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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동안 미국에서 벌어졌던 내전. 링컨의 노예제 폐지라는 알량한 명분이 만들어낸 지난한 남북전쟁. 작가 로즈메리 웰스는 남북전쟁의 가장 참혹한 전투로 기록되는 샤프스버그 전투를 배경으로 한 실화를 소설로 재현해낸다. 12년이라는 철저한 자료 수집과 고증을 통해 아픈 역사를 하나하나 되짚는다. 특히 12살 소녀 인디아의 성장기가 어우러지며 전쟁의 피폐함 속에서 잉태된 희망을 이야기한다. 핏빛으로 물든 전장에서 죽어간 병사들의 영혼이 조각나듯, 그렇게 붉게 물든 하늘에 떠있는 조각달을 바라보며 말이다.
인간의 교만이 빚은 전쟁의 상흔 역사는 승리한 자들이 써내려가는 시나리오다. 링컨의 노예 해방, 그리고 남북전쟁은 어디까지나 명분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이나 이라크 침공에서 보여줬듯 철저하게 소수의 권력과 안위를 위한 침략이었다. 하지만 침략한 자와 침략당한 자, 선전포고를 한 자와 거기에 응수한 자 모두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 죽고, 죽이는 굴레에 빠지고 만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남북이 치열하게 부딪혔던 버지니아주 일대다. 우린 북군의 승리를 이미 알고 있지만, 이 소설에선 그런 전쟁의 명분과 승리보다는 철저하게 유린당한 인간 군상의 아픔을 담고 있다. 12살 인디아에겐 모든 게 낯설다. 전쟁을 왜 하는 것인지, 남북의 사람들이 모두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데 누가 옳은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병약자를 제외하곤 모두 전쟁에 참여해야 할 즈음, 인디아의 아빠는 남군의 필연적인 패배, 링컨의 노예제 해방이 역사의 흐름임을 알면서도 남군에 입대한다. 그리곤 죽음을 맞이한다.
"이유가 뭐예요? 왜 아빠가 전쟁터에 가야만 했어요?", "남자라서 그래. 핏속에 뭔가가 있으니까. 그게 삶이란다. 여자는 예리한 혀로 갈등을 잠재우지만 남자는 주먹과 총으로 상황을 해결한단다. 결코 만족을 몰라... 마을 전체를 내줘도 아깝지 않을 남자들이 쟁기와 연필을 내려놓고 입대하고 있어. 꽃이 해를 향해 얼굴을 내밀듯 말이야."
그럼에도 한 소녀의 희망은 잉태되고 인디아의 집은 가난했다. 당시 남부 지역엔 노예제가 횡행했고, 뿌리박힌 봉건주의로 빈부의 격차가 심했다. 여자들에 대한 억압은 말할 것도 없었고, 온전한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였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4년동안 벌어졌던 남북전쟁의 처참했던 기록이 하나고, 여성적 차별과 신분적 제약을 넘어선 인디아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따라가는 것이 또 하나다. 인디아가 살던 마을의 지주였던 캘빈 트림블에게 3명의 아들이 있었다. 첫째 에모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둘은 전쟁에서 숨을 거둔다. 천식 환자였던 에모리는 역사적 균형 감각을 지녔던 보기드문 인재였다. 현대 의학이 닿지 않았던 당시에 박테리아를 연구하며 의사의 꿈을 키웠던 청년이다. 그런 에모리와 함꼐 인디아는 자연과학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다. 성경과 바느질과 같은 여성을 옭아매는 교육엔 관심이 없었다. 현미경을 처음 구경한 순간, 인디아는 결심한다. 자연과학을 공부할 수 있는 오하이오의 대학에 진학할 것을. '경건한 삶은 유혹의 정원을 헤치고 세차게 흐르는 강'이지만, 인디아에겐 무엇보다 공부가 필요했다.
이성과 감성 사이, 여성과 남성 사이 인디아는 여성에 대한 모든 편견을 깨고자 했다. 아내라는 말을 싫어했고, 또 그런 아내가 언제나 옆으로 밀려나는 걸 못견뎌했다. 에모리와의 공부에 희망을 걸던 인디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에모리를 내보낸다. 그 사이 애달프게 찾아 헤매던 아빠의 죽음을 전해듣는다. '슬픔은 젖몸살과 같아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지만 시간 외에는 도움이 되는 게 없다'는 걸 어린 나이에 깨달은 인디아. 후에 죽어가는 북군 장교를 살리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 쏟으며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난 과학자야. 눈에 보이고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믿어. 하지만 이번 전쟁을 겪으면서 난 평생 처음으로 사탄의 존재를 믿게 되었어." 에모리의 말이다. "전쟁의 심장 박동이 멈추면 하얀 깃발이 휘날릴 거야. 세상은 광대한 침묵에 젖겠지. 그러다 다시 새들이 노래할 거야. 그리고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형제에게 총을 겨누는 일은 꿈도 꾸지 않을거야. 왜냐면, 그런 행동이 살인과 마찬가지라는 걸 알테니까." 그렇다. 누구의 승리도 있을 수 없는 참혹한 전쟁. 그 속에서 죽어가는 건 선량한 보통의 이웃들, 형제들, 가족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각달을 맞춰가는 시간 라오서의 단편 '초승달'에서도 시대의 질곡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모녀의 운명이 마치 날카롭게 걸려있는 초승달로 그려진다. 다만 라오서가 그린 초승달과 '붉은 조각달'의 차이가 있다면 그건 희망의 잉태다. 죽은 줄만 알았던 에모리와 극적으로 만나게 된 인디아. 그들이 꿈꾸는 세상, 그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사랑이 있기에 이 소설이 아프지만은 않았다. 치명적인 죄악 일곱 가지. 나태, 탐식, 음란, 탐욕, 분노, 시기, 교만 중에 6가지 죄악의 근원은 교만이다. 인간의 교만이 빚어낸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희망은 잉태된다. 하지만 그 교만은 때때로 출몰하여 우리의 삶을 아프게 한다. 생이 다할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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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의 미국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태어난 집에서 8킬로미터밖을 벗어나지 않고 평생을 살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미개척지를 포함해 미국 영조기의 별이 상징하는 50개의 주는 한 나라라고 보기엔 너무도 멀고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던듯하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것이 남과 북으로 갈린 흑인노예제에 대한 생각이었고 근대화과정의 변화속에서 인권과 평등 헌법해석등 참 많은 차이점을 안고 있었다.
1607년 영국의 식민지로 조성된후 1776년에 건국된 그리 길지 않은 미국 역사속에서 국가적 단결력을 안겨준 남북전쟁은 그래서 그들에게 자유를 안겨준 독립전쟁보다 다 많은 비중을 두고있는 사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역사란것은 항시 승리한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고 평가받을수밖에 없기에 그 중심엔 북부의 총사령관 링컨이 있었고 흑인노예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유를 안겨준 북부군인들이 주인공이었었다.
이 이야기는 그 시대의 실제 전쟁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작가가 자료수집에 이어 집필하는데 무려 12년이나 걸렸다한다. 아름다운 골짜기와 과일나무들이 무성했던 마을, 북부도 남부도 아닌 자유주였던 버지니아 베리빌에 살고있는 12살의 조그마한 소녀 인디아가 16살의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가는 4년여의 시간동안 남북전쟁은 계속되었다.
그 4년이라는 시간은 그네들이 존중하려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고 숲과 나무를 파괴했으며 종국엔 왜 싸우는지도 싸워야하는지도 모른채 파란군복과 회색군복을 향해 무조건적인 총격만이 있었을뿐이다. 전쟁이 일어나기전 버지니아주의 베리빌엔 마을의 지주인 켈빌 트림빌, 마을의 가장영향력있는 변호사이자 인디아의 단짝인 줄리아의 가족과 더불어 가난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누리던 인디아의 가족이 있었다.
전쟁중 그들의 모습은 변해갔다. 켈빈가의 세아들중 톰과 루퍼트는 전투현장에서 전사했고 큰아들 에모리는 과학자이며 의사의 길을 걸었다. 또한 전쟁 발발과 함께 북부로 이사한 줄리아와 오빠는 대학에 들어가 미래를 준비한다. 그리고 인디아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자상했던 아빠는 군인이 되었다.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명분도 찾지못했지만 '남자라서 그래. 핏속에 뭔가가 있으니까. 그게 삶이란다' 라는 말을 남기고는 그렇게 인디아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떠나 보내야만했다. 그리고 온몸으로 부딪쳤다.
3개월이면 끝난다는 전쟁은 1년을 넘기며 나이 어린 청년들을 데려갔고 2년을 넘기며 한가족의 가장을 3년을 넘어가면서는 그들의 영토와 식량까지 모조리 짓밟았다. 그리고 4년이 되면서는 왜 싸우는지도 망각한채 아픔과 고통만이 남겨졌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속에서 사람들은 성장해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캘빈가의 큰아들인 젊은 과학자 에모리는 혹독한 야전변원의 현장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동시에 독일의학을 앞지르기위한 연구와 도전을 불사르고 누구의 아내이기를 거부한채 바느질용 바늘대신 에모리의 조교를 자처한 인디아는 라틴어 공부를 하며 화학과 생물의 세계에 발을 디딘다.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었던 전쟁의 현장이었지만 같은 나라사람들끼리 군복 색깔로만 구분지으며 노예해방을 제창하며 지속되었던 전쟁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새로운 희망을 찾아 모험과 도전을 하고 있었다.
병에 걸린채 전쟁에 나간 아버지를 구하기위해 남북 전쟁중 가장 끔찍했던 샤프스버그 전투 현장을 헤매고 단순히 세아이들의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고 죽음을 목전에 둔 북부군을 구한 인디아는 이제 여자라고하는 신분적 제한을 넘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한다. 이렇듯 책은 전쟁의 극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 이야기답게 당시 미국의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인디아가 배우고자했던 열망이 교만이 아니라 이러한 전쟁을 일으킨것이 어른들의 교만이었던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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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오랜시간을 준비해 독자들을 1860년대의 남북전쟁당시의 미국버지니아로 안내한다.인디아라는 열두 살의 여자아이의 시각에 비친 남북전쟁당시의 가족의 모습과 이웃그리고 전쟁의 모습을 담아 보여주고 있다.소설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전쟁 속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잃고 처참한 죽음을 직면하기도 했지만 인디아는 전쟁 속에서 성장하고 스스로의 꿈을 스스로 찾아 나선다.
전쟁을 시작할때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명분보다 서로 상처를 내고 죽이며 자신마저도 죽음으로 몰아간다. 요즈음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작가는 전쟁의 역사적 의미보다 그 속에 담긴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전쟁 속에서 이념이나 명분이 아닌 사람으로 생활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아픔을 이겨내며 마침내 전쟁을 이겨낸 진정한 영웅을 인디아와 에모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붉은 조각달이 주는 다른 면은 1860년대의 의학수준과 과학의 여러 모습과 여자라 차별 받는지도 모르며 당연히 받아들였던 당시의 사회모습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막 화학적인 약품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외과적 수술과 소독이 사용되기 시작한 상황을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듯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시간은 흐른다.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란다. 많은 청소년들이 전쟁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낸 인디아와 에모리를 만나보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어 보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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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볼 때 바깥이 엄청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되었다. 두시간 정도 보고 더 이상 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 봤다. 바깥이 시끄러웠던 것은 집 앞에 있는 음식점이 무슨 행사를 한다고 음악을 엄청 크게 들어두어서였다. 가게에서 조금 떨어지고 우리집에서는 가까운 곳에 스피커를 둔 것이다. 작은 무대 같은 것도 있었는데 거기에서 누군가가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춤추면서 말을 했으려나? 시내 중심가도 아닌데 그런 것을 하다니, 가까운 곳에는 병원도 있는데 말이다. 나중에 이 책을 생각하면 이 일이 떠오를 듯하다. 책 내용보다 책 읽을 때 일어난 일을 떠올릴거라니……. 앞부분은 거의 놓쳤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쓰는 까닭은 예전에도 썼는데, 이 책을 봤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서다. 가끔은 쓰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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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이라고 하면 환장을 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더 멀어질수록 나를 끈질기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그 시절의 추억들이다. 그 추억이 무엇이 간대 나를 성장 중이라고 말하며 계속 머무르게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문학을 통해서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메우려 하는 하는지도 모르겠다. <붉은 조각달>을 읽게 된 연유도 그랬다. 작가며 출판사가 모두 낯선 상황에서도 '성장소설'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무척 예쁘다는 첫 이미지 이외에도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나는 것이 감지됐는데, 자꾸 올라오려는 그 슬픔을 애써 무시하며 눌러 버렸건만, 결국 그 슬픔에 잠식당하고 말았다.
쉴 틈 없이 꼼짝 않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잠시 시선을 돌려 버리면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분위기에서 빠져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열여섯 살 소녀 인디아의 슬픔을 놓쳐 버리고 구경만 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이 책의 배경이 전쟁이라는 사실, 그리고 미국의 남북 전쟁 가운데서도 가장 치열했던 샤프스버그 전투가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무리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책을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풀어낼 곳조차 없는 남모를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흐트러지는 이 마음을 가누려 애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둘 곳 없다고 이 책을 피해버렸다면, 잊힌 전쟁에 관한 진상은 결코 내게 와 닿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전쟁의 안타까움을 전하기 위해 <붉은 조각달>을 썼다고 한다. 12년 간 남북 전쟁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해서 한 권의 책을 썼다는 사실 앞에 숙연해 지면서도, 한 소녀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의아했다. 그러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란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어, 오랜 시간 동안 조사하고 연구한 전쟁의 참상을 어떻게 펼쳐낼지 궁금했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4년 동안 일어났던 남북 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버지니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시작부터가 마음 아팠다. 그러나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자는 마치 전쟁의 참상이 다가오지 않을 것처럼 태연하게 인디아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차분함 때문에 전쟁이 배경이 된 소설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인디아의 주변을 살피며 그 소녀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에만 관심이 갔다. 트림블 가의 아들인 에모리와 실험실에서 지식을 탐하는 것을 보고 인디아가 대학에 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앎에도 전쟁의 배경을 배제하고 훌륭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바랐다. 에모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인디아의 재능은 빛났고, 팍팍하게 돌아가는 삶의 잔상 속에서도 그들의 꿈이 이뤄지길 바랐다. 그들에게 처해진 환경이 너무 눈에 띄지 않았기에, 혹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흘러갔기에 이후에 처해질 고난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이 없기는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12년 동안 조사하고 연구한 흔적을 남기듯, 너무나 평이하게 흘러가다가 고통은 점진적으로 커져만 갔다. 제발 그만 두라고, 더 이상의 고통을 주는 것은 잔인하다고 스스로 되뇔 때까지 전쟁의 잔인함은 그칠 줄을 몰랐다.
전쟁이 일어날 당시 12살이었던 인디아는 넉넉하지 않았지만, 아빠와 엄마 남동생, 정신이 오락가락 하신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잔잔한 행복도 잠시, 전쟁은 그 모든 것을 앗아갔다.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이 닥쳐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더라면 한 무더기의 고난을 한꺼번에 감당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의 양상에 따라, 북군과 남군의 대치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전쟁은 그들의 피부에 조금씩 와 닿더니, 급기야는 피부를 뚫고 나와 그들을 철저히 파괴해 버렸다. 과학자를 꿈꾸는 에모리는 병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의학의 수준을 끌어 올리려 하지만, 전쟁 중에 그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총알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단순한 질병으로 인해 병사들이 목숨을 잃어갈 때는 할 말 조차 잃어 버렸다. 인디아의 아빠도 그런 질병을 앓고 있어, 에모리에게 도움을 청해 약을 받았지만 아빠는 이미 전쟁터로 떠난 뒤였다.
인디아는 에모리가 준 약을 아빠에게 전해주면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아빠를 찾으러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옥수수 밭이 순식간에 말끔하게 베어졌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끔찍한 샤프스버그 전투의 잔상을 목격하게 된다. 수많은 영혼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붉은 조각달이 떠 있는 신비로운 광경까지 목도하는 인디아를 보는 순간부터 희망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아빠가 살아서 돌아올 거라는 믿음, 전쟁이 끝나면 에모리와 함께 연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한 마을에서 북군과 남군의 병사가 갈리는 애매모호한 현상까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북군이 승리하고 전쟁이 끝나 평화가 깃들고, 남군은 패배했지만 노예제도가 없어질 거라는 역설적인 긍정조차도 무의미할 정도의 잔인하고 또 잔인한 전쟁의 참상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과연 그곳에 신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전쟁의 참상은 고난 받을수록 깊어지는 그들의 신앙과 극명하게 비교 되었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건만 아빠는 결국 떠나가고, 인디아의 가족은 빈털터리가 되어 삭막한 외삼촌네 집으로 들어간다. 인디아에게 더 이상 아빠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그들뿐이랴. 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식으로, 연인으로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덧없이 쓰러져 간 남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에모리와의 연구 자료마저 같은 동네의 청년에 의해 불살라지고, 모든 것이 파괴되는 절망을 맛본 인디아에게 힘을 내라는 말조차 건넬 수 없었다. 대학을 갈 수 있는 도시로 가라는 위로도, 에모리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란 한 줄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디아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그 모든 일을 감내하고 희망을 놓지 않았고, 북군 장교를 돕기도 했으며, 에모리와 극적으로 만나고, 마음속에 품은 뜻을 펼치기 위해 도전하고 있었다.
철저히 남북 전쟁 당시로 독자를 끌어들였음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끝을 맺은 소설에 잠시 멍해지기도 했다. 더 이상 파괴될 것이 없었기에 전쟁의 끝이 보였지만, 그 이후의 삶이 궁금했기에 여전히 진행 중인 결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가 인디아의 삶을 단정 지어준다고 해서 단정 지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모든 상처를 극복하고 에모리와 같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재회하기만을 바랐다. 인디아 뿐만이 아니라 전쟁의 폐해를 겪은 모든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똑같은 참상이 일어나질 않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바램과는 다르게 현실은 여전히 전쟁과 기근, 재난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가운데서도 아이들이 자라나고, 희망을 품는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았기에 그 참상을 어른들이 조금이라도 막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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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72페이지, 22줄, 29자.
마구제작자 사이러스 무디는 농장주 캘빈 트림블이 낙마하여 사경을 헤맬 때 집으로 데려다 준 공로로 제네바 트림블로부터 앞으로 자신들이 살아있는 동안 가정을 돌봐주겠으며 자신에게 존칭을 쓸 필요가 없다는 약속을 받습니다. 한편 노예였던 미카 쿨리와 에스터 켈리가 옆에서 기도를 해줬는데 곧 죽을 것이라는 의사 훅스의 장담과 달리 회생의 기미가 보임으로써 자유를 보장받고 또 4만 평방미터의 땅을 약속받습니다. 당시 태어나기 직전이었던 인디아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남북전쟁이 일어납니다.(1861년) 남자들은 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 이목이 두렵기 때문에 또 그게 남자답다고 생각하기에 안절부절 못합니다. 트림블의 아들들인 에모리, 톰, 루퍼트는 천식 때문에 못가는 에모리를 빼곤 군에 지원합니다. 사이러스도 결국 참전합니다.
즉, 바라보는 시각이 남부에 속해 있던 한 여자아이의 시점입니다. 주변의 분위기나 정보는 남부 일방적인 곳이지요. 한편 버지니아의 북부여서 노예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단지 남부연방이기에 싸우는 것입니다.
전쟁에 휘말린 민간인의 운명은 이성적인 것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감정, 그것도 즉흥적인 감정에 의해 결정되기 쉽습니다. 물론, 두어 발자국 떨어진 사람은 대부분 이성적인 소리를 하지요. 누군가가 광기에 젖어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더라도 이성적인 사람이 개입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도 두어 발자국 떨어지면 이성을 되찾기도 합니다. 그러니 전쟁에서 벌어진 사건을 후방(내지 후세)의 사람이 평가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140427-140427/14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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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하면 남자들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전쟁을 일으키는 주체는 남성이고, 전방에서 무기를 들고 전투를 진행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도 대부분 남성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전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장애인과 여자, 아이들 등 사회의 약자라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생활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물자 부족과 생활 기반의 소실 등으로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붉은 조각달> (2010, 로즈메리 웰스 지음, 다른 펴냄)은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남북전쟁을, 인디아 무디라는 백인 소녀의 시점으로 써낸 소설이다. 미국 남부인 버지니아 주 베리빌에서 마구를 만드는 아빠와 집안일을 하는 엄마, 남동생인 에디, 기력이 쇠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인디아는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했다. 나이가 차면 고래뼈로 만든 코르셋을 입고 성경과 집안일만 배우다가 결혼을 하던 당시 소녀들의 관습에 따르는 대신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소녀였다. 그러나 남북전쟁이 발발하면서 아버지는 군에 징집되고, 평온한 일상은 깨져버린다. 이들의 후원자인 트림블 가에서도 아들들이 남군에 지원했다가 죽어갔고, 풍요롭던 계곡은 남군과 북군의 시체로 가득차서 핏물이 흐른다. 물자가 끊겨서 마른 빵 한 조각으로 하루를 버텨야 하고, 간단한 약이 없어서 몇 달씩 병을 앓아야 한다. 전투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외삼촌 집으로 간 이들 가족은 부자유와 구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인디아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는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으면서 그 어려운 전쟁을 살아 나간다.
이 책에서는 남북전쟁의 커다란 전투를 가끔씩 언급하기는 하지만, 그런 전투는 주가 아니다. 대신 전쟁의 뒤에서 묵묵히 살아내는 사람들,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이념과 명분 때문에 싸우는 이들을 통해 나타내는 전쟁의 비인간성, 군인이라는 이름의 부품이 아니라 온전한 사람으로 보듬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이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핏물 위로 붉은 조각달이 떠오를지라도 눈물을 닦아내고 꿋꿋이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우리와 같은 내전이었던 남북전쟁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지금도 전쟁이 진행중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이라크와 여러 나라의 어린이들을 생각한다. 힘내서 어려운 현실을 꼭 이겨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