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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이었던 지리학자 김정호
"'평민'이었던 지리학자 김정호" 내용보기
아마 김정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들 대동여지도로 유명한 조선시대의 지도제작자라고 학창시절에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호가 "평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호가 평민이라는 점이 왜 중요하나면, 우리가 학창시절에 잘못 배워온 김정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나아가 김정호를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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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김정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들 대동여지도로 유명한 조선시대의 지도제작자라고 학창시절에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호가 "평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호가 평민이라는 점이 왜 중요하나면, 우리가 학창시절에 잘못 배워온 김정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나아가 김정호를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요즘은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김정호에 대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의 서술은 "대동여지도 제작을 위해서 홀로 전국을 몇 바퀴나 돌고, 백두산을 7번이나 올라갔다." 는 식이다. 그 뒤에 국가기밀 누출로 투옥되고 목판이 불살라졌다는 얘기는 너무 허무맹랑하니 둘째친다고 해도, 김정호의 전국유람 및 백두산 등정설은 의외로 많은 이들이 아직도 믿고 있다. 전국공통 교육과정의 폐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200년 전 쯤인 김정호가 살던 시절에, 평민 중에서 전국을 한번이라도 일주해 본 사람이 있을까? 양반 중에서는 여유있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김삿갓, 이중환, 전쟁시의 군인, 혹은 청, 일본 등지로 왕래하는 외교관들은 직업상 장거리 여행을 많이 해 보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민은 시간적 또는 경제적 비용 부족, 농업중심 사회구조 등으로 인해, 태어난 곳 근처에서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정호에게 전국일주를 했냐 하지 않았냐를 가지고 지도의 정밀성과 연관시키는 것은, 평민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이다. 지금 시대에 교통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모든 이들이 세계일주를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반대로, 김정호가 평민이기 때문에 그의 지도제작 성과와 학자로서의 면모가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김정호는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양반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당대 최고의 전국지도 제작을 해 낸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하늘에서 하루 아침에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우수한 각 군현별 지리정보 기록이 체계적이고 누적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직접 전국일주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외에도 이전에 조선에는 우수한 전국지도가 많이 존재했다. 또한 이러한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양반들, 즉 신분의 벽을 넘어 김정호의 지도제작의 열정을 알아본 최한기와 신헌 등의 도움이 컸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평민 김정호는 만리재 자택에 앉아서도 전국지도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김정호의 일대기를 소설처럼 쉽게 풀어서 쓰고 있다. 저자는 역사지리학 전공자로, 조선의 고지도를 오랜 기간 연구하였다. 사실 김정호는 평민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기록이 거의 없다시피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평민도 남기기 힘든 "지도"라는 기록을 남겼고, 몇몇 공식기록과 지도, 그리고 저자의 상상력을 덧붙여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보인다. 일대기를 소설처럼 쉽게 서술하여, 금방 읽어지는 책이다. 지리,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은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고, 관련분야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사실 나도 지리학을 전공한다고 하면서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정호가 평민이라는 사실에 전혀 주목하고 있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김정호와 대동여지도, 나아가서 조선의 지리학과 지도학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가 중,고교 그리고 대학에서 배우는 지리학의 근간은 서양의 근대지리학이다. 서양의 근대적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의 전통지리학은 사실 별볼일 없었다고 여겨졌다. 측량기술도 없이 지도를 무슨 초딩 그림처럼 그려놓은 것들이 지리학이라고 하고 있으니... 대부분의 평가는 이러했다. 하지만 이러한 근대적인 시각을 벗어던지고 바라본 우리의 전통지리학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김정호와 조선의 지도제작에 관심이 생긴 사람은 같은 저자의 책인 <조선의 지도 천재들>, <근대를 들어올린 거인 김정호> 두 권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좀 더 심화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YES마니아 : 골드 r*****0 2011.09.01.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