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미술품을 위조하는 사람과 위조품을 적발하려는 사람의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
"미술품을 위조하는 사람과 위조품을 적발하려는 사람의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 내용보기
<짝퉁 미술사>는 제목 그대로 가짜 미술품에 대해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전반부에서는 기록과 유물을 통해 미술품 위조의 역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저자가 직접 겪은 미술품 위조 에피소드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상당히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는데도 글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미술사를 다루다 보니 수많은
"미술품을 위조하는 사람과 위조품을 적발하려는 사람의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 내용보기

<짝퉁 미술사>는 제목 그대로 가짜 미술품에 대해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전반부에서는 기록과 유물을 통해 미술품 위조의 역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저자가 직접 겪은 미술품 위조 에피소드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상당히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는데도 글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미술사를 다루다 보니 수많은 사람의 이름과 여러 가지 안료 등 갖가지 고유명사가 뒤섞여 나오고, 완전히 생소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글이 워낙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어서, 읽다 보면 가벼운 수필이라도 읽는 것처럼 페이지가 빨리 넘어간다. 전문용어를 주워섬기는 것보다 주요 개념을 쉬운 표현으로 풀어놓는 데 주력하고, 일반인 독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나 이해하기 어려워할 법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덕이다. 미술품 위조에 대해 관심은 있는데 전문용어에는 생소한 일반인 독자에게는 맞춤복마냥 딱 알맞은 책이고, 그 외의 독자에게도 교양서적으로서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두루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는 비단 각종 미술품 위조 사건뿐만 아니라, 미술품 위조에 대한 오해나 잘못 알려진 사실을 해명하는 데에도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고정관념을 논파하다 보면 관점에 따라서는 껄끄럽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도 있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런 대목을 피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감정가의 안목에도 한계가 있으며, 과학적 감정기술에는 허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내용이 그렇다. 호빙과 비슷한 연륜의 동료 감정가는 감정 의뢰품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도저히 진위 여부를 판정할 수 없어서, 비슷한 진품을 옆에 두고 한참 비교해보았을 때에야 문득 가품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연륜 있는 감정가도 이토록 힘겹게 판정할 수 있을 만큼 솜씨있는 위작이라면 대체 몇 명이 속아넘어갔을 것인지! 정말 잘 만들어진 위작이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진품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는 대목도 이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진품은 아무래도 화가의 컨디션에 따라 수준에 기복이 있기 마련이지만, 노련한 위작 전문가는 자신이 그린 것 중 최고만을 선별해 미술시장에 내놓기 때문이라나.

 

<짝퉁 미술사>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다루고 있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정 위조품이나 관련 에피소드에 대해 말할 떄에는 앞뒤 정황이나 위조된 미술품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등에 대해서 풍부하고 다채로운 설명을 곁들인다. 그리고 그런 에피소드들이 모여서 미술품 위조 이야기의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 보여준다. 기원전 지어진 한 신전에서는 갓 건축된 신전에 수백 수천년의 역사가 있다고 날조한 비석이 발굴되었는가 하면, 고대 로마에서는 그리스풍 위조미술품을 만드는 위조공방이 성업했고 근세 베네치아에서는 비잔티움풍 위조미술품이 조직적으로 제작되어 유통되었다. 진품으로 알고 속고 구매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진품을 손에 넣을 수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 구매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진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이 믿어주길 바라면서 위작인 걸 알면서 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위조된 미술품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미술품 위조가 근절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혹은, 위작을 빠짐없이 판별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감정기술이 발달하면 더욱 정교한 위조품이 나올 것이고, 동시에 그런 위조품을 식별하는 기술도 발달할 것이고, 어떤 식별기술이 알려지면 그 기술을 속일 수 있는 또 새로운 위조기법이 나올 것이고, 예전 기술을 보완하다 보면 또 새로운 위조 식별기술이 개발될 것이고.... 이 과정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돈을 좇아 자신의 재능을 미술품 위조에 쏟아붓는 사람과, 미술품 위조를 적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치열하게 활동하는 호빙 같은 사람이 있는 한은 말이다.

 

일급 위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일급 기술자가 아니라 일급 미술가이며, 진품 못지않은 위작은 진품 못지않은 창의력과 정성과 재능을 발휘해야 만들 수 있다고들 한다. 문득 위작 작가가 그 능력과 정성을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미술품 위조에 쏟아부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안타까워졌다. 그런 재능을 세상을 속이고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데 활용하다니. 17세기 그림을 위조하기 위해 당대의 화풍을 면밀히 연구하고, 17세기의 캔버스를 구하고, 심지어 17세기에 사용되었던 물감 묻은 팔레트까지 구하는 대목을 보자 찬탄이 저절로 나왔더랬다. 그 열정을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데 쏟았다면, 아니면 미술가가 되어 그 시대의 미술을 연구하는 데 쏟았다면 얼마나 생산적이었을까! 전문가가 솜씨에 탄복할 만큼 훌륭한 위작품 이야기가 나오면, 이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학문이나 예술적 성취 대신 대신 돈을 택한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 '돈'이 대중성이 아니라 위조라는 범죄행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타깝고, 통분할 일인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위조품이 수십 년 동안 버젓이 진품으로 여겨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눈앞에 나타난 미술품에 대한 의심과 신중함이 지나친 나머지, 진품을 가품으로 판정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저자 호빙은 자신이 보고 들은 여러 사례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경험담인 만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며 풍부하면서도 진솔하다. 특히 저자 자신의 오판이나 실수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고, 자신의 패착이 무엇이었는지 엄정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자신의 판단으로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쳤을 때에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 자신의 잘못은 숨기거나 변명하는 데 급급한 글을 워낙 많이 보았던 터라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책 자체로도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며, 미술사의 뒷이야기를 많이 알 수 있고, 전문적인 주제를 대중적으로 녹여내는 모범사례의 교본으로서도 손색없는 책이다.

p*******1 2010.12.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