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바쁜 생활에 쫓겨서인지 전공 관련 서적이나 인문학 도서들은 통 읽지 못하고, 머리도 식히고 마음을 부드럽게 해 보고자 줄창 소설책들만 읽어 치우고 있습니다. 은근히 "공부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읽기도 다 인생 공부고 살아가는 맛이려니 하고 여유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 『비타민 F』도 요즘 필자의 "소설 폭식"에 걸려든 맛있는 먹잇감이었습니다. 그럼, 식후감을 시작해 볼까요. 독자 여러분께서는 "비타민"이라는 단어에서 무엇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필자에게 비타민이라는 단어는 노란색 포장의 시큼한 레모나- 라는 식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A, B, D 등 여러 종류의 비타민이 있지만 아무래도 제일 친숙한 것은 흔히 접하는 비타민 C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이미지 때문인지 이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뭐, 보나마나 상큼한 느낌을 강조한 소품 아니면 시시껄렁한 경쾌 연애담이겠지"라는 선입관이었죠. (제목으로 책의 내용을 어림짐작 해 보는 것은 때론 유용하지만 이번처럼 선입관에 얽매여 바보같은 망설임을 가져올 때도 있답니다-) 어쨌든, 이번엔 선입관을 이기고 "읽어보자!"는 쪽이었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작가는 후기에서 "(마음의) 비타민 같은 작용을 하는 소설이 있어도 좋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을 갖고 이 단편 연작을 써내려 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이 책의 광고문구인 "단신의 마음과 영혼에 상큼한 비타민 같은 소설…"운운 하는 식의 "비타민"이었을까요? 글쎄요,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상큼"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으니까요.(전혀…까지는 아니고, 어쨌든 상큼함이 주된 이미지는 아니었지요.) 떠오른 것은 오히려 "밥"의 이미지였습니다. 질 때도 있고, 될 때도 있고, 탈 때도 있고, 고슬고슬하니 윤기 흐를 때도 있는 밥. 항상 먹으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하루만 밥 대신 빵이나 면 따위로 끼니를 때우면 금새 허전하고 그리워지는 밥. 우리 삶의 필수요소인 밥… 이 소설은 그런 "밥"의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행복할 때도 있고, 사이가 소원해질 때도 있고, 갈등하기도 하고, 싸우고 미워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벗어날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족"이고 "집 밥"이 아닐까요. 우리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요소 : 가족 = 밥" 작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비타민 F"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다만 필수요소라는 것에 대해 필자는 "밥"의 이미지를, 작가는 "비타민"의 이미지를 대입한 것이겠지요.) 비타민이 인체에 "필수요소"인 원소들을 총칭하는 말인 것처럼, "비타민 F"라는 이름으로 묶인 일곱 편의 단편들이 "마음의 필수요소"로 작용해 주기를 바라는 그런 생각 말이죠. 필자도 객지 생활을 한지 꽤 되어가는 바람에 늘 "집 밥"이 그리운 형편입니다. 이 책을 읽고 며칠 지나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나서 편지를 보냈더니 "오랜만에 편지다운 편지를 받았다. 너 때문에 내가 산다"고 하시더군요. 필자도 어머니에게 "필수요소"인 모양입니다. (아직은 내논 자식 아닌 듯 해서 다행입니다.) 신파조로 흐르지 않고도, 감상주의에 젖지 않고도, 무작정 가족애에 호소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어딘가 위태롭고 불안해 더욱 우리 현실의 "가족"에 가까운 "아픈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한 작가의 빼어난 이야기 솜씨도 좋았고, 『키친』, 『냉정과 열정사이 Rosso』등에서 이미 매끄러운 솜씨를 발휘했던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김난주 씨의 번역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 자체가 참 재미있습니다. 작품을 쓰는 내내 "Fiction", 즉 이야기의 힘을 믿고 있었다는 작가의 작품답게 말이지요. 여러모로 배부른 독서였습니다. 혼자 먹기 아까울 정도로… 같이 드시겠습니까? 맛있게 읽고, 그리운 가족들에게 따뜻한 편지 한 통 써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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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마츠 기요시가 밝히고 있듯이 비타민의 종류 중에는 F가 없다. 일곱 개의 단편이 실린 『비타민 F 』는 Family, Father, Friend, Fight, Fragile, Fortune ····· F로 시작하는 다양한 말을 작품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다.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비타민 F 』를 읽고 나면 Fiction, 이야기가 주는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갖다 버리고 싶다는 가족에 대한 시게마츠 기요시의 시선은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늘 제각기의 이유로 우리들의 가족은 불행하다.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지점을 찾지 못해 깨진다. 자식들을 결혼 시키고 이혼을 요구하는 어머니가 있고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아버지가 있다.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친구의 일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딸이 있다. 불량한 일에 가담하고 있다고 믿는 아버지는 아들이 좀 더 강해지길 바란다. 물건을 훔친 딸의 훈육을 부인에게 맡기면서 마음의 짐을 덜지 못하는 아버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기로 한다. 이혼 직전으로 마지막으로 가족과 여행을 떠나면서 행복한 척 연기를 하는 남편과 부인이 있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비타민 F 』는 가족의 분열과 해체를 다루고 있지만 그 끝에는 그들이 화해와 용서로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이야기 「셋짱」은 근심을 덜어주는 인형을 강물에 띄어 보내므로써 딸의 앞날을 응원해준다.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고 자라는 아이들과 위화감 없이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소설 속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들은 밀린 업무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간다. 어머니 역시 일과 가사 일을 하느라 지쳐 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겪는 일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으면서 일을 키워간다. 별것 아닌 이유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다. 그 자신은 괜찮은 아이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가족의 테두리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매우 적은 양으로 우리 몸의 물질대사나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비타민,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외부로부터 섭취해야 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비타민 F를 꼭 먹어야 한다. 가족을 둘러싼 모습에서 환멸을 느낄 때 꺼내어 읽어 보자, 『비타민 F 』를. 다정하고 나를 지켜봐 주는 이야기 속 가족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제목만으로도 신선함이 느껴지는 '비타민 F' 를 처음 대하고 나서 저는 그냥 '이것도 그저 그런 진부한 가족의 사랑이야기즈음 되는것이겠군!' 하면서 내용을 짐작해버렸습니다. 책의 앞뒷면에있는 짧막한 설명 글들을 읽어보면서 그런 저의 심증은 더욱 굳어져갔습니다. '결굴 그저 그런 내용일꺼야...' 라고 생각하며 첫 챕터를 읽고있는 순간, 아! 이게 아니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타민 F' 는 분명이 지루해질 수 있는 주제인 '가족'을 그 소재로 삼은 7개의 짧은 글들을 묶어 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한 주제에 다가서는 방법이 참으로 독특해서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최근에 TV 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있는 드라마를 보면 늘 어떤 가정은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부유한 가정이며 그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의 가정이 나옵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은 해왔지만 그게 왜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속으로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TV 속의 가정들을 하나같이 다들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싸우고 헐뜯고 비방하며 속이는 과정속에서 그저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TV 에서 눈을 못떼게할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라는 무대는 너무도 평범해서 이것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혹은 책으로 출판한다면 아무도 찾지 않을 지루한 창작물이 될것이라고 생각한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몇년전에 '아버지' 혹은 '어머니' 신드룸이 전국에 일어났을때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신드룸이 사라지고 X세대니, Y세대니, N세대니 하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성격의 이미지들이 엄청나게 터져나오는 지금, 다시 가정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일본인이 쓴 책이고 다분히 일본의 가정에 대한 내용들이 많습니다만 그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것에 있어서는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이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사건들을 대하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 때로는 조금 무모하고 생각없는 - 모습들을 솔직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책을 읽는동안 내내 저는 이 속에서 또 다른 가정의 구성원이 된듯한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게 다름아닌 '비타민 F' 를 씹을때 터져나오는 상큼한 기분인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 사실은 계간지의 단편들을 읽다가 뭔가 재밌는 걸 읽고 싶다, 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집어 든 책이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꽤나 대중적인 문학상이다는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첫 번째 작품부터 그리 경쾌하다는 느낌 대신 어딘지 묵지근한 이야기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비타민이라고 하면 뭔가 새콤한 과일처럼 톡톡 쏘아야 제 맛일 것 같지만 인용한 작가의 말마따나 비타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니 뭐 별 수 없다. 여하튼 실린 작품들은 톡 쏘는 재미는 없지만 일상의 어두운 한켠을 매우 희망적으로 결론 짓는 만화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어머니 돌아오다」. 시호와 아야카라는 두 명의 자녀, 그리고 유리라는 아내와 함께 매우 가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하지만 나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킨 다음 아무런 이유없이 한 남자와 살기 위해 나의 아버지와 헤어졌다. 물론 자식들은 이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그렇게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어머니는 재혼했던 남자가 죽었고, 이런 어머니를 아버지는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자식들에게 알린다. 어머니의 귀환을 자식들은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요구를 저지해야 할 것인가. “가정이란 것은 말이지, 모두들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곳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모두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소가 아니라고. 그 반대라고. 어떤 집이든, 심정의 차이는 있어도 가족들은 모두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 행복이니 뭐니 그런 것하고 관계없이 말이야.” 누나와의 이혼으로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매형이 하는 말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틀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모든 이해와 오해는 이해당사자들의 몫 아니던가. 「주먹」. 나이가 들기 전에는 아주 가끔 나또한 아주 작지만 스스로의 주먹을 들여다보거나 또는 주먹에 힘을 넣어보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소설 속의 마사오도 나이가 서른 여덟이니 자신의 주먹을 볼 일이 별로 없는 상태. 한 기업의 영업파트에서 16년을 직장인으로 보낸 마사오는 늙고 결혼한 반칙왕 같다. 지하철 바깥의 젊은 양아치 패들을 볼 때마다 왠지 위축되고, 아파트 현관에 진을 치고 있는 불량 학생들에게도 큰 소리를 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부자지간의 폭력 사태를 해결하는데 일조하면서 그는 다시 힘을 내는 것. 일면 만화 같지만 그것이 매우 건전하여 힘겹게 일상에 짓눌린 중년 사내들을 북돋우는 데는 제격으로 보인다. 「떨어진 복권」. 입원한 아내와 중학교 1학년인 아들 유키, 그리고 슈이치. 아내의 수술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복권 구매의 욕구를 느끼는 슈이치. 엉겁결에 닥친 욕구의 원인을 찾다가 슈이치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복권 사던 모습을 떠올린다. 아들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자신 또한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을 가고 있다고 인식하고, 아들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판도라」. 다카오에게는 나오미라는 딸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이 딸이 편의점에서 절도행위를 하다가 걸리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물론 아직 어린 관계로 훈방조치를 당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당시에 같이 있던 딸의 남자친구 주머니에서 콘돔이 발견된 것이다. 이때부터 다카오의 좌불안석은 시작된다. “그런 소리 말아요, 모르는 척하는 게 더 아버지다운 거야. 무관심한 거하고 모르는 척하는 것하고는 전혀 다른 거니까.” 하지만 다카오는 그렇게 너그러안 아버지가 아니다. 심지어 자신의 아내인 요코의 첫 번째 섹스 상대에 대한 의구심까지 새롭게 피어날 정도이다. 하지만 소설은 다카오와 요코의 직접적인 충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어쨌든 부녀지간은 또 한 고비를 넘긴다. 다카오의 자식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셋짱」. 실려 있는 모든 소설들 중 가장 끔찍하다. 아마도 서평을 읽고 이 책을 사보거나 하시는 분은 매우 적을 것으로 생각되어 줄거리를 말하자면 이렇다. 유스케와 카즈미에게는 가나코라는 중학생 딸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의 일을 하교후 낱낱이 말하길 즐겼던 가나코는 어느 날부터인가 전학온 학생 셋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이 셋짱이 별다른 이유없이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면서 그 상황들을 시시콜콜 부모들에게 말하는 것. 하지만 딸아이의 운동회날 학교를 찾은 부모는 자신의 딸이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율동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러니까 가나코가 말한 셋짱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며 결국은 자신이 왕따 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충격을 셋짱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해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는 이런 딸을 앞에 두고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른다. 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의미로 딸과 함께 히나 인형을 강에 띄워 보낼 뿐이다. 「바닷가 호텔에서」. 다츠야는 17년 전에 유키에와 호텔을 찾았다. 아직 어린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부부 행세를 하며 호텔에 묵었고 미래의 서로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의 다츠야는 유키에가 아닌 구미코와 결혼을 한 상태. 하지만 이렇게 미래로 보내진 편지는 정말 다츠야에게 배달되었고, 함께 들어 있던 할인권을 가지고 다츠야는 가족과 함께 이 호텔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다츠야와 구미코는 현재 이혼을 코앞에 둔 상태. 하지만 이들의 어린 아이들인 마미와 유스케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게다가 자꾸 둘 사이의 침울함을 눈치채고 묻는 아이들에게 두 사람은 엄마와 아빠는 싸우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부스럼 딱지 눈꺼풀」. 마사히코와 아야코에게는 유카와 히데아키라는 두 명의 아이들이 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유카 쪽. 얼마전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한 유카는 갑자기 우울해 하면서 학교도 그리로 가지 않겠다고 하고, 졸업생들이 모두들 그려야 하는 자화상을 엉뚱하게 그려서 아직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우울함의 발단은 알고보니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모두들에게 인정받는 아이였던 유카는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납하지 못해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들고 말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만사에 낙천적이기만 하던 히데아키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아버지에게 술주정을 하던 날, 가족들이 느닷없이 숨겨진 사소한 비밀들을 말하면서 사라지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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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꽤 오래 전에 신문에서 재미난 기사 하나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비슷한(혹은 조금 다른) 질문 하나. 비영어권에 사는(아니, 이제 우리 나라는 영어권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F'로 시작하는 단어를 대라면 제일 먼저 어떤 단어가 떠오르세요? 여기 한 일본인은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나열합니다. Family, Father, Friend, Fight, Fragile, Fortune... 이 일본인이 이 책을 쓴 시게마츠 키요시입니다. 작가 후기에 실린 저자의 말을 좀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칼슘 같은 소설이 한편에 있다면, 다른 한편에 비타민 같은 작용을 하는 소설이 있어도 좋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담아 일곱 편의 짧은 얘기를 빚어보았다.
이 책의 주요 소재는 '가족'인데요... 흔히 하는 말로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가족들이 소설속에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을 다 키우자 황혼 이혼을 선택한 어머니. 그러나 그런 어머니가 홀로 되자 다시 받아들이려는 아버지와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자식들의 이야기. 이미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한 청소년들의 탈선과 일탈, 왕따 문제,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아들의 이야기, 중학생인 딸 아이의 첫경험을 접하는 부모의 이야기, 첫사랑과 같이 갔던 곳으로 가족과 여행을 가서 생긴 이야기,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아버지와 그로 인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 등등... 실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저도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정'이라는 것은 늘 단란하고 행복하고 기쁨이 충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오히려 가장 행복해야 할 '가정'에서 상처받고 불행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고, '비정상적인' 가정도 너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한 분 이상인 집은 비일비재했고, 그로 인해 부모님 세대에서 배가 다른 형제, 자매들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정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유년시절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무섭거나 두려운 기억으로 인해 자아 형성이 제대로 안 된 친구들도 의외로 많았구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데 말이죠.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완벽에 대한 추구 등은 그런 것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나이가 들면서는 자녀 양육으로 걱정하는 선배들도 많이 봅니다. '과연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사실 저도 좀 아찔해집니다. 예를 들어 내 아이가 열 몇 살에 불량 서클에 가입하거나 탈선을 한다거나, 혹은 열 몇 살에 임신을 했다거나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이렇게 심각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정말 애지중지 예쁘게 키웠는데 사춘기가 돼서 반항을 하거나, 혹은 좀더 커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고 한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해 집니다.
이런 모든 문제들...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언젠가 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를 모든 문제들이 바로 <비타민 F>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어때요? 이 쯤 되니까 '아니, 그럼 도대체 왜 제목에 '비타민'을 붙인거야?' 싶으시죠? 소재들이 너무 우중충하고 어두워서요. 꼭 그렇게 사회의, 혹은 가정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야 할까? 그냥 다 덮어 놓고, 무조건 'Sweet home'의 이미지만 부각시키면 안 될까? 지금까지 그래왔어도 달라질 건 하나도 없었잖아?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묻고 싶네요. 그래서...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지 않고 그냥 덮어만 둬서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당신은 진정 당신이 받았던 상처로부터 온전히 자유롭고 치유되었나요? 아마 여기에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덧난 상처에 바르는 '빨간약'같은 역할을 하는게 바로 이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면 우리의 이해의 폭과 영역이 넓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때 나에게 상처줬던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좀더 너그러워진다면 '용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간다면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줬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는 정말 의도했던 게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본의 아니게 깊은 상처를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리하여... 당신이 자녀의 입장이든 혹은 부모의 입장이든, 혹은 사회나 어떤 조직 등 삶의 영역에서 가해자이(였)든 피해자이(였)든지 간에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습니다. 굳이 구태의연해 보이는 '가족'이라는 화두를 끄집어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어떤 힘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석 달밖에 남지 않은 한 해를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잘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가장 많이 상처를 준 대상도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들이고, 우리가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곳도 가정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깐요.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가족들과 모든 앙금을 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별히 권하고 싶은 것은 [키친]과 [암리타]. 물론 둘 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비주의적 요소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읽는 맛 또한 색다릅니다. 대신 <암리타> 같은 경우 무지개빛의 예쁜 표지와는 달리 504페이지나 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니까, 책읽기에 금방 싫증을 느끼는 분이라면 분량에 질릴 수도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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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돌아오다><주먹-Fist><떨어진 복권-Faliing lotto><판도라><셋짱><바닷가 호텔에서-From...><부스럼 딱지 눈꺼풀> 등의 단편집. 하지만 나이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소설로만 보자면 시게마츠 기요시는 세상을 못 믿는것 같기도 하고 세상의 따뜻함을 믿는 것 같기도 하다.
원작에서 F로 시작하는 소제목들을 모은 소설이라 제목이 그렇게 붙었다고 하는데. 어머니 돌아오다와 셋짱, 부스럼 딱지 눈꺼풀의 원제가 무엇이었을까 잠깐 고민했다.
소원해져버렸지만 아직 서로를 생각하는 가족의 따뜻한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후로 모두가 행복했습니다-하는 동화식의 결말은 나지 않는다.
모두가 행복할 수만은 없지만 모두가 항상 불행하라는 법도 없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건 어쩐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감정이 혼재된 것이 세상이라.
왠지 좀 거창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건 행복하다고.
굉장히 부끄러울 정도로 감성적인건 단지 이 책을 읽을 즈음의 감정 상태 탓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와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을 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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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도 산뜻하고 < 비타민F > 라는 타이틀도 상큼하고... 아주 가벼운, 기분좋은 단편 일곱을 예상했었다. 근데 아니다. 화자는 모두 마흔을 바라보는.. 중년에 들어서는 한 가족의 가장이다. 이 나이의 아버지들이 읽어보면 정말 100%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존재지만,., 어쩔땐 힘이 되다가도 또 어쩔 땐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들이 가족이다. 그 가족안의 여러 세대들이 갈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작가는 각각의 단편에 잘 풀어나가고 있다. 중년이 된 아들이 그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타나고... 더 이상 젊은 혈기로 세상과 마주할 수 없는 어정쩡함을 보여주고... 딸의 집단따돌림에 대한 부모의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대응... 아내가 빠진 공간에서의 아들과 아버지의 어색함... 수시로 느끼는 배우자에 대한 거리감... 어쩌면 조금은 무거운 가족얘기가 되겠지만... 작가는 결국 그 속에 화해를 마련해 두었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해도... 서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가족간에만 성립되는 조건없는 너그러움과 사랑이... 어느 가족사이에나 존재하는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은 돌아오기 위해 있는 것인가? 다들 떠나기 위해 있는 것인가? 각자의 대답이 다르겠지만. 부모나 자식은 서로 선택할 수가 없는 것인 만큼 가족은 더 끈끈한 게 아닐까 싶다. 처음 접하는 작가였지만 상당히 인생에 대한 시각이 맘에 든다. [인상깊은구절] 이게 나의 인생인가, 하고 거 참, 하고 맥이 빠지는 듯한. 쳇, 하고 혀를 차고 싶어지는,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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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알려진 비타민들 중 비타민F는 없다고 해서 붙여진 제목이다. 비타민 같은 작용을 하는 소설일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이 소설은 famaily, father, friend, fight, fortune... 등 F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그것이 결국 fiction의 힘이라고 소설 작가 후기에 담고 있다.
이 소설속에는 가족들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건의 결말은 모두 다 '해피엔딩' 이다. 지나치게 가식적인 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보면 가식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행복하고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게마쯔 키요시의 소설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작고 사고하고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런 일상이 가식이라 느낀다면 책 속에서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그런 일상을 바라고 있다면 그의 이야기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자신의 주변 일상에 대해 긍정하며, 따뜻한 가족에 대해 긍정할 수 있고, 그래서 해피엔딩을 믿는다는 것은 여전히 혹은 아직은 계속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다. 괴로운 일상을 잊고 싶어 따뜻한 이야기를 찾든, 세상은 원래 이렇게 따뜻한 것이라 믿고 해피엔딩을 찾든지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그리고 비타민도 꼭 필요하다. 자꾸 빼먹고 까먹게 되지만 없어서는 안될 비타민처럼, 밥만먹는다고 다 사는 건 아닌 것처럼. 우리 삶의 비타민은 물론 이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애정과 신뢰일 것이다. 사람은 기억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 그 안에 비타민과도 같은 사랑과 추억이 있어야 하듯이. 시게마쯔 키요시의 따뜻한 비타민 이야기다. - 다락방서 허뭄 |
| 가족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본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읽다보니까 공통점이 가족, 아버지, 그리고 사랑에 지쳐가는거랄까나. 내리막길? 사실 그런식으로 현실은 어둡다고 생각하진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쭈욱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애초의 기분따윈 잊어버리고 마는거겠지만, 잊게된다고해서 사라져버리는건 아니니까.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울었던 소리는 아직도 세상을 공명시키고있는걸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당연하게 시들어가는 꽃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것처럼. 하지만 떨어진 꽃잎도 아름답게 보이기도 해. 피어났을때의 두근거림이나 신선함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애절함과 그리움으로 바라다보이니까. 살아가다보면? 아니 어른이 되어가다보면 그런게 있다. 뭔지모르지만 어쩐지 내키지않는, 하지만 어쩔수없이 포기하게 되는 그런것. 이 책에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면서 그것을 신기하게 털어내는듯했다. 어쩌면 그것이 비타민 F 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