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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아닌 채로 무심코 싼값에 구입해 플레이했다가 열흘째 폐인 상태로 손노리(그리고 그라비티)의 추종자가 되어버렸다. 동시에 일본 열도에서도 무수한 팬이 생겨났을거다. ys 시리즈와 영웅전설로 유명한 RPG의 전통명가 일본 팔콤에서 6월 28일 전격 발매를 시작했으니까. 재미있게도 한국에서는 6500원 가량하지만 (* 비록 주얼이라 할지라도), 일본에서는 7800엔, 즉 8만원 가량으로 무려 10배나 차이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건 별로 관심없다. 손노리와 그라비티를 모른 채로 일본팔콤이 로컬라이즈, 즉 일본 쪽에 국산화시킨 'アクトゥルス' 를 플레이하는 한국인이 역시 일본게임(!)은 대단하다고 격찬할까봐 걱정인 것이다. 장편 RPG는 '타임 킬러'라는 중학교 시절 교훈을 잊어버린 것도 후회막심이지만, 이 게임의 완성도와 예술성, 무엇보다 플레이도중 느끼는 감동 덕분에 사라져버리는 귀중한 시간 앞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고민막심이다. 참고로 일본 사이트 4gamer.net에서도 분방한 실험성이 대단하다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 그라비티 사의 "라그나로크" 열풍도 한몫하겠지만)
3D에 2D를 절묘히 결합한 그래픽, 지루하지 않고 박진감 넘치며 배리어 포인트(BP)를 도입한 획기적인 전투, 어깨가 들썩거리는 배경음악과 사운드에 대해서 굳이 논할 필요가 있을까 ? 무엇보다 기존 RPG를 풍자하거나 패러디하는 유머, 즉 골계미에서는 거의 뒤집혀질 뻔했으며 등장인물들도 개성이 뚜렷하며 이야기 변천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 등으로 감정이입이 상당하다. 근엄하지도 않으면서 웃기다가도 정말 가슴이 섬뜩해질 정도로 진지해지고 하는 등‥ 무엇보다 "작가"가 누군지 궁금할 정도로 시나리오가 압권이다. 기독교 성경부터 마니교까지 아우르는 종교적 세계관이 심오하게 깔려있으며 (게다가 정확하다) 진행되는 이야기의 필연성을 굳이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 살인, 죽음, 폐허 등도 거르지 않고 적나라하게 집어넣어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 기존 RPG에서는 비극조차 무조건 해결되게 만들지 않았는가) 초기 플레이에서는 그저 그런 모험담인가보다라고 착각하겠지만 계속 진행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로 몰입해나가는‥ 등장인물 각각에 대해서 애착이 간다면 지나친 말일까 ?
물론 실험성이 강해서 그런지 단점들도 적지 않다.
첫째, 버그가 심하다. 튕겨져나가는 일이 종종 있으며 음악이 섞이고 버벅대는 경우가 있다. (*패치 1.13까지 나왔건만)
둘째, 멀티 시나리오와 다양한 아이템, 마법조합도 상당하지만 초보자에겐 어렵다.
셋째, 3D 구현은 효과적이지만 던전이나 마을에서 길 찾다가 시간 다 보내기 딱 좋다. (* 화면 우측 상단에 소형지도라도 넣었으면 정말 좋았을 건데)
따라서 공략본을 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려우며, 일부 구간에선 특수 마법이나 장비가 없으면 시나리오 진행이 어려워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불상사조차‥ (* 적어도 일본판에서는 고쳤겠지. 품질관리의 제국에서) 그러나 플레이하다보면 모두 옥의 티로 치부할 정도로 성공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아쉬운 건 악튜러스 2가 나올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기실 PC 패키지 상품 판매는 말아먹을 와레즈 때문에 다 날라가버렸으니까. 그라비티는 온라인 게임, 그리고 손노리는 소울리스라는 플레이 스테이션 2 작품에 골몰한다는 얘기가 들리긴하는데‥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진지해지긴 오랜만이었다. 악튜러스의 경우는 특히 '종교'적인 세계관 덕분에 철학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경건한 특징만 전부가 아니라, 발랄하고 웃음이 넘치고 심지어 엽기적이기까지한 '이벤트'들. 엔딩을 본 이후에도 다시 플레이하여 못 겪은 이벤트를 즐겨보고싶다. 그런데 한국시장 너무하긴 했다. 저런 명품이 6500원짜리 주얼로 몰락해버렸다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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