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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레이놀즈 지음, 최성민 옮김 레트로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 살아 있는 기억이며 대중문화가 연루한다고 이 책에서 정의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 음원차트를 휩쓸며 복고 열풍을 불러일으킨 노래가 있었다.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급조된 그룹 ‘싹쓰리’가 부른 ‘다시 여기 바닷가’라는 노래이댜. 싹쓰리는 유재석을 필두로 가수 ‘이효리’와 다소 연식있는 가수 ‘비’ 이렇게 3명으로 결성된 부캐그룹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주로 활동했던 90년대 복고 감성에 대한 그리움을 끌어올려 현대적인 요소를 약간 가미해서 신곡을 만들고 뮤비를 찍었다. 방송 때마다 90년대 스타일과 노래, 그 시절 이야기들을 엮어 전하곤 했는 데 주말마다 이 프로를 기다리는 것이 나의 작은 행복이었다. 그들이 부른 90년대 풍 노래 ‘다시 여기 바닷가’는 길거리 스피커에서도 택시나 버스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 방탄을 제치고 음악방송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파트 앞 편의점을 가는 데 초등학교 4~5학년쯤 되보이는 계집아이 3명이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발맞춰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90년대 복고가 나처럼 한 물 간 기성세대만의 정서가 아니라 세대를 아울러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구나 하는 고리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복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평생 산업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고 뒤쳐지지 않으려 눈치보며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옷이며 신발이며 가방이며 등등 나의 모든 물건들을 미련없이 버리는 편이다. 남들처럼 소확행이니 뭐니 하는 그런 주관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시대에 맞춰 새로운 물건을 들여 놓으려니 항상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유행이 조금 바뀌거나 일 이년 안입고 안쓰면 거침 없이 버리고 그 자리에 신제품들을 채우곤 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는 그간 모아왔던 수백 권의 책들을 몽땅 버렸다. 바야흐로 e북 시대에 종이 책을 끼고 사는 것은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일 같았기 때문이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어 필요한 책을 대여해서 보면 된다는 믿음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로 도서관은 문을 여는 날보다 닫는 날이 많았고 내가 원하는 책을 빌릴 수 있는 행운은 흔치 않았으며 e북으로는 볼 수 없는 책들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한꺼번에 휘리릭 읽어버리지 못하고 이곳 저곳에 책을 두고 맘 가는 대로 띄엄띄엄 읽는 나의 독서습관 때문에 빌려오는 책은 남의 옷처럼 불편했다. 이 책에서 지적 했듯이 쏟아지고 축적되는 수 많은 문화를 우리는 모두 섭렵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네 정서는 새로 사면 되는 공산품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쓱싹 바뀌는 것이 아닌 듯 하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공통된 아름다움이나 문화에 대한 공감대는 저변을 묵묵히 지키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알타미르 동굴 벽화를 본 피카소가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미술은 단 한걸음도 달라진 것이 없다던 일갈이 떠 오른다. 나는 음악적 재능도 지식도 일자무식이라 레트로 마니아의 수 많은 음악 장르와 명곡들을 알지 못한다. 더욱이 사진 없는 메가진 처럼 또는 평론가의 평론해설서처럼 쓰여진 책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 삶을 공명하는 예술과 감성의 변화속도는 산업의 발전속도 보다는 훨씬 느리며 그것이 문화적 공감의 바탕이라 생각한다. 수 많은 명곡이 탄생하고 리메이크되고 함께 공감하며 우리는 그렇게 세대간 공감도 이뤄갈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