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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바흐와 피아노 선생님
유일하게 받은 사교육이 피아노 강습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주변의 친구들이 대부분 바이엘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둘 때, 학원 가기 싫다는 말을 할 정도로 용기가 있지 않았던 나는 계속 학원에 갔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들이 놀렸다. 계집애도 아니고 피아노는 배워서 뭣 하냐고. 피아노 선생님께 상담을 했다. 어떻게 맞받아쳐야 할까요.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 그리고 쇼팽은 모두 남자였어."
그 말을 듣고 새삼스레 나의 XY 염색체가 자랑스러워졌다. 내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의 학생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선생님들도 모두 여성이었다. 그런데 여성들이 아닌 남자들이 위대한 작곡가, 연주가의 대다수를 차지했다는 말은 남자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몰랐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성사로 세계사를 재해석하려고 했던 거다러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성은 역사 속에서 항상 존재하고 활동했지만, 가부장제가 여성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여성들의 활약상을 은폐했다고. 아마 예술사에도 마찬가지 해석이 적용될 것이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여성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해당 분야에서 소외되었다. 교육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남자들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배제되고, 물리적 정신적 폭력에 시달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류사는 남성사가 되어 버렸다는 게 페미니즘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2.여성사 관점에서 본 서양 미술사
『게릴라걸스의 서양 미술사』는 여성사 관점에서 본 서양 미술사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저자 '게릴라걸스(Guerrilla Girls)'는 미국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항거하는 예술가 집단이다. 이들은 난데없이 등장하여 고릴라 탈을 쓰고 온갖 착취와 억압에 저항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는 두 가지의 기본적인 시각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게릴라걸스가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함께 주장하는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페미니즘 담론의 진행 추이를 알 필요가 있다. 1세대 페미니즘을 선도한 서구 유럽의 페미니스트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백인 중산층의 운동이라는 이미지를 페미니즘에 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페미니즘이 유색인종, 노동자 여성을 소외시켰다는 비판을 안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스피박은 크리스테바가 이러한 오류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즉, 페미니즘이 인종 모순과 계급 모순을 무시하는데 기여하며 정치적 보수화를 촉진시켰다는 말이다.
후기식민주의적 페미니즘의 비판을 수용하여 게릴라걸스는 이 책을 통해 여성사적 관점과 인종 차별이 없는 세계사적 기술을 통해 미술사를 다시 기술하려 한다. 미술사의 주인공은 남자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는 게 이 책의 요지이다. 책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대부분 생소하다. 미술사를 수놓은 위대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피카소, 로댕, 고흐 정도밖에 모르는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통찰력을 전달해 줬다.
3.여성 화가 발굴하여 알리기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역사 속의 페미니스트』가 그렇듯 여성사적 접근은 어렵다. 논리적 전개나 문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이 모두 생경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잘 읽히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여성사가들은 잊혀진 여성 인물들을 발굴하여 알리려고 할까.
또다시 거다 러너의 역사관을 인용하자면, 바로 변증법적 발전에 대한 신뢰가 있기 대문이다. 헤겔의 변증법은 정반합을 통한 발전을 의미한다. 인류사의 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 속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正). 여성은 언제나 인류사에 존재하고 활동했다(反)
헤겔의 변증법에서 대립되는 두 개념을 종합(合)하는 것이 정신(Geist)이고, 정신의 역사가 세계사라고 한다면 여성사에서는 은폐된 여성의 목소리를 발굴하여 새로운 역사를 정립하는 행위가 합이다.
이 책은 재기발랄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미술사조에 대한 일반론적 접근이 소개되는가 하면, 실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과거에 활약했던 화가가 현재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게릴라걸스의 펜을 통해 재구성되는 장도 곳곳에 등장한다. 르네상스맨을 어찌할 수 없는 마초맨으로 묘사하는 대목이나 여성화가는 이미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품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가로 성공하지 못해도 먹고 살 일을 걱정해도 되지 않아야 한다는 비꼼은 통쾌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다만 게릴라걸스의 예측할 수 없는 퍼포먼스 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구성으로 인해 가독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데리다나 폴드만이 강조한 '꼼꼼한 읽기'의 미덕을 생각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정독의 필요성이 있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난잡한 문제를 소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한 마디로 요약해달라고 한다면…….
상동염색체 한 쌍의 차이로 인류의 절반이 차별받는 가부장제의 세계관을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려고, 정도가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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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속상하다 내가 여성이라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흔히 미술사 하면 남성중심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도 왜 이렇게 되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참 어이없으면서도 속상한 일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말 열정과 재능이 뛰어난 많은 여성화가들이 묻혔고 교육의 기회조차 없었던 시대..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남성중심인 미술사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책 구성 자체가 재미있다 명화에 게릴라 걸스의 상징인 고릴라가 삽입이 되어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들은 왜 하필이면 고릴라를 선택한 것일까? 이유가 궁금해진다
남성미술사가나 평론가들에 의해 폄하되었던 여성화가들에게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지켜온 그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게릴라 걸스의 이런 노력들을 알지 못했다면 전혀 여성화가들에게 대한 이야기를 알지 못했을 나의 무식함에 대해 반성을 한다 특히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은 단순 꼿그림인줄 알았다 이 책을 넘기다 우연히 딱 눈에 들어와서 꽃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었다니...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화가들 중에는 신사임당..나혜석을 아는 것이 고작.. 정말 나 자신에 대해 실망스럽다.. 하긴 문학에서도 허난설헌 정도를 아는 것이 나의 지식의 한계.. 부끄럽다.. 같은 여성으로서 이렇게 둔감해서야.. 반성의 기회가 되는 책이었다
이 책 재미있다 전개의 형식도 다양하다 편지나 인터뷰의 형식부터 전기의 형식까지..^^ 하지만 페이지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고 몇 화가들에 대한 특징을 보이긴 했으나 자세하진 않다 여러 여성화가들에 대한 전기나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