에 대한 소개를 읽어 보았지만 아직 책은 접해보지 못해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낯설다. 작가및 문화가 낯설어 읽기전에 걱정을 했지만 첫 작품부터 내 걱정을 싹 쓸어준다. 

레오뽈도 알라스의 <안녕,꼬르데라!> 이 작품은 폴란드편에 있던 '우리들의 조랑말'과 비슷한 감이 있다. 꼬르데라는 쌍둥이 로사와 삐닌이 키우는 늙은 암소이다. 전원적인 삶을 사는 그들의 마을에도 전봇대와 철도가 개통되고 어머니가 죽고 난 후 그들이 사랑을 듬뿍 주었던 늙은 암소 '꼬르데라'를 팔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성장하여 삐닌은 내전에 참가하게 되고 로사는 그들이 없는 고통속에 남겨지게 된다. 도시와 전원의 삶과 전후의 피폐한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하여 복서의 꿈을 키우는 주인공 빠꼬,그런 아들을 자랑거리로 삶는 아버지와 그외 그를 중심으로 가난한 자들의 가난하지만 굽히지 않는 삶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난 그들을 위해 이겨야 해. 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존심을 위해, 누이동생과 그녀의 희망을 위해, 어머니와 그분의 평온을 위해 이 시합을 이겨야 해. 꼭 이겨야만 해.' 모든이의 희망을 온 몸에 받은 빠꼬는 그들의 희망을 안고 링에 오른듯 승리에 대한 자신감에 불타있다. 

아나 마리아 마뚜떼의 <태만의 죄>, 열세살에 그의 마지막 남은 혈육 어머니가 돌아 가시고 사촌 에메떼리오에게 맡겨진 로뻬는 그가 시키는대로 목동일을 충실히 한다. 그러다 어느날 성장을 한 후에 친구를 우연히 만나고 친구의 우연하고 날렵하며 흰 손가락에 비해 자신의 손은 육포조각처럼 거칠고 두껍다는 것에 분노를 일으키고는 그를 그동안 키워준 사촌을 돌로 쳐 죽이게 된다. 그동안 사촌의 말을 들으며 '태만의 죄' 를 저지르며 무지렁이가 된 것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꿈을 키워야 하는데 그에게 꿈이 없었던 것이다.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또스의 <까까머리>, 이 작품은 짧지만 강하다. 열살도 안된 소년은 까까머리이며 폐병환자이고 그를 데리고 다니는 어른은 그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만 돈도 집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 겨우 구걸하여 벌은 돈으로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여보지만 죽음은 그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는 소년 '난 죽을 거야.' '넌 죽지 않을 거야,죽지 않아..'  어리지만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는 소년의 맘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루벤 다리오의 <중국 여제의 죽음>, 자신의 예술을 사랑하는 레까레도,하지만 그이 아내는 생활을 사랑한다. 너무도 다른 그들의 삶. 어느날 그의 친구가 중국 여행을 가서 선물을 하나 보내온다. 도자기로 된 중국여제흉상, 그 선물이 온 뒤로 아내에게 향했던 사랑은 도자기인 중국여제에게 향하고 아내의 삶은 말 그래로 황폐해지고 말았다. 늘 도자기와 함께 하는 레까레도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그녀는 당당히 중국여제도자기를 깨 버린다. 분위기도 중국풍이며 그들에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예술품은 예술의 대한 욕심및 숭배물을 표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레까레도를 보며 인간의 욕심의 끝을 보는 듯 하다. 

오라시오 끼로가의 <목 잘린 암탉>, 정상적인 아이를 원했던 부부에게 어느날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진다. 둘째는 정상을 바라며 아이를 갖지만 그 아이 또한 첫째와 마찬가지의 경우를 당하게 되고 세번째에도 그들은 똑같은 아이들을 얻게 되고 정말 간절하게 원해 네번째 딸이면서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를 얻는다. 네명의 장애아인 아들들은 제대로 돌보지 않고 네번째 딸에게 맹목적 사랑을 전해주던 어느날 그들의 엄마는 부엌에서 닭을 잡게 되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못난 아들들은 부모가 집을 비운날 자신들의 여동생을 엄마가 닭을 잡던 그대로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바보 아이들 넷을 둔 불행한 부부의 비극적 삶을 소름끼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그외 작품들도 낯설지만 읽으면 재밌다.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을 읽으며 한동안 행복한 여운에 빠질 수 있는 책이다. 독서 편식을 잠시 잠재우는 책으로 스페인이나 라틴아메리카는 여행서로 많이 접하다가 이런 단편들로 접하니 그 맛이 낯설지만 꽤 감칠맛 난다. 익숙하지 않지만 사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아 삼키지 못하고 입안에 오물고 있을 정도는 아니라 잠시 먼 여행을 다녀온 듯 한 느낌이다.

y******2 2010.03.13.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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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 내용보기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에 수록되어 있는 여러 단편 소설들 중에서 단연 최고는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이다. 희고 검은 네모난 대리석이 방바닥으로 날아올라 흙을 뒤덮었다. 돌멩이들은 정확히 튀어올라 좁은 벽의 갈라진 틈을 메웠다. 징이 박힌 호두나무 문짝들이 문틀에 끼어들었고, 돌쩌귀의 나사들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다시 구멍 속으로 가라앉았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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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에 수록되어 있는 여러 단편 소설들 중에서 단연 최고는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이다.


희고 검은 네모난 대리석이 방바닥으로 날아올라 흙을 뒤덮었다. 돌멩이들은 정확히 튀어올라 좁은 벽의 갈라진 틈을 메웠다. 징이 박힌 호두나무 문짝들이 문틀에 끼어들었고, 돌쩌귀의 나사들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다시 구멍 속으로 가라앉았다. p.125


노인이 이상한 몸짓을 한 뒤로부터 소설 속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단순한 시간의 역구성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처음 발견하는 '희고 검은'으로 시작되는 문장 앞에서는 약간의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다. 대체 무슨 말이야? 그 문장만으로는 대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몇 문장 지나서 '돌쩌귀의 나사들'이 나타나는 순간 첫 문장에서 품은 의심은 해소된다. 그렇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씨앗으로 돌아가는 여행>에 대해서는 더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의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처음으로 읽어본 황홀한 소설.

 

http://blog.naver.com/moonjy35/140123539797

YES마니아 : 로얄 m***5 2011.02.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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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현실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단편문학의 정수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현실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단편문학의 정수" 내용보기
내가 스페인어를 전공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란 얼굴을 보이곤 한다. 와! 정말이요? 대단해요라면서. 내가 얼마만큼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구사하는 줄 모르면서 무턱대고 대단하다고 내뱉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스페인어는 아직까지 낯설고 보편화되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겠지.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스페인어권 문학을 찾기란 매우 힘이 든다. 그나마 요즘은 점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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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페인어를 전공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란 얼굴을 보이곤 한다. 와! 정말이요? 대단해요라면서.

내가 얼마만큼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구사하는 줄 모르면서 무턱대고 대단하다고 내뱉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스페인어는 아직까지 낯설고 보편화되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겠지.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스페인어권 문학을 찾기란 매우 힘이 든다. 그나마 요즘은 점점 그들의 문학과 음악, 음식등이 소개되는 추세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문학들은 도서관이나 서점 한 켠에 작은 규모로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러하니 내가 창비의 이 책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의 출간소식에 얼마나 흥분이 되었겠는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건 19개의 단편집으로 묶여졌다는 사실로 무려 19명의 작가를 단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흔하지 않은 기회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차라리 한 권의 장편소설로 그 작가의 특색이나 문학세계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보는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스페인어권 작가들만큼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작가들을 조금씩 맛(?)이라도 볼 수 있는 건 맛있는 음식 하나보다는 여러 음식이 있는 뷔페에서 다양한 맛을 즐기는 것만큼이나 기대되고 짜릿한 과정이었다.

 

책에서 제일 먼저 만난 작품은 레오뽈도 알라스의 ‘안녕, 꼬르데라’ 였는데 생계유지를 위해 가족 같은 늙은 암소가 팔리는 과정이 비극적이면서도 애잔하게 그려진다. 처음에 꼬르데라를 팔기 위해 데려가지만 너무도 후하게(?) 부른 탓에 임자를 만나지 못한다. 꼬르데라를 보내기 싫었던 마음이 이렇게 표출된 것을 보니 작년에 본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한 장면이 넌지시 되살아난다. 늙은 소를 팔라는 성화에 못이겨 시장으로 나온 할아버지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불러 사람들에게 오히려 조롱을 당하지만, 해질 무렵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는 길에서 보여진 소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오히려 편안하게 비춰지기만 했었다. 그 가격을 주고 늙은 소를 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는 할아버지. 오히려 그 소리에 안심하는 듯한 표정이 이미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섰음을 말하고 있었다.

꼬르데라 역시 그 가족들에게는 가족 이상의 의미, 삶의 동반자였을 텐데 팔려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얼마나 처량하고 애처로웠을까? 홀로 남겨질 로사의 슬픈 미래를 예견하듯 그렇게 꼬르데라는 떠나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에는 19편이라는 개성있는 소설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나는 이 첫 번째로 등장한 ‘안녕, 꼬르데라’와 ‘목 잘린 암탉’ ‘두 마디의 말’ 이 가장 인상 깊게 마음을 파고 들었다. ‘목 잘린 암탉’ 편은 글을 읽으면서도 살 얼음판을 걷듯이 조심조심 읽어나갔는데 마지막에 경악에 가까운 결말을 마주하고는 섬뜩한 기운에 정신이 확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이리 짧은 글에 이렇게 강한 여운과 느낌을 전달해 줄 수 있는지 새로 탐닉하고 픈 작가를 만난 사실이 더없이 반가울 정도였다. 마치 에드가 앨런 포우의 스페인어판 작품을 읽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사벨 아옌데의 ‘두 마디의 말’은 이 저자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류소설가여서 이름만 보고도 가슴이 콩닥거렸었다. 그녀의 유명세만큼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글들이 많았는데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인생만큼이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고통이 글에 그대로 녹아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그녀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개성있는 여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책 속 19편의 짧은 듯 긴 소설여행을 마치고 나면 새로운 단편문학의 정수를 만난 여운에 가슴에 묘한 울림이 번지는 걸 느낄 수 있게 된다. 여러명의 작가가 다양한 삶을 내보이며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시대와 나라, 성별을 초월해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현실에 대한 애증이 그대로 녹아있는 문학의 근원적인 힘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비참한 삶을 더욱 비참하고 애잔하게 그려내는 일, 아니면 씁쓸한 유머로써 그 고통을 독자와 함께 이겨내보자며 다독이는 일,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져 삶의 향연을 여유있게 보여주는 일.. 이 모든 것이 문학의 힘이었다. 그것이 위로가 되었든 슬픔이 되었든 우리는 다양한 슬픔과 기쁨, 분노와 애증을 작가와 함께 공유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요, 삶을 풀어내는 또 다른 길이 아니겠는가?!

s*****m 2010.03.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고통과 절망이 환상 속에 스며들다
"고통과 절망이 환상 속에 스며들다" 내용보기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에서 퍼져 나오는 절망적인 여운을 알아챘어야 했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그 강한 여운. 그 힘찬 느낌표에서 느껴지는 강한 울림을 짐작했어야 했다. 물론 이 책이 담고 있는 고독과 절망을 미리 알았더라도 이 책을 외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외에는 특별히 기억하는 작가가 없었어도 내게 라틴아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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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에서 퍼져 나오는 절망적인 여운을 알아챘어야 했다.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그 강한 여운. 그 힘찬 느낌표에서 느껴지는 강한 울림을 짐작했어야 했다. 물론 이 책이 담고 있는 고독과 절망을 미리 알았더라도 이 책을 외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외에는 특별히 기억하는 작가가 없었어도 내게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었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그 나른한 세계가 좋았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생각하면, 밤이 내리듯, 서서히 가라앉는 고독이 떠올랐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환상적인 공간이 그려졌다. 마르께스라는 단 하나의 작가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흠뻑 빠져들었던 것이다.

 

  창비에서 세계문학 전집이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도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편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처음에는 왜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함께 묶었을까 조금 의아했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문학이 스페인과 언어 외에 어떤 공통점으로 묶일 수 있을까 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라틴아메리카를 스페인과 별개의 권으로 구성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엮은 이의 말에도 “20개국이 넘는 나라들의 문학을 균형있게 고루 담아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선정 기준을 살펴보니 작가와 작품의 선택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적으로 최근에 활동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했다는 점, 여성작가들도 5명이나 포함시켰다는 점, 가급적 우리말로 아직 옮겨지지 않은 작품을 선정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이름 있는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만을 가려 뽑은, 지금까지 나온 세계문학전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그런 책이 아니라는 얘기니까.

 

  엮은 이의 의도대로, 이 책은 다양한 빛깔의 단편들을 담고 있다. 나를 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 빠져들게 만든 마르께스 외에도 처음 만나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그 다양한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들이 반가웠고, 그 작품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10개국 총 1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작품 외에는 그리 길지 않아서 마치 짧은 단편 영화들을 보는 것처럼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기도 했고, 절망적인 현실을 담담하게 따라가기도 했다. 비극적인 이야기 앞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고, 독특한 글쓰기 방식 앞에서는 짧은 감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각 단편마다 그 여운이 강해서, 단편 영화가 끝날 때의 진한 암막처럼 잠깐 휴식을 취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처음 책을 읽기 전, 예상했던 대로 마르께스의 ‘마술적 사실주의’ 계통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마르께스의 <거대한 날개가 달린 상늙은이>는 “마술적 사실주의 전형으로 간주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날개가 달린 사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현실은 환상 속에 녹아든다. “모든 언어권을 통틀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단편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작가, 훌리오 꼬르따사르의 <드러누운 밤> 역시 환상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젊은이가 꿈속에서 원주민이 되어 꽃의 전쟁을 경험하는데, 작품의 끝에 이르면 그것이 정말 꿈인지 헷갈리게 된다. 현실과 환상이 이처럼 교묘하게 섞여들 수 있다니. 아르뚜로 우슬라르 삐에뜨리의 <비>에서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이 현실 속에 섞여든다. 이들 작품에서 환상은 현실과 경계를 긋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현실에 녹아든 환상을 느꼈다면, 스페인 문학은 라틴아메리카 문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1950년대 스페인 문학을 대표한다는 작가,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에는 가난한 노동자의 삶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아나 마리아 마뚜떼의 <태만의 죄>에서는 꿈이 박탈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비극적 최후가 담겨 있다.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또스의 <까까머리>는 폐병에 걸린 아이의 이야기다. “난 죽을 거야.”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서 현실에 스며있는 깊은 절망이 전해져왔다. 뒷부분의 해설에 보면, “어떤 유럽 국가도 스페인만큼 이른 시기에 자국어로 서사산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되어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 또한 그러한 스페인의 찬란한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작가와 작품 수의 제약 탓에 스페인 문학 속으로 좀 더 깊이 빠져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특히나 나를 사로잡았던 건 여성작가들의 단편이었다. 독재 정권의 지배 아래 있었던 많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서 글쓰기는 하나의 저항으로 인식되었다. 억압된 환경 속에서 여성들의 글쓰기는 더욱 많은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많은 제약을 받으면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그래서 더욱 뜻깊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여성적 상상력을 잘 보여주는 작가, 마리아 루이사 봄발의 문장은 몇 번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 “이제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고통을 받지도 않았다. 오히려 예기치 못한 충만함과 온화함의 감정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그녀를 상처입힐 수 없으리라.” <나무>라는 소설 속에서 만난 그녀의 상상력은 재기발랄했다. 이 작품에서 봄발은 ‘나무’라는 식물적 상상력을 음악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아름다운 리듬감으로 절묘하게 섞으며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묘사한다. ‘포스트붐’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두 마디 말>도 인상깊었다. 작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 벨리사라는 인물과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각각의 단편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는 점이었다. 작품으로 들어가기 전, 간단한 작가 소개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닌데도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작품 뒤에는 친절하게도 더 읽을거리를 제시해 줌으로써 작가에 대한 탐구가 더 깊어질 수 있게 안내한다. 19편의 단편을 읽으며 이 책이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져올 수는 없더라도, 다양한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작품을 많이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특정 지역의 문학에 익숙한 우리에게,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그동안 미처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마치 신비스러운 매력을 지닌 사람을 새로 소개받은 기분이랄까. 스페인에서 꾸바까지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빛깔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새삼 느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작가의 이름을 새기고 그의 작품을 좀 더 맛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치 강력한 마법에 빠진 것만 같았다. 마법처럼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작품들. 고통과 절망이 환상 속에 스며들어 마치 나른한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 그런 작품들 속에서 소설 읽는 것의 즐거움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d******3 2010.03.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언젠가 내가 공부하게 될 라틴 문학 모음집..
"언젠가 내가 공부하게 될 라틴 문학 모음집.." 내용보기
쳇바퀴 같은 월급쟁이 생활을 반복하며, 뭔가 만들어 내기 보다 끊임없는 일에 치이는 직장인 생활을 하다 보면 옆구리에 책을 끼고 좋아하고 재미있는 분야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계속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앞에 학교를 떠나 직장 생활을 시작한 터라 더욱 그
"언젠가 내가 공부하게 될 라틴 문학 모음집.." 내용보기

쳇바퀴 같은 월급쟁이 생활을 반복하며,

뭔가 만들어 내기 보다 끊임없는 일에 치이는 직장인 생활을 하다 보면

옆구리에 책을 끼고 좋아하고 재미있는 분야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을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계속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앞에 학교를 떠나

직장 생활을 시작한 터라 더욱 그러한 면은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 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면 무슨 공부를 할까?

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교를 떠난지 거의 10년이 되는 지금은,

당시에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에 대한 흥미도 많이 잃었고 나 자신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막연히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하듯이 MBA를 따기 위한 경영학 공부..

현실적이겠지만 내 꿈은 아니었고,

원래 전공인 사회과학도 뭔가 확 잡아 끄는 매력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얼마전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문학과에 가서 라틴 문학을 공부하고 싶다.. 라고.

그리고서는 무릎을 쳤다.

참 하고 싶은 공부구나..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보르헤스와 마르께스를 처음 만난 이후,

라틴 문학은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분야의 문학이 되었다.

적어도 20세기를 꽉 잡은 주류 문학 부분인 소설이라는 장르는

라틴 문학에 커다란 빚을 지고 있고

나 역시 나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보르헤스 등의 작가가 끼친 영향은 상당히 크다.

계속 해서 책을 읽어오면서 라틴 문학 신간과 미처 읽지 못했던 구간은 언제나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나의 로망이었던 것.

그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꿈'을 꾸던 차에

창비의 세계문학 시리즈의 한권으로 스페인/남미 문학 단편 모음집이 나왔다.

무척 반가운 책...

 

처음 들어본 작가도 많았고,

아는 이름의, 모르는 작품도 있었고..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 작품도 몇편 있었다.

여러 나라의, 여러 세대의, 여러 가치관을 가진 작가들의 모음집이라

한 가지 경향 보다는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며 마치 비빔밥을 먹는 느낌이랄까..

 

아직 스페인/남미 문학이 영어권이나 불어권 등의 문학에 비해 소개가 덜 된 터라  

이런 식의 앤솔러지 형 모음집으로 주로 소개되는데

그것은 또한 남미 문학이 단편에 상당히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능한 다양한 작가들을 모으고

각 단편의 앞에는 작품 해설을, 뒤에는 더 읽어볼 거리와 국내 번역 현황을 소개했는데

무엇보다 이 부분이 참 반가웠던 부분이다.

알게 모르게 출판되는 책들이 많아서 출판된지도 몰랐던 작품들을 많이 발견했다.

어서 구해볼 생각이다.

 

라틴 문학의 매력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마술적 사실주의나 포스트 모던함에 빠졌었지만

작품들을 접하면 접할 수록

그네들의 다양하고 굴곡있는 역사처럼 다양함이 쏟아져 나오고,

그 표현 방식 또한 다양한데

그것이 서구나 일본 등 우리 나라에서 접하기 쉬운 다른 나라 문학과는 다른 풍이 있다.

언젠가 한번 깊이 있게 공부해 볼 꿈을 꿔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덮었다. 

l*****4 2010.02.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