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에 아키 작가의 옴니버스, 연작 단편집 군청학사도 4권으로 완결이다. 1~3권까지 진짜 너무 좋았는데, 개인적으로4권은 조금 루즈하게 느껴지고 전권들에 비해서 재미도는 좀 떨어진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뭔가 스펙터클한것도 없고 놀랍고 반전있는 것도 없었고, 소소한 일상의 따스함과 가족간이 사랑스런 이야기는 여전히 좋았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라는 느낌? 판타지적인 분위기와 가족, 일상을 잘 섞어 보여주는 것이 개인적으로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좀 정신없기도 하다. 크게 선방 날려주는 작품이 없이 지나치게 무난~한 것 같은... 전의 단편들이 워낙 좋았어서 그런가 완결권이 아쉽기만하다. 뭐, 그래도 여전히 작가의 센스와 감각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은 사랑과 모정, 가족애, 슬랩스틱 코미디, 애증어린 우정등등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더도덜도 없이 잘 마무리 한다. 난 본편 단편보다 마지막 보너스 만화 '사계'가 너무너무 좋았다. 1~4권동안의 주요 주인공과 마무리를 하나의 분위기로 묶어 무리수없이 잘 정리하고 보여줘서 보면서 뭔가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것 같았어... 그 많은 단편들을 9페이지안에 가지런히 정리해서 후일담식으로 보여주는데 왜 이렇게 좋다냐... 그 뒷이야기가 보고싶은 단편들도 새삼 막 떠오르고... 아무튼 군청학사 덕분에 작가님 팬이 되어 부렀어라~ 장편만화 란과 잿빛의 세계도 구입했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후기를 써야지...
|
|
이전에 늘 다는 글이지만.. 저는 만화 특히 힐링 코믹을 좋아합니다. 잔잔함이 묻어있는 만화책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그 의미가 전달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군청학사라는 작품을 요근래에 즐겨 보는데 이렇게 완결이 빨리 되는 줄은 몰랐습니다.. 수혹성연대기의 완결뒤에도 한동안 멍했는데... 군청학사조차 완결이라니.... 내용 자체는 액션이나 코믹성은 없지만 잔잔함이 묻어있어서 즐거웠거든요. 뭐 이리에 아키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체크 해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작품을 내주시는 작가분들은 이렇나 흐름을 계속 이어나가주시니깐 말이죠. |
|
우리는 모두 동화를 읽으며 자랐지만, 어른이 된 지금 동화를 믿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우리의 세상은 동화로 풍요로웠고 행복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리에 아키의 <군청학사>는 총 4권으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일본의 월간지 <코믹빔>에서 연재한 내용을 묶어 단행본으로 발간했는데, 연재 방식은 꽤 자유롭다. 짧은 단편과 몇 편의 연작이 번갈아 등장하며 완급 조절을 하고, 간간히 펜선을 입히지 않은 후일담 에피소드가 읽는 재미도 더한다. 작가의 첫 단행본인 군청학사 1권에서는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았는데, 대사 없이 장면의 전환과 미술적 기교로 흐름을 진행시키는 「숲으로」나, 공간의 이동 없이 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그려낸 「포로 공주」가 바로 그것이다. 문득 「숲으로」의 식물의 디테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리 카오루의 <엠마>, 「에리히와 테오」에피소드를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한편, 단행본은 진행 될수록 각각 한 가지 주제를 띠게 되는데, 3권이 <사랑>이라면 4권은 <성장>이다.
자유로운 표현력과 섬세한 터치 외에도, 이 작품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굉장히 마법적이고 극적인 해결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에 있다. 마치 동화처럼.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만화라는 장르의 특징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지 않은가?
떠올려보자. 우리는 가끔 스스로도 이해 못 할 행동을 했다. 그것은 마음에서 촉발되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던 것이다. 사랑, 동경, 분노, 증오. 모든 것의 원인은 다 우리의 안에 있었다. 철이 들고 어른이 되면서, 그래, 동화를 손에서 놓게 되면서 우리는 이성을 세우고 감정은 접어두게 되었다. 그것이 어른스러운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른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 하나가 남았다. 그것은 바로 그리움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회한들. 그리움을 입고 과거는 기억 속에서 더욱 아름다워진다. 그 모습은 어쩌면 비현실적이게도, 환상적이다. 그것이 군청학사의 공간과 꼭 닮았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은 보석처럼 빛나고, 그 햇빛을 난반사 하는 빨간 사과, 그 위의 투명한 물방울. 뺨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 조차 아름다웠다. 그 빛나는 순간들을 그리워 하면서 지금 우리는 검은 책 처럼 슬프게 꽂혀있다.
<군청학사 群靑學舍> 라는 제목을 직역하면 '선명한 청색의 학교 건물'이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짙푸른 청춘이 깃든 곳'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다. 우리가 늘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청춘이 깃든 그 곳. <군청학사>는 상냥하고, 매력적이고 또 슬프게 다가와 손을 내민다. 언젠가 우리를 꿈꾸게 했던 동화처럼, 이제는 다정하게 우리를 위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