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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리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감각의 축복에 관하여-
"나를, 그리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감각의 축복에 관하여-" 내용보기
아침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와 반대되는 이불 속의 따뜻함과, 주위를 채우는 커피의 향기. 호호 불어 먹는 호빵의 달콤함과 눈부신 햇살, 거리의 상가에서 울리는 노래소리까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일상 속에서 뭔가 다른 변화를 느끼게 되거나 혹은 그 미묘한 감각적 변화를 찾아낼때 비로소 완성되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는 요즘입니다.     역
"나를, 그리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감각의 축복에 관하여-" 내용보기

  아침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와 반대되는 이불 속의 따뜻함과, 주위를 채우는 커피의 향기. 호호 불어 먹는 호빵의 달콤함과 눈부신 햇살, 거리의 상가에서 울리는 노래소리까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일상 속에서 뭔가 다른 변화를 느끼게 되거나 혹은 그 미묘한 감각적 변화를 찾아낼때 비로소 완성되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는 요즘입니다.

 


  역사상 가장 감각적 경험을 즐겼던 사람은 클레오파트라, 마릴린 먼로, 프루스트처럼 육체적 쾌락에 빠진 이들이 아니라 삼중의 장애를 지닌 한 여성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었던 헬렌 켈러는 라디오에 두 손을 올려놓고 음악을 즐길 때면 나머지 감각을 섬세하게 조율하여 관악기와 현악기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헬렌 켈러는 친구인 마크 트웨인의 입을 통해 미시시피 강 근처의 활기 넘치는 남부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탐욕스럽게 탐색했던 생의 압도적 향기, 맛, 촉감, 느낌에 대한 긴 글을 썼다. 그녀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많은 이들에 비해 훨씬 더 살아 움직이는 삶을 살았다.

 


  이런 글을 보게 되었거든요:)

 

  영화 '식스센스'에도 나왔던 것 처럼 흔히들 사람은 오감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다이앤 애커먼은 이 다섯가지의 감각에 공감각을 더해 여섯개의 감각을 구분해두고, 책을 통해 각각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갑니다. 그 이야기 보따리 안에는 그녀의 경험뿐만이 아니라 문학과 음악, 미술과 의학, 역사를 아우르는 온갖 이야기들이 꾹꾹 눌려린채 담겨있기 때문에 처음에 책을 읽을땐 한꺼번에 전해져오는 이야기들을 받아들인다는게 힘들더라구요.

 

  그녀는 말합니다.

 


  감각은 의식의 경계를 규정하고,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났으므로, 우리는 바람 몰아치는 감각의 경계를 거닐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마약을 하고, 서커스를 구경하고, 정글을 탐사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황홀한 향수를 구입하고, 진귀한 요리에 거액을 지불하고, 새로운 미각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감각으로부터의 자유'는 긍정적인 어떤 것, 예를 들어 아시아의 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초월적인 평정상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죽음과 강렬한 감각은 인간의 공포인 동시에 특권이다. 인간은 감각과 함께 살아간다. 감각은 인간을 확장시키지만, 구속하고 속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 또한 아름다운 구속이다.

 


  이렇게나 생의 감각을 사랑하는 그녀가 하나하나 모아둔 감각 - 그녀의 감각과 타인의 감각들 -의 결정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다보면 그녀의 해박함과 열정에 놀라게 됩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알고 있는 책이나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그녀가 구분해놓은 챕터 속에 내가 아는 문구들을 끼워넣기도, 또는 반박도 해나가다보면 책의 두께에도 아랑곳없이 마지막까지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더라구요. 예를들자면- 다이앤은 후각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빛이 있을 때만 보고, 입 속에 뭔가를 밀어넣어야 맛을 느끼고,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접촉해야 감촉을 느끼고, 일정 정도 이상이 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숨쉴 때마다 냄새 맡는다.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지만, 코를 막고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엔 이런 문장이 있었지요.

 

  십자가형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십자가형을 당하는 사람이 왜 괴로워하며 죽어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진하게 생각하듯 손과 발에 못이 박혔기 때문일까요? 사실은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뻗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나무늘보 같은 일부 포유류와는 달리 인간이란 그러한 자세를 오래 견디지 못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누군가 너무 오랫동안 사람 팔을 강제로 치켜들고 있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머지않아 죽음을 맞고야 말것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너무 오랫동안 팔로 매달려 있다 보면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다 이겁니다. 물론 당신은 그 지경까지 갈 리는 없죠. 하지만 결국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자, 이제 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아셨겠지요. 아무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건 없답니다. 당신은 내가 왜 당신 청각을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지 그것이 합법적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도 청각이야말로 외부의 자극에 비교적 방비가 허술한 감각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를 피하려면 코를 붙들고 있기만 하면 되고요. 오래 그러고 있다 해서 그리 고통스런 것도 아니지요. 맛을 거부하기 위해선 뭐 흔히들 해온 절식이나 단식이라는 방법이 있지요. 촉각 역시 법이라는 것이 막아주고 있어요. 누군가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신 몸을 건드리려 하면 언제든 경찰을 부를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인간이란 단 하나의 약점, 즉 귀를 가지고 있다 이겁니다

 


  물론, 노통브는 귀의 약점을 보안하는 해답을 책의 뒤쪽에 내놓습니다만 전 저 부분을 보고 무릎을 탁!하고 쳤었기 때문에 '귀를 막으면 되지만 코를 막고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이란 부분에서 태클을 걸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막 저 문장을 읽고나서 청각편에서 저 문장의 약점이 될만한 부분이 나와주길 기대했었는데 (뭐든지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이야기처럼요) 그런 건 나오지 않더군요. 대신 제 심술궂은 생각을 꾸짖는듯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내겐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당연하게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의 고통에 대한 부분이였습니다. 인용된 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인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나는 눈이 안 보일 뿐 아니라 귀도 안 들린다. 귀가 안 들려서 생기는 문제는 눈이 안 보여서 생기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고 해도, 훨씬 깊고 복잡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훨씬 더 지독한 불행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가장 필수적인 자극, 즉 언어를 이끌어내고 생각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지적인 인간 집단 속에 있게 해주는 목소리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만약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해온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장애임을 발견했다.

 


  하나의 감각은 단순히 하나의 일만을 하는게 아닙니다. 인체의 신비란건 그렇게 감각과 감각이 예민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거겠죠.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평소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였습니다. 후각과 촉각, 미각의 부분에선 때론 에로틱하고, 쾌락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면 뒤쪽의 청각과 시각에선 조금 더 깊은 부분을 볼 수 있었달까요. (그렇다고 앞쪽이 너무 자극적인 것은 아니고 뒤쪽의 두 감각이 너무 우울한 것만도 아니예요.)

 

  451페이지를 꽉 채운 유쾌하고 따뜻하며 감동적인, 때로는 서글프기도 한 그 지적인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감각을 향유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이 책을 썼는지 느끼게 됩니다. 감각기관 하나하나에 따른 과학이론과 옛날부터 내려져오는 문장 속의 희노애락을 보며 내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고 있는 이 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것인지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부족한 어휘력과 얕은 독서의 폭 때문에 이 근사한 책을 이렇게 빈약하게 소개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이 글을 쓴 저자도, 번역을 한 번역가분도 모두 근사한, 간만에 읽은 정말 근사한 책이였습니다.

 

  뭘 덧붙이든 횡설수설할 것 같아서 그녀의 서문과 마지막 말을 올리는 것으로 책 소개를 마칩니다. 조금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책이란 걸 한번 더 강조하면서!! 한번 더 내 자신에게 감사인사를, 그리고 모든 삶에 축복을:D

 


   인간은 여전히 사랑, 욕망, 충성, 열정 때문에 심한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인간은 여전히 넘치는 아름다움과 공포 속에서, 바로 자신의 맥박 위에서 세상을 지각한다. 다른 길은 없다. 의식이라는 찬란한 열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감각을 이해해야한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하는데, 머리는 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마음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최신 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마음은 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과 효소를 따라 몸 전체를 여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감촉, 맛, 냄새, 소리, 빛이라는 복잡한 경이로움을 분주히 인식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다. 그리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그 범위와 평가는 어떤지, 감각과 관련된 민속과 과학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감각 관련 언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또한 다른 감각적인 인간들을 기쁘게 해주고 (내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덜 감각적인 마음들도 잠시 쉬면서 감탄할 수 있도록 몇 가지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하나의 작은 축제가 될 것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렇게 썼다. "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기 위해서 여행한다. 나는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여행한다.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가장 멋진 일,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 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이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위험이 없다면, 그 모든 넓이와 계곡과 봉우리와 우회로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영토는 무미건조할 것이고, 인생에 매력적인 지형은 전혀 없이 오직 끝없는 거리 뿐인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것은 신비에서 시작되었고 신비로 끝날 테지만, 그 사이에는 얼마나 거칠고 아름다운 땅이 가로놓여 있는가.

 

b******u 2007.02.17.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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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느끼는 이 세계는 얼마나 관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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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창가에 찾아온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셨습니까? 아니면 부엌에서 흘러든 향긋한 커피향이 잠을 깨우던가요? 다이앤 애커만교수는 <감각의 박물학>에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름철, 우리는 침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잠에서 깨어난다. 망사 커튼에 비쳐든 햇빛이 물결무늬를 만들어내고, 빛을 받은 커튼은 바르르 떠는 듯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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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창가에 찾아온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셨습니까? 아니면 부엌에서 흘러든 향긋한 커피향이 잠을 깨우던가요? 다이앤 애커만교수는 <감각의 박물학>에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름철, 우리는 침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잠에서 깨어난다. 망사 커튼에 비쳐든 햇빛이 물결무늬를 만들어내고, 빛을 받은 커튼은 바르르 떠는 듯 보인다. 겨울철, 침실 창유리에 새빨간 빛이 뿌려지면 사람들은 동트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7쪽)”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주위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온갖 자극을 받아들입니다. (물론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 몸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감지하지만 잠을 깨울 정도로 강한 자극이 아니면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자극은 우리의 뇌에서 종합되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로 저장됩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뇌에 전해지는 경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오감(五感)이라고 부르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여기에 더하여 자신의 위치에 관한 공감각을 더한 감각이 외부환경으로부터 우리가 정보를 얻는 경로입니다.

 

코넬대학에서 인문사회학을 가르치는 다이앤 애커만교수의 <감각의 박물학>은 바로 감각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입니다. ‘박물학’이란 단어를 읽으면서 세종로에 있는 국립박물관보다 예전에 가보았던 위스컨신주 다지빌의 와이오밍골짜기에 있는 ‘하우스 온 더 락’이 먼저 생각났습니다. 몽상가 알렉스 조르단이 1949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이곳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전목마, 19세기의 옛 거리, 거대한 해양 생물, 신기한 악기, 갑옷과 투구 및 무기, 인형과 인형의 집, 미니 서커스 등 무궁무진한 볼거리를 볼 수 있습니다. 평소 기이한 물건에 관심이 많던 조르단이 수집한 물건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민속박물관입니다. <감각의 박물학>은 제목 그대로 감각에 관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 사실부터 세간에 전해져온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감각의 중요성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감각은 뚜렷한 혹은 미묘한 사실들을 그대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감각은 현실을 아주 잘게 쪼갠 다음 그것을 다시 모아 의미있는 형태를 만든다. 감각은 우연한 표본을 받아들인다. 감각은 하나의 예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뽑아낸다. 감각들은 서로 의논하여 그럴듯한 예를 찾아내고, 작고 정밀하게 판단한다. 인생은 모든 것에 빛과 풍부함을 부여한다.(10쪽)”

 

감각을 통하여 들어온 외부 정보가 처리되는 방식은 모든 사람에서 똑 같습니다. 즉 감각의 정보는 대뇌의 해마에서 일차 처리되는데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서 단기기억에 머물었다가 폐기되거나 대뇌의 다양한 영역으로 옮겨져 장기기억으로 갈무리되는 것입니다. 즉 감각은 우리를 과거와 밀접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감각의 박물학>에서 우리는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 그리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서 어떻게 다른지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어떤 향기에서 어린 시절의 여름을 떠올린다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는 점이 후각에 대한 이야기를 제일 먼저 다룬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태어난 이후 죽음에 이를 때까지 호흡을 멈추지 않습니다. 후각은 호흡을 통하여 들어오는 냄새를 담은 분자들이 비강점막에 녹아들고 점막에 있는 섬모가 있는 500만개의 수용기세포를 자극해서 냄새정보를 뇌에 보냅니다. 후각신경은 신경섬유로 구성되는 다른 대뇌신경과는 다른 형태로 되어 있고, 후각세포에서 오는 전기적 신호를 직접 받아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신경회로에 직접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에드윈 모리스가 <향기>에 적고 있는 것처럼 단기기억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냄새의 기억은 오래가고, 다른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을 도와주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려 한다면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냄새는 시각이나 소리보다 더 확실하게 심금을 울린다.”는 키플링의 말은 후각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냄새에 관한 추억 한자락 정도는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만 냄새와 관련해서 저자의 놀라운 감성이 느껴지는 구절을 음미해봅니다. “나는 몇 년전 바하마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두 가지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안에 바다가 있다는 것과, 우리의 정맥은 조류를 흉내 내고 있다는 것. 물고기 알 같은 난자를 난소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인간 여성으로서, 우리 조상이 수억 년 전에 진화해 나온 바다의 부드럽게 물결치는 자궁 속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너무나도 감동받아 물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내 눈물의 소금기를 짠 바닷물에 보탰다.(40쪽)”촉각에 관한 글 가운데서는 <사이언스>에서 인용한 프레데릭 작스의 글을 인용합니다. “촉각은 최초로 점화되는 감각이며, 대개 맨 마지막에 소멸한다. 눈이 우리를 배신한 뒤에도 오랫동안, 손은 세계를 전하는 일에 충실하다. (…) 죽음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는 촉각의 상실에 대해 말하는 일이 많다.(111쪽)” 아무래도 촉각에는 ‘사랑’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본능적으로 시작하는 신체접촉을 통하여 나 아닌 타자(他者)를 인식하게 되고, 특히 가장 신체접촉을 많이 하는 엄마의 손길을 통하여 얻는 따듯한 느낌에서 엄마의 헌신적 사랑을 평생토록 기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통증은 촉각의 한 종류인 통각으로 느끼기 때문에 대부분 나쁜 기억으로 남게 됩니다만, 애무와 키스라는 접촉을 통하여 얻는 촉각은 사랑이라는 불을 지피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키스’로 로댕의 조각 작품 <키스>를 들고 이렇게 이유를 적었습니다. “암반 위에 앉아 부드럽게 서로를 포옹한 채 영원의 키스를 나누는 연인. 왼쪽 팔을 남자의 목에 두르고 있는 여자는 황홀경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남자의 입 안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도 보이고. 남자는 오른손을 펴 여자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그가 잘 알고 있는, 찬탄해 마지않는 허벅지고, 그는 여자의 다리가 악기인 양 연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감싸 안은 둘의 어깨, 손, 다리, 엉덩이, 가슴은 찰싹 붙어 있고, 둘은 서로의 운명을 입으로 봉인하고 있다.(171쪽)” 년전에 방문했던 일본의 동경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보았습니다. 그때 저는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훔쳐보듯 했습니다만, 어쩌면 저자는 이렇게 꼼꼼히도 관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각하면 아무래도 프루스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마들렌의 추억입니다.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생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차의 첫 모금을 마신 순간으로 되돌아가본다. (…) 분명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팔딱거리는 것은 그 맛과 연결되어 맛의 뒤를 따라 내게로까지 올라오려고 애쓰는 이미지, 시각적인 추억임에 틀림없다. (…) 그러다가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85~89쪽; http://blog.yes24.com/document/6861568)” 마들렌을 넣은 홍차 한 모금에서 콩브레 시절의 추억을 길어 올리기까지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흘러야 했지만, 결국 프루스트는 이를 계기로 추억을 더듬어 기억의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시간들을 되살리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미각적 자극이 시각적 기억을 이끌어내는 독특한 기억회상 패턴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에는 아마도 홍차에 녹아든 마들렌의 맛에 대한 미각적 기억과 홍차의 향기에 대한 후각적 기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 기억이 만들어질 무렵에 받아들였던 시각적 기억들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청각을 통하여 수용하는 소리라고 하는 자극은 어떤 물체의 움직임으로 시작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공기 분자의 파동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청각은 그리 예민하지 못해서 공기분자의 파동 가운데 일부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도 한창 젊을 때는 초당 16헤르츠에서 2만 헤르츠의 주파수 영역을 감지할 수 있고, 인간의 목소리는 남자의 경우 초당 100헤르츠 여자의 경우 150헤르츠 내외의 주파수를 가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제한적인 가청범위마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음영역이 더욱 축소된다고 하니 아무래도 청각에는 제한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청각에서 빠트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UCLA의대에서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나타나는 뇌의 활동을 PET로 조사했더니 독서는 뇌의 좌반구를, 음악은 뇌의 우반구를 흥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음악은 감정을 상징하고, 반영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를 골치 아프고 부정확한 말에서 해방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즉 음악에 언어적 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언어 때문에 직접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들도 다른 문화의 음악에는 반응한다는 점을 보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저자는 “외국어는 번역해놓아야 이해할 수 있지만, 흐느낌, 울음, 비명, 기쁨, 웃음, 한숨을 비롯한 부르짖음과 외침 소리는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음악은 모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감정의 채석장에서 나온 절제된 외침이다.(318쪽)”고 적었습니다. 최근 우주에 존재하는 미지의 생물학적 존재와의 교신을 위한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한 이유일 것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1977년작 영화 <미지와의 조우>와 로버트 저메키스감독의 1997년작 영화 <콘택트>가 바로 외계인과의 교신을 주제로 한 영화입니다.

 

시각은 빛에 근거한 감각입니다. 지구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는 파장의 색을 인식하는 과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특별한 목적이 없다는 이상한 성질을 색체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물과 식물이 가지는 색깔에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가을에 식물의 색깔이 독특하게 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나뭇잎의 색깔이 변하는 이유는 여름철 생존을 위하여 꾸준하게 만들어내는 엽록소에 감추어져 있는 본디 색깔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엽록소는 열과 빛에 파괴되지만 여름동안은 꾸준하게 만들어져 대체되는데, 가을이 되면 만들어지는 엽록소가 점점 줄어들면서 가려져 있던 다른 색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자연은 가려지지 않은 본래의 색깔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 셈입니다. 저자는 가장 볼만한 가을 잎새, 즉 단풍을 미국의 북동부와 중국의 동부에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와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장산과 설악산의 불붙는 듯한 단풍을 보았더라면 절대로 빠트릴 수 없었을테니까요.

 

인간의 감각에 따라 다양한 예술행위가 발전해왔습니다. 후각은 향수를, 미각은 음식을, 청각은 음악을 그리고 시각은 미술과 조각을 발전시키는 근원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보니 현대에 들어와 시작한 연극, 영화, 뮤지컬 등은 한 가지 감각만을 위한 예술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 때문에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예술의 모든 언어는 순간을 언어로 바꾸기 위한 노력 속에서 발전되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 하나의 예외,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어떤 질서의 기초를 이룬다고 가정한다.(408쪽)”고 한 존 버거의 말을 인용하면서 ‘예술은 자연을 문진(文鎭) 속에 가두는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쯤해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감각의 박물학>인 것처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인체의 감각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에 일독을 권합니다.



y*****2 2013.06.24.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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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허무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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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감각에 대한 자연과학적, 문학적, 신비주의적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애커먼은 칼럼형식 글쓰기를 통해 우리 세대의 글읽기에 부합하는 묶음형식의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자칫 너무 전문적이기 쉬운 과학지식의 소개로부터도 벗어나 있고, 혹 너무 감상적이기 쉬운 감각의 서술에서도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과학컬럼이 어떤 부분에서는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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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감각에 대한 자연과학적, 문학적, 신비주의적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애커먼은 칼럼형식 글쓰기를 통해 우리 세대의 글읽기에 부합하는 묶음형식의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자칫 너무 전문적이기 쉬운 과학지식의 소개로부터도 벗어나 있고, 혹 너무 감상적이기 쉬운 감각의 서술에서도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과학컬럼이 어떤 부분에서는 에세이가 또 다시 여행기가 그리고 서평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한 주제로 묶어낸 남의 블로그를 들여다 보는 느낌의 이런 글쓰기는 무척 신선하고 앞으로의 글쓰기의 한 모형을 보여준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기존의 글 읽기에 편안한 독자에겐 약간 어색하고 껄끄러운 형식이 될 수도 있다. 언뜻 전문적인 것 같은 지식들도 독창적인 것은 아니고 기존의 정보를 별 순서나 논리관계 없이 나열한 듯 보이기도 하고, 에세이와 여행기 또한 앞 이야기들과 분리되어 수필 자체의 재미나 깊은 감성을 건드리기보다는 반짝거리기만 하는 묘사들과 상품후기적 기술로 비칠 수도 있어서이다. 한 주제로 써내리는 글이 논리의 계단위에서 결국 길게 써 갈수록 머나먼 비약으로 치닿게 되는 것이 모더니즘적 글쓰기라면, 이러한 종류의 포괄적 개괄적 표면 감각적 글쓰기는 포스트모던 글쓰기라고 불러야할까? 작가의 주변을 떠도는 이런 글쓰기는 그래서 책의 내용 속에서도 글쓰는 행위에 대한 서술과 작가로서의 창작관을 많이 드러내게 된다.

 

컬럼리스트의 글들, 인터넷 뉴스, 상품 카탈로그, 기관지, 이제 나도 포스트모던 글에 익숙해져야 할까...아직은 나는 비수를 지르는 한줄기 글쓰기에 더 기쁨을 느끼고, 그래서 터져나오는 내면의 깊은 수맥에 더 목말라있어 이런 접시물 핥기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하겠다. 

s***y 2010.02.2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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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감각의 박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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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말하고만지고 누군가에겐 처음부터 못느낀 감각일수도,중간에 상실했을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숨쉬듯 당연했을 감각들  일것이다. 감각의 이면과  진화된방향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있다. 감각들은 개별이  아니며 유기적으로 함께 작용한다. 결여되거나 중도 탈락된 감각들은 다른 감각을 더 발달시킴으로  상실감을 일정부분 채워주기도 한다고 읽혔다. 감각의 진화과정에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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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말하고만지고 누군가에겐 처음부터 못느낀 감각일수도,중간에 상실했을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숨쉬듯 당연했을 감각들  일것이다. 감각의 이면과  진화된방향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있다. 감각들은 개별이  아니며 유기적으로 함께 작용한다. 결여되거나 중도 탈락된 감각들은 다른 감각을 더 발달시킴으로  상실감을 일정부분 채워주기도 한다고 읽혔다. 감각의 진화과정에 의도적 개입이 있었다라고 한다면 우리는 개인의 결핍된 감각 사이사이를   서로 채워주며 나눠가지며 함께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YES마니아 : 로얄 l*****0 2024.06.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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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29 느끼는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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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29 느끼는 몸을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2004.07.20     다섯 해 앞서 벚꽃이 필 무렵에 송해공원 옥연못을 걸었다. 그날 나란히 걷던 분이 《감각의 박물학》이라는 책을 읽으면 글쓰기에 이바지할 만하다고 얘기했다. 그날 덥석 이 책을 장만했다.   이 책에는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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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29 느끼는 몸을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2004.07.20

 

 

다섯 해 앞서 벚꽃이 필 무렵에 송해공원 옥연못을 걸었다. 그날 나란히 걷던 분이 《감각의 박물학》이라는 책을 읽으면 글쓰기에 이바지할 만하다고 얘기했다. 그날 덥석 이 책을 장만했다.

 

이 책에는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이 나온다. 하나마다 여러 이야기를 담는다. 한 꼭지에도 온갖 이야기가 흐른다. 숱한 사람들이 여러 느낌(감각)을 놓고서 쓴 글을 꽤 많이 따서 실었다.

 

냄새(후각)를 떠올려 본다. 맡기 싫으면 숨을 살짝 멈춘다. 우리 일터 지하실에 들어가야 할 적에는 숨을 훅 참지만, 오 초만 지나도 숨을 쉬어야 한다. 땅밑에 고인 여러 냄새로 어질어질하다. 나이든 어머니한테서 나온 지린내도 떠오른다. 나이든 어머니가 오줌을 조금씩 지리셨는데, 옷에도 몸에도 집안에도 가득한 적이 있다. 옷을 갈아입히고 씻기고 문을 다 열자고 말했더니 갑자기 집안이 싸늘했다.

 

만지고 맛보고 듣고 보는 일은 혼자서 느끼면 그만이지만, 냄새는 숨을 쉬듯 마신다. 우리 몸은 움직이는 작은 바다인데, 맡기 싫은 냄새도 바다에서 나오는 냄새일 텐데, 냄새가 있는 그대로 퍼지면 어쩐지 힘겹다.

 

뿌연 마음에 향긋한 마음을 보탤 수 있을까. 뿌연 글에 향긋한 글을 보탤 수 있는가.

 

살갗(촉각)을 떠올려 본다. 두 아이한테 젖을 세이레만 먹였다. 셋째는 서너 달쯤 먹인 듯한데, 세 아이 모두 젖을 일찍 끊었다. 밥벌이로 하는 일이 언제나 먼저가 되어야 하고, 이 틀에 우리 아이를 맞추었다. 젖을 떼자 바로 떨어져 지냈다. 아이랑 가장 많이 만나고 품어야 할 무렵에 일을 너무 크게 여겼다. 지난날 내가 아이를 좀더 품었더라면 더 살가이 지내왔을까. 일은 일대로 하느라 고단하고, 마음은 마음대로 늘 미안하다.

 

글을 어떻게 써야 촉촉할까. 마음이 촉촉하면 글도 저절로 촉촉하려나.

 

맛(미각)을 헤아려 본다. 《감각의 박물학》은 “미각은 사회적 감각”이라고 들려준다. 다른 마음은 혼자서 즐긴다면 맛은 밥으로 끈을 잇는다. 우리가 먹는 밥은, 알고 보면 풀이나 짐승 살점이다. 밥맛을 너무 찾다가는, 자칫 굶주린 이빨을 드러내고야 만다. 기쁨이 아닌 ‘쾌락’은 혀끝에 너무 사로잡힐 적에 불거지지 싶다.

 

단맛도 짠맛도 아닌, 신맛도 있고 수수하거나 포근하거나 아름다운 맛이란 무엇일까. 글맛을 더하는 길이란 무엇일까.

 

요즘 나는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물고기나 귀뚜라미처럼 나도 귀로만 듣는 소리가 아닌,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초음파나 주파수를 느끼는 듯하다. 이 책을 읽기 앞서는 내 몸에서 어떤 소리가 흘러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다른 소리로 여기면서 이겨내려고만 했다.

 

눈은 빛을 모으는 일을 한다고 한다. 눈에 보인다고 여기지만, 정작 새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머리에서 이루어진 모습을 그려낼 뿐이라고 한다. 얼핏 바라보면 하늘은 텅 비어 보이지만, 내가 못 보거나 못 느끼는 숨결이 가득하다고 한다.

 

두툼한 《감각의 박물학》에 실린 여러 따온 글 가운데, ‘돈키호테’에 나온 말이라는 “펜은 마음의 혀”라는 대목을 곱씹는다. 나는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내 몸하고 마음은 고스란히 박물관일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박물관일 수 있다. 나라는 박물관에는 어떤 하루를 담을 수 있을까? 오늘 나는 어떤 글을 쓰고 그려서 노래할 수 있을까?

 

023.9.14. 숲하루

 

 

#숲하루, #느끼는삶으로, #감각의박물학, #다이앤애커먼, #백영미, #작가정신, #다시읽기

j******8 2023.10.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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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ELL TOUCH TASTE HEARING VISION SYNESTH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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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여섯가지로 분화시켜 아기살결 만지듯이 부드럽게, 때로는 애무하듯 치밀하게 그려낸 책이다. 초판은 2004년이었는데 2009년까지 8번까지 찍은 것을 보면 이 책의 인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책 속에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헬렌켈러이다. 아시다시피 헬렌켈러는 앞을 보지도 못했고, 심지어 듣지도 못했다. 시각과 청각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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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여섯가지로 분화시켜 아기살결 만지듯이 부드럽게, 때로는 애무하듯 치밀하게 그려낸 책이다.

초판은 2004년이었는데 2009년까지 8번까지 찍은 것을 보면 이 책의 인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책 속에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헬렌켈러이다. 아시다시피 헬렌켈러는 앞을 보지도 못했고, 심지어 듣지도 못했다. 시각과 청각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어떨까.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다. 만약 직접 그 입장이 된다면 과연 지금처럼 일상적인 불평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보고 듣고 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니까 다른 불평은 할 수 조차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보고 듣고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는 기도를 신에게 할 수 밖에 없겠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 감각을 충분히 이끌어낼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자연으로부터 황홀하고 자극적인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들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감각이라는 것을 통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임에 분명하다.


1. 후각

- 냄새는 생존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모든 논리를 넘어서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자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였던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에 그것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진화는 인간의 후각을 약화시켜왔지만, 화학자들은 그것을 복원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인간이 냄새에 몸을 담그고, 냄새에 탐닉하는 것이 우연은 아닌 것이다. … 냄새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 냄새가 생존에 필수적인 건 아니지만,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상실과 고립을 느끼는 것이다.

(추락한 천사 中)

 

→ 추락한 천사라는 표현은 헬렌켈러가 지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냄새는 가장 필요가 적은 감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냄새를 갖고 싶어하고 그렇기에 향수나 방향제 등으로 향기를 가지려 노력한다.

 

 

2. 촉각

- 피부는 우리와 세계 사이에 있다. 피부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지만 또한 우리에게 개인적인 형태를 부여해주고, 외부에서 침입하지 못하도록 보호해주며, 필요에 따라 우리를 시원하게도 따뜻하게도 해주고, 비타민 D를 생산하고, 체액을 보존해준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피부가 스스로를 복구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한다는 점일 것이다. 무게가 3~45킬로그램에 이르는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자 성적 매력을 부여하는 핵심 기관이다.

(감각하는 공기방울 中)

 

→ 촉각은 피부라는 수용기가 있기에 느낄 수 있다. 피부가 있기에 인간이나 동물이 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명 거죽이라고 하는 피부가 없다면 진화하지 못하고 퇴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3. 미각

- 입은 육체라는 감옥을 단단히 봉하고 있다. 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도움을 주거나 해를 끼치지 못하고, 그래서 진화 과정에서 입이 제일 먼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입은 항문에 이르는 기다란 파이프 라인의 시작 이상의 것이다. 입은 육체에 이르는 문이고, 우리가 세계와 만나는 지점이며, 대단히 위험한 응접실이다.

(미뢰 中)

 

→ 다이앤 애커먼의 풍부한 표현에 놀랍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4. 청각

- 목소리는 제국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고, 아이들은 그것을 통해 부모와 화해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국가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고, 연인들은 구애의 급류를 탈 수 있으며, 사회는 가장 고귀한 꿈이나 가장 저열한 편견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은 언어 그 자체 속에 드러나 있다.

(달콤한 웃음의 재규어 中)

 

→ 청각은 결국 나의 목소리, 남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귀결된다. 목소리는 그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5. 시각

- 밤을 빛의 부재로 생각하지 말자. 자유의 시간으로 생각하자. 태양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까마득히 먼 곳에 있는 은하가 동터오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더이상 태양 빛에 눈이 멀어 별들이 가득한 우주를 보지 못하는 장님이 아니다. 무한한 암흑은 별들 사이로 그리고 영원이라고 부르는 빅뱅의 시간까지 영원히 펼쳐져 있는 듯하다. 밤은 그림자의 세계다. 우리가 밤에 보는 그림자들은 오로지 달빛과 인공적인 불빛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밤 자체가 하나의 그림자다.

(하늘을 어떻게 볼 것인가 中)

 

→ 밤이라는 시간은 자유의 시간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낮은 내가 마음대로 제어하기 힘든 시간이기 때문이다.

 

 

6. 공감각

- 한 감각을 자극하면 다른 감각이 자극을 받는다. 공감각은 그리스어의 함께와 지각하다를 더한 말이다. 일상생활은 지각에 대한 끊임없는 폭격이나 마찬가지여서 누구나 감각의 뒤섞임을 경험한다.

(판타지아 中)

h****5 2010.0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