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영화가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위로를 받게 된다. 내용이 조금 약해도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게 음악 영화다. 그래서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것만을 위해 음악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음악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음악을 만들고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오히려 음악이 더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배우 박중훈이 주연했던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도, 정진영이 주연했던 「즐거운 인생」 이란 영화도 마찬가지다. 별볼일 없는 사람들, 사는게 바빠 그 좋아하는 음악도 포기하고 사는데, 밴드를 하게 되는 어떤 계기가 있다면 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밴드 이야기를 다뤄서인지 영화 「즐거운 인생」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음악만 하며 사는게 이토록 힘든 일인가. 음악이 좋아 밴드를 하지만, 돈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처럼 기획사에서 미리부터 준비된 아이돌들이 활동하는 시대, 중년의 아마추어 밴드가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포기하지 못한다. 생업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연습하며 지역 축제에 나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밴드 '수요일에 하자'도 그렇게 탄생되었다.
밴드의 구성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유일한 대학 졸업자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암 수술을 마친 후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클래식을 전공한 키보디스트 라피노.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기타리스트 니키타. 마치 운명처럼 베이스를 쳐야하는 배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베이시스트. 사업을 말아 먹고 경찰에 쫓겨다니는 드러머 박타동. 룸에서 노래를 부르던 보컬 김미선이 이들의 멤버다. 리콰자야 나이트클럽에서 간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와서 그나마 실력이 녹슬지 않았고, 사업을 한답시고 음악과는 담을 쌓았던 박타동은 아직 박자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클래식의 영향때문에 밴드 특유의 높낮이를 내지 못하는 라피노에게 리콰자는 재즈 음악을 들어보라고 하기도 한다.
![]()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열정이 살아 숨쉰다. 좌충우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 제대로 된 밴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일주일에 한번씩 수요일에 꼬박꼬박 모여 연습을 한다. 밴드 연습을 하기전 음악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술을 마시는 건 기본이다. 왜 뮤지션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마 술과 담배에 취하지 않으면 음악이 너무 밋밋하게 여겨지는 탓일 것이다.
몇 년전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다른 가수들이 두시간 정도를 하는 반면 그들의 콘서트는 네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콘서트의 마지막에서 그들은 소주를 마시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까지 울컥해지는 기분이었다. 무대에서의 열기, 콘서트에 온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감동의 메시지는 음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그들이 밴드 연습을 하는 '낙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현장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함께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랄까. 보통 사람들과는 적응하지 못할지 모르나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하나인 사람들이었다. 음악이 있어 그들은 행복하고 배고파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
|
라피노는 대장에 자리 잡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배에 아직 꿰맨 자리의 실밥이 그대로 묶여 있는데, 리콰자가 찾아온다. 리콰자는 앞으로 소리를 만들면서 같이 놀자고 제의한다. 그러면서 위문 공연을 하는데, 절대 웃으면 안 되는 라피노를 웃게 만든다. 그리고는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Smoke on the water>와 레인보우의 <템플 오브 더 킹Temple of the king> 악보를 두고 간다. 배베이스는 무슨 사업인가를 달싹 말아먹고 기소 중지까지 당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박타동에게 다짜고짜 전주로 내려오라고 한다. 배베이스는 전주에 온 박타동이 머물 집을 알아봐 주고는 ‘낙원’으로 나와 손님들 시중들고 노래 부르고 드럼도 치라고 말한다. 밥 먹여 주고 월세 낼 월급도 준다고 말이다. 그렇게 낙원이라는 7080 라이브클럽에서 라피노, 리콰자, 배베이스, 박타동은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여름에 율도 해수욕장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모인 건데, 왠지 다들 연습보다는 술이 먼저인 듯하다.
“그,근디 말여, 율도 공연을 허고 나면 먼 좋은 수가 생기는 거여?” 책 이야기로 간신히 분위기가 밝아졌는데 니키타가 율도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그것은 모두의 가슴에 도사린 질문이지만 꺼내서는 안 되는 금기어이기도 했다. 꿈은 조용히 품어 둬야지 함부로 꺼내 손때 묻힐 물건이 아니었다. “우린 연주를 하는 거야. 팀을 만들었으니까. 그게 다야. 시간 된 거 같으니까 가서 한판 놀자구.” -p. 167
어떤 목적지, 이를테면 대학에 입학만 하면, 또는 취직을 하기만 하면 좋은 수가 생길 것 같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또 다른 목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 순간을 즐기면 좋으련만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는 즐거움마저 맡긴 듯하다.『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재 작가가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바로『수요일에 하자』다.
“나는 수요일에 하자. 아무 이유 없어. 우리 연습 날이 수요일이잖아. 그리고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진 좀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섹스든 술이든 음악이든..... ” 배베이스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네. 수요 밴드라고 줄여 부르기도 편하고.” -p. 121
수요 밴드 일원들의 개성이 뚜렷하다 못해 넘쳐 흘러 자꾸 웃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에 드리우고 있는 재미를 걷어내면 시대 비판 정신을 목도할 수 있다. 작가 스스로 세태 소설이라고 말하는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 세태와 마주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 고독사, 가정 폭력, 치매 노인 가정, 먹고사는 문제.. 한없이 우리를 절망 끝으로 모는 문제지만, 3년 만에 세월호가 제 모습을 드러냈듯, 마냥 절망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슬프거나 우울할 때 사람들은 즐거운 노래로 마음을 달래기보다 슬픈 노래를 먼저 찾는다. 즐거운 노래는 고립감을 심화시켜 슬픔을 더 깊은 데로 끌고 간다. 눈물을 쏟은 후 코를 팽 풀면 사람은 비로소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는데 대중음악에서 그 역할을 담당해온 건 단연 블루스였다. 그러니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간대에 누군가의 슬픔을 환기시키는 블루스가 들려온다면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위안을 얻고, 용서할 자를 용서할 힘이 생기고, 용서하지 않을 자를 용서하지 않을 용기도 솟아나니까. 수요 밴드의 구성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블루스였다. 위로와 격려의 블루스 타임. -p. 272
음악이든 사람이든 술이든 섹스든 책(?)이든.. 뭐가 됐든 하자. 수요일이든 다른 날이든..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행복의 설계도를 다시 들여다보자고 등장인물들은 말한다.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스스로 존엄해지고 행복해질지 고민하자고 속삭인다. 눈에 힘 좀 풀고 시선의 각도를 틀어 보자고 제안한다.”(p. 275), 라고 말한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만의 행복 설계도로 확실히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 설계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그 점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행복 설계도로 아쉬움을 채우는 건 어떨까. |
|
'오부리'를 아시는지. 지금처럼 노래방이 성하기 전에는 흔히 쓰던 말입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았던 전업주부라면 그 시대를 살았다 할지라도 혹 모를 수 있습니다만 은밀한 로비나 흥청망청한 사내 회식이 빈번했던 그 당시의 술문화에서 '오부리'를 모른다는 건 간첩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공산이 컸습니다. '오부리'는 한마디로 악보 없이 즉석에서 하는 반주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탈리아어 '오블리가토(obbligato)가 일본어 '오부리'로, 이것이 다시 우리나라에 전해졌다고 하는데, 본디 이 말은 '꼭 해야 되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의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음악용어로 치자면 '피아노 또는 관현악 따위의 반주가 있는 독창곡에 독주적 성격을 가진 다른 악기를 곁들이는 연주법', '꼭 연주해야 하는 악기 선율'을 뜻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즉석 반주'의 의미로 전환되어 일반인들조차 '오부리, 오부리' 하게 되었는지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8,90년대의 유흥주점이나 예식장, 또는 '가라오케'에서의 '오부리 밴드'는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취객의 흥을 돋구고 좌중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오부리 밴드'의 역할은 지대했습니다. 너무 취해서 박자와 리듬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부르는 취객의 노래에 반주를 적당히 맞춰주고 그들의 기분을 살려주는 일은 오직 '오부리 밴드'의 몫이엇던 것입니다. 연주자들은 그 대가로 팁을 받곤 했는데 그것이 그들의 주 수입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이어지던 시절, 내가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집 아들 중 한 명도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에서 밴드부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오부리 밴드'로 활동했습니다. 그들의 직업 득성상 낮에는 자고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지라 그의 얼굴에는 늘 피곤이 묻어 있었고,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못하는 탓에 아침에 귀가하는 그의 걸음은 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퇴근길에 동행하는 술집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어찌나 자주 바뀌던지 여자분의 성을 본인도 헷갈리곤 했지만 말입니다.
이광재의 <수요일에 하자>는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입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악을 멀리 햇던 사람들, 그러나 음악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었던 그들 여섯 명이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입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인물들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노래로 만든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구파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에 생긴 암세포를 제거하고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맨발의 키보디스트 라피노, '누런 액체'를 지리는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철부지 아들 기타리스트 니키타, 3개월차 노가다 잡부 긴 머리 베이시스트 배이수,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며 위장 이혼을 한 드러머 박태동, 더 잃을 게 없는 전직 텐프로 보컬 김미선, 이들이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다시 뭉쳤습니다.
"배베이스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라피노에게 옮겨갔다. "나는 수요일에 하자. 아무 이유 없어. 우리 연습 날이 수요일이잖아. 그리고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진 좀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섹스든 술이든 음악이든……." 배베이스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네. 수요 밴드라고 줄여 부르기도 편하고." 그러자 니키타가 배베이스를 향해 고개를 세웠다." (p.121)
배이수가 세들어 살고 있는 '낙원'은 월세가 밀려 보증금마저 다 털어먹을 지경이었고, 전기 요금이 연체돼 단전 통보를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다른 사람들의 사정이라고 나을 리 없었습니다. 채권단을 피해다니는 도망자의 신세이거나, 휴대폰 요금을 내지 못해 전화가 끊겼거나, 박물관에나 가 있을 차를 여전히 끌고 다니는 등 그들에게 미래는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음악을 시작한 그들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했고 당장 죽을 만큼 고통스럽던 고민도 음악의 열기 속에서 깨끗이 녹여 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율도 해수욕장의 무대를 향해 본격적인 연습에 매진하는 수요 밴드 멤버 여섯 명에게 더이상 두려움은 없는 듯했습니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해가 내일 또 떠오른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그러나 쉴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없는 내일이 돌촐되는 건 아니잖은가. 니키타의 기타 소리가 달라지고, 배베이스의 어머니가 율도를 찾아 그들의 연주를 지켜보고, 라피노의 몸에 비늘이 돋던 어제가 그들에게는 존재햇던 것이다. 지금도 그날의 느낌이 몸에 소름을 일으키는데 어찌 오늘이 어제와 같단 말인가. 설령 오늘과 다를 게 없는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를지라도 지금은 지금이었다." (p.270)
자신에게 떨어진 고민을 끌어 안고 끙끙 앓는다고 해서 그 고민이 쉽게 해결될 리도 없을 뿐더러 모른 척 눈을 감는다고 해서 조막만 하던 고민이 눈덩이처럼 부풀 리도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민을 뒤로 한 채 제 할 일을 즐겁게 찾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신을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람입니다. 가까이에서 나를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 내가 어려운 지경에 처하면 언제든지 달려와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지금의 시름을 잊게 하는 강한 진통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 없는 나라>를 써서 혼불문학상을 받았던 이광재 소설가가 이번에 내놓은 <수요일에 하자>는 미래가 없는 '수요 밴드' 멤버들의 찌질한 일상을 그렸다기보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는 '그럼에도의 일상'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말해야 할 듯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삶이 힘든 게 아니라 사라져가는 열정에 목말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오늘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책을 구매했다. 소설가 이광재의 글은 나에게는 묻거나 따지거나 할 필요가 없다. 그가 새 글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니 당연히 서점행을 했고 주문해서 남 먼저 책을 읽었다. 그의 소설이 또 어떤 모양새로 세상에 나올지 많이 궁금했다. <봉준이 온다>, <나라없는 나라>를 읽으면서 난 100년 전 사람들의 삶의 고민을 오롯이 상상하며 감동하며 읽었다. 작가는 나를 데려가 그 시대를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보고 견디고 아파하게 했다. 평등한 세상을 꿈 꾸는 남자, 전봉준이 어떻게 꿈을 성취하기 위해 사람들 가까이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했는가를 보았고, 세상을 읽어내는 범부들의 시선 속에 얼마나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이 베어있는가도 보았다. 문장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다. <수요일에 하자>가 나와서 남보다 먼저 책을 손에 넣은 기쁨도 잠시, 난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보컬 리콰자와 배베이스, 라피노, 니키타, 박타동, 그리고 김미선, 거기다가 니키타의 어머니, 전북연예지부장의 아들, 누구 하나도 그냥 휘리릭 읽어 넘길 인물은 없다. 그들이 가진 사연들은 잠시 내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그들 하나하나의 삶에는 내 삶의 편린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묘하게 모두가 내 옆에 내가 잘 아는 이들이라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들은 음악으로 호흡한다. 누구나 다 자기방식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부여잡고 살아간다. 그것이 고단한 생을 위로하고 살아볼만한 무언가로 바꾸어준다. 그래서 <수요일에 하자>를 읽는 내내 내 몸속에 숨어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터지는 것같은 기쁨을 맛보았다. 라피노의 삶 속에는 내 이야기가 있다. 물론 결은 다르다. 나는 피아노를 못친다. 그래도 그녀가 딸과 헝가리 무곡을 같이 칠 때 내 손도 같이 파들거렸다. 그녀가 어떤 남자를 기다리며 황량한 거리에 서있을 때 나도 거기 있는 듯, 가슴이 싸아하니 아파왔다. 삼남극장 검표원 앞에 섰던 소년 리콰자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왜 사는 걸까 하는 질문을 새롭게 던지며 눈물지었다. 배베이스의 기타 입문 과정도 정말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삶이 기쁨으로 도배되는 느낌이었다. 흔한 말로 인생 뭐 있어? 하는 배짱 좋은 소리가 꿈틀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밴드 이야기라니까 누군가는 기시감이 있다는 말을 했다. 소설가는 세상의 일들 중 다른 사람이 다루지 않은 유일한 것들만 골라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일까? 당연히 그건 아니지. 누군가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해도 말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일 테니까 기시감을 말하는 건 때 이른 느낌이다. 밴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는 작품을 난 본 적이 없다. <수요일에 하자>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 그거? 삽시간에 뒤집어버린다. 그들의 삶의 이력이 편견을 뒤집는다. 일상을 사는 그들의 삶의 태도는 반전이다. 늘 비틀어버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찌나 개성 넘치는 인물인지. 다 읽고 여기 저기 휘리릭 넘기며 한 대목을 읽어도 여전히 좋다. 작가에게 건투~ |
|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재 작가의 장편소설『수요일에 하자』.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가장 뜨거운 중년들, '수요 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싸우지 않고 서로 보듬어주는 아이들처럼 유쾌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저자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진다. 세월호 사건을 노래로 만든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구파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에 생긴 암세포를 제거하고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맨발의 키보디스트 라피노, ‘누런 액체’를 지리는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철부지 아들 기타리스트 니키타, 3개월차 노가다 잡부 긴 머리 베이시스트 배이수,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며 위장 이혼을 한 드러머 박타동, 그리고, 더 잃을 게 없는 전직 텐프로 보컬 김미선. 이들이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뭉쳤다! 송창식과 조용필, 조항조와 해바라기를 지나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 레인보우의 불후의 명곡들뿐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자작곡들까지! 해가 갈수록 얻는 거라곤 나이밖에 없다는 쓸쓸한 농담 대신, 가슴 벅찬 삶의 열정을 되찾게 하는 이 소설은 ‘지금 부르는 노래가 가장 젊은 노래’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우린 아직 살아 있음을 일깨워준다.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전봉준과 이름 없는 백성들의 뜨거운 외침과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역사 속 큰 인물을 현재성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로 재창조해낸 역작”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가가 이번에는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가장 뜨거운 중년들, ‘수요 밴드’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싸우지 않고 서로 보듬어주는 아이들처럼 유쾌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광재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진다. 전작 『나라 없는 나라』 ‘작가의 말’에서 청년 시절부터 소설을 쓴 이래로 늘 “발라드와 래퍼의 중얼거림 사이로 들려오는 록의 쿵쾅거림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힌 지 2년 만에 완성한 소설이다. |
|
이광재 작가의 『수요일에 하자』라는 다소 독특한 제목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무엇을 ‘수요일에 하자’는 걸까? 이건 소설 속 밴드의 이름을 지을 때 나온 이름이다. 나는 수요일에 하자. 아무 이유 없어. 우리 연습 날이 수요일이잖아. 그리고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진 좀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섹스든 술이든 음악이든...(121쪽) 그렇다. 이 소설은 중년 밴드 이야기다. 답이 안 나오는 중년 남녀들이 모였다. ‘수요일에 하자’라는 일명 ‘수요 밴드’의 이름 아래. 이들은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 어쩌면 실패자들, 루저들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이기도 하다. 밴드의 리더격인 배이수는 그의 이름처럼 베이스를 치는 것을 운명으로 알고 살고 있는 아재다. 3개월간 노가다 잡부로 외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임금을 떼이고, 다시 7080 라이브클럽 ‘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월세를 감당하기는커녕 보증금을 따 까먹고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털터리. 그런 배이수는 왕년 역전의 명수들을 하나하나 모아 ‘수요 밴드’를 만든다. 사업을 하겠다고 제일 먼저 전주 땅을 떠났던 박타동. 그는 이름처럼 드럼을 치던 드러머. 하지만, 지금은 사업도 망하고 빚쟁이들에게 쫓겨, 수배자의 신세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배이수의 첫 번째 동지가 된다. 여기에 리콰자와 라피노가 함께 하게 된다. 리콰자는 라이브 맥주집이나 카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C급 가수다. 하지만, 어느 날 세월호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던 고등학생 아들의 모습에 진짜 ‘소리’를 만들어보자며 ‘수요 밴드’에 함께 하게 된다. 라피노와 함께. 라피노는 피아노를 전공한 여인으로 졸부 시부모와 남편을 뒀었지만, 남편의 외도로 인해 이혼한 후 대장암 수술을 한 전력이 있는 여인. 얼마나 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친분이 있던 리콰자와 함께 수요 밴드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에 치매 걸린 노모의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니키타. 그는 유흥가에서 잘 나가던 기타리스트로 뒤늦게 ‘수요 밴드’에 참여하게 된다. 원래 배이수, 박타동과 함께 삼총사 격이었던 인물. 여기에 니키타의 돈을 떼어먹고 잠적했던 화류계 여인 김미선이 참여하게 되고. 여기에 현직 노가다 김기타 역시 초창기에 참여하였지만, 그는 니키타의 등장으로 자진하여 뒤로 물러나게 된다. 악기를 만지기에는 이미 굳어진 손을 한계를 느끼며. 이들 답이 없는 중년 밴드 ‘수요 밴드’의 열정과 아픔, 눈물과 환희를 『수요일에 하자』를 통해 만나게 된다. 이들 밴드는 드디어 ‘율도 공연’을 예정하게 된다. ‘율도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데, 과연 그 공연은 이들에게 이상적 세계를 허락하게 될까? 과연 이들 중년들은 ‘율도’를 맛보게 될까 소설은 마지막까지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여전히 실패한 인생의 모습뿐이다. 이들은 여전히 세상을 이길 수 없다. 세상은 여전히 이들에겐 잔혹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 중년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열정을 쏟아 붓는 모습은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꿈틀거리게 만든다. 뿐 아니라, 이들이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동안 내 안에 세월의 더께로 쌓여있던 삶의 찌꺼기들이 깨끗케 배설되는 느낌도 갖게 한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율도’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뭔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뭔가를 하고 살아가는 시간이 바로 ‘율도’에서의 삶이 아닐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꼰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수많은 중년들. 이젠 열정은 찾아볼 수 없이 그저 하루하루 마지못해 살아가는 중년들에게 이들 루저들이 뭔가 뜨거운 것을 지펴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소설이다. |
|
수요일에 하자
과거를 묻지 않고, 쉽게 울지 않고, 오직 무대 위로 나아가는 밴드!
![]()
2017년 대한민국을 울리는 가장 뜨거운 중년들
세월호 사건을 노래로 만든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구파 기타리스트 리콰자. 생계가 급해 음악을 멀리했던 사람들. 그러나 음악 없이 사는 삶이 어지간히 팍팍해 힘겨웠던 사람들. 그래서 즐겁지 않았던 사람들. 과거와의 단절을 원하듯 서로를 가명으로 불러대는 사람들. 음악 없인 하루도 살 수 없겠다 싶은 간절함을 지닌 이들이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뭉쳤다!
![]()
낙원은 그러나 낙원이 아니었다. 월세가 밀렸고 보증금이 다 없어질 지경에 전기 요금 연체로 단전 통보까지 받은 상황. 낙원에 모인 여섯 주인공들이라고 여유 있는 삶이 아닌 것은 뻔한 상황. 휴대전화가 끊길 위기에 처했고 고물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신세들이었으니 그들 수요 밴드는 과연 낙원에서 살 수 있겠는가 싶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이유를 주고 끊임없이 분발하게 하는 것, 바로 음악이었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을 주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고민도 어느새 녹여버리는 그것. 자연스럽게 뭉치고 자연스럽게 연습을 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향하는 그들의 공통된 먹거리, 음악.
해수욕장을 홍보하는 무대에서 '쓰나미'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를 부르는 수요 밴드. 덕분에 공연비도 못 받게 되었지만 그들은 음악을 했기에 행복하다. 하지만 나는 외쳤다. "이런 허세 덩어리들!" 한푼이 아쉬운 판에 예술을 한답시고 저런 여유를 부리다니. 내가 달려가 돈 봉투를 전해줄 수도 없고...
![]()
"어제와 다를 게 없는 해가 내일 또 떠오른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없는 내일이 돌출되는 건 아니잖은가. 설령 오늘과 다를 게 없는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를지라도 지금은 지금이었다."
어느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법한 그들의 행보가 나를 고개 끄덕이며 공감하게도, 답답해하며 가슴치게도 만든다. 예술에 대한 갈망을 이렇게 풀어내고 있는 수요 밴드에 대한 동경 한 자락. 그들에게는 세속적이지만 남들의 눈에는 평범한 삶을 꾸리지 못하는 수요 밴드에 대한 한숨 한 자락.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요 밴드를 떠난 김기타는 과연 행복했을까 싶은 의문 한 자락.
|
|
<임꺽정>을 읽을 때는 그 패들이 먹는 막걸리 때문에 책에서 늘 술내가 났다. <태백산맥>을 볼 적에는 그들이 말아 피우는 담배 때문에 늘 담배 연기가 솔솔 피어났다. 그런데 <수요일에 하자>를 읽는 동안에는 수요밴드가 쏟아내는 열기로 매번 음악소리가 쟁쟁했다. 한때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 다시 밴드를 하게 되는 딴따라 이야기. 어디에 명함 내밀 처지가 안 되는 사람들의 속내 이야기. 자신을 지극한 즐거움에 이르게 하는 음악을 뿌리칠 수 없어 그것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삶에서 용기를 거세하지 않는 자의 이야기. 수요일에 하자. 엄마 잃은 배이수가 마루에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할머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산에 올라 무너진 무덤 옆에서 이슬이 내릴 때까지 앉아 있다. 소나무에서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날라 키우다 새들이 날아가자 제 임무를 마친 둥지가 삭아가는 장면에서 나는 첫 눈물을 내놓았다. 김기타는 먹고살기 위해 노가다를 나간다. 시간을 쪼개 계속 기타를 칠 거라 여겼지만 익숙하지 않은 노동으로 저녁마다 툭 떨어져 자는 자신. 결국 기타를 놓게 되면서 기타를 미워하게 되는 장면에서 나는 또 한 번 눈물을 떨궜다. 그 미웠다는 말은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말로 나에게 되돌아 왔다. 결국 김기타는 자신의 손끝이 무뎌진 것을 알고 밴드에서 빠진다. 멤버들은 온갖 욕으로 서운함을 대신한다. 엉망진창이던 밴드가 조금씩 소리가 맞추어진다. 드럼이 드디어 좋은 소리를 낸다. '하이헷 심벌에서도 늘 냄비 뚜껑 비벼대는 소리가 났는데 오늘은 먼 데서 지나가는 증기기관차의 경쾌한 칙칙폭폭 소리가 팝콘 터지듯 쏟아졌다.' 겨울을 나는 동굴의 뱀이 서로 뒤엉킨다는 대목과 함께 귀에 들리는 소리가 눈으로 와서 감긴 대목이었다. 니키타가 서울 룸살롱에서 일할 때 사장에게 근사한 기타선율을 보이자 사장은 대중적인 소리를 원했고, 니키타는 원하지 않지만 사장이 원하는 소리를 내준다. 늬미씨발 개좆이다 솟구치는 욕을 용케 참으면서. 웃음이 빵 터졌다. 글에 관심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어떤 묘사를 볼 때 훔쳐오고 싶은 대목들이 있다. '벌써 일을 나가는지 아파트에서 나오는 불빛이 창에 드리워진 커튼을 자주 핥고 간다.' 핥고 간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란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라피노 딸의 피아노 연주를 묘사한 대목도 좋았다. 처음 심드렁하니 치는 모습을 반찬 투정하는 아이가 접시만 콕콕 쪼아대다가 아이가 피아노를 제대로 치게 되자 배가 고파져 계란말이로 경쾌하게 젓가락질 하는 모습으로 표현한 대목. 라피노가 죽을 것만 같은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워 물 때 맞은편 베란다에서도 어느 여자가 그랬다. 연대 아닌 연대였다. 하지만 앞집의 여자는 결국 다이빙했다. 나는 투신이나 자살이나 떨어져 죽었다는 말을 문학에서 다이빙으로 표현 한 것을 처음 접했다. 처음엔 놀라웠고 지금은 오래도록 생각난다. 다이빙. 치매가 있고 거의 산송장과 다름없었던 니키타 어머니의 삶을 몇 줄로 표현한 대목에서 우리네 어머니의 삶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고단했던 그녀의 삶을 느낀다. '하지만 어쩌자고 그런 세상마저 싫었던 적은 없었을까'. 이 한 문장에서 다시 한 번 인간이 갖는 생에 대한 애착과 삶의 욕망을 확인했다. 음악은 참 대단한 힘이 있다. 밴드의 연주가 이 반 송장인 노모를 다시 깨어나게 했으니. 소설에서 몇 번씩 빵빵 터졌다. 박타동이 밴드의 이름을 영일레븐이라고 말하고 끝까지 영일레븐을 포기하지 못하는 대목. 참 웃겼다. 보이스 피싱을 당한 리콰자의 아내. '허술해서 당한 게 아니라 절박해서 당한 일이었다.' 절박하면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멀쩡한 정신으로 보면 판 돌아가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절박하면 눈에 제대로 보일 리 없다. 이 문장에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아, 정말이다 싶어서. 보이스피싱 당한 일을 복수하기 위해 성기가 들어간, 특히 여자의 성기를 넣은 욕을 시작으로 있는, 아는, 들은 욕을 죄다 하고 필경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태극기가 바람이 펄럭입니다 노래로 마칠 때는 정말 우스워 죽는 줄 알았다. 나는 미친년처럼 웃었다. 분함과 복수심에 치를 떨면서 온 힘을 다해 욕을 해대는 광경은 비극인데 나에게는 희극으로 다가오는 이 상황. 글이 문학이 되고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 책을 읽는 동안 책에 나왔던 노래들을 다 찾아 들었다. 작가가 그 노래를 표현한 것을 나도 느끼고 싶어서. 아는 노래도 있고 처음 듣는 노래도 있다. 찾은 노래들을 내내 들어가면서 책을 읽었다. 대마초나 오락게임, 섹스가 주는 즐거움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움직여 느끼는 창작의 희열은 어떤 쾌락보다도 순정하다. 그것이 여러 사람과 어우러져 더할 수 없는 희열에 도달한다면 어찌 그것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 희열을 알기 전과 알고 난 뒤로 삶은 분명 달라질 거라 믿는다. 허투로 써진 글자가 단 한 글자 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 속에 다음 장으로 곧장 넘어 갈수 없는 이 먹먹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 작가가 어떤 책을 써내든 나는 이광재 작가가 두드린 자판을 언제까지나 빨아댈 것이다. |
|
수요일에 하자
![]()
2017년 대한민국을 울리는 가장 뜨거운 중년들 여섯 명의 중년이 있다.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맨발의 키보디스트 라피노. 이들이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뭉쳤다!
이광재 1963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1989년 무크지 ≪녹두꽃≫에 단편소설을 발표하고 소설집 ≪아버지와 딸≫, 장편소설 ≪내 가슴의 청보리밭≫, ≪폭풍이 지나간 자리≫를 냈다. 이후 밥벌이를 핑계로 의도치 않은 절필 기간을 보낸 끝에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펴낸 후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
|
<2017년 3월 28일> 수요일에 하자 by 이광재 - 수요밴드와 함께 수요일에는 뭐든 해보자. 평점 : ★★★★ 이광재의 신작 소설이다. 우리 지역의 "2015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었던 혼불 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의 저자다. 아직 그의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낯익은 이름만으로도 그의 신작이 궁금했다. 요일 중에서도 부담되지 않는 '수요일'이 제목이 들어있다보니 왠지 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소설이랄까. 나 개인의 취향으로 신작을 맞이했다.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 삶을 살 수 있는 수요밴드의 리콰자, 라피노, 니키타, 배베이스, 박타동, 마지막으로 밴드에 합류한 김미선.. 이들은 음악을 놓을 수 없는 이들이기에 모여 공연에 나갈 밴드를 만든다. 음악을 등지고 사업하다 망해 쫓겨다니고 집을 지키기 위해 한 위장 이혼이 실제 이혼인지 위장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 대장에 생긴 암세포를 제거하고 딸과 가끔 만나는 사이인 사람, 가게 보증금으로 야금야금 월세를 내고 있어 가게마저 위태로운 사람,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사람, 자기 시간을 갖기 위해 편의점에서 새벽 알바를 하는 사람... 그들은 모여 연습하고, 연습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율도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세월호를 이야기 한 <검은 바다>, <노래 불러> 라는 자작곡과 대중들에게 익숙한 팝들을 연주하는 수요밴드.. 그들은 공연비를 받으면 <낙원>에 투자하려 했으나, 행사장에서 작곡한 <쓰나미가 온다>라는 곡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연주하고야 만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 흔하게 있는 그런 모습의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 스쳐보면 삼류 인생일지 모르나, 행복도 아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일상으로 사는 우리들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 행복해지는 것이 있으니 이보다 더 일류 인생이 있을까 싶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 속 뭔가 아무것도 없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인생들같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삶의 태도에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들의 가치도 우리의 가치도 신용등급처럼 쉽게 매겨져서는 안되는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니 우리 조금 더 화이팅해서 사는 것이 어떨까?
(P.272)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간대에 누군가의 슬픔을 환기시키는 블루스가 들려온다면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위안을 얻고, 용서할 자를 용서할 힘이 생기고, 용서하지 않을 자를 용서하지 않을 용기도 솟아나니까.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적응을 하질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음악에는 아이돌의 음악,TOP 에 오른 몇 개의 음악을 안다고 해야 정확한 딱 그만큼의 앎인데, 너무나도 많은 음악에 대한 지식이 이들의 자작곡 제목처럼 쓰나미처럼 밀려와 허둥댈 뿐이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글스의 <데스페란도>부터 막히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스마트폰의 검색창에 딥 퍼플 <Smoke on the water> , 레인보우 <Tempie of the king> , 이글스 <Desperado> , 에릭 칼멘 <All by myself>등등.. 노래를 찾아 소설을 보며 끊임없이 들었다. 7080년대에 나왔던 팝들을 찾아보며 낯익은 팝들이 귀에 파고들때면 뿌듯해지는 기분까지.. 마치 팝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처럼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특히 137페이지에서 김해진과 니키타의 뮤지션들과 음악들이 열거되어 있는 부분에서는 고민에 빠지기까지 했다. '이 노래들을 다 찾아봐야 하나?'.. 귀가 즐거워지는 행복감과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고문의 사이에서 말이다. 이 책은 배경지식이 조금 들어가니 책을 읽을 때 흥이 돋는다. 그들이 말하는 악기들의 기술들은 글로 읽는 것만으로는 상상이 되질 않아 우리 집 근처에 <낙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주인공들의 궁핍한 삶이 전이되는 것 같아 가슴이 살짝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팝에 대한 지식과 악기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이 읽는다면 그야말로 물 만나 팔딱거릴 수 있을 만큼 흥겨운 소설이다. 이 소설을 보며 음악을 하는 음악인을 다시 생각해본다. 무엇이 이토록 이들을 미치게 만드는지.. 요즘 음악하면 K-POP을 이끄는 아이돌이 연상이 되기에 인디밴드를 하는 음악인들의 모습을 생각해보질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돌이든 배우든 페이부분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급이 다른 이들이 있으면 그 반대로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이들도 있을거라는 것을 사람들은 금방 잊는다. 미치도록 내리쬐는 태양이 징그러워 겨울을 기다리다가도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이 오면 미칠듯이 쏟아내리는 햇볕을 까맣게 잊고서는 여름을 기다리는 꼴이니.. 그들의 열정과 그들의 삶과 그들의 모습은 처절하리만치 마음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짠하고 마음이 쓰리다. 현재를 위해 지금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것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우리의 열정과 우리의 삶과 우리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그렇게 열정을 다하면 행복해지고, 조금은 여유가 생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타동의 아들이 하는 한탄과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원망이 남 일 같지 않다. 훗날 아이들 앞에서 책임 회피를 하지 않게 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겠다..싶다. 수요일이 다가온다. 수요일에는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다. 수요 밴드처럼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행복해 보였어요." 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너희가 행복해 보이는구나.."라는 말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주일의 가운데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수요일, 수요 밴드처럼 뭐든 해보자. 남은 요일을 더 열심히 달릴 수 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