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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시절 은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아이들은 너희가 죽고도 5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절대 그걸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명의 1권, 오창완 교수편-
ebs 명의 제작팀이 만든 좋은 책 '명의' 내가 읽을 요량으로 산 책은 아니었고 부모님한테 선물로 드린 책이었다. 집으로 책을 보냈던 것인데, 간만에 고향에 내려왔더니 어쩐지 끌렸다. 덕분에 하루만에 두권 독파! 빠르게 읽히지만 읽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던, 인간이면서 신인 명의들의 이야기다.
요즘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학교다니던 때도 의대나 약대의 인기는 한마디로 절정이었다. 이과쪽 학생들이라면 어느정도 자신의 수준을 인정하기(?)전까지는 누구나 한번씩 의대를 꿈꿔본 적이 있었으니 이 시대의 '의사'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갈망하는 직업이 아닌가싶다. 얼마전 아버지께서 코 수술을 받으시면서 대학병원이란델 가보게 되었다. 작년 초에 엄마 코 수술(물혹 수술이었던 것 같다.)을 맡아주셨던 교수님께서 아버지 수술도 집도하셨다. 그때도 그랬고 이번도 그랬지만 내가 본 그 선생님은 참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참 상냥하셨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던데 정말 감사했다.
그런 좋은 예도 있지만 조금 나쁜(?) 예도 있었다. 나는 대학 다닐 때 안과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수술 후에 예후도 살피고 검사도 겸할 겸 해서 안과를 몇 차례 더 방문했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큰 병원이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도 만만치 않았다. 내 기억엔 거의 1시간은 족히 기다렸던 것 같다. 기다리는 것이야 입구에서부터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었으므로 그다지 심통나는 것이 없었는데 이게 웬걸. 진료는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안과라는 진료 과목의 특성인 것인지 정갈하고 꼿꼿한 외모의 여자 의사선생님은 내가 조금이라도 물어본 것 이외의 추가적인 답변을 건넬때면 정색을 표하시며 나의 이야기엔 전혀 토를 달지 않으시고 그저 재차 '다시' 물으셨다. 아마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안과병원이 워낙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시고 그 분들 말씀에 하나하나 답변해주다보면 진료시간이 길어지는 일도 허다하니까 기다리는 환자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기 때문에 일부러 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일 거다라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어쩐지 좀 섭섭했다.
이런 좀 엇갈리는 두 개의 경험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나로썬 이 시대의 의사들이 뽑은 '명의'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꽤 궁금했었다. 진짜 명의란 과연 어떤 인간일까.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인간의 하루라는 것은 거의 없었고 오로지 아프고 병든 자들을 위한 하루만이 존재했다. 가족들과 외식할 시간도 없어서 병원 구내식당에서 외식(?)하는 의사, 가족들은 건강한 사람이고 환자는 아픈 사람이니까 아픈 사람이 먼저 아니겠냐며 결국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아야 했던 의사, 살려내지 못한 환자를 죽은 환자라 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환자라며 영원히 잊지 못하는 의사, 그들은 신음하는 자들의 영웅이었다.
사람에게, 어찌 사람에게 신이길 바랄 수 있는가. 모든 것에서 완벽하고 자신의 직업을 성직으로 여기며 그것에만 투신해주길 바라는 수많은 타인들 앞에서 더욱 의연해야만 하는 그들. 대부분은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단순히 '기술자'로 살아가는 것에 비해 진정 그 기대를 의젓하게 받아들여 '위대한 성직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이 책에 소개된 명의들이 아닐까 한다. 사람을 다루는 일은 잘해야 본전, 조금만 모자라면 금방 질책이 날아오는 참, 까다로운 분야가 아닐까 한다. 더더군다나 의사라는 직업은 그 지류야 여러갈래지만 근본적으로 인체를 다루고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지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들 속에서도 가장 존경받고 가장 가치롭게 평가되는 일이면서 그 수고로움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 자신이 짊어져야만 하는 거대한 죄책감과 가족들의 원성조차도 견뎌내야만 하는 어려운 일 아니던가. 그래도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1%의 희망이라도 걸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 명의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들이 있어서 우리도 그들이 거는 1%의 기대에 희망을 걸며, 또 그것이 실현되는 과정을 보면서 환희를 느낀다.
아! 명의들이여! 그런 기대와 희망을 져버리지 않고 오늘도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한 가운데에 서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가장 가까이 그리고 가장 기꺼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을 이 시대에 수많은 명의들에게 끝없는 존경과 감사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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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칠뻔했던 고품격 다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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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부모님이 많이 아프셨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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