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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과 밤하늘을 보며 유명한 별자리를 찾아본다. 그래도 시골이라 서울 살 때 보다는 별도 더 많이 보이고 ... 겨울철의 대표 별자리는 역시 오리온. 오리온 자리의 베텔기우스는 맨눈으로 봐도 주황빛이 살짝 돌지만 7*50 정도의 쌍안경만 되도 훨씬 더 또렷이 보이고 오리온 대성운도 희끄므리하게 찾아볼 수 있다. 눈으로는 구분이 힘든 달의 분화구도 잘 보이고, 요즘은 목성도 찾기 쉬운 위치에 있어서 퇴근할때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쳐다보곤 한다.
뭣도 모르던 어린 시절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터라 (고등학교때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케플러를 만난 이후 포기하기는 했지만 ^^) 이런 종류의 책들은 지금도 많은 관심이 간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태양과 달, 그리고 태양계의 아홉 행성에 대한 이야기다. ... 응? 아홉 행성? 아하~ 2005년에 나온 책이다 보니 명왕성이 아직 행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때였군. 명왕성편은 읽을까 말까 하다가 읽어줬다 ^^
Yes24에는 이 책의 카테고리를 '재미있는 우주이야기', '천문학 일반'으로 분류를 해 놨다. 참으로 적절한 분류가 아닐 수 없다. 과학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신화, 종교, 역사 등 등 태양계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책이 재미 없는건 아니지만 좀 산만하고 내용간에 조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을 나열해 보자면 ...
위에 말했듯이 이건 과학책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다. '그럼 네 정체가 뭐냐?'고 굳이 묻는다면 정사가 아닌 비사를 다룬 역사책 같다고 말 해 주겠다.
태양, 수성, 금성까지는 나름 신선하고 괜찮은 느낌으로 읽었는데 지구부터 뭔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지구편에서는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던 에라토스테네스 부터 신대륙 발견 이야기까지 온갖 이야기가 꼬리를 문다. 화성편에서는 남극에서 발견됐다는 45억살 먹은 화성 운석이 화자(話者)로 등장해 자신의 행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목성편에서는 점성술에 대한 얘기가 튀어나온다. 토성편에서는 언제쯤 등장하나 싶었던 구스타프 홀스트의 관현악곡인 '행성'이 드디어 등장한다. 한 마디로 행성을 중심에 놓고 그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이 이 책에 들어있다.
에... 또 ... 수식이 화려하고 문장이 장황하다. 번역하시는 분 꽤나 고생했을듯 싶다.
천왕성과 해왕성편을 보면 반 이상의 내용이 편지글이다. 미국의 여류 천문학자인 마리아 미첼이 독일의 천문학자인 캐롤라인 허셸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아쉽게도 실제 편지는 아니고 작가가 편지 형식을 빌려 쓴 글이다) 참 장황하다. 19세기의 편지는 정말로 이랬을 듯 싶은데 이 책의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이라 하겠다. 책에도 나오지만 천왕성의 발견자인 윌리엄 허셸은 캐롤라인 허셸의 오빠이며, 캐롤라인은 여성 최초로 혜성을 발견한 인물이다. 미첼은 허셸의 뒤를 이어 여성으로는 두번째로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자이고. 편지에는 혜성의 발견과 천왕성, 해왕성에 대한 얘기가 마구 섞여있어 갈피를 잡기가 쉽지않다.
작년인가 '밤으로의 여행'이라는 이 책과 분위기가 비슷한 책을 읽었었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시간대별로 밤의 모든 모습을 문화, 역사, 과학, 생활 등의 관점에서 화려하지만 차분한 문체로 풀어내던 책이었는데 크고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은 크기도 반이고, 페이지도 반인데 읽기가 쉽지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책의 분량이 너무 적은게 문제였던것 같다. 최소한 이 책 보다 2배 정도는 되야 작가가 하고 싶었던 모든 얘기를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2시간짜리 영화를 1시간으로 편집해서 본 느낌이랄까.
하지만 좋아하는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라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몇 몇 부분을 설렁설렁 읽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별 3개 정도는 아깝지 않다 하겠다. 아마존을 찾아보니 저자의 다른 책인 '경도'나 '갈릴레오의 딸'은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나보다. 하지만 번역판은 두 권 모두 절판이다. 어... 좀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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