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교과서에서나 그 제목을 들어보았던 이야기를 직접 두꺼운 책으로 읽는 기분이란 실로 새로웠다. 정확한 연대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12-13세기경이 그 배경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가장 전형적(?)인 게르만 민족의 문학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줄거리는 너무도 간단한 편이다. 브륀힐트의 사주를 받은 하겐에 의해 남편을 잃은 크림힐트가 훗날 복수극을 펼친다는 식의 내용이다. 인류가 여성을 논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바일지도 모르겠으나, 소설 내내 지속되는 것은 다름 아닌 지독한 ‘남성중심성’이었다. 남성중심성, 어쩌면 이는 전형적인 중세의 기사도 정신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야기의 화자는 지크프리트, 군터의 용맹함을 묘사함에 있어서 수시로 과장법을 사용하고 있다. 손님을 대하는 극진한 태도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식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빠른 움직임으로 곰을 어떠한 저항도 없이 붙잡을 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그들의 고매한 인격을 한껏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군터가 지크프리트를 배반한 행위는 크게 중요성이 부여되지 않았으며, 하겐을 묘사함에 있어서도-폭력적이라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표현이 아닌-카리스마로 상대를 제압하며 굽힘 없는 절개를 과시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 뤼디거, 당크바르트 등,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남성들은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왕에게 충성했으며, 죽음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에 비해 브륀힐트와 크림힐트는 어떠한가.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그 못지 않은 질투심 역시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질투심은 잔인함으로까지 이어진다. 브륀힐트의 경우, 전형적인 악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그녀에게 청혼하는 수많은 이들을 시험하며 자신과의 내기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그 목숨을 빼앗는다. 게다가 결혼 후 잠자리를 거부하며 군터를 거꾸로 매달아 그에게 모욕을 주고, 지독한 질투심을 발휘하여 자크프리트의 죽음을 사주하는 등의 온갖 악독한 짓은 다 한다. 크림힐트도 이 점에 있어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에첼의 청혼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모습 등을 통해 볼 때 그녀는 자신의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며 남편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인해 정절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크프리트가 아닌 그가 소유한 니벨룽의 보물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남편이 죽임을 당한 나라, 부르군트국을 떠나지 못하며 하겐과 계속적으로 갈등 관계를 형성한다. 그녀의 하겐에 대한 증오심은 실로 엄청나 군터와 에첼의 왕국 모두를 몰락하도록 만드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마치 여성들의 우둔함에 의해 남성들의 현명함에 혼란이 가중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동시에 두 여인의 질투심이 빚어온 두 왕국의 엄청난 참사 속에서 남성들의 넓은 기개와 용기 무쌍함은 한없이 칭송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가치판단을 제하고 본다면, 본 이야기는 그 웅장함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만하지 않나 생각된다. 제 3자의 시각을 빌어 묘사되고 있는 행차, 전투, 파티의 모습 등은 실로 자세하여 눈 앞에서 너무도 화려한 중세 시대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화한다면 제 2의 ‘글레디에이터’ 정도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