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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꽤나 자극적인 제목에 도발적인 감각으로 책을 읽어냈다. 물론 책을 읽는내내 도대체 왜? 초강대국 미국이 최강빈국 북한을 이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며 읽었다. 혹시나 '반어법'은 아니었나 의심반 기대반을 하면서 말이다.
책의 시작은 엉뚱하게도(?) 흥선대원군의 서슬이 퍼렇던 구한말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서 우리 나라와 미국이 처음 만나게 되는 과정을 서술하기 시작한다. 북한과 미국을 이야기하면서 때아닌 구한말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 의아심을 품으면서도 이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의 첫 만남때는 우리가 분단이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북한과 미국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와 미국의 이야기'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게 '김종성의 매력'이랄까?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을 확 깨버리는 '발상의 전환'과 모든 것을 꿰뚫는 '깊고 남다른 통찰력' 말이다. 암튼 이야기는 '척화비'를 내세우며 통상거부정책을 하던 조선이 통상(무역)을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던 미국을 야멸치게 내쫓던 시절로 거슬로 올라간다.
여기에 배경지식 하나 더, 오늘날의 북미관계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 아니라 1842년으로 더 멀리 거슬로 올라가야 한다는 '김종성의 해석'이다. 왜냐면 보통의 상식으로는 분단의 시작인 '해방이후'의 시대부터 북미관계를 따지기 마련인데, 김종성은 '아편전쟁'을 북미관계의 시작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해방이후의 '냉전적 갈등'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였고 휴전이후에도 북미간의 주된 갈등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륙세력 vs 해양세력'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의 맥락을 잡기 애매하기 때문이란다.
보충하자면, 유목민이 강성했던 시기에는 동서무역의 통로였던 초원길을 유목민이 장악했었고, 이후에 농경민이 강성하던 시기에는 초원길을 대신해서 농경민이 비단길을 개척한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유목민의 혜택도, 농경민의 혜택도 누리지 못했던 서유럽이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뽐내던 시절에는 바닷길을 개척한 덕분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19세기이전 동북아시아를 주름잡던 세력은 유목민에서 농경민으로 이어진 '대륙세력'이었으며, 19세기이후의 동북아시아는 바닷길을 이용해 세력을 뻗치던 서유럽(미국 포함)과 서유럽을 흉내내던 근대화된 일본까지 아우른 '해상세력'이 대륙세력을 누르고 판세를 역전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상세력이 대륙세력을 억누르고 역전하게 된 계기를 1842년 아편전쟁으로 보고 있는 까닭이다. 이쯤되면 흥미진진해진다. 오늘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6자 회담'이라는 것도 북한, 중국, 소련(러시아)의 대륙세력과 한국, 미국, 일본의 해상세력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해석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벌인 역할과 그 속셈'이다. 애초에 미국이 동아시아에 세력을 뻗쳐오던 때엔 이미 서유럽 해상세력들이 청과 일본에 판을 벌여놓고 있던 시절이었다. 미국은 해상세력들 중에서도 후발주자에 속했으며 뒤늦게 '페리제독'을 통해 일본을 강제개방하는 등 행보가 늦었다. 그런 까닭에 미국이 청나라를 비롯해서 동아시아에 마수(?)를 뻗을 땐 상대적으로 신사다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당시 조선은 통상거부정책을 펼치고 있던 까닭에 제너럴셔먼호사건과 신미양요와 같이 두세 차례 무리수가 통하지 않자 더욱 부드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고종이 자체적인 필요성에 따라 채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인해 그 당시엔 아시아를 침탈한 적이 없는 '아름다운 나라(미국)'라는 이미지가 생겨난 것은 아닐런지... 이랬던 미국이 그 시커먼 속셈을 드러낸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선을 식민지로 삼겠다던 일본을 지지하고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통해 필리핀을 냠냠해버린 것이다.
미국의 속셈은 그 후부터 오늘날까지 '우리편'이라기엔 너무 미심쩍을 따름이다. 일제패망이후엔 '해방군'이란 이름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와 남북분단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발발 전에는 '트루먼 독트린'을 선언해 '공산주의(대륙)세력'으로부터 우리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나마 전쟁발발 후에 발빠른 참전과 인천상륙작전으로 그나마 그 덩치값을 하긴 했으나 우리 나라(남한)를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호언장담이 물색하게 아름다운 나라(미국)는 틈만나면 우리 손을 놓아버리고 일본으로 물러서는 일이 잦았다. 이런 아름다운(?) 자태를 볼작시면 미국읫 속내가 결코 우리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의리를 지킬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거기에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과 벌인 대결에서도 미국은 번번히 허탕을 치기 일쑤다. 더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선언하는 마당에도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북한의 행보를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는 미친놈마냥 '맞불작전'을 펼쳐 더욱 갈등의 끝장을 보려하다가 문재인정부 이후에 겨우 숨통이 트인 상황이지만,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이 박근혜정부의 무능의 정점을 찍던 때였던지라 이 책에선 트럼프와 김정은의 '미치광이 전략'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종성은 이 책의 끝자락에 북한과 미국의 갈지자 행보에 우리 나라(남한)가 휘둘리지 말고 '남,북,미 3자 회담' 등등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미국의 자국이익 논리에 의해서 남한은 얼마든지 버리는 카드가 될 수 있으며, 하물며 중국과 일본, 러시아조차도 남한만을 편 들 까닭도 없으니, 핵 카드와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뽐내는 북한이 우리를 상대로 통일을 행동(!)으로 보여주거나 이야기할 때 우리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없을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꽤나 자극적인 제목이 관심을 고조시킨 탓인지 꽤나 집중해서 꼼꼼히 읽었다. 특히 '대륙세력 vs 해양세력'의 대결양상이 인상적이었으며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바로미터'로 삼아 해석해보니 딱 맞아떨어지는 점이 많아 우리 나라를 포함한 세계사적 역사 맥락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암튼 굿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