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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만난 이들과 나누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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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지금껏 걸어 온 숱한 시간 속 잇따른 길이 가슴 속 큰 자국만 남긴 채 공허함으로 가득할 때 회한은 늘어만 간다. 삶의 깊이보다는 양적인 팽창을 위해 골몰하는 세인으로 자리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마음을 비우고 사는 길이 쉬운 듯 보이지만 행하기 어려운 일임을 절감한다. 하늘과 가까이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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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지금껏 걸어 온 숱한 시간 속 잇따른 길이 가슴 속 큰 자국만 남긴 채 공허함으로 가득할 때 회한은 늘어만 간다. 삶의 깊이보다는 양적인 팽창을 위해 골몰하는 세인으로 자리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마음을 비우고 사는 길이 쉬운 듯 보이지만 행하기 어려운 일임을 절감한다. 하늘과 가까이 서서 위용을 자랑하며 범상스러운 이들을 내려다보는 히말라야 고봉들은 수많은 생명을 보듬고 자연적 질서대로 살아가라는 계시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신기한 나라 인도를 처음 여행했을 때 들렀던 다람살라에서의 혹독한 추위를 감내하느라 긴 밤을 꼬박 새웠던 시린 기억은 또 다른 자극으로 남아 있다.

 

 

  목숨을 걸고 중국의 핍박을 벗어나기 위해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정착해 세운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북인도 다람살라는 조국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티벳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염주를 들고 진언을 외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오르고 그들 가슴 속에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기는 달라이 라마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의 제자로 23년째 수행 중인 청전스님의 만행 기록은 자비를 실천하는 출가자로 귀한 가르침을 전해 준다. 면벽수행으로 득도하려는 구도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돌보며 민중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나누려는 청전 스님의 수행은 자비를 실천하는 승려의 현신으로 비춰진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돌아보며 수차례 진로를 바꿔 마침내 출가하여 비구로 화현하여 살아가는 스님에게도 눈 감으면 떠오르는 인생의 뒤안길이 있었다. 바랑을 메고 탁발하며 수행을 위해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만난 숱한 인연들과의 소통을 전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함을 전한다. 갈 곳을 잃은 노인을 위해 숙소를 정해 하룻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잠자리를 제공하였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이에게는 밥을 줘 살게 한 배려심이 돋보였다. 고국을 떠나 히말라야 고산에 위치한 곰파를 찾아 그곳에서 수행 중인 승려들에게 의약품을 전달하고 먹을 것을 선물하는 스님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고통 받는 이웃을 외면한 채 지내왔던 시간에 괴란쩍음이 더했다. 오랫동안 수행의 길을 함께 걸으며 도반으로 자리하는 엄마 아빠 스님을 위시한 라닥 노스님들의 숙원인 티베트 순례를 이뤄 낸 청전 스님의 보살행은 인간적 아름다움을 더한다.

 

 

  출가하여 30여년 만행 길 위에서 펼쳐지는 스님의 일상에 피어나는 자잘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살아 숨을 쉬는 일상 속 진리를 실현하는 삶의 궤적이다. 청전 스님은 스스로 붓다의 제자로 치열하게 수행하며 안으로만 파고드는 수행자의 모습에서 한 걸음 비껴나 뭇사람을 위한 길에 기꺼이 동참하며 자신의 것을 나누며 윤택해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이웃과 가슴으로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소소한 행복이 피어오름을 일깨워준다.

 

 

  권력에 눈이 멀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속물적 근성에 짓눌려 안달재신하며 사는 이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걷지 않는 길을 의연하게 걷는 수행자들의 일상은 더욱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몽매한 이들을 일깨운다. 혼란이 가중되고 삶이 황페화로 치달아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낙담할 때 만난 스님의 글은 청정한 마음으로 돌려주는 정화제 역할을 한다. 하늘 가까운 높은 곳에서 살고 있지만 실상은 낮은 곳으로 임하며 진정한 보살도를 실천하는 이로 밝은 빛을 더한다.

n*****9 2010.03.31. 신고 공감 8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