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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에 파병됐던 시절 아버지가 엄마한테 보낸 편지를 모아놓은 걸 몰래 본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린 내 눈에도 결혼 전 연인들이 주고받은 연애편지하고 부부간에 주고 받는 편지는 느낌이 좀 다르구나 싶었다. 연애편지 라면 구구절절 달콤하게 그립고 사랑하는 마음이 주로 뜨겁게 표현되겠지만, 부부간의 편지는 연애편지와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뜨거운 애정표현 대신 그 자리에 자식이나 주변 가족들의 안부와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도 들어가고, 보고싶다는 마음도 드러내고..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운명공동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부부 사이에 주고받는 편지인 경우리고, 만약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라면 그 아내는 어떤 마음을 편지에 담을까.
'무덤 속 한장의 편지'는 4백여년전 조선 사대부가의 여인 미이라에서 발견된 편지, 실화를 소재로 어린이들 대상으로 쓴 작품이다. 이 편지는 꽤 화제가 돼서 그런지 이 소재를 작품으로 한 소설 '능소화'란 작품도 있고, 이 작품을 읽고 리뷰를 쓴 기억도 난다.
얇은 책이라 한시간 정도만에 후딱 읽었지만 마지막 장에 실려있는 원이 엄마가 죽은 남편 이응태에게 보내는 편지 한장은 한참 들여다 봤다. 청상의 여인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지기도 했고, 당신을 여의고는 살 수 없다는, 빨리 당신께 가고 싶다는 등 망부를 향한 마음, 한자 한자 모두 절절했지만 그 절절함 속에는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여인의 힘겨움이 배어났고 푸념과 하소연처럼 들리기도 했다. 부부란 그런 것 같다. 사랑 이상의 존재, 운명 공동체에 동지같은 존재.
아버지가 없는 원이라는 현대의 아이가, 유적 발굴 현장에 가서 원이 엄마의 편지를 읽게되면서,조선시대 원이 엄마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중간 중간 조선의 혼인, 과거 등에 대한 제도와 풍속에 대한 설명을 삽입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부담없이 보기에 적절하게 구성돼 있는데, 원이 엄마의 편지에 등장하는 원이, 아버지가 없는 원이에 대해서, 이 편지를 쓴 원이 엄마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이 편지가 원이 엄마의 미이라와 함께 발견됐다는 것인데, 원이 엄마가 자손들에게 편지와 함께 묻어달라고 유언을 한 것이려나? 그렇게 한 장의 편지는 4백년이라는 긴 시간을 넘어서 우리에게 망부를 향한 애절한 그리움을 전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