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년생인 저자는 현재 60대 나이인데 프리랜서 편집자로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출판사 사옥 책상에 안주하지 않고 직접 기획을 하고 취재를 하고 편집을 한다. 시장 조사에 연연하지 않고 뛰어들고 부딪혀서 책을 엮어 낸다. 카메라를 메고 오토바이를 타고 취재하러 떠난다.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받는 원고료나 인세는 큰 이득이 없지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없으니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설문조사 같은 것은 평균치이며 자신은 다수 아닌 소수를 위한 기획을 한다고 말한다. 검색해서 자료가 많으면 이미 누가 했다는 말이니 자신이 나설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데,,, 보통 패기가 아니다. 책 첫 머리에서 대뜸 '출판 불황의 이유는 편집자다.' 라고 말하시니, 원.
책은 편집 노하우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아웃사이더 프리랜서 편집자로서 갖는 긍지나 자세를 말하는 책이다. 일본 출판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종이 매체에서 웹으로, 메일 매거진 직거래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등, 저자가 출판 시장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주도해가는 과정을 따라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제 내년이면 예순이 된다. 젊었을 때 출판사에 들어갔더라면 지금쯤 임원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취재를 요청하는 전화를 간단히 거절당하고, 자식뻘 되는 어린 아티스트들에게 존댓말로 인터뷰를 하고, 먼 곳까지 취재하러 갈 교통비가 걱정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편집자를 시작했던 40년 전의 상황과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달라진 점도 있다. 그때보다 체력은 떨어지고 수입은 줄어드는데 고생은 더 늘었다. 그래도 좋다. 매월 입금되는 돈보다도 매일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편집자로 사는 사소한 행복은 출신 학교나 경력, 직함, 연령, 수입과는 상관없이 호기심과 체력과 인간성만 있으면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에 있다. 이런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 7쪽에서 인용
옮겨두고 싶은 문장이 많다.
미술이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문을 두드리고 열어봐야 경험이 쌓인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머지않아 주변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게 되고, ‘좋다’고 느낀 자신의 감각을 확신할 수 있는 날이 온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게 자신을 다져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 22쪽에서 인용
인터뷰에 노하우란 없다. 대화는 각자가 만들어온 호기심과 경험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불이 붙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다양한 일에 흥미를 가지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 외에 지름길은 없다. - 192쪽에서 인용
최근 들어서 프로란 ‘대신 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 걸까’,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매일 그런 생각만 끝없이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을 대신해 철학자는 평생동안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책으로 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책을 읽는다. 이처럼 누군가를 대신 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 먼 곳까지 가보는 사람, 맛을 연구하는 사람이 프로인 것이다. 프로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일을 한 대가로 보수를 받는다. 메일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프로의 일과 그 대가의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 222 ~ 223쪽에서 인용
등등, 도움되는 내용이 많았다. 다 읽고 나니, 결국 프로가 되는 지름길은 없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오래오래 끈질기게 해 내는 자세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분의 말을 믿자. 호기심과 체력, 인간성만 있으면 된다. 아, 마지막이 제일 힘드네. 여튼 책 동네 관련한 업에 있는 분들께 강추한다.
기타, <로드사이드 재팬 진기한 일본기행>의 성공이 신기한데, 여기에는 에도 시대 17세기부터 기행문을 간행하는 전통있는 일본의 문화적 배경이 뒷받침된 것 같다. 이어서 <진기한 세계 기행>편을 연재하게 된 것은 일본 경제 호황 덕도 본 것 같다. 경제가 호황이어야 기업들이 잡지에 광고를 많이 하고, 그래야 잡지에서 취재비를 내줄 수 있으니까. |
|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다. 편집자나 출판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조직이나 업계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터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저자 츠즈키 쿄이치는 1956년생이다. 스무 살이 됐을 무렵, 그즈음 창간된 잡지 <POPEYE>에 엽서를 보냈다가 편집부와 인연이 되어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학교생활을 등한시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다 보니 어느새 '프리랜서 편집자'가 되어 있었다. 자연히 출판사로부터 정규직 입사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는 취재를 하고 책을 만드는 것이 좋아서 편집자가 되었지, 조직 생활을 하면서 때가 되면 승진하고 연봉이 오르는 삶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기엔 출판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열심히 준비한 기획을 퇴짜 맞거나 거의 끝까지 완성한 책이 엎어지는 일이 이어지면서, 저자는 직접 출판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촬영, 인쇄, 홍보 등을 직접 하다 보니 어느새 실력이 프로 수준에 이르렀다. 출판계에 발을 들인 지 40년이 넘는 지금은 편집자뿐 아니라 작가, 포토그래퍼, 출판업자로서도 인정받는 '슈퍼맨'이 되었다고.
저자는 40년 넘게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머물면서도 큰 어려움 없이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의 태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규직 편집자들이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상사 흉이나 보면서 마신 술값을 회사 경비로 처리하는' 동안, 자신은 주류 매체가 건드린 적 없는, 그러나 충분히 가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자 할 것 같은 이야깃거리를 찾아다녔고, 그 결과 출판계뿐 아니라 일본과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작업물을 만들어냈다. 남들이 이미 걸어간 길로만 다녀서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가 없고, 새로운 길을 찾지 않으면 앞으로의 출판은 미래가 없다. 이는 비단 출판뿐 아니라 많은 업계에도 해당될 말이다. |
책의 띠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제목과 참 어울리지 않는 문구지 않는가. 편집자를 위한 책이라면 무릇 '한 권으로 읽는 편집의 기술', '노편집인이 전하는 편집의 정석'과 같은 말이 따라와야 하는데. 저자는 솔직하다. 몇십 년을 편집자로 일했지만, 편집에 기술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편집자는 뭘까. 내년이면 편집자로 일한 지 6년째가 된다. 그 동안 내가 키운 능력이라곤 글을 쓰고 사진을 보는 능력 뿐이다. 사진은 사진사가 더 잘 찍고, 디자인은 어차피 외주로 맡긴다. 인쇄 역시 전문가가 알아서 다 해준다. 그렇다면 도대체 편집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란 뭘까? 저자는 '그런 능력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발로 뛰는 것. 그게 전부라고 말한다.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는 이전에 리뷰한 책 <중쇄미정>에서도 다뤘던 걸로 기억한다. 만 명의 독자를 위한 보편적인 책이 아닌, 천 명의 독자를 위한 독특한 책. 편집자의 안목과 기술은 거기에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신중하고 차분한' 편집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할 때, 나는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 전장의 상황을 느긋하게 파악하고 항상 최후에 가장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는, 그런 타입은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엔 너무 다혈질이고 쉽게 흥분한다고나 할까...편집자라는 직업적 특성만 고려했을 때, 나는 야전에서 발로 뛰며 직접 자료를 모으는 병사에 가깝다. '결과가 언제까지 나오는지 한 번 지켜보자'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이거 왜 이런 거지? 안 되겠어, 내가 직접 가봐야지!' 좀 더 가까운 마인드다.
책에서는 편집자가 '남의 전문적인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이라며, 편집자가 누릴 수 있는 '공부의 특권'을 설명한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느라 골머리를 앓지만, 동시에 바로 그 점 때문에 매일을 새롭게 살 수 있는 특권. 저자는 이처럼 편집 일에 대한 자신의 높은 만족도를 소개하며, 같은 편집자들에게 위안을 준다. 물론 나도 이 책으로 많은 위로를 얻었다. 어쩌면 편집자라는 생물은,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쓸모 없는 생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보가 점점 심화될수록, 또 정보의 홍수가 계속해서 지속될수록 편집자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리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적절하게 해낼 수 있는 이는 편집자뿐이기 때문이다. |
|
-
p.10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움을 찾아내고 싶다면 먼저 뛰어들어보자. p.23 독자가 아닌 자신을 보라. -->자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저자는 편집회의를 쓸모없다고 하고 편집자들은 라이벌이라고 얘기하며 술자리를 함께하지 말라고 한다. 기존에 통념과는 조금 상반된 얘기다. 이유는 편집회의로 인해 신선도가 떨어지느니 프로의 자세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게 낫다고 하고 편집자보다는 다른 업종 사람들 와의 술자리로 새로운 걸 배우고 감각을 유지하라는 것인데 이유를 듣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p.81 호기심과 아이디어를 추진할 에너지만 있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온다. --> 편집자라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잘 팔릴 책만 기획되고 안전하게 가려는 경향이 있다.(논쟁의 소지가 있어 짧게 쓴다.) 그래도 편집자라면 독자가 흥미 있어 할만한 일뿐만 아니라 어렵지만 잘 모르고 가치 있는 책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p.176 어느 쪽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어느 쪽도 좋다는 생각을 알리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