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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통해 본 문화 의식의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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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를 뒤져 쓸 만한 물건을 찾아내는 모습은 가난한 사람의 삶 중에서도 가장 참담한 장면으로 여겨지고는 한다. 구걸하는 것도, 입을 것이 없어 헐벗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것도, 남이 버린 것을 뒤지는 것만큼 비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더미가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이전에는 일반 사람들도 오늘날이면 쓰레기로 간주될 것을 굳이 골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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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를 뒤져 쓸 만한 물건을 찾아내는 모습은 가난한 사람의 삶 중에서도 가장 참담한 장면으로 여겨지고는 한다. 구걸하는 것도, 입을 것이 없어 헐벗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것도, 남이 버린 것을 뒤지는 것만큼 비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더미가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이전에는 일반 사람들도 오늘날이면 쓰레기로 간주될 것을 굳이 골라내어 재활용하고는 했다. 다만 남이 이미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가 아니라, 쓰레기로 내다버리기 전에 찬찬히 뜯어본다는 점이 달랐을 따름이다.

<낭비와 욕망>은 근대 이후 사회의 쓰레기 인식에 대해 간명하게 풀어놓는다. 어떤 시대에는 특정한 물건을 쓰레기로 보지 않았지만 후대에는 쓰레기로 간주했다거나, 새로운 발명품이나 사회문화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쓰레기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시대별로 풀어놓으며, 당대 문화의 일면을 짚어내고 있다. 그 외에도 쓰레기 처리방법의 변천 등 쓰레기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아울러 언급하며, 쓰레기 이야기를 문화미시사로 변모시킨다.

근대 초에만 해도 쓰레기 처리라는 관념은 생소했다. 필요 없는 물건은 그냥 집 밖에 대충 버리지 따로 처분한다는 의식도 없었지만,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것이었다. 모든 것을 손으로 만들거나 발로 걸어다니며 구하던 시대, 물자는 아주 귀했고 다 썼을 때에도 이런저런 형태로 재활용했다. 낡은 나무통에 낡은 이불천을 씌워 간이의자를 만드는가 하면, 남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했다가 새로운 요리로 탈바꿈시키는 요령을 다룬 책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천 종류, 그 중에서도 옷 종류는 물자재활용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옷은 대개 가장자리가 주로 닳기 때문에 가장자리를 잘라내 보다 작은 천으로 만들면 꽤 쓸만한 옷감이 되었던 것이다. 낡은 어른 옷을 작게 고치면 나름대로 멀끔한 아이 옷이 되었고,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친 뒤에는 퀼트 등 천수공예로 각종 생활물품을 만들었다. 

옷은 쓰레기 문화사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물품이다. 옷은 주요 의식주 물품 중 가장 늦게 쓰레기로 인식되었는데, 옷감을 재활용하는 방법이 그만큼 다양했기 때문이다. 옷을 일일이 집에서 만들어 입던 시대에 옷은 아주 귀한 것이었고, 기성복 시장이 점차 자리를 잡아 가던 때에도 상황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유행이 지난 옷은 적당히 수선해 입었고, 옷을  못 입을 만큼 옷감이 낡으면 갖가지 방법으로 재사용했으며, 도저히 더 쓸 수 없을 때에는 넝마로  팔았다. 당시 종이는 섬유질이었기 떄문에 넝마가 아주 적당한 재료였던 것이다. 그나마도 처음에는 시골 마을을 찾아온 보부상에게 새 물품과 넝마를 맞바꾸는 물물교환이 주를 이루었고, 넝마를 팔면서 대가로 돈을 받게 된 것은 훨씬 뒤였다. 옷감의 쓰레기 방면 변천사는 쓰레기 만들지 않는 문화는 재활용 하는 문화와 거의 동의어이며, 돈을 주고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사회와 사실상 정반대 의미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쓰레기 관념이 대대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던 때, 못 쓰게 된 물건은 재활용하려 따로 시간과 품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버리고 새 것을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인 행동으로 인식되던 때, 일회용품이 사회에 선을 보였다. 일회용품을 쓰면 컵과 그릇을 씻지 않아도 되었고, 손수건과 수건을 빨지 않아도 되었다. 쓰레기로 버려도 부피가 아주 작다. 일회용품은 소비문화뿐만 아니라 쓰레기문화에서도 뚜렷한 전환점이 되었다. 아직 쓸 만한 물건은 재활용한다는 관점이 남아있던 때, 한 번 쓸 수밖에 없고 한 번 쓴 뒤에는 버릴 수밖에 없는 일회용품은 쓰레기라는 개념을 또렷이 각인시키는 데 한몫했다. 일회용품의 등장 이후 쓰레기는 통계적으로 급격히 늘어나는데, 여기에는 일회용품 사용량뿐만 아니라 일회용품이 쓰레기 인식에 미친 영향도 한몫할 것이다. 옛날 같았으면 충분히 계속 썼을 물건을 좀 낡았다는 이유로 버리게 되고, 이런 행동이 소비문화를 촉진하는 바람직한 습관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하지만 부유한 사람에게는 버리는 게 나을 물건이라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감지덕지인 경우가 있는 법이다.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쓰레기 더미가 거리 곳곳에 생기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나름대로 쓸 만한 물건을 골라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시 기준으로는 바로 얼마 전에만 해도 일반 가정집에서도 충분히 썼을 물건들이라, 별다른 거부감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고철이나 넝마 등을 찾아내 재활용재료로 적은 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당대 사람들은 이걸 일종의 자선으로 여겼고, 당국이 쓰레기를 체계적으로 수거하려 하자 가난한 사람들이 그나마 먹고 살 길을 차단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쓰레기가 증가하고 행정조직이 발달하면서 쓰레기가 일괄적으로 수거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중고품 기증 단체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이 즈음이다.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증할 수 있을, 나름대로 쓸 만한 물품을 찾아내 기증해달라는 것이었다.

20세기 초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그 사이의 극심한 대공황으로 인해, 쓰레기의 인식이 대대적으로 바뀌었던 시기였다. 세계대전 때에는 물자를 절약하고 군수물품을 생산하기 위해 소비문화를 극도로 억제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동시에 집에 있는 재활용물품을 국가에 기증하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철, 고무 등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양이 미미하고 추출하기도 번거로워, 바로 얼마 전에도 쓰레기로 간주되었을 것들이 귀중한 군수용품 재료를 추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모했다. 이 때에는 천으로 된 밀가루 포대를 옷감으로 재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숫제 밀가루 포대에 갖가지 무늬를 넣는가 하면 포대를 천으로 재활용하기 쉽게 디자인했다는 밀가루 광고도 등장했다. 시장에는 새 물건도 없고 돈도 없어서라도 되도록 옛날 물건을 재활용해 썼으며, 잡동사니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수집 캠페인에 내어놓았다.

이 극심한 절약문화의 반동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재활용할만한 물건을 모두 내놓은 탓에 물건을 모두 사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소비문화가 경제활동을 견인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었을까. 그 이후 소비문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쓰레기'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퀼트를 만들고 싶으면 퀼트 재료를 구매해서 꿰매는 오늘날, 옷감 자투리도 버리지 않기 위해 퀼트를 고안한 시대는 이미 옛이야기가 되었다. <낭비와 욕망>은 이렇듯 옛날의 쓰레기 이야기, 나아가 쓰레기의 개념과 문화 전반을 포괄하여 이야기해주며, 당시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p*******1 2011.07.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