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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시탈 1 : 뒷표지에 있는 연산 숫자들은 이 책 원본의 소장자가 한 낙서이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기 위해 책에 있는 낙서와 오손 등을 원본의 형태 그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 되었다. 허영만 작가는 우리나라 만화작가 중에서 70년대 이전 아동만화에서 출발하여 현대의 성인만화와 웹툰에 이르기 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많지 않은 작가 중에 한 명이다. 아니 어쩌면 유일한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아동만화와 성인만화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 작가로 고우영 작가와 강철수 작가를 들 수 있다. 고우영 작가는 작고하였고 강철수 작가는 최근에 활동이 드문 듯하니 허영만 작가야말로 두 분야를 넘나 든 대표적인 작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작품이 몇 개월 전에 복간되었을 때 구입을 생각했다가 망설였다. 그 이유는 왕년의 걸작이었다고 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매력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만화 걸작선’으로 복간한 작품들을 10여 종 이상 구입했는데 그중에 흡족하게 느낀 작품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품성이나 흥미성 보다는 옛 작품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정도에서 만족했다. 이 작품을 완독하고는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복간본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지금까지 구입한 한국만화 걸작선 작품들은 대부분 호화양장으로 장정되어 있었다. 원본에 비해 지질도 좋아졌고, 흐릿한 인쇄는 교정을 거쳐서 선명하게 고쳐졌다. 어떤 작품은 표지 그림도 새로 꾸민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작품 자체는 옛 작품이지만 옛 작품을 읽는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었다. 춘향이가 치마저고리의 한복이 아니라 양장을 입은 격이라고 할까
그러나 원본에 있는 낙서, 오염, 낙장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되살렸으며, 종이마저도 예전의 누루스름한 색감을 그대로 재현했다. 심지어 원본의 소장자가 했던 낙서마저 고치지 않고 그대로 표현했다. 마치 헌책방에서 40년 전의 책을 발견하고 환호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둘째, 정겨운 그림체에서 향수를 느꼈다. 허영만 작가는 지금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최근 작품인 『커피 한잔 할까요』,『식객』,『동의보감』등을 탐독하기도 했다. 그의 그림체는 예전과 지금이 다르다. 한복만 입던 노인들이 어느 날 양복이나 양장으로 바꾸어 입고 그 옷에 동화되듯이 그의 최근 작품에서는 향수를 자극하는 그림체는 사라져 있다. 그러나 원본 그대로인 이 책에는 70년대 이전의 만화들의 그림체와 필체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 것이다. 금강산에 가서 버스를 타고 지나다 어쩌다 마주치는 북한의 민간인에게서 옛 시절의 우리 모습을 발견하고 느끼던 향수를 이 책의 그림에서 그대로 느꼈다.
셋째, 거장의 능력을 다시 확인했다. 복간된 걸작 만화를 보면서 작품성에서 실망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작품성을 따지기도 힘들 만큼 스토리 구성 자체가 졸렬한 것을 보면서 이런 작품에 매력을 느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렇지는 않았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아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탄탄해서 반가웠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만화의 걸작으로 알려진 작품이기는 하지만 화려한 색채 만화에 익숙한 현대의 젊은이들은 매력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또한 원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인위적인 편집을 안 한 곳이 많다 보니 선명성이 떨어져서 읽기에 힘든 곳도 있다. 70년대에 만화를 즐겼던 독자 정도가 되어야 이 책에서 향수를 느끼며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허영만 작가의 옛 작품을 읽은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더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