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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이 꼬여 하는 일마다 엉뚱하게만 끝이 날 때가 있다. 미안하다고 하려다가 그 말은 못하고 오히려 성만 내고 마는 일들... 살다 보면 뜻대로만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나 혼자만이 아니라 여럿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
밀로스 포먼 감독이 1967년에 만든 <소방수의 무도회 Horí, má panenko / The Firemen's Ball>는 삶의 씁쓸한 뒷면을 보여주는 체코슬로바키아 영화다. 하고자 하는 뜻과 다르게 내달리는 일들을 그렸다.
2. 소방서의 회의실은 시끄럽기만 하다. 오랫동안 일하고 이제 물러나게 된 여든여섯 살의 소방대장에게 뭘 드려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자리기 때문.
소방대원들이 집에 들어가 불을 끌 때 벽이나 문을 찍어 넘기는 연장인 도끼를 작게 만들어 드릴 생각이다. 사람 사냥꾼을 다룬 영화 <레옹 Leon>에서 아파트에 있다가 경찰들의 공격을 받을 때 레옹이 벽을 찍어 달아날 구멍을 만들 때 쓰는 도끼와 비슷하다. 레옹은 빠져나가려고 죽을 힘을 다하여 큰 도끼를 휘두르지만, 소방대원들이 돌려보는 건 작은 나무 집에 넣어 오래 기리도록 만든 것이라 앙징맞은 도끼다.
"좋긴 한데...더 일찍 드렸어야 했는데...지난 해 여든다섯 살 생신 잔치 때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 해엔 그가 올해 암에 걸리리라곤 생각 못했잖아...암에 걸린 것도 그는 몰라..." "만일 그가 안다면 아는 거고, 모른다면 얘기해주지 않을 거야..." 암에 걸려 곧 죽게 될 소방대장을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말들이 오간다.
그러다가 작은 도끼를 드리는 날 소방대장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다. 잔치에 온 아가씨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뽑아 그이가 소방대장한테 작은 도끼를 드리는 것으로.
3. 소방대원들은 저들이 꾸민 일이 좋은 일이고 쉬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 일이 제 마음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여럿이 같이 머리를 맞대서 나온 생각이라 잘 풀릴 것으로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어렵게 나아간다.
잔치에 온 아가씨들이 만만치가 않아서다. 어떤 이는 잘 보이려 아예 집에 가서 다시 수영복까지 안에 입고 와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도 하고, (디브이디 집에 나오듯이, 철딱서니 없게도 겉옷을 벗어 수영복을 보여주는 아가씨. 젊은 아가씨라 어떻게든 뽑히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으나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안 뽑히려 달아나는 이도 있고, 체코슬로바키아의 아줌마도 한몫을 한다.
사내들이 나가달라고 해도 제 딸이 뽑힐지 몰라 지켜보려고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티는 엄마. 눈치도 없고 오로지 제 생각만 한다. 소방서 사내들이 하는 꼴이 못마땅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남이야 어떻게 보든 지하철에서 잽싸게 빈 자리를 잡아채는 우리네 어떤 아줌마들과 다를 바가 없다.
4. 곧 끝날 테니까 자리를 떠나지 말라는 소방대원의 말에 오줌을 누고 싶어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늙은 소방대장. 이제나 줄까 싶어 앉았다 일어섰다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다. 늙은이를 욕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 영화를 보면서 루이스 브뉘엘 감독이 만든 <부르조아의 은밀한 매력>이 떠올랐다. 같이 어울려 오붓하게 밥 한 번 먹자는데도 온갖 일들이 막아 끝내 이루지 못하는 프랑스 영화다. 소방대원들이 소방대장을 떠나보내면서 마음을 담아 주려고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는 일과 비슷해서다. 뜻한 바대로만 되지 않은 삶의 뒤틀린 모습을 감독이 보여주려는 듯했다.
게다가 춤추고 술마시며 노는 곳의 전기가 나갈 때의 일도 안쓰럽게 다가왔다. 잔치에 온 사람들 가운데 뽑아 나중에 주려고 한 행운상품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달리 틈만 주면 사람은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것일까?
진행을 맡은 이가 소리를 높인다. "다시 불을 끌 테니까 제자리에 갖다 놓으세요" 체코 사람들은 가져간 상품을 다시 갖다 놓을까? 아니면 그나마 남아있는 것까지 다시 가져갈까?
1976년 중국의 당산 대지진 때나, 올해 일어난 일본의 도호쿠 대지진 때는 죽은 이도 많았으나 아픔을 겪은 이들을 서로 도우며 이겨냈지만, 1994년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대지진 때는 남들이 안 보고 막는 사람이 없자 남의 물건을 빼앗고 훔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일도 그곳에 어떤 사람이 사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서로 돕느냐, 제 것만 챙기느냐...
감독이 바라보는 체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좋은 게 아니다. 소방서가 있어도 옆집은 불에 타고, 전기만 나가도 남의 것을 가져가고, 나이든 사내들이 젊은 아가씨들을 앞세워 일을 벌이려 하고...
5. 소방대원 하나는 몹쓸 병에 걸린 소방대장을 보면서 저한테도 생겼을 때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를 말한다. "나한테 무슨(죽을 병?) 일이 생긴다면 말하지 말게..."
가까운 사람이 암에 걸렸을 때 말하지 않아야 할까? 그게 그 사람을 돕는 일일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알아야 낫게 할 길을 찾을 수 있고, 병이 깊어 이미 늦었다 하더라도 삶을 나름대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죽게 되는 건 어쩐지 그 사람을 돕는 길이 아닐 듯하다.
체코 영화는 보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그네들이 사는 모습이나 우리네가 살아가는 건 다를 바가 없었다. 제대로 해야 하는 일은 놓치고 오히려 엉뚱한 일을 하려다 세월을 다 보내는 사람들... 그렇게 삶의 뒤틀린 모습을 보는 건 겉보기엔 우스울지 모르지만 즐겁지만은 않았다. 뒤끝이 씁쓰레한 영화다. 나무랄 수도 없어 씁쓸한 얼굴만 짓는 소방대장이 마냥 안쓰럽게 다가왔다.
나온지 오래된 영화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화면이나 소리는 깨끗하고 좋다. 다만 덤으로 예고편마저 없어 13,200원이 조금 비싸 보인다.
이 영화는 71분짜리로 알려져 있는데, 디브이디 집에는 영화가 107분이라 적혀 있었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다 보고 보니 73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 참, 멀쩡한 사람을 갖고 놀리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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