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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 기자 오영민, 소설가 신유진, 벤처캐피탈리스트 김서인, 기자 준오
등장인물들의 평범하지 않은 직업이 맘에 들었다. 잡지사기자, 소설가, 벤처캐피탈리스등.. 내 주위에서선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제법 있을 수 있는 일로 형상화해 놨다. 웹상에 일상사나 작품(소설)을 올려 놓는 일은 요즘 흔히 있는 일인데 그것을 소설한 것이 인상적이다. 고독과 자신감, 냉정함 그속에서 인간이기를 갈망하는 현대 도시인의 사랑이야기.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되었지만 내가 더 빠져드는 소설이다. 오영민이 친구의 웹상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다면 쓰여질 수 없었을 지 모르는 이 작품은 사랑과 비밀을 절묘히 조화시킨것 같다.
이 작품에 특히 많이 나오는 음악들. 작가는 음악에 대단히 조회가 있지 않나 생각하며 글을 읽어 나갔다.
한동안 이런 소설은 접하기 힘들지 않을까... 많은 여운을 남긴다. [인상깊은구절] 어제 모임에서 강 선배를 만났을 때에도 그랬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싸늘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는 느낌은 홀가분함을 넘어서 부끄러움에 닿아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그처럼 무감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자기혐오에 빠져들곤 한다. 결국은 어렇게 될 것을 왜 그렇게 몰두했는지,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또 왜 그렇게 안달했는지.... 설렘과 익숙함과 지루함의 반복, 혹은 변주. 그것이 바로 삶의 실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어떤 경우에도 영원을 꿈꾸지 않는다. 죽음을 인정할 때 삶이 소중해지듯이 사랑의 영속성을 부정할 때 그 순간이 더욱 애 틋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삶은 한 번뿐이지만 사랑은 거듭도리 수 있으므로 더더욱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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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사랑을 현기증 같은 것이라 말한다. 이런 작가의 생각이 책의 제목처럼 그리고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한 여자의 죽음을 두고 그녀의 삶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그녀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현기증이라 밖에 표현 할수 없었던 그녀의 독백 앞에서 나 역시 사랑은 현기증이라는 것에 동감 할수 있었다. 자주 경험하지만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것. 피하고 싶지만 피할 겨를도 주지 않으며 가까이에 두고 싶지만 결코 가까운 시점에서 기다려 주지 않는 것. 이런 현기증의 증상이 사랑이라 것에 동감할 수 있었고 이 책은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마련해 준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정말 그렇다면, 이 과도한 집착의 바탕은 과연 무엇일까. 끝없이 그에 가 닿으려는 욕망. 그의 존재속으로, 혹은 그 존재의 시작을 향해 파고드는 몸짓, 성이란 사랑을 미혹하기 위한 하나의 덫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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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는 매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우주의 근본을 수-자연수-로 보았으며, 만물이 수의 관계에 따라 코스모스-‘조화로운 질서’를 뜻하는 이 말도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를 형성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조화는 수학적 비례라고 생각했으며 평생을 그러한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는데 바친다. 그러나 ‘양변의 길이가 같은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가 무리수(irrational number : ratio화할 수 없는 수)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심각한 회의에 빠진다. 논리의 벽에 부딪친 그는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이러한 사실을 비밀로 묻어버리려 했으며, 이후 무리수의 존재를 외부에 누설한 제자들을 응징하러 자객을 보내기도 한다. 국민공회를 장악한 자코뱅이 이성이라는 종교에 빠져버렸던 것처럼(아주 논리적인 자들이 종종 빠져드는 모순이기다 하다) 그는 가장 비논리적인 신비주의에 빠지게 되고, 만년에 피타고라스 학파는 더 이상 수학적 학습집단이 아니라 이상한 계율로 가득한 밀교로 변신하고 만다.「콩을 먹지 말라, 빵을 나누지 말라, 흰 수탉을 만지지 말라, 불빛 옆에서 거울을 보지 말라, ....... 」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성간의 사랑에 관한. 작가는 민영, 유진, 은조, 희수 등 색깔과 형태가 다른 주인공들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정교하게 이성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문체’를 유려하고 ‘상징’은 눈부시다. 소설의 ‘서사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과도하게 ‘역사’에 기댈 필요도 없으며, ‘상상력’ 부재를 보충하기 위하여 ‘신화’에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작가는 우리시대의 사랑이라는 깃털처럼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얼음처럼 냉정한 ‘사실성’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 체화된 '이시카와' 며 '프레베르'는 작가의 인문학적 깊이를 느끼게 하고, 전체를 흐르는 소리들-브뤼헨, 헤르베게, 에롤 가너, 와따나베...-은 가히 압권이다. 단순한 “연애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전체적인 기조가 너무 무겁다. 하기야 스땅달의 가장 큰 화두도 ‘동 시대의 사랑’이 아니었던가? 작가는 또 한번 비틀린 ‘사랑’이라는 현상을 주제로 우리 삶의 원시적 주술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을 할 땐 콩을 먹을 먹지 말라" [인상깊은구절] 전기포트, 전자레인지, 전기프라이팬, 토스트기, 커피메이커, 전기밥솥...... 좁은 방에 이런 기계들을 다 들여놓으면서도 나는 그 흔한 가스레인지는 두지 않았다. 가스레인지가 뿜어내는 불꽃, 그 불꽃과 맞닿는 솥이나 냄비의 뜨거움, 그 속에서 한없이 온도가 올라가는 물과 기름. 그런 것들이 나는 싫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작동하다가 일정한 온도에 이르면 멈출 줄 아는 전기기구의 깔끔함, 불꽃으로 제 정체를 다 드러내는 화력과 달리 흔적 없이 도체안을 흘러다니는 전열의 유동성. 그런 것들이 나는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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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이다. 작가가 장담했다는 연애소설이라는 것에 끌렸다. 마치 사랑 하나만이 현기증으로 표현되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단순한 연애소설만은 아니라 생각했다.
잡지사 기자인 오영민이 유명한 소설가이며 친구인 신유진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녀를 쫓아가며 그녀가 죽기 전 까지 사랑했던 남자를 통해, 그리고 그녀의 일기와 이메일을 통해 그녀의 온몸을 던진 사랑을 알게되는 것이다. 오영민은 사랑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친구인 신유진처럼 열정적이지도 못했으며 항상 소극적이었던 자신을 발견한다. 아니 인정하게 된다. 또한 신유진을 사랑했던 김서인도 사랑이 감정낭비 일 것이라 말하며 자신의 사랑도 그저 하나의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여겼다. 그러나 신유진의 죽음으로 그녀의 부재를 통해 사랑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모습을 처절하게 발견하게 된다. 즉 오영민과 김서인은 신유진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삶의 방식을 깨닫게 된다고 보면 된다. 사랑 앞에 계산하고 사랑 앞에 용기 내지 못하고 한 발 물러서는 오영민과 김서인에게서 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유진처럼 한번은 나를 던져 보고 싶다. 열정적으로 삶이던 사랑이던...
책을 덮고도 며칠을 생각했다. 작가가 말한 현기증은 무엇일까? 아니 사랑은 무엇일까? 라고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보다 사랑을 현기증으로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여기서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동일하다고 한다. 사랑에 소극적인 사람은 삶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 상처가 두려워 숨는 것보다는 상처를 받더라도 부딪쳐 보라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영민이 신유진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사랑과 삶을 우리도 똑같이 깨달아 보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사랑만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신유진을 통해 상업주의가 팽배해 있는 이 사회에 다른 허상들도 말하고 있다. 신유진이 유명한 소설가이면서도 자신의 작품에 한번도 자신의 원하는 제목을 달지 못했다는 것은 그 만큼 상업주의가 사회에 팽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신유진은 소설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일부가 오해되고 오독 되는 것을 누구보다 두려워 했다. 즉, 작가는 소설가 신유진의 죽음을 통해 사랑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허상에 관하여 질책했던 것은 아니었을까한다. 책을 덮으며 이 작가의 작품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인상깊은구절] 아무런 조건 없이 몰두 할 수 있는 사람, 그 몰두를 통해 나의 모습을 투영하는 사람, 그리하여 마침내 내 존재를 드러나게 하는 사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해리 중) 사랑은 현기증 같은 것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잠시 스쳐가지만 어떤 이에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것. 어떤 이는 자주 경험하지만 어떤 이는 평생 겪어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어떤 이는 그 순간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엔딩 크레딧 중) |
|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 소설들의 주된 주제가 사랑임을 쓴 술기운을 토해내듯 그렇게 비난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똑같이 사랑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뭔가 다른 듯 하지만, 결국엔 동일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늘 간과할 수 있는 사랑의 진실에 관한.. 혹은 허구에 관한.. 지독한 그리움.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묘한 연결 고리. 그리고 그들이 설명하고 있는 비슷한 사랑이라는 정의들. 다가가면 갈 수록 두렵지만, 그 동안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설레임과 어지러움. 그렇게 느끼는 현기증. 유진의 사랑으로 인하여 점점 변해가는 주인공의 사고방식들... 나도 왠지 이 책을 읽으며 사랑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어렵고 불편한 인간의 감정. 흔하다고 해서 그 본질까지 의심하고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될텐데... 우리는 많은 잘못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