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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61도에 위치한 곳. 그 곳에서 늙은 농부가 사과 농사를 짓는다. 사과는 붉게 익지 않는다. 푸른 사과지만 그래도 사과니까 농부는 저장을 한다. 낫을 들고 풀을 베다가 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잠시 허리를 펴는 모습, 늙은 나무 아래 서서 함께 있어주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노 시인의 모습이 그림처럼 활자로 그려져 있는 시집을 읽었다.
어쩌다 보니 <봄날의책> 출판사 책을 자주 읽게 되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이라면 공들인 흔적을 느낄 수있다는 것. 표지의 색감이나 종이질 하나에도 고민의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얇은 시집이지만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 부족해서 종이를 만져보고 책의 촉감을 느껴보고 싶게 하는 책. 오늘은 이 출판사에서 만든 <세계시인선 1>에 대해 소감을 적는다.
이 책을 구입해서 읽은지는 좀 되었다. 알음알음으로 유명해진 이 책을 소개 받고, 책 속에 있는 시들도 인터넷에 많이 나와있어서 그것을 읽는 것으로 만족할까 하다가 이 시인의 시를 더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했다. 평생 농부로 살았던 노 시인이 혼자 독학으로 지은 시가 어느 새 20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고향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센터까지 생겼다고 한다. 나는 요즘 노인의 삶에 관심이 많고, 노인의 지혜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생긴 참이다.
시들은 맑고 정갈하다. 짧다. 그런데 가슴을 뜨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가령 이런 거다.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 파도도 그치고 독수리들이 다시 날아간다 발톱이 피로 물든 채
4행의 짧은 시지만 '발톱이 피로 물든 채' 날아가는 독수리를 볼 줄 아는 혜안이 없는 나는 시인의 눈을 빌려서 짧지만 격렬한 청춘을 떠올리고, 또 그 후의 삶을 짐작하는 것이다. 다정하고 지헤로운 시들이 많이 있지만 아래의 시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짧은 시에서 나는 우리의 일생을 다 본 것 같았다.
긴 낫
긴 낫에 늙은 몸 의지한다. 풀밭 낫이 조용히 노래한다. 내 마음 혼란스러워라 괜찮아요 풀들이 말한다.
울라브 하우게의 좋은 시들은 인터넷에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내 경험을 말하자면 눈으로 읽는 것도 좋았지만 책장을 손으로 짚으며 노 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노르웨이를 몰랐지만 이 시인이 살았던 사회가 궁금해서 요즘 자주 노르웨이를 검색하고 있다.
책 뒷면에는 시와 잘 어울리는 사진 몇 장이 삽입되었다. 그 뒷장에 옮긴 이가 시와 시인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시집에 대해 의문점은 생기지 않았다. 다만 처음 후다닥 읽어볼 때와 천천히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의 폭이 크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시집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책 『대성당』에 나오는<별거 아닌 거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내용처럼 길지 않은 시들이 커다란 위로를 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건 좋다고 말할 뿐, 달리 수식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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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사은품 노리고 제목보고 마음에 들어서 샀던 시집인데.. 올해 뜯어봤는데 ㅎㅎ 음.. 왼쪽에는 원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거로 보이는 외국 말이 적혀있고 오른 쪽엔 한국말로 시가 적혀있어요. 후반부에는 흑백으로 사진이 몇장 있고 그 뒤에는 역자님의 해설이 있네요. 또 그 뒤에는 시인 소개가 나와있고요. 책 자체는 얇고 가벼워서 읽기 편했고 짧은 시들 위주라 그냥 글만 읽는다는 느낌으로 보면 상당히 분량이 짧게 느껴져서 가격이 좀 비싸다는 감이 있는데.. 시가 마음에 든다면 그 가격도 싸다고 느껴지겠죠? 시 자체는 뭐랄까.. 약간 옛날 교과서에서 보던 시 느낌이 나더라고요 ㅎㅎ 문제집 지문에서 보는.. 그래서 좀 친근감이 느껴졌나.. 감성적으론 더 잘 맞는 느낌도 들었고요. 저는 긴 시들이 좋더라고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더니 그 시도 마음에 들더라고요. 가격대비 분량에 약간 호불호가 있을수도 있겠다 싶은데.. 저는 시는 대체로 좋았어요.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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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게는 노르웨이 남서부 울빅(Ulvik) 마을에서 1908년 태어나 1994년까지 살았다. 그곳은 빙하에 의해 생긴 피오르 해안 지대로 천 명 정도가 살고 있다... 1928년 하우게는 원예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평생 정원사로 일한다. 매일 노동했으며 가장 좋은 시는 숲에서 쓰였다. 그는 북구의 차가운 조용함 속에서 한 손에 도끼를 든 채 시를 썼다. 그렇게 꿈꾸고 그렇게 존재를 열면서 당시 시의 코드에서 자유롭게 벗어났다.“ (pp.99~101, 임선기, <하우게에 대하여> 중)
두려움은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다. 간혹 두렵다, 가 간혹 두렵지 않다, 로 바뀌어간다. 자유를 향하여 엄살을 떤다. 나는 자연친화적인 삶을 꿈꾸었지만 실제의 삶은 두려움 가득한 채 도시에 있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 사이에 작은 학교에 다녔는데 오랜 시간 거기만이 나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학년에 세 개 반, 한 반에 육십 명 가까이 학생이 있었으니, 충분히 작은 학교도 아니었다.
추억 어릴 적
그동안 내가 거두어 가지고 있던 혹은 가두고 있던 것들을 살금살금 골라내서 놓아주고 싶은 밤이다. 나를 중심으로 앞뒤에 사소한 것들이 있어서 야속한 말들을 가려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아침 첫 등굣길 교실에서 발견된 올빼미의 첫 날갯짓 같은 특별함을 평범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던 거기에서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실려 있는 시들은 평화롭고 부드럽고 사소하고 평범하다.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
아주 드물게 내게서 비롯된 상실이 있을 때만 잠시 시는 솟아난다. 나는 나의 행보가 횡보여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궁금하면 멈추어 서고 호기심이 채워진 다음에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충분하게 달아오른 다음에야 붉은 노을을 향해 걷는 사람이고 싶었다. 이미 지나온 길의 행적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 어느 날 막연하게 파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었을 ,때 뒤를 돌아보면...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 바람 아니면 /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 바람과의 어울림도 /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중
한 해가 저물어가고 마음이 시들시들하다. 연말연시를 맞아 뉴스를 보지 않기로 하였다. 연말연시라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그 사이,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으로 채운 단순한 세계를 잠깐씩 구축해보기로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곧 한파가 시작되니 동파 방지를 위하여 세탁기의 운행을 연말연시에 멈추어 달라는 아랫집의 문자를 받았다. 나는 점심에 시간을 내어 한파 시작 직전 얼른 세탁기를 돌렸다.
“하우게는 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작은 스푼으로 마치 간호사가 약을 주듯 먹여준다. 그는 옛날 방식으로 죽었다. 어떤 병증도 없었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 슬픔과 감사로 가득했던 장례식은 어린 하우게가 세례 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가 그의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 (뒷날개, 로바트 블라이-시인)
위의 인용은 뒷날개에 실려 있는 (아마도 동료) 어느 시인의 말이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라는 문구를 우두커니 바라본다. 내가 염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실천한 시인이 경이롭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곡기를 끊어 자기가 죽은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시인이 부럽다. 선배가 올려놓은 안승준의 We will see someday 뮤직 비디오나 한 번 더 봐야겠다. ’언젠간 보겠지, 알아볼 수 있겠지, 모습이 달라도, 알아볼 수 있겠지.‘, 우리라고 부를 수 있었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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