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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사 책이든 나열된 역사적 사실들을 관통하는 저자의 역사관이 중요할텐데, 이 책처럼 서두에서 친절하게 역사관을 드러내주는 책은 뭔가 감춰져 있는게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고 뜯어볼 필요가 없어서 좋은 것 같다.
정신과학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는, 수용소가 창궐했던 역사적 사실을 고통을 완화하려는 진보의식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던 사죄주의가 먼저 있었고 이후에 이와는 정반대로 정신의학이 광기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반항적인 자들을 가두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수정정주의가 정설로 등장했다. 작가는 양극단의 중간쯤에 속하는 신사죄파(neoapologist)에 속하며 수정주의 역사관과 반정신과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미셸푸코의 책 '광기와문명' 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유럽 각국의 인구학적 자료를 조사해 보았을 때 푸코가 주장한 대감금은 실제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수용소에서 광인으로 분류된 사람 또한 일부에 불과했다. 따라서 정신 질환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푸코 등의 주장은 정신질환의 실제성을 부정한 허구적 비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푸코가 주장한 광인을 정신분열병 같은 정신병적 질환에 한정지어 생각해보면, 생물학적 근거들이 부분적으로 나마 밝혀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신병을 사회적으로 규정된 질환으로 보는 주장은 더 이상 받아들여질 수 없다. 하지만 정신 질환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일상의 문제까지 치료의 범위에 포함되고 있으며, 생물학적인 근거가 미약한 성격 장애, 신경증 등에 관한 진단적 분류 체계는 개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정신 질환의 분류 체계가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푸코 등의 주장은 원래의 의도나 대상은 비판하되, 현 시점에서 다르게 새롭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초기 수용소 시대 중에 환자와의 관계를 중요시한 도덕 치료, 수용 자체가 치료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 치료적 수용소 시대는 19세기 급격하게 증가한 환자 수를 감당하지 못하여 막을 내리게 된다. 19세기 과학 혁명의 영향을 받아 생물 정신 의학이 탄생하지만, 현미경으로 정신병의 병소를 찾으려 했던 초기 생물정신의학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도 이뤄졌는데, 정신 분석은 이론적 체계 자체의 완전성 보다는 다른 이유들로 인해 확산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하였고, 특히 미국으로 이주한 자기성찰적인 유태인 중류층에게 민족적 구심점으로써 기능 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현대정신의학은 일상의 문제까지 의료화함으로써 사회복지학 이나 임상 심리학 경쟁하게 되었고, 뇌신경 과학으로서의 생물학적 기반의 정체성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생물학적 기반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의사 환자 관계 같은 정신과 고유의 가치를 확대 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결론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한시대를 풍미했으나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해 사라진 치료법들, 그리고 현재까지 미약하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치료법들, 정신 질환을 둘러싼 각종 논쟁적 이슈들의 역사적 뿌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수년이 지나 임상경험과 고민들이 좀 더 성숙해진 이후 다시 읽어보면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의 재료들을 제공 받을 수 있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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