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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아주 슬픈 소설을 한 권 만나서 실컷 울어봤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는데 쉽사리 만나지지 않았다. 슬픔의 정도가 미미한 책은 접했지만서두. 그런 바램이 이제서 이뤄졌나 보다.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고 아려서 눈물도 나지 않는 아주 기막힌 소설을 만났다. 기막힌 삶은 허구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연출된 상황으로 접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연을 대해보니 그 절절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구나.
김하윤은 작가로, 결혼했던 아내가 아이를 유산하고 더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태서, 손주를 원하는 시부모의 강권에 못이겨 집을 뛰쳐나간 아내를 20여년 유랑 세월로 찾아내지만, 그렇게도 찾았던 아내는 이미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형국을 본다. 아내를 찾아 헤맬때가 오히려 희망이 있어서 행복했다(하얀 기억속의 너/책)는 생각을 하며 그 무너진 가슴을 술로 달래면서 진도에 정착하기를 5년이 된 사내이다. 여전히 시린 가슴과 공허함을 달랠 길 없다.
낚시를 하던 중 자신도 알 수 없는 운명처럼 끌리는 여인이 눈에 들어오니 유은서. 그녀는 남자들도 힘든 월척을 30여분을 능숙한 솜씨로 실갱이하다 잡았으나 곧 미련없이 놓아준다. 그 기이한 행동도 그 만족한 미소도 그를 잡아끄는 힘이 작용함을 감지하지만 왜 그런지는 잘 모른다. 그러다 운명처럼 진도 국악원에 심취하여 공연을 보던날 북춤을 추는 여인에게 시선이 멈추니 그녀다.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만나기를 청하나 거절당하고 그녀에 관한 짧은 이야기만을 듣게 된다.
그녀를 만나고자 할 때는 거절이더니 포기하고 낚시를 간 곳에서 우연히 조우한 두 사람. 여전히 그녀는 상대에게 관심이 없고 낚시를 하다 너울성 파도에 둘은 흩어진다. 간신히 난간을 붙잡고 매달렸던 그가 떨어지자 뜰채에 빠져서 파도에 휩쓸리지 않은 여자를 발견, 그녀를 구하게 된다.
떠나간 아내를 잊지 못하는 김하윤에게 주부라 불리는 한 남자 있으니 유은서에게 삼촌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이남 역시 헤어진 여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임에랴. 우연히 찾는 여자가 유은서이고 그녀를 구하게 된 얘기를 듣고는 낚시를 떠난다. 거기서 유은서에 관한 가슴 아린 일부 이야기를 듣는다.
유상국선장은 금실이 유난히 좋은 아내와 딸 하나를 둔 선장이다. 재산도 넉넉하지만 그 후덕한 인심이며 인품덕에 칭송이 마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유난히 예쁘게 태어난 딸 하나로 모든 만족을 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딸 유은서는 단 한 번 부모의 바램을 어긴 게 국악과 선택이었다. 북을 다루는 소질을 어릴때부터 인정받아 온갖 대회를 휩쓸고 외국에 공연차 나갔을때 다급한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의 실종을 알리던 엄마는 졸도하여 뇌진탕의 가망없는 환자가 된다. 1주일후 돌아온 배에 아버지 유선장은 의식불명이요...
유은서의 부모를 위한 간병은 가망없음을 인정하는 의사샘이하 모든 분들을 물리치고 효심이 하늘에 닿아 아버지는 1년이 되는 싯점에서 어눌한 음성으로 딸 이름을 부르며 아주 조금씩 기적을 보인다. 아버지에게 힘을 실어줬음인지, 안심했음인지 그 사이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홀홀단신이라 느끼는 유은서에게 국악과 장교수이하 단원들이 망자에 대한 씻김굿을 해주고 자신 역시 망자를 위한 혼신의 북춤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간호하기를 3년. 퇴원을 이틀 앞두고 아버지를 모실 집을 둘러 보러 간 사이 아버지는 중환자실로 직행하고 결국 운명한다. 의문의 방문객이 다녀갔음만 안채로...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유은서가 동석하고 주부는 돌아간 섬에서였다. 아울러 자신의 기막힌 치부까지도 말이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로 모든 원인은 기관장 천귀덕이었음을 알게 된다. 경찰서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지 그새를 못참고 유은서는 직접 제보받은 곳으로 천귀덕을 찾아 나선다. 거기서 친구 명자와 장교수을 극적 해후하면서 걱정되는 마음으로 같이한 장교수와 유은서는 조타실안에서 짐승한테 능욕을 당한다. 장교수는 죽었고(의식이 없음을 확인) 유은서는 미쳤다. 욕심을 채운후 기관장은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다(고장난 기관실서 기계를 고치다)기계에 목이 절단당한채 죽는다. 자해와 자살을 거듭하던 유은서는 정신병원서 7개월 후 퇴원날 장교수를 만난다.
이런 기막힌 삶을 가슴에만 담고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유은서는 북춤을 춤으로써 자신의 영혼을 승화시킨 세월이 마흔이 넘는 나이가 되었고, 자신을 살려 준 은인이자 진정으로 아픔을 가진 작가의 책을 이미 접해서 살가운 사랑을 느낀다. 자신의 속내를 단 한 번도 세상에 꺼내놓지 않은 여인이 다 쏟아놓고는 단 한 번의 부탁을 한다. 단 한 번 여자이고 싶노라고. 단 한 번 여자이길 바란다고. 인간으로서의 깊은 슬픔을 서로가 감지한채 그들은 폭풍우속에서 5박 6일의 사랑을 나눈다. 오로지 그순간만을 위한 사랑이지만 그게 평생일 수 있음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떠올린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시간 속에서 사랑을 나눴지만 그 사랑이 오래갈 것을 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다. 하물며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아픔이람. 한 길 사람속은 정말 모를일이나 그렇게도 사람 보는 눈이 어두웠을까? 사람이 마음만 좋아서는 안되나보다. 자신의 목숨은 물론 온 가족이 풍비박산났다. 아버지 유선장도 당한 그런 악마에게 세상을 모르는 아녀자가 제 손으로 잡겠다고 너무도 무모하게 덤비다니 그 무지에 너무나 화가 났다. 제 명을 재촉하는 운명의 이끌림이었던지, 저승에 계신 부모님도 그걸 막지는 못하셨다. 유은서의 바보같은 행동에 너무나 화가 나고 분통 터지고...그러니 그 많은 세월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북춤으로 풀어내거나 겨우 애써 잡은 대어를 놓아주는 일로 세월을 낚았던 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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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구성
어떻게 이야기가 이루어져 가고, 어떻게 이야기가 만들어져 가는가 하는 것을 이 책은 알게 해준다. 작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든다고 한다. 작가의 작품 중에 ‘하얀 기억 속의 너’란 글은 작가의 절절한 체험이 담겨져 그려져 나갔다고 한다. 그 책은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헤어지게 되고, 그 여인을 찾아 20여 년을 방황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그 여인을 만났을 때 타인의 아내가 되어 있는 상황을 그려내었다고 한다. 이 책의 부분 부분에서도 인용되고 이야기의 복선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절절한 한이 스며있는 내용을 통해 우린 감동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생성되어 나가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의 큰 줄기는 2가지다. 하나는 서술자 하윤의 한이다. 아내를 잃어버리고, 홀로 작품을 쓰면서 남해의 진도에 정착하고 있는 하윤이 겪는 체험이다. 그 하윤의 눈에 다가온 한 여인, 이름이 은서인 그 여자는 북으로 한을 달래는 여인이다. 하윤이 그 여인과 만나 나가면서 운명적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 또 하나는 그 여인의 과거사다. 은서는 고명딸로 부유한 부모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받는 아이로 성장한다. 부모의 명을 하나도 거역하지 않을 정도로 부모의 마음에 들게 성장한다. 그러나 대학을 진학하면서 부모의 뜻에 반하여 국학과를 선택하게 되고, 국악에서도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로 그려진다. 이 책은 그런 은서의 ‘북 속에 담긴 한’의 근원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은서의 이야기는 3사람을 통해서 전달되면서 이야기의 안 부분을 이룬다. 액자 이야기다.
<외부 이야기>
글의 외부 이야기는 이렇다. 낚시터에서 하윤이 대물을 낚는 여인을 만난다. 그 여인이 낚시꾼이 20년 동안 낚시를 해도 한 번 잡을까 말까 한, 감성돔 대물을 잡아 놓아주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끌린다. 그리고 그 여인을 만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못 만나고 있다가 하윤이 자주 들리는 진도 국악원에 들려 국악을 듣다가 북춤을 추는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북춤에 매료되어 관람하다가 그 여인이 자기가 찾는 은서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곳에 근무하는 후배 이현우 집사를 통해 그녀에 관해서 듣게 된다. 그리고 그에 의해 그녀와 만남을 주선케 하는데 그녀가 거절한다.
그런 가운데 하윤은 마음이라도 다스릴 겸해서 곽도로 출조를 하게 되고, 그곳 민박집에서 우연찮게 은서를 만난다. 그리고 은서와 대화를 나누게 된 하윤은 은서에게 같이 낚시를 갈 것을 제의한다. 둘이 함께한 낚시터에서 예상치 못한 바다 기후를 만나고 파도에 은서가 휩쓸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것을 하윤이 자신도 바다에 빠진 상황에서 구하게 되는데, 그로인해 둘의 운명적인 만남이 지속되어 간다. 둘이 육지로 나왔을 때 하윤이 은서의 아픔을 위로해 주고자 그의 가까이 있으려고 하나, 은서는 냉정히 관심을 가지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런 관계로 하윤이 술을 먹으러 간 주부란 사람의 가게에서 은서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주부는 은서에게 삼촌으로 불리는 은서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다. 또 하윤과의 관계도 하윤의 작품으로 인해 호형호제하는 친한 사이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둘은 바다낚시를 죽도로 떠나게 되고, 죽도에서 주부를 통해 하윤은 은서의 아픔, 그 부분을 전해 듣는다.
그러는 가운데 은서가 그 섬에 낚시를 하러 온다. 이유는 하윤과 만나기 위해서 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게 만들어 간다. 그곳 사람들, 하윤 주부 상칠(주부의 친구) 은서 등은 하루 동안 같이 낚시를 한다. 그러나 주부가 장사를 위해 돌아가야 하고 주부의 친구인 상칠이도 배를 몰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하루 더 낚시를 하자는 은서의 조력자로 하윤이 섬에 남게 된다. 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아 다음날도 나기기로 했던 둘의 발이 죽도에 묶이게 된다. 둘은 섬을 산책하면서, 등대에도 가보고 술도 마시면서 은서를 통해 은서의 한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다.
<내부 이야기>
은서의 한이 내부 이야기로 외부 이야기의 안에 들어 있다. 이 이야기가 이현우 집사를 통해서, 주부를 통해서, 은서를 통해서 하윤에게 전달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은서의 가족 이야기다. 은서 아버지는 선박업을 하는 부유한 자다 그런데 하루는 바다에 나가서 실종이 된다. 그런데 그 배를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찾게 되고 아버지는 식물인간이 된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은서 아버지의 일은 당시 배에 함께 탔던, 그러나 상처를 들 입었던, 기관장인 천귀덕이 맡아 꾸려 나가게 된다. 은서 아버지는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산소 호흡기로 연명을 해나가는 상황이고, 어머니는 그길로 일어나지 못하고 사망한다. 아버지는 은서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던 지 깨어나 호전되어 가다가, 퇴원을 허락 받고 병원을 방문한 미지의 손님 있고 갑자기 사망하게 된다. 은서는 천지가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후 천귀덕이 모든 선박을 저당 잡혀 달아나 버리고 아버지의 재산이 그의 의해 횡령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고 삼촌의 도움으로 선박업을 재건해 나가려고 온갖 힘을 쏟게 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사인을 알게 된다. 그 흉수는 천귀덕이었다. 그후 은서는 우너수를 찾아 모든 것을 내던지고 방황하게 되고 결국 그를 만나게 된다. 천귀덕을 만났을 때 은서는 교수님과 동행해서 그를 찾고 있었는데, 천귀덕이 상황을 알아채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교수와 은서가 천귀덕과 함께 배안에 놓이게 된다. 그 안에서 배멀미를 하는 상황이 연출되며 정신을 놓아버린 두 여인이 천귀덕에게 능욕을 당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그 후 해경에게 구조되었을 때, 천귀덕도 기관에 몸이 끌려들어가 죽어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정말 파란만장하다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는 은서의 삶이다. 이것이 한이 되어 북춤 속에 그리 애련한 정조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자가 되고, 그것이 하윤을 만나나가는 과정이 신통치 못한 이유도 된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타인에게 들려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타인과의 관계가 새롭게 이루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하여 이현우 집사가 작가라고 소개를 하고 만나길 주선했을 때도 거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의 해소로, 은서의 마음이 열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하윤이 쓴 책이다. 그것을 통해 하윤의 아픔을 인식했던 은서가, 주부가, 둘에게 음식 대접을 해준 등대지기가 하윤에게 쉽게 마음을 내어놓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소설 속의 복선이라 할 수 있겠다.
둘은 은서의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이루어진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지닌 둘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모든 언행으로 사랑을 확인해 나간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사회적인 제약이 없는 죽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날씨가 맑아지고 진도로 나왔을 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로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사회적 제약이 주는 한계였으리라 생각해 본다.
마무리
참으로 흥미진진한 얘기다. 구성도 탄탄하다. 책을 만나고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감동을 지니고 읽을 수밖에 없도록, 안타까움을 지니고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나간다. 바다낚시와 국악, 그리고 인간의 사악한 마음까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삶의 문제와‘한 순간이 얼마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가’ 하는 내용들을 타인의 삶을 통해서 간접 경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오랜만에 재미있고, 감동 깊게 읽었던 책이다. 글을 이루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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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자전적 실화소설이 바탕이 된 『하얀 기억 속의 너』에 이은 사랑의 감동소설!
하얀 기억 속의 너를 떠나보내고 두번다시 사랑이라는 단어는 하윤에게 없을 줄 알았다. 그랬던 그에게 진도의 어느 섬에서 맞이하게된 여인....은서 대어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시 잡았던 대어 '감성돔'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한 생명을 다시 놓아주는 일...그녀에겐 '감성돔'이 아니었고 한 생명이었던 것이다. 그 생명을 놓아줄 때의 처연함과 슬픔과 한이 복합적으로 내포된 그런 표정. 그 표정에게서 하윤은 눈을 돌리지 못하고 그대로 그 모습에 박혀버린다. 운명이란게 이런걸까. 어느순간 어느 한 장면에서 그 사람에게 꽂혀버리는것. 그 사람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버리는것....한 줄기 햇살도 내 허락없이 들어와 가슴에 얼굴에 박히는 것처럼 그렇게 그렇게 내 가슴속에 들어와 버리는 그런 운명적인 사랑이 정말로 있었던 걸까.
달빛처럼 은은한 자태에 아름다움이 순백색이었던 그 은서에게 상상도 못할 아픔의 고뇌와 상처 저주하리만큼 운명적인 그 삶의 고백들을 받아들이면서 하윤이 은서에게 가지게 되었던 그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남도국악원'에서 하는 공연중 그녀 은서가 보여줬던 북춤! 신들린듯 처절하리만큼 가슴 저미는 불행과 슬픔, 아픔. 여린 가슴속 불화로 같은 한을 삼색 북채로 다스리던 여자! 나이 마흔이 넘도록 사랑 한번 해보지 못하고 오직 북통 하나만을 가슴에 안고 한을 누르며 안간힘으로 신명을 덛우던 여자. 그 북 하나로 활화산 같은 그 한을 그 마음을 다스리던 여자. 그런 은서를 사랑하게 되었던 하윤. 그들에게 운명은 한번도 그들의 관계를 비켜가지 않았다.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그런것이 아닐까. 인위적으로 만들어가고 노력해서 억지로 그 운명을 잡아서 만들어진 그런 사랑이 아닌.. 이제는 놓고 싶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운명을 놓을 수 없는 그 현실속에서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마음을 거짓없이 보여주는 것...그뿐이었다.
오래전에, 실화소설 사랑에 대한 그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자전적 실화소설을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읽었던 때가 떠오릅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리고 너무나 시렸던 그 기억으로 사랑이야기는 감히 책장을 넘길 마음의 힘이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풋풋한 때가 아니어도, 나이 지긋한 황혼의 뒤안길에서도 다가오는 운명적인 사랑에 가슴 절절한 아픔을 느낄 수는 있나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여러가지 모양이 있고, 시대에 따라서 각박해지는 모양새가 있기는 하지만, 김상옥님의 운명적인 사랑을 대하면서, 그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과 아름다운 마음이 함께했던 가슴 절절한 그 사랑을 맞이하면서, 더 많은 이들이 물질에, 문명에 시대에 휩쓸린 사랑이라는 모양새만 갖추고 살것이 아닌, 진정한 사랑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을것만 같습니다.
"또 한 번 사랑을 떠나보냈지만 그 사랑에 감사합니다." 김상옥님의 독백을 읽으며 한가지 소망을 품습니다. 서망항에서 보냈던 사랑하는 사람과 그와 함께했던 모두의 사랑이 더 평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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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정리하다 책 한권을 찾았다. 읽지 않았던 책인데, 책장 깊숙하게 꽂혀있는 걸 발견하고는 이게 뭔가 했다. <북치는 여자>. 무슨 제목이 이래? 다시 꽂아놓으려다, 김상옥이라는 작가를 발견하고 책장을 넘겼다. 누가 북을 친단 말인가? 제목만 봐서는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다. 여자는 왜 북을 칠까? 북소리를 들은적이 있던가 생각해 봤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우리의 소리를... 얼마전에, 북만으로 사람 가슴을 녹여낼 수 있다는것을 국립국악원에서 북을 치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북소리만으로도 사람을 녹일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김상옥 작가의 <하얀기억속의 너>를 꽤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난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내용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한 사람을 이렇게 사랑하고, 그 슬픔을 이렇게 삭일수가 있구나 싶었다. 그 김상옥의 소설,<북치는 여자>. 제목 한번 참 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제목만 읽고는 별로 일고 싶은 소설은 아니니 말이다. 어쨌든, 끊임없이 북을 치긴한다.
소설 속 하윤은 김상옥이다. 소설 속 주인공 하윤은 <하얀기억속의 너>를 쓴 작가로 분해 있고, 그는 진도에서 5년이란 시간동안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운명적인 여인을 만난다. 바다낚시를 하는중 너무나 유연하게 낚시를 하고, 남들은 너무나 힘들게 낚는 고기를 낚아서 방생을 해버리는 그녀. 그녀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다시 만날수 있을까? 그리고 운명처럼 그는 그녀를 만난다. 요즘세상에 누가 그렇게 북 소리를 들으러 갈까? 그곳에서 북을 치는 그녀를 만난다. 그녀... 다시 만나고 싶다. 만나고 싶어도 자꾸만 자신을 피하는것 같은 그녀. 작가의 위치로 생각하기에 그녀는 그를 피한다. 그리고 떠난 바다 낚시에서 하윤은 그녀, 은서를 만난다.
너무나 예쁜 그녀, 유은서. 그곳에서 듣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 또 한편의 슬픈 이야기가 쓰여진다. 사람의 인생이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렇게 애지중지 사랑을 받고 살아오던 그녀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어쩜 그렇게도 꼬일 수 있을까?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이 나오고, 그 예쁜 그녀의 삶이 왜 그리도 고달플까? 그녀는 왜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까? 가슴아픔을 자신의 삶을 꼭꼭 가슴에 담아두는것이 힘들었을것이다. 힘이들어서 힘이들어서 이렇게 터 놓고 나면 조금은 유해졌을것이다.
파도로 인한 5박 6일.. 그녀의 삶도 그의 삶도 그렇게 바뀌어 간다. 기약없이 떠나는 그들. 다시 만나길 바란다. 어디에 그녀가 있는지, 어디에 그가 있는지 둘다 알고 있건만, 왜 이리도 헤어짐이 영원처럼 느껴질까? 사랑은 사랑이다. 그 사랑이 어떻게 한정된 공간에서만 가능한 걸까? 그들의 사랑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 꽃다운 젊음이 사라진 유은서와 하나의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김하윤의 사랑이 맺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두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제목은 좀 그렇지만, 난 이런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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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치는 여자>는 쉽사리 어떤 색깔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사랑! 영원한 인간의 테마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한 여인을 알고 그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싹트는 마음으로 그리고 있어서 더욱 애잔하게 독자의 마음을 파고 듭니다. 작가인 김하윤이 우연히 유은서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여인의 애절한 삶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묘하게 사랑의 감정이 따뜻하게 묻어난다는 것을 책내용 전개의 호흡처럼 천천히 독자들이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지요.
낚시터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이 책 내용의 전개에서 김상옥 작가의 감칠맛나는 문체 구사에 매료되었습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가면서 다음 이야기의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전개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세밀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문체로 집중력을 갖고 읽어내려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면에 개인적으로 내 성향과 잘맞는 소설을 만났다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사실을 토대로 저절로 공감하게 되는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점 내용 속으로 이끌려가는 자신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공감을 자아내는 내용과 주제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김상옥 작가에게로 이끌리는 매력이라는 생각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느껴지더라고요. <북 치는 여자>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 공감력이 더욱 크구나라는 것을 깊이있게 느낄 수 있었지요.
사람 냄새 나는 이 소설 속에서 기구한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나의 모습인지도 모를 유은서를 만나고 애잔하게 그녀를 다독이는 김하윤 작가의 감정의 변화를 만나면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란 과연 무엇을 좇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진지하게 빠져들 수 있어서 의미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간 내면의 희로애락에 대한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시간을 허락해주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에서도 고마움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김상옥 작가만의 섬세하고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매료되는 시간을 갖게 되어 기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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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옥이란 작가의 글들은 픽션이아니다. 첫작품인 하얀기억속의 너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출간했고 다음 작품들도 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물론 북치는 여자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속에 나오는 진도에 관련한 내용들이 사실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은서가 죽은 엄마를 위해 씻김굿을 하는 장면은 글로읽는데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진도의 씻김굿이 유명하고 가락이 애잔하면서도 가슴깊숙한 감정을 불러이으키는것이 평소에도 좋아했다. 씻김굿이 간단하게 상여를 메고 나가는 것만 있는줄 알았는데 총 13굿으로 되어있고 은서를위해 은서가 다니다 중단했던 학교의 은사님과 학우들이 13굿을 다 해준것이다.
김상옥이 진도에 내려와 살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상옥은 낚시를 좋아해 바다낚시를 떠나고 그곳에서 대물을 흐트러짐없이 잡고 방생을해주는 묘령의 여인을 만난다. 그런데 그녀가 상옥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상옥은 꼭한번 다시 그녀를 만나고싶어 그녀의 행방을 추적한다. 상옥은 우연히 그녀에관한 소식을 듣게되고 만남을 갖고자 하지만 그녀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한다. 하지만 은서와 상옥의 인연은 그게 끝이 아니었나보다 둘은 낚시터에서 또다시 만나게되고 상옥은 그녀의 아픈 사연을 듣게된다.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과 사랑하는 부모님을 떠나 보내야했던 은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메이길 몇년 다시만난 그녀는 이미 다른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려 돌아설수 밖에 없었던 상옥 두사람은 외딴섬에서 서로의 아픈 상처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게된다.
진도와 한이란 단어가 너무잘 어울린다. 바닷가에 사는 여자들은 배를타고 고기잡이를 떠난 남편이 살아돌아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돌아오지 못한 망자를 위해 행했던 씻김굿을 은서의 사연과 연결되어 나오는데 국악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충분이 공감할수 있는 내용으로 평소 관심있는 분야의 내용을 접해서 더욱 좋았던 글이다. 이글은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가족이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뒤돌아볼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것 같다. 은서가 모든걸 포기하고 지키고자 했던 부모님을 보내고 새로운 삶을 살수 있었던건 제목에서 나왔듯이 북 우리의 장단이었다. 은서가 북을통해 또다른 행복을 찾길 간절하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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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있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여자. 여고 시절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도북춤에 빠져 국악을 전공하게 된 여자. 하지만 기구한 운명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나이 사십 되도록 제대로 된 사랑 한번 해 보지 못한 여자. 여자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북춤을 통해 잊으려하지만 오히려 켜켜히 쌓인 한이 나타나는 여자. 그녀의 이름은 은서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역시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지만, 애를 못가진다는 이유로 부모에게서 쫓겨난 아내. 그는 아내를 찾기 위해 20년간 전국을 유랑했고, 결국 아내를 찾았지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는 엇갈린 운명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그 아픔을 잊으려 진도 바닷가에서에 와 생활하는 남자. 그의 이름은 하윤이다. 은서와 하윤을 만나게 해주는 끈은 낚시다. 바다를 배경으로 둘은 낚시를 통해 처음 만났고, 낚시를 통해 인연을 맺어간다. 기구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비슷했고 아픔을 간직하고 산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는 과거를 가슴 한가운데 간직한채 한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반면 남자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하얀 기억 속의 너>라는 책을 통해 털어버리려고 했지만 대신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체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난뒤에야 김상옥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사랑을 그려내는 작가라는 소개글이 이해가 간다. <하얀 기억 속의 너>라는 책을 소설 속에서 소개하는 대목에서 하윤이 저자 김상옥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북치는 여자인 은서는 누굴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작가가 만들어 낸 사람일까? 아니면 작가가 만났던 사람일까? 기쁨은 여럿이 나누면 배가된다고 한다. 반면 슬픔은 여럿이 나누면 나누는 만큼 작아진다고 한다. 가슴이 아파본 사람만이 가슴이 아픈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다. 맞다. 내가 아파보지 않고 남이 아픈 것을 이해한다는 건 어쩌면 위선이고 사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소설에서 처럼 내 아픔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세삼 느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지만 인연의 끈은 이 둘을 맺어주지 못할 것만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을 누르고 있었던 과거 만큼은 더 이상 짐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싶다. 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을 만났다. 제법 두꺼운 책인데 작가를 따라가다보니 술술 읽혀지는 책이다. 조만간에 소설 속의 하윤이 썼다는 <하얀 기억 속의 너>라는 책도 읽어봐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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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왜 이렇게도 힘든 걸까? 다른 사람들은 다들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자신과 은서는 왜 눈물을 흘리지 않고서는 내일을 바라보기가 힘든 걸까?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었다. 우리 두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게 해 달라고, 눈물로 지새운 세월을 모두 보상해 달라고.(p221)
삶이라는 것이 내가 바라는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이란, 인생이란 편안함을 주면 억울한 모양이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웃는 날보다는 오히려 괴로웠던 날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단지 짧은 웃음의 날로 그 긴 괴로움의 날을 변명하면서 그것때문에 웃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속의 주인공 하윤은 마음속 깊은 아픔때문에 오래도록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도가 치는 해안마을에서 하윤은 그 바람에 자신의 고독과 아픔을 실려보내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신의 아픔을 떠나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여인. 그녀는 북춤을 춘다. 그녀는 낚시를 한다. 그리고 그녀는 슬픔을 간직한 얼굴을 하고 있다. 가슴 저리는 아픔을 가진 자만이 그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윤이 그랬다. 그리고 북춤을 추는 그 여인도 그랬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여인의 행적을 찾아본다. 그것은 서로가 닮은 꼴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나보다.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느낌이다. 인생의 깊음을 느낀다고 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이다. 하지만 글이 말하고 싶은 내용이 그렇다.
또 우연찮게 하윤과 은서는 얽힌다. 은서를 바라보면 왠지모를 가슴 저려옴을 느끼기 때문에 하윤의 본능은 그녀를 바라보게 했나보다. 그저 옆에서만 있어주고 싶은 마음..그리고 그녀가 간직한 깊은 슬픔에 대한 안타까움은 절대 이성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슬픔은 슬픔을 알아본다. 그리고 고뇌는 고뇌를 알아보기 때문이리라.
실화를 주제로 사랑이야기를 쓴 김상옥 작가가 5년만에 독자들에게 선물한 책이다. '20세기 마지막 순애보'라는 칭송을 들은 『하얀 기억 속의 너』는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책이라 한다. 그가 다시 내놓은 사랑의 이야기가 바로 『북치는 여자』이다. 북춤은 농악의 북잽이가 주로 추던 춤으로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가장 발달한 춤이다. 경사도 지방의 농악에서는 북이 약간 크며 자진가락이 적은 대신 원박에 맞추어 힘차게 치면서 춤을 추고, 전라도 지방에서는 자진가락으로 장단과 장단 사이에 엇박으로 다양하게 북을 치면서 춘다. 따라서 경상도 지방의 북춤은 남성적인 반면 전라도 지방은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북을 끌어안고 한 발 한 발을 옮기며 사뿐히 날아가는 듯한 춤사위속에 둥~둥~울리는 북소리는 가슴속의 그 무엇을 토해내는 소리가 아닐까.
북치는 여자 은서의 춤은 한이 서려있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그녀는 북춤으로 표현한다. 그렇게라도 풀어내야 그녀는 살 수 있다. 그것이 본능이다. 아무리 죽을 지경의 삶이라도 해도 본능은 살아남아야한다는 그 무엇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는가 보다. 그런 은서에게 하윤은 또 다른 삶을 향한 숨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한 만난 인연인 하윤 앞에서 그녀는 가슴속의 모든 슬픔을 다 토해낸다. 그녀의 삶, 그녀의 삶, 그녀의 삶.. 몇번의 그녀의 삶에 대해 말하여야겠지만 책을 읽은 나 역시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그 슬픔은 책속에 고스란히 전해오기 때문에 감히 이러쿵저러쿵 운운하기조차 미안하고 또 미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픔을 들어가면서 하윤 역시 자신 속에 있던 슬픔을 토해낸다.
사람은 저마다 희노애락이 있잖아요. 즐겁고 행복한 것은 누구에게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불행하거나 자신에게 치욕적인 일들은 타인에게 말하지 못하고 가슴속 깊이 묻어두잖아요. 그런데 가슴에 쌓여 있는 것이 무엇이던 자신의 심중을 모두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아마 그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p276)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나만의 아픔이 가장 크고, 풀어낼 수 없는 족쇄로 여겨지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은서가 말하듯이 가슴에 쌓은 것을 풀어내는 순간 또 다른 새로운 삶은 다가오고 있음은 독자들은 아는지..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은 괴로움에 둘러싸인 삶이라도 그것이 끝이 아님을, 내 입으로 사랑운운하면 낯뜨거울지 모르는 그 느낌이 결국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감을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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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여자
*은서: 이제 더 이상은 과거에 얽매여 괴로워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을거예요. 힘들어 한다고, 괴로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으니까요. 이제는 잊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아니, 잊히기를 간절히 소망하겠어요. -276쪽- 국악이 너무 좋아서 국악인이 되었던 은서. 아무 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정말 어려움 없이 예쁘게 성장한다. 부모님은 하나뿐인 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면서 최선을 하다는데......장래를 촉망받으며 북을 치는 국악인의 길을 걷던 은서에게 너무나 사랑하는 부모님의 죽음은 견딜 수 없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넋을 담아 북을 친다. 부모님의 마지막 떠나는 길목에서도 북을 치며 혼을 실은 북 장단과 함께 부모님을 떠나보낸다.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진실은 그녀를 더욱 더 힘들게 만들고 도저히 여린 그녀가 버틸 수 없는 상황과 주체할 수 없는 아픔 앞에서 자꾸 무너져 가고 과거 속에서 방황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찾아든 사람은 그녀에게 과거를 버림으로써 다시 살아갈 용기를 가지라 한다.
*하윤: 과거는 그냥 과거일 뿐이야. 행복했던 과거든 불행했던 과거든, 어차피 이미 흘러가버린 거야. 과거는 죽은거라 말할 수 있지. 그래서 과거에 연연하면 현재와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못돼. 그리고 내 자신은 나 스스로가 다스려야 해. -277쪽- 민속 공연장 에서 우연히 북 치는 여자 은서를 발견하고, 자신이 그토록 찾던 여자라는 걸 알게 된다. 하루 하루 그녀의 주변을 맴돌면서 은서의 과거을 쫓아가다가 왜 그녀가 그토록 처절하게 혼을 담아 북을 치는지를 알게 된 하윤은 자신의 아픈 과거를 생각하며 자신보다 더 은서의 고통에 마음 아파한다. 그리고 조금씩 은서의 마음의 문을 열어 그녀가 다시 세상 속에 살아갈 용기를 주는데...... 작가이기도 한 하윤역시 자신의 과거 속에서 늘 힘들어 하면서 과거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하게 된 사람으로 여전히 과거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은서를 만나고 은서를 알아가면서 그녀에게 하는 조언들은 어쩌면 하윤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들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사람들일수록 아픔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하윤은 은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고, 결국은 방황하는 은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픈 과거는 있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윤을 말처럼 과거는 그냥 과거일 뿐 이제는 나 스스로가 나를 다스리고 행복한 과거였든, 불행한 과거였든 그것들을 놓아주고 싶어졌다. 하윤과 은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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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파도 위에서 부르는 사랑노래인 북치는여자는 책을 손에 잡는 순간부터
kok50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