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와 결혼에 관해 대표적인 고전 작가를 뽑으라 하면, 단연 제인 오스틴을 뽑을 것이다. 그녀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제인 오스틴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통해 연애에서 결혼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제인 오스틴은 연애와 결혼의 과정에 인물들을 하나씩 세워 놓고 인물들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토해내도록 한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의 매력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누구보다 솔직한 감정 표현은 제인 오스틴 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이성과 감성》은 대시우드 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헨리 대시우드에게는 아들 하나, 그리고 지금의 부인 사이에서 얻은 딸 셋이 있다. 노어랜드 영지를 보살펴 주었던 헨리는 자신이 재산을 상속받아 세 딸에게 나눠주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헨리가 죽으며 아들 존에게 세 딸과 아내를 부탁한다고 유언을 남겼지만, 존의 아내의 반대로 그들에게는 재산을 조금만 떼어주게 된다. 대시우드가의 자녀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들은 단연 첫째 딸 엘리너와 둘째 딸 메리앤이다. 첫째 엘리너는 깊은 이해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애로운 성품을 가지고 있어 강렬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에 반해 메리앤은 너무 지나친 열성을 가지고 있어 슬픔이나 기쁨을 쉽게 절제하지 못하지만 아량이 넓고 상냥해 모든 인물들이 좋아한다. 그러니까, 《이성과 감성》의 이성은 엘리너를, 감성은 메리앤을 가리킨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자매는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른 형태로 반응한다. 엘리너는 에드워드에게 오래된 약혼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최대한 그 감정을 절제한다. 오히려 에드워드의 약혼녀가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결혼 승낙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것까지 들어주기도 한다. 너무도 담담한 엘리너의 태도와는 달리, 메리앤은 사랑의 열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사랑인 윌러비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들은 메리앤은 그 충격을 그대로 흡수한다. 슬픔을 그대로 표현하고, 더 나아가 외출을 삼가는 등 그녀 자신을 누구보다 가련한 여주인공으로 만들어간다. 너무나도 다른 두 자매 사이에서 제인 오스틴은 인물의 성격과 감정을 잘 표현해낸다. 이 두 자매를 중심으로 제인 오스틴은 여러 인물들을 연결 짓는다. 현대 소설의 복합적인 인물들과는 다르게 이 인물들은 평면적이어서 그 특징들이 두드러진다. 제닝스 부인은 오지랖이 넓어 주변 인물들의 일에 먼저 나서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성품이 가진 인물이고, 레이디 미들턴은 오만적인 태도를 보여 에드워드의 약혼녀인 루시의 아첨을 굉장히 호감적으로 받아들인다. 소극적인 성격 탓에 입을 잘 열지 않는 에드워드나 진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브랜드 대령 등 《이성과 감성》의 인물들은 제인 오스틴의 손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내가 그분만 사랑했던 건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편안함도 소중했기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이젠 거기에 대해서 별 감정 없이 생각하고 말할 수도 있고. 나 때문에 네가 힘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했듯이 난 이제 별로 고통스럽지 않으니까. 내겐 나를 지탱해 주는 것들이 많아. (p. 324) 엘리너는 자신이 절제해왔던 속마음과 감정들을 동생 메리앤에게 털어놓는다. 지나친 열성으로 슬픔과 기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메리앤은 사랑의 아픔을 극복해가면서 "감정을 절제하고 성격도 고칠 거야. 이제 내 감정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야.(p. 427)"두 자매는 그렇게 한층 더 성숙해져가며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이성과 감성》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나는 이성적인 사람인가, 감성적인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엘리너와 메리앤의 상황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는 가정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이성과 감성, 이분법적으로 정확히 나눌 수 없는 그 사이에 머물러 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고 다시 생각할 뿐이다. |
|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보고 문장으로 만나고 싶어 펼쳐든 책 세익스피어에 이은 지난 천 년간 최고의문학가로 꼽힌 제인오스틴의 첫 번째 소설은 1,811년 작품으로 무려 210년 전 소설이다.
궁금증을 자아낸 소설의 제목 이성과 감성은 주인공인 언니 엘리너는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난데 비해 동생 메리안은 자신의 감정을 충실히 따르는 점에서 기인한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다. 언니 엘리너는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결혼약속을 받아내지 못하고 동생 메리안은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버림받는다. 결혼을 인생의 목적으로 여기는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돼있어 읽기가 불편하기도 기막힌 문장에 반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그 시대의 사랑이 그렇듯 자매는 결혼하고 해피엔딩을 맞지만 독자는 생각에 잠긴다.
사랑이 전부가 아닌 세상에 사는 탓에 어디에 열정을 쏟고 어떻게 이성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지나친 감성은 묻어둬야 하나. 드러내도 괜찮은가.
분명한건 일편단심 브랜드 대령 같은 인물도 현대사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정도. 그럼에도 명작은 많은 것을 남긴다. 오묘한 색상으로 기획된 펭귄클래식 전집에 괜한 욕심이 생겨 세계문학에 손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출판사의 기획력에 박수를 보내며 다음 책도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성과감성 #제인오스틴 #펭귄클래식 #웅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