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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 되었다. 1권을 펼칠 때의 기대를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스토리에 대한 궁금함보다는 책의 형태에 대한 향수였다. 나의 기억으로 70년대 이전의 단행본 만화는 14.5 x 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판이었고, 70년대 이후에는 가로와 세로가 1센티미터 정도 커진 형태로 나왔다. 당시 나는 바뀌기 이전의 작은 판을 선호하고 있었기에 늘어난 조판 형태에 잘 적응이 되지 않았었다. 이 책은 예전의 작은 판으로 발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장자의 낙서와 손때 등을 거의 그대로 복원했으므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대로 살릴 수 있을 듯해서였다.
어린 시절의 초가집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그 시절의 건물 형태가 그리울 뿐이지 살고 싶은 것은 아닌 것처럼 이 책을 대하는 마음도 비슷했다. 오히려 책을 펼치기가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스토리 전개나 구성 등에 있어서 과거의 작품이 세련된 현대의 수준을 따를 수 있겠는가? 오히려 과거의 아름다운 환상이 깨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열독하다시피 했던 작품으로 신동우 화백의 『풍운아 홍길동』이 있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일본의 어느 신문사에서 세계의 10대만화로 선정을 하기도 했다. 또한 만화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큰 인기가 있었다. 이 책이 복간되었을 때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6권 전질을 구입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책장을 넘겼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실망만 더해졌을 뿐이다. 오래 전 작품이라서 현대의 시각에서 느끼는 촌스러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구성 자체가 뒤죽박죽이었다. 결말은 용두사미처럼 마무리 되었고……. 그 책을 리뷰에서 이런 내용을 쓴 기억이 난다. 그림은 신동우 화백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나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맛보고 싶다면 1편 정도만 구입하고, 2편 이하는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이 책도 그런 실망을 주지 않을까라는 걱정 속에 펼쳤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그림체는 물론 구성도 훌륭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마음에서 2권을 펼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각시탈의 신분을 숨기고 바보인 척 살고 있는 김영과 일본의 앞잡이인 헌병 보조원으로 살고 있는 김인 형제, 두 아들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악독한 일본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헌병대장과 기무라 중위, 새롭게 등장한 독립지사 안동지 등의 등장인물들은 현대 만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생동감이 있었다.
내용과 관계없이 책표지에 있는 연필로 쓴 낙서도 ‘33316+13738=47054’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소장은 어떤 상황에서 저런 연산을 했을까, 수십 년이 흐른 뒤에 복간본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어떤 인연일까도 생각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1편의 리뷰에서 쓴 글을 그대로 옮기겠다.
한국만화의 걸작으로 알려진 작품이기는 하지만 화려한 색채 만화에 익숙한 현대의 젊은이들은 매력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또한 원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인위적인 편집을 안 한 곳이 많다 보니 선명성이 떨어져서 읽기에 힘든 곳도 있다. 70년대에 만화를 즐겼던 독자 정도가 되어야 이 책에서 향수를 느끼며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허영만 작가의 옛 작품을 읽은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더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