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은 인간 역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므로, 인간의 마음은 곧 우리의 진화적 조상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부딪혔던 여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설계된 다양한 심리 기제들의 묶음이라 정의한다. 인류의 조상들이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풀어야 했던 적응적 문제들은 수없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잘 구별하기, 무서운 포식자를 피하기,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매력적인 이성을 고르기, 신선한 음식을 구하기, 안전한 거처에서 지내기, 자식들을 잘 키우기,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기, 배우자의 바람기를 다스리기, 적의 침입을 막기, 윗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등등은 그 가운데 극히 일부 예에 불과하다. 야외에서 캠핑을 하다 보면 병을 딸 일, 천을 자를 일, 못을 박을 일, 전선을 벗길 일 등등 여러 가지 문제들에 부딪히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을 대비하겠다고 망치 하나 달랑 들고 캠핑을 떠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병따개, 칼, 망치, 드라이버, 톱 등 전문적인 해결책들이 모두 구비된 연장통이 필요하듯 인간의 마음 또한 각각의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특수화된 수많은 심리적 ‘공구’들이 빼곡히 담긴 연장통과도 같다고 말한다. 단, 우리 마음은 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의 수렵-채집 생활에서 겪어야 했던 문제들을 잘 풀게끔 설계된 탓에, 마치 모닥불에서 나는 불빛을 암컷이 내는 교미 신호로 오해하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농경 사회나 현대 산업 사회 이후로 나타난 생소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때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약 1억 1000년 전 시작된 농경 사회나 200년도 채 되지 않은 현대 산업 사회는 복잡한 신경 구조의 진화를 수반한 복잡한 심리적 적응이 출현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즉, 우리 마음은 톱이나 망치, 드라이버처럼 전통적인 공구들만 들어 있고 전기 대패나 슬라이드 만능 각톱처럼 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필요성이 대두된 첨단 공구들까지 구비되지는 않은 오래된 연장통인 것이다. 그리 하여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과거 환경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원을 섭취할 수 있도록 열량이 높은 음식을 달게 느끼게끔 설계된 심리가 적응적이었을지언정 오늘날처럼 슈퍼마켓이나 카페, 편의점에서 24시간 달고 기름진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곧 각종 성인병과 비만을 일으키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어떤 먹을거리를 먹을 것인가, 어떤 배우자를 고를 것인가, 어떻게 비바람과 적을 피할 것인가 등 수백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이 맞닥뜨렸던 다수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일상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설계되었다는 가정하에 마음이 설계된 목적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마음과 욕망, 본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
짧고 쉬운 설명으로 어쩌면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 뇌에 관한 사실들을 쉽게 풀어 놨다. 뇌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서 진화심리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려운 책들은 용오조차 생소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모르겠는 것도 많고 특히 번역서는 읽기 어려운데 한국 사람이 쓴 한국어로 된 문장이라서 읽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우리의 뇌는 연장통이며 아직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오래된 연장통이라는 비유가 우리가 왜 쓸데없이 고민하고 왜 쓸데없이 흥분하고 왜 쓸데없이 두려워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처럼 느껴졌다. |
자연선택은 주로 성선택에 의한 것인데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상의 여러가지 현상들을 설명한다. 종교, 동성애 등도 진화로 설명하는게 흥미로웠다. 장점이자 단점은 서른여가지의 심리적 현상들을 특별한 분류없이 병렬적으로 풀어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아무 장이나 펴서 읽어도 큰 무리가 없지만, 어찌보면 읽어나갈때 약간은 정리가 덜된 느낌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작가님, 정말 좋은 이야기들인데 제 개인적 아쉬움일 뿐입니다) 연애활동, 경제적 활동, 인간관계 등으로 소제목이 나뉘어져 있었으면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다. |
진화 심리학 관련 제법 많은 책을 읽게 된 적이 있다. 진화 심리학에 관한 것 인지도 잘 모른 채로 그냥 흥미로워서 읽은 책도 꽤 된다. 돌고 돌아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화 심리학이란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갖게 되었다. (물론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었던 책들이 결국엔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또 많은 진화 심리학 관련 책들을 알게 되었고, 몇몇은 읽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도 찾아서 읽을 것이다. 그만큼 이 분야가 참 흥미롭다. 체계적으로 진중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저자가 여기저기에 발표한 에세이들의 모음이다. 분야별로 모아놓아서 연관 분야와 같이 생각할, 그리고 읽을, 꺼리를 준다. 스티븐 핀커의 책처럼 어느정도 이해하는데 노력이 필요할 만큼 어렵지는 않다. 오해 말기를. 그만큼 저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잘했다는 뜻이다. 진화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하는 좋은 입문서이다. |
인간은 동물이다. 동물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사회적동물이다. 이 사회적이라는 단어 때문에 인간도 동물적 본성을 까먹을때가 많은것 같다. 계속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다보니 진짜 인간의 본성을 까먹는다. 인간의 민낯을 알기 위해 진화심리학을 읽는다. 유명한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예로 책은 이해하기 쉽다. 책을 읽은 후 적어도 인간은 도대체 왜그래?라는 의문에 의미없이 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걸 깨닫게 해준다. 응 인간은 원래 그래~ 인간이니깐~ |
우주가 탄생하고,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지구에서 생명체가 발아하고 현대의 인류까지 온 과정은 결코 그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었죠. 그냥 자연 스럽게 그렇게 되어온 것. 인간의 진화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현대 인류의 지성, 본능, 사고 방식도 결국 과거부터 내려온 유전자에 새겨진 정보이고 그것이 그렇게 보편적으로 효율적인 방향으로만 발달된 건 아니란 것. 그런 제 생각을 응원하는 듯한 책입니다. 아무리 잘 정리해가면서 쓰려해도 쓰다보면 필연적으로 너저분해지는 오래된 연장통. 제목부터 참 좋습니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을 알게됐는데,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 먼저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해서 읽게 됨.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다윈의 렌즈로 해석하는 내용인데, 인간의 마음은 톱, 드릴, 망치 같은 공구들이 감긴 오래된 연장통이라고… 즉 심오하고 추상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게끔 설계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 원시 환경에서 적응해서 잘 살기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게끔 설계가 되어 있고 33가지의 연장들, 즉 인간의 본성에 대한 얘기를 각 챕터마다 소개를 한다. |
진화심리학적 관점은 묘하게 우리를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기 딱이라 생각하는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가볍게 끊어 읽기 좋아 편했음. 나의 선택이고 선호이며 자유의지라 생각했지만 난 생각보다 더 많이 이 광대한 종족 보존의 굴레 속에 휘둘리고 있었던 것인가... 음, 그리고 증보판이긴 하지만 지금 읽기엔 좀 올드한 내용들이 있긴함. 시대에 뒤떨어졌다 이런 말이 절대 아니라 그냥 비유로 드는 것들이나 곁들인 이야기가 좀 옛날거임. |
진화심리학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마치 토이스토리의 버즈가 자신이 우주 전사가 아니라 그저 대량 생산된 하나의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과 같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지만, 결국은 동물의 한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을 거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라는 현실은 우리의 자부심을 잘게 부순다. 인간은 고차원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생각보다 보잘 것 없는 존재다.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자연선택 과정’에 따라 ‘적응’(p.36)한 존재에 불과하다. 불편하기에 흥미롭다. 유전자 만능론이 대세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 노력이니 환경이니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다. 이번 생은 잘못된 유전자를 받았기에 망했다기에. 하지만 진화의 차원에서 본다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성공적인(?) 유전자임을 의미한다. 먼 과거부터 적응에 성공했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것이 자신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유전자임에도 적응에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와 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래된 연장통>은 이에 적응할 수 있는 힌트를 던져준다. 여전히 우리의 유전자는 수렵사회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가진 도구는 오래된 망치, 톱, 드라이버 따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농경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해 가고 있다. 전기톱, 전동드릴을 넘어 새로운 장비들이 필요한 시대다. 오래된 연장통이라는 제목은 우리의 본능과 본성은 그 속도에 맞춰서 변화하지 못함을 대변한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장인의 손에 좋은 연장이 주어지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은 당연하다. 유전자는 가능성이다.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라 발현되기도 하지만, 침묵하기도 한다. 개개인의 가능성을 잘 개발해야 하는 이유,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결국은 강한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우리가 가진 <오래된 연장통>을 열어보자. 자기가 가진 도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자연선택은 종의 생태적 환경하에서 개체의 번식을 상대적으로 높여 주는 형질만을 지치지 않고 우직하게 골라내는 일종의 필터다. 이처럼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자연선택 과정이 수많은 세대에 걸쳐 유전자가 전파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던 변이들을 차곡차곡 누적시키면서 마침내 복잡하고 정교한 적응을 만들어 낸다. p.36 인간의 마음은 인류의 진화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수많은 심리기제들의 집합이다. 마음이 설계된 목적을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은 심리학 전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이론 틀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미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한 예측들을 풍부히 생산하여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 준다. p.44 “우리가 어떤 공통적인 감정적 기반, 공통적인 가정들의 묶음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현대와 멀리 시대에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 아래 쓰인 문학작품을 읽고 즐기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언 매큐언 p.185 엄마에게는 아기, 아빠에게는 아마도 p.373 많은 연구 결과들이 어느 연령대에서나 남성은 여성보다 더 많이 죽어 나가는 ‘연약한’ 성임을 입증하고 있다. p.383 남성이라는 사실은 선진국에서 젊은 나이에 사망을 초래하는 가장 강력한 인구 통계학적 위험 요인이다. p.388 남성은 자식을 더 많이 남기고자 삶의 건강이나 인정, 행복을 희생하게끔 진화하였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우리의 행복에 그저 쿨 하게 무관심하다. p.390 자원이 없어 고생하는 이가 순전히 운이 나빠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따라서 우리의 장원을 그들과 공유하는 심리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끔 진화하였다. p.471 |
진화심리학에 대한 입문서입니다. 증보판으로 출간되었는데요. 이 책은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일상을 통해서 우리의 본능 욕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연구에 선두주자인 작가는 현대에서 주요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들을 진화심리학을 통해 해설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