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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유명한 식물원에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구경갔는데 볼거리가 하나도 없었다. 넓디 넓은 대지 안에 갈아엎어져 있는 흙만 잔뜩 보고 왔고, "뱀조심"이라는 표지만 프레임에 가득 담아왔다. 그것 외에는 찍을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온실 속 식물들은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 화나 단단히 났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식물원엔 잘 가게 되질 않는다.
그래도 꽃과 식물에 관심이 많은지라 책들은 여러편 뒤적거리는 편인데,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나무이야기]였다.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가득채운 야생화들. 우리나라에 이처럼 많은 색과 멋스러운 모양의 야생식물들이 있었다니....수채화로 그려진 그들은 꼭 신화속 꽃들처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배롱나무, 백서향, 괴불나무, 모감주나무, 쉬땅나무,으아리 등등 32가지 나무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이름들이 낯설었다. 이젠 학교 운동장조차 흙밟기가 어려운 실정이니 우리가 이런 야생화들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주변은 물론 식물원에 가도 이젠 이 모든 꽃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만약 책 속 그림들이 사진으로 대체 되었다면 어땠을까. 특이할 것 없는 그저 사진집으로 끝나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특이성은 야생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채화에 있음은 책을 펼치는 순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송광사"근처에서 발견했다는 히어리는 특히 이름도 모습도 생소했는데, 그 독특한 색과 모양은 이름과 함께 매치되어 기억속에 저장 되었다.
사진이 아니라 더 아름답게 표현된 자연 앞에서 그들의 특징은 물론 꽃말, 종까지 다 확인할 수 있어 식물도감처럼 활용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림의 묘미는 사진과는 또 다른 모양이다. 눈에 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었다. 분명. 책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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