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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경험하거나 단련되었다는 것의 시간성이 의외로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 작품 읽기전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을 읽었더니만.
a. 누군가 도도한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b. 그리고 또 누군가 강한 성격의 여자가 등장한다.
그러면, 대체로 a와 b가 동일인물일거라고 연관짓는다.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이런 헛점많은 추론을 하는 이의 뒤통수를 치는 작품이 또 이 [흑백합]이었다.
아, 정말 리 차일드의 [원샷]을 읽고서 느낀 어지러움을 요렇게 짧은 작품에서 다시 경험할줄 몰랐다.
작품은 1952년 두소년과 한소녀의 즐겁고도 애틋한 첫사랑의 여름을 보여주면서, 교차적으로 인물의 성을 통해 이들과 연관된 인물들이 겪는 1935년을 보여준다. 이 두 이야기에 겹치는 인물들이 과연 실제와 읽는이가 생각한 것과의 괴리에 따라 읽는이의 충격도는 엔딩에서 달라진다.
1952년 도쿄에서 간사이 지방에 위치한, 아버지의 지인 별장으로 내러온 테라모토 스스무는 아사기 카즈히코를 만난다. 롯코산에 위치해 동일한 위도의 지역보다 온도가 낮아 상쾌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마당에 아주 맹랑하고 명랑한 소녀 쿠라사와 카오루를 만나게 된다. 소년들은 이 소녀가 없이는 당최 재미를 찾지못할 정도로 소녀와 가까워지고, 그러면서 주변인물들은 배경처럼 등장한다.
1935년 호큐전철 등의 굵직한 사업을 이끄는 코시바회장의 유럽산업시찰을 수행하는 것은, 그의 회사에서 발탁된 두 명의 인물은 테라모토와 아사기였다. 우연히 만난 당돌하고 독립적인 미모의 일본인 처자가 있었으나 이들의 궁금증과 도움에도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차갑게 뿌리친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다 마치코. 일본에서 올 연인을 기다리지만 그녀는 결국 다시 홀로 일본으로 돌아간다.
무심히 소년들과 소녀들의 이야기 속에 과거의 인물들과 동일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읽는이는 던져진 실마리로 '그녀가 그녀? 그가 그?'등을 추리해보지만, 췟, 엔딩에선 어쩔 수 없이 작가에게 완전히 당했음을 알게된다 (안당한 사람도 있을까??)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작은 고정관념을 인식하게 되고...
아련한 과거의 추억을 곱씹으면서 등장하는 미스테리는 분위기 만점이지만, 엔딩에서의 작가의 뒤통수치기는 정말 아찔하다.
그런데, 라디오극 [그대이름은]에 등장하는 하루키와 마치코는 정말 우연한 걸까? 그 얘기는 없어 영원히 미스테리. 아이팟에 BBC의 추리소설을 각색한 라디오드라마나 아이튠즈에서 오디오용 추리극 드라마도 방송해주지만, 난 예전 밤에 우연히 들었던 - 가물가물하다 - 라디오 드라마가 기억난다. TV용보다도 라디오드라마는 참 편한게 손으로 딴짓을 해도 되고 - 예를 들면, 십년만에 한번씩 해보는 뜨개질? - 캐스팅도 내마음대로 상상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훨씬 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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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여름, 14살의 스스무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 아사기의 롯코 산 별장에서 방학을 보내게 됩니다. 아사기의 아들인 동갑내기 가즈히코와 산 곳곳을 누비던 스스무는 대저택에 사는 동갑내기 소녀 카오루와 어울리게 되고 세 사람은 잊지 못할 여름방학을 만끽합니다. 한편, 소년소녀들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와 별개로 어른들의 비밀스런 과거사가 전개되는데, 하나는 1935년 두 소년의 아버지가 베를린 출장 때 만난 마치코라는 미지의 여성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1941~1945년에 걸친 카오루의 고모 히토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소년소녀들은 우연히 혹은 호기심에 사로잡혀 서서히 어른들의 비극 한복판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갈 무렵 롯코 산엔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278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에 ‘독이 서린 어른들의 비밀’이라는 미스터리를 담고 있긴 해도 ‘14살 소년소녀들의 풋사랑’이 혼재된 이야기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순수문학과 추리문학이 절묘하게 만난 작품”이라는 홍보카피 좀 별난 간식 정도로 이 작품을 대하게 만들었는데, 고백하자면 마지막 장을 덮고 서평을 쓰기까지 대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곱씹어볼수록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면서 앞서 읽은 문장과 단어들이 만화경 속 색종이 조각들처럼 이리저리 휘날리는 듯한 야릇한 불쾌감마저 느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막판에 밝혀진 트릭과 반전의 충격 때문입니다. 쉽고 가벼운 문장들이라 안이하고 빠르게 읽어버린 것도, 초반부터 그릴까 말까 고민했던 인물관계도를 그리지 않은 일도 후회됐습니다. 그랬다면 막판에 밝혀진 사실들이 조금은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정리됐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소년소녀들의 풋풋한 첫사랑은 롯코 산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그 또래다운 순수함을 발산하며 그려집니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어른들의 챕터 역시 팽팽한 긴장감보다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칩니다. 물론 1945년 패전을 앞두고 일어난 살인사건이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긴 하지만 그 사건이 1952년의 소년소녀들과 어떻게 연결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어 그다지 큰 미끼로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첫사랑에 달떠있던 소년소녀들은 방학이 끝나갈 무렵 어른들에게서 하나둘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대놓고 불륜을 저지르거나 도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밀회를 즐기는 자들, 문신투성이 야쿠자들과 은밀한 만남을 갖는 어른, 누군가를 닮은 오래된 앨범 속 사진의 인물, ‘여왕’이라 불리며 찻집을 운영하는 비밀투성이 여자 등 소년소녀들에게는 하나같이 두려움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인물들입니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소년소녀들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비밀을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그들은 알아챌 수 없는 비밀을 독자에게만 알려주기도 합니다. 특히 막판에 한 소년이 목격한 사소한 사고 장면은 독자만이 눈치 챌 수 있는, 1935년부터 시작된 비극의 전모와 두 개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는 결정적 단서이자 반전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독자의 혼란이 시작됩니다. 허겁지겁 책의 앞머리로 돌아가 무심코 읽어 넘겼던 문장들과 평범하게만 보였던 단어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문장과 단어들이 실은 복선으로 가득 찬 트릭 덩어리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인터넷서점과 미스터리 카페를 뒤져보니 역시 이 작품의 막판 반전은 많은 독자들의 논란거리였습니다. “뭐가 반전이란 거냐?”, “내가 생각하는 게 맞긴 맞는 거냐?”, “이 사람이 살인범이라고? 헐~!!!” 등 의문, 분노, 배신감, 감탄 등 다양한 반응들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작가가 놀랍기 그지없는 반전을 마치 별일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잠시 멍 때리다간 눈치 채지도 못할 만큼 조용히 독자 앞에 풀어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맑은 물에 떨어진 먹물 한 방울처럼 서서히 독자의 머릿속에 그 충격이 퍼지도록 설계라도 한 듯 말입니다. 두 번은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미스터리를 숱하게 만났지만 실제로 두 번을 읽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흑백합’은 두 번, 그것도 연달아 읽어야만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전개와 구성은 다소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호불호를 일으켰는데, 제 경우엔 어질어질한 가운데에도 별 5개 이상을 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이야기 속의 미스터리도 흥미로웠지만 “소설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어느 독자의 평처럼 단어 하나하나까지 해부해보고 싶을 만큼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작품을 놓고 독서모임을 갖는다면 다 읽고도 미처 눈치 못 챘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소년소녀들의 풋사랑과 쉽고 간결한 문장들이 얼마나 대단한 위장막 역할을 했는지도 함께 말입니다. 서평을 마치는 대로 첫 페이지부터 찬찬히 다시 읽을 생각인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서평 자체를 다시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이야기 자체보다도 두 번 읽지 않곤 못 배기게 만든 작가의 대단한 설계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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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만났다. 서술트릭이라고 했다. 1952년 롯코산 여름의 일들과 그 이전의 일들이 교차되면서 서술되는, 작가와 독자만 진실을 알고 정작 책속의 주인공들은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아무도 모른채 마무리 되는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
카즈히코와 '나' 스스무, 그리고 카오루 이 셋의 중학생 동갑내기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듯 하지만, 그들의 주변인물사이의 이야기가 엇갈려 진행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미스터리 영화 속 일본의 시골 분위기를 혼자 상상하면서 읽게되는 이 소설은 산 속 오두막 별장부터, 표주박 연못, 전쟁후 도시의 모습 등 그려지는 배경이 거의 모두 칙칙한 회색빛이다.
등장 인물들 또한, 세 동갑내기들의 모습이 아니면 모두 칙칙한 회색빛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새엄마, 과거가 복잡한 고모, 잠시 등장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고모부, 조폭과의 긴밀한 관계를 보이는 삼촌 등 특히 자칭 연못의 요정으로 등장한 카오루의 주변인물들은 모두 짙은 회색빛을 띤다.
카즈히코와 스스무의 아버지와 회장님, 독일에서 만난 여인과 롯코의 여왕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연관을 가지면서 이 책의 사건들이 왜 연결되는지를 독자는 알게 되지만 무척이나 우울한 빛을 띠는 것이 이 책이다.
향이 짙은 하얀 백합만을 알기에, 흑백합이라는 제목과 함께 책 표지의 검붉은 꽃이 핏빛으로 보인다.
얼룩진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개연성을 알기엔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그리 긴밀하지 않고 또한 그 개연성을 깨닫기에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살인'이라는 사건을 너무도 가볍게 치부해버리게 한다.
소년 소녀 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야 할 여름방학의 추억들은 그들에겐 아름답게 남겨지지만, 독자들에게는 한방 먹이는 사건의 시기로 마무리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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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 토시유키.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작가 소개를 보니 국제 모략 소설, 본격 추리소설, 시대 모험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에 도전하여 높은 평가를 받은 작가란다. 그 이후에는 순수문학을 주로 선보였다고. 그런 이력의 작가가 야심차게 순수문학과 추리소설가 절묘하게 만난 작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순수문학과 추리문학이라니, 어떻게 표현을 해냈을까? 하는 궁금함이 먼저 앞섰다.
스스무는 방학을 맞아 더운 도쿄를 벗어나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아사기 아저씨의 초대로 롯코 산의 별장에 가게 된다. 아사기 아저씨에게는 스스무와 동갑내기인 아들, 카즈히코가 있어 방학을 함께 보내게 된 것. 카즈히코와 함께 롯코 산의 다양한 연못을 찾아가다 표주박 연못에서 자신은 '연못의 요정'이라고 소개하는 한 소녀, 카오루를 만나게 된다. 롯코 산 일대의 별장 중 가장 큰 별장에서 살고 있는 카오루와 두 소년은 친구가 되고, 즐거운 방학을 보낸다. 그러나 카오루네 집의 미묘한 분위기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1940~50년대 어른들의 사정이 밝혀지면서 그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사실 나보다 동생이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읽다가 갑자기 어라? 하면서 책 앞을 뒤적거린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처음엔 그냥 애들 얘기만 쭉 하다가 갑자기 소설이 미스터리가 되었단다. 그냥 추리소설로 플롯 속에 등장하는 미스터리가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소설 자체가 그냥 미스터리라며 고개를 갸웃하더라. 음.. 하고 나는 본의 아니게 동생에게 약간의 힌트를 제공받았을지 모르겠으나,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책의 마지막에서 어라? 하고 앞쪽을 뒤적뒤적거린 것이다.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전개가 아니라 순수하게만 보였던 두 소년과 한 소녀의 풋풋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갑작스런 반전을 툭, 던져놓고 나를 벙찌게 만든 책. 상당히 절묘하게 줄거리가 구성되어있어서 아무런 의심 없이 읽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고 배신당한 기분이다.
1952년이라는 상당히 오래 전의 일본, 롯코 산을 배경으로 소년 소녀들의 풋사랑이 예쁘게 그려져 있는, 그리고 더불어 어른들의 놀라운 비밀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이 녀석들의 이야기와 어른들의 이야기가 맞물려 절묘한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동안의 흡입력도 좋다. 전형적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이용해 독자를 감쪽같이 속인 서술도 훌륭하다. 화자자는 모르지만 범인과 독자들만 알 수 있는 사건의 진상을 그려낸 것 역시 절묘하다. 짧은 책이지만 강력한 마법이 깃든 것 같은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라는, 약간 뭔가 부족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그 부족한 것을 내가 한 번 채워보라고 하면 그럴 수 없지만, 그냥 마음이 약간 허전하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미묘함이 남는다. 그냥 나에게(아마 그리고 내 동생도) 이 작품은 '미스터리' 그 자체로 남아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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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를 대충 보고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소심하기 전 나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말괄량이였다. 남자, 여자 상관없이 모두 친구였고 초등학교 뒷담 넘어가 바로 우리 식구가 살던 셋방 집이었다. 원래는 담 넘어 초등학교에 갈 수가 없지만, 한창 공사 중인 초등학교 담에는 모래가 한가득 쌓여 있었고 집 앞으로 난 담에는 손수레가 담 사이에 세워져 있어서 친구들과 난 그 손수레를 밟고 담을 넘어 모래로 착지해 학교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놀이기구가 많은 학교에서 신나게 놀며 저녁 시간이 될 때면 부모님 몰래 다시 모래를 밟고 손수레를 넘어 집으로 돌아왔고 풋풋했던 나의 첫사랑도 그곳에 함께 있었다. 그 시절 중 유일하게 생각나는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난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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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백합하면 순백의 아름다운 꽃을 떠올린다. 그런데 검은색의 백합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제목이 아니지 않을 수 없다. 타지마 토시유키라는, 접해본 적 없는 생소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이 매력적인 제목에 끌렸기 때문이다. 검은 백합이라... 과연 제목과 줄거리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52년, 스스무는 아버지의 지인인 아사기의 초대로 롯코산의 자연 속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처음으로 도쿄를 떠나 온 그는 아사기의 아들인 카즈히코와 만나게 되고, 표주박 연못에서 놀던 중, 이들은 자신을 '연못의 요정'이라고 말하는 소녀와 기묘한 만남을 갖게 된다. 14살 동갑내기인 세 아이들은 함께 여름방학을 보내며 우정과 풋풋한 사랑을 키워 나가기 시작한다. 연못의 요정, 카오루는 언뜻 본 첫인상으로는 꾸밈없고 밝기만 한 소녀이지만, 그녀가 사는 쿠라사와 별장의 사정과 그녀의 성장배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리고 그들 주위의 어른들 사이에는 얽히고 설킨, 끊을 수 없는 깨끗하지 못한 과거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깨끗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 그리고 전쟁이란 역사와 인간의 교활함이 묻어나는 어른들의 세계가 혼재하고 있다. 세 아이들의 풋풋함의 이면에 어쩐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첩의 자식에게 냉담하기만 한 어머니, 바람피는 남편을 묵묵히 견딜 수밖에 없는 아내, 타국에서 결코 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 살인을 저지른 인간, 그리고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 세 아이들의 순수함 주변엔 이런 어른들의 때묻은 현실이 공존하는 것이다. 카오루와 카즈히코와 나,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이 여름방학도 언젠가는 먼 추억이 되고 말 날이 온다는 것을, 사진을 보며 난 가만히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그 때의 내겐 아무런 실감이 없이, 오히려 그런 미래가 환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p211) 지금 떠올리면 그립고 아련하기만 한 어린 시절, 그 때의 나 또한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환상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 때가 오히려 환상처럼 여겨지는 이 마음에 약간은 쓸쓸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책 속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아련함에 순간 멍해지기도 했다. 아이들의 청춘소설이기도 하면서, 어른들의 추리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에 사건의 해결은 없다. 추리소설하면 보통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그런 부류의 줄거리를 떠올리는데 그런 면에서도 이 소설은 무척 특이하다. 주인공 조차 모르는 진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범인 한 명 뿐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나 자신 또한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리둥절함을 금치 못했다. 그나마 결말의 진실에 대한 힌트가 있다면 그건 '편견의 무거움'이라 할 수 있을 것같다. 이 책의 주된 시대배경은 일본의 1940~50년대이다. 이 시기 일본은 한창 전쟁의 폭풍속에 있었고, 전 후, 이로부터 점차 안정되어 발전을 이루어가던 시기였다. 이 소설속에서 시대적인 불행이 한 인간을 점차 검게 물들이고, 결국엔 순백의 백합꽃조차 검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무서움을 작가는 말하려고 한 게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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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이다. 시간과 화자를 달리해서 씨실과 날실처럼 진행되는 스토리는 쉽게 질리지 않아서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고, 치밀하게 계산되어 깔린 복선들과 여러 장치들이 깔끔하게 수거되는 완성도 높은 마무리도 가히 수준급의 작품이었다.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듯한 반전도 이정도면 정말 작가에게 무릎을 꿇을수 밖에 없단 체념이 뒤따르니 오히려 후련할 따름이다. 그닥 큰 기대없이 접한 낯선 작가의 작품이었건만, 의외로 높은 퀄리티에 감사하고, 이런 행운이 있나 놀랄 따름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사건의 주요 인물임이 밝혀져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솔직히 마지막 장을 덮고서 거진 십분정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면서 곰곰 되새기고, 되돌아가봐야 간신히 정리가 되고 이해가 되는 치밀한 작품....... 그져 작가분의 높은 경지에 감탄을 보낼 뿐이다. 생소한 작가의 첫 작품이지만, 앞으로는 이름만 보고도 믿고 선택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줘서 마음이 든든하다. 또 새로운 작가를 개척했고, 안심하고 고를수 있는 신뢰를 작품으로 입증해 주어 감사 감사. 미스터리 팬이라면 이 작품을 주목하라고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만일 범인을 알아맞춘다면 당신은 정말 놀라운 추리력의 소유자!!!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독자를 혼란과 착각에 빠들리고 어떤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 적잖은 공을 들인터라 감히 이 사람이 범인일 것이라고 전혀 예상도 할수 없을 테니 말이다....... 암튼 멋진 작품과의 조우 최대한 즐기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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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는 아버지의 친구인 아사기 아저씨의 여름별자에 방학동안 초대를 받아간다. 그곳에서 아시기 아저씨의 아들인 카즈히코와 롯코산의 많은 연못중 하나인 표주박 연못에서 만난 카오루를 만난다. 카오루는 스스무와 카즈히코와 여름동안 지내게되고 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며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다행이 카오루는 두 소년들 사이에서 균형감있게 처신을 하고 셋은 우정이란 이름으로 뭉칠수 있었다.
흑백합의 첫장을 읽었을때는 단순이 성장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무와 카오루 카즈히코이 세사람은 여름 방학동안 롯코산의 경치와 함께하면 청춘시절의 한때를 보내기때문이다. 그런데 중간 중간에 과거의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기에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궁금했다.
아이들은 로콧산에서 산책나온 여인을 만나고 그 여인이 롯코의 여왕으로 바를 운영한다. 과거의 시간으로 흘러 독일에서 스스무와 카즈히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만난 여인이 롯코의 여왕이고 그들이 수행한 사람은 호큐 전철의회장이다.
카오루는 이들과 어떻게 연결될까 궁금했는데 카오루의 아버지가 이야기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이야기가 미스테리로 들어서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활을 카오루의 고모가 맞게된다.
이차대전때 사랑을 선택하기보다 돈과 명예를 선택한 남자이야기와 동성간의 미묘한 사랑을 선택했던 ㅇ야기 그리고 죽은자와 현재를 살고있는 자의 모습등이 서서히 드러난다.
흑백합의 이야기가 끝으로 향할때 즈음해서 씨줄과 날줄이 만나듯 현재의 삶과 과거의 이야기가 엮여지고 드디어 둘의 교차점에 이르러 모든 이야기의 의문점이 풀리게된다.
이차대전때 일어난 사건과 그후 몇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이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이 글의 화자인 스스무는 카오루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선수를 빼껴 카즈히코가 먼저 고백을 했다는 답을 듯는다. 스스무의 선택은 참 담백하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같은 담백함이 없을까 결국 어른들은 세상의 찌들어버린 돈이 더 중요했기 때문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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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있는 책.. 이라고 들었던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반전이라는 걸까?'하며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것도 잠깐이였다.
짤막하게 나뉜 소설 속 주인공들의
막이 내리지 않는 이야기임에도
독자가 느끼기엔 '아차, 이거였구나!! 왜 몰랐을까..'
앞과 뒤가 이어진다는 사실임을 작가님께서 특이한 전개로 나타내어 주셨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이쁜소녀 카오루, 내 마음엔 들지 않았던 소년 카즈히코
그리고 카오루와 잘되길 내심 바라고 있었던 스스무 까지!
등장인물의 성격을 너무나 새심하게 표현을 해주셔서
'이 소설.. 실화인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다.
작가 타지마 토시유키님을 통해 청춘소설과 추리소설의 절묘한 만남이
이렇게 나타내어 질수있다는점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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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바라보는 현재, 이야기는 과거 열네살 스스무의 시선속에 시간을 담아낸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지나지 않은 1952년, 아이들이 그려내는 풋풋하고 설레임 가득한 첫사랑의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되살아 난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아사기 아저씨의 오사카 롯코산 별장을 찾게 된 스스무. 동갑내기 친구인 아저씨의 아들 카즈히코와 함께 표주박 연못에서 놀던 스스무는 자신을 그 연못의 요정이라고 말하는 한 소녀와 만나게 된다. 두 소년의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카오루, 근처의 쿠라사와 별장의 딸이라는 연못 요정 소녀와 두 소년이 함께한 한 여름밤의 추억은 순수함과 풋풋함 그 자체다. 갈벤 연못에서 수영을 하고, 카오루의 초대로 그녀의 별장에 놀러가기도 하고... 한소녀를 사랑하는 두 소년의 질투 혹은 대결?조차도 너무 수줍고 순수해서 우리를 미소짓게 만든다. 이런 소년 소녀들의 순수한 사랑과 대조적으로 이야기는 빛바래고 일그러진, 회색빛 어른들의 모습도 그려낸다. 1952년의 아이들의 이야기와, 1935년에서 45년으로 이어지는 스스무, 카즈히코, 카오루 이 세 아이들과 관계된 어른들의 추악한 과거가 이야기 중간 중간 뒤섞인다.
추억의 시점인 1952년, 그 이전의 시간속에 있는 아이다 마치코, 쿠라사와 히토미 라는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구성이 초반 각각의 이야기들 서로간의 연관성의 결여로 독자들의 혼란이 가중된다. 스스무와 카즈히코의 아버지, 카오루의 출생의 비밀과 그녀의 고모, 고모부, 앞서 언급한 마치코와 히토미, 롯코의 여왕 사이의 관계... 순수한 성장소설 사이에 미스터리 추리소설 형식이 뒤섞여 퍼즐을 맞추듯 과거와 현재의 추억속에서 독자들은 한동안 허우적 거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충격속에 빠져들게 된다.
백합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백합에 대해 알아보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백합의 '백'이란 글자가 하얗다는 '白'이 아니라 숫자의 '百'이라는 것이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 순결, 깨끗한사랑' 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새하얀 백합이 아닌 <흑백합> 이다. 순수 혹은 순결 과는 대비되는 '검은 백합'. 아이들의 순수함,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어른들이 보여주는 추악하고 잔인한 모습을 검은 백합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책속에서도 이런 흑백합이 등장한다. 도쿄 여학생들이 만든 불량서클 이름인 '흑백합파' 그리고 서클리더 '흑백합치'... 잠시 잠깐 등장하는 이름이지만 작가가 의도한 정교한 복선이 그 이름과 더불어, 곳곳에 자리잡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할것이다.
사랑고백 하나에도 얼굴이 붉어지던 그 순수의 시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추악한 어른들의 모습이 있다. 시동생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남편이 있는 여자와 밀회를 갖기도 한다. 과거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에, 과거를 묻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이도 있다. 순수한 사랑을 검게 물들이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추악한 마음, 흰백합을 검게 물들이고도 남을 만큼의 비열함과 역겨움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과거와 현재, 과거속 현재를 넘나들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뒤엉키지만 어느덧 마지막 즈음에 이르러 이야기는 서로간의 연관성과 숨겨져 있던 비밀을 드러내게 된다. 작가가 곳곳에 설치해둔 복선과 트릭을 따라 걷던 독자들은 마지막에 작가가 날린 펀치 한방에 호되게 뒤통수를 얻어 맞고 잠시동안 어리둥절해 하며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크지 않은 책, 그리 많지 않은 페이지속에 담긴 이야기는 오래도록 여운이 되고 강력한 느낌이 되어 가슴속에 자리할 것 같다.
'과거는 순식간에 사라져 환상이 돼 버리지만, 이렇게 사진이 있으면 어쩌다 한 번씩 지난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잖아.' - P 211 -
가끔 꺼내는 오래전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 웃음이 난다.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시간의 추억과 이야기들이 언제나 같은 모습, 같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듯하기 때문이다. 모습은 변했지만 마음은 여전하다는 생각, 누구나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우리의 모습은 어른이라는 이름속에 우리에게서 순수와 순결을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얻게 된 검게 그을린 마음과 양심... 작가는 그런 현실속 우리들의 모습을 성장소설과 미스터리소설의 경계속에 적절히 녹여놓고 있다. 그런 '순수함'과 '긴장감'의 적절한 어울림이 바로 <흑백합>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다.
하얀 화선지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먹물! 그 어느것보다 선명한 그 검은색처럼, <흑백합>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된 어른들의 추악함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에게 확실히 인식시키고 있다. 그리고 트릭과 복선속에 감추어둔 마지막 반전, 작가의 의도적 한방에 독자들은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선물해준 대단한 미스터리 <흑백합>, 올해 만났던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 더불어 2010년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같다. 타지마 토시유키, 그를 만나기전 꼭 해야할 다짐들... 절대 트릭에 속지 말것, 절대 놀라지 말것, 뒤통수 조심할 것... 절대 쉽지 않을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