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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전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고전시인 '와카'를 한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백인일수, 만엽집 등 시집은 물론 고전소설, 모노가타리에도 와카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겐지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남녀간의 연애, 사람 사이의 교류, 혹은 홀로 감상에 젖어서 등 거의 매첩마다 와카가 등장한다. 마치 생활에 와카가 필수적인 요소인 것 처럼. 실제로 헤이안기 일본귀족들에게 와카는 생활에 필수적이었던것 같다. 남녀가 연애를 할때도 시를 주고 받아야 했기에 시를 잘 짓는 여성이 가장 인기 많은 연애의 대상이 되었고, 밤을 보내고 나서도 시를 적어 보내는 것이 예의 였다고 한다. 연애 외에도 헤이안 중기에 들어서는 시를 짓는 능력이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어 출세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렇게 관직에 나아간 가인들이 서로 시를 겨루는 대회가 열렸을 정도라고 한다. 연애와 결혼, 출세와 명성에 필수불가결하니 과연 생활의 일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백인일수는 제목 그대로 백 명의 시인이 지은 백 수의 와카를 실은 책이다. 순정만화 치하야후루에서 다루는 카루타의 백인일수가 바로 이 책에 실린 그것이다. 책의 원 편찬자는 후지무라 사다이에로(그 본인의 시 또한 97번에 실려있다.) 헤이안 전기 중기 후기의 와카를 골고루 담았다.
책을 흥미롭게 읽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론 이 책을 토대로 삼아 일본 헤이안 시기를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100수 중에 상당수는 사랑을 노래한 시이다. 연애와 결혼에 와카가 필수 불가결했기 때문일까? 딱딱한 고전이라고 여기기엔, 이별에 고통스러워하고, 사랑에 애타하는 그들의 모습은 현대인의 그것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헤이안 사람들에게도 지금과 같이 사랑은 가장 중요한 창작 재료이며, 화두였던 것이다. 지은이 소개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관계나 정치상황까지 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짤막하게 정리된 지은이 소개를 읽다보면 흥미로운 관계도를 그려볼 수 있다. 가족관계, 라이벌, 연인, 그 연애를 방해한 사람도 있다(!). 헤이안을 통틀어 100명이기에 시공간을 거쳐 얼기설기 얽혀있는 관계도를 그려보는것은 참 재미있다. 특히 세이쇼나곤과 무라사키 시키부를 중심에 둔 인물관계는 매우 재밌다. 세이쇼나곤의 아버지와 무라사키 시키부의 딸도 100명의 지은이들 중 포함되어 있으며, 세이쇼나곤 무라사키 시키부 둘과 모두 얽힌 일화가 있는 후지와라 긴토, 같은 시기의 여류시인으로 유명한 이즈미 시키부, 세이쇼나곤의 연인이었던 후지와라 사네카타 세이쇼나곤이 모신 데이시 중궁의 모친 기도산시의 모, 그녀의 남편 미치타카의 손자 미치마사, 그 미치마사와 딸의 연애를 찢은 산조인.... 이들은 개인적 관계도도 참 드라마틱 하지만 한발 더 확장해보면 헤이안 시기 후지무라 섭정기의 절정과 나카노 칸파쿠케의 몰락을 볼 수 있는 등 당대의 정치사정까지 엿볼 수 있다. (100명 중 후지와라씨만 34명 있으니 후지와라 가계도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다른 고전으로 손을 뻗어보길 추천한다. 치하야부루로 유명한 아리와라 나리히라가 모티프로 여겨지는 이세 이야기,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 등... 특히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는 이 책에서 인물 관계도를 한번 그리고 읽는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꼭 읽어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