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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많은 시민들을 TV앞으로 이끌었던 드라마가 있었다. 수랏간의 궁녀로 있다가 의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로 국민 배우가 되었었고, 이웃 나라로 수출까지 되어 꽤 많은 인기를 누린 배우가 이영애다. 이영애라는 배우가 사임당 역할로 나온다고 해서 많은 팬들은 기대했다. 기대했던 마음이 컸던 탓일까. 막상 드라마가 뚜껑을 여니 생각보다 심심했고, 다른 드라마에서 나오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이 때로는 식상하게까지 느껴졌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데, 드라마 특성상 배우가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겹치게 되어 제대로 스토리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런 탓인지 생각보다 인기를 누리지 못했고, 사람들에게 조금은 외면을 받았던 듯 하다. 지나치듯 드문드문 본 드라마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었고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아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 원작 소설이 사실 재미가 없다. 배우의 연기와 외모, 긴장을 부르는 장면들 때문에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는데 비해 소설이 심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사임당과 이겸의 러브스토리가 좋았기 때문일까. 이 소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오히려 드라마보다도 재미있었고, 과거와 현재, 앞과 뒤의 맥락이 제대로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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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는 과거 조선시대의 사임당과 현재 한국미술사를 전공하는 인물을 맡아 연기한다. 현재의 인물은 서지윤이라는 이름으로 교수 임용을 위해 민정학 교수 밑에서 그의 뒤치닥 거리를 하고 있다. 민 교수는 안견의 <금강산도>가 진품인지의 여부를 놓고 연구하는데, 볼로냐 학회에서 민 교수로부터 내침을 당하고 불가사의한 경험을 한다. 몇백 년 전의 과거의 기록이 있는 미인도와 서적을 발견했던 것이다. 안견의 <금강산도>가 가짜라는 것만 발견하면 자신의 미래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어린 소녀 사임당. 헌원장에 안견의 <금강산도>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 그림을 보고자 월담을 하는데 그것을 본 이가 바로 소년 이겸이다. 이겸과 함께 시와 그림에 대해 논하며 서로에게 다가가는데 이들은 서로 혼약을 맺었다. 출세에 눈이 먼 민치형에 의해 운평사에 머물던 유민들을 죽게 한 자도 그였으며, 의성군 이겸을 구하기 위해 사임당은 이원수와 혼례를 올린다. 그후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 신명화에 의해 시와 서화에 띄어났던 사임당을 그녀의 남편 이원수는 무척 질투를 했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굉장히 이원수를 비루한 남자로 그리는데, 이는 사임당을 더 돋보이기 위함이 아니엇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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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도 나왔지만, 서지윤과 한상현에게 민 교수가 부리는 횡포는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제자의 작품을 가로채는가 하면 쓸모 없다고 느꼈을때 과감하게 내치기도 하는. 어떻게든 교수가 되어보려는 제자는 지도 교수의 횡포에 말없이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모습을 그렸다.
사실 원작인 드라마에 관심 없었는데, 소설을 읽고났더니 드라마도 궁금해졌다. 같은 시점으로 이어지기에 드라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윤은 안견의 <금강산도>의 진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사임당의 일기가 어떻게 해서 이탈리아까지 흘러가게 되었는가. 아마도 짐작하기에 이겸이 조선을 떠나 이탈리아로 향했던 것 같은데, 그 내막이 궁금하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는 바가 없지않지만 말이다.
스쳐가듯 본 드라마에서 이영애가 운평사 고려지를 만들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 장면은 마치 오래전의 드라마 「대장금」에서 요리를 만들던 모습과 흡사했다. 또한 사임당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망이 살아나는 송승헌의 진한 눈빛 또한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되니 드라마의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이번 주말엔 「사임당 빛의 일기」 드라마나 다시보기 해볼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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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요, 소설로 재조명된 신사임당은 어둠에서 빛으로 우리들에게 다가 왔다. 그녀의 삶은 선(善)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긍정적(肯定的)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나 자식들의 보살핌, 가족들에 대한 행위, 유민들에 대한 배려 등 모든 부분에서 그의 생각과 행동은 선의의 교과서다. 어디에서 이렇게 빛이 숨어 있다가 우리들에게 다가왔는지 감동스럽다. 웃음과 따뜻함을 가지고 보았던, 읽었던 기억을 가진다. 내용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지윤은 대학에서 미술과 강사로 있다. 그리고 미술학과의 실세인 민정학 교수의 눈에 잘 들어 교수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와중에 민교수는 일본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던 <금강산도>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진본임을 천명한다. 그리고 안견의 <금강산도>를 선진그룹의 겔러리에 전시하여 부와 명예를 탐하고자 한다. 그것을 위해 학술회의를 열고 그 자리에서 지윤이 사회를 본다. 민교수가 <금강산도>를 진품이라고 선언할 때 방청객 중에서 질문이 들어간다. 사회를 보고 있는 지윤에게 미술학자의 명예를 걸고 그것이 진품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들어가게 되고, 지윤은 머뭇거린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지윤의 삶이 많이 꼬인다. 민정학 교수는 보복을 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학술회에 지윤을 대동한다. 그리고 지윤이 발표를 준비하도록 하면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게 계략을 세운다. 즉 그 시간에 백화점에 갔다 오도록 심부름을,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다. 지윤은 민교수의 계략에 빠지게 되고 그것이 빌미가 되어 강사 자리와 모든 것을 잃는다. 지윤은 허탈감에 그 도시의 거리를 거닐게 되고, 우연히 고서적을 구하게 되는데, 그것이 신사당임의 일기다. 책은 낡아 복원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친구 혜정의 도움으로 복원이 되어 나간다. 한자 번역을 맡은 후배 상현과 3명이 진본 <금강산도> 찾기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일기 번역을 해나가는데, 그것이 신사임당과 <금강산도> 진본에 얽힌 이야기다. 이야기는 사임당의 14세로 넘어 간다. 예쁘고 활달한 사임당은 색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산천을 돌아다니며 많은 자연물에서 색을 구하고 배합하는 일을 한다. 그 때 사임당의 집 옆에 있는 헌원장에 왕족 이겸이 살고 있었다. 사임당은 그 집에 진본 <금강산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담을 넘어 그것을 구경하러 들어가다 이겸과 만나게 된다. 결국 이겸은 그 금강산도를 가지고 사임당의 집으로 가서 사임당의 아버지와 대면한다. 그리고 그림에 출중한 재능을 보이는 사임당에게 그 그림을 보게 한다. 색에 대해,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은 두 어린 예술가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서로의 사랑을 키운다. 그러다 이겸은 중종의 배려에 의해 한양에서 생활을 하게 되고, 둘은 일시적으로 헤어진다. 그런 가운데 이겸은 강릉에 두고 온 사임당이 그리워 청혼서를 손수 작성하여 강릉으로 내려간다. 선물까지 사 가지고. 서로의 따뜻한 관계를 지속시켜 나가는 와중에 사임당은 운평사에 들리게 된다. 색을 구하다 만난 유민(거지)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그곳으로 간다. 그녀는 그곳에서 못 볼 것을 본다. 관리가 유흥을 즐기는 한 쪽과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다른 쪽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본다. 관리 중에서 사임당이 그려준 그림 하나 때문에 거지가 양반에게 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지우기 위해 유민, 승려들을 전부 죽이고 절에 불을 지르는 일이 생겨난다. 그녀는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른다. 고통스러워하며 집에 내려와서 쫓기는 몸이 된다. 그림을 그린 자를 찾아 죽이라는 명령에 의해 그림과 관련된 이들은 모두 죽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아버지도 죽게 된다. 아버지는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집에 있는 모든 그림을 모아 불태워 버린다. 그리고 댕기가 그림을 그린 여인을 찾는 흔적도 되기에 혼인을 서두른다. 만일 이겸과 혼인을 하면 왕족인 이겸이 모함을 받고 죽게 될 수 있는 상황임을 알고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해버린다. 이원수라는 무능하게 표현되는 사람이다. 그 후 사임당과의 혼인 허락을 기다리던 이겸은 사임당이 자신을 버리고 결혼 했다고 오해하고 울부짖으며 떠나버린다. 그리고 20년이 흐른다. 장소는 서울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오죽헌이다. 그곳에서 이겸은 대고모의 명령으로 혼인을 하도록 마련된다. 이중적으로 그려져 나가면서 내용이 전개된다. 사임당은 4명의 아이를 데리고 있다. 서울로 이사를 한다. 서울에 집을 사두고 왔는데, 서울에 오니 그 집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있다. 미리 올라와 있던 남편이 반탕한 삶으로 그것을 넘겨버린 것이다. 사임당과 아이들은 너무나 황당하다. 하지만 사임당은 그 지난한 상황 속에 아이들을 데리고 폐비의 집이 있는 가까운 곳에 터를 마련한다. 낡고 허물어진, 그리고 사람들이 꺼리는 그런 공간으로 이동하여 집을 구하고 비를 피한다. 어쩔 수 없이 그리로 이동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집을 가꾸고, 다듬으며 살만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간다. 경제적 활동이 되지 않는 사임당은 어느 날 가족들을 데리고 산으로 간다. 그리고 그 버려진 땅을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마련해 놓은 우리 땅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위신을 세워주고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마음이다. 그리고 강릉 운평사에서 했었던 종이를 만들 생각을 한다. 그 산에 닥나무가 많은 것에 착안을 한 것이다.
하지만 사임당의 삶은 민치형과 그의 부인이 된 휘음당 최씨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종이를 만들어도 그것을 그들의 방해로 밖에 팔 수 없다. 그런 와중에 그들의 계략에 또 말려들어 간다. 500 장도 만들어 내기 어려운 색이 들어간 종이를 5,000 장 만들어 오라는 요구를 받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구입해 주겠다는 것이다. 사임당은 뒷산에 있는 유민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서 진심으로 같이 일을 할 것을 부탁한다. 일을 해서 반반으로 나누자는 얘기와 함께.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그들이 그녀의 진심을 믿고 같이 일을 한다. 하지만 그 물건들은 민치형들의 농간으로 쓸모없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된다. 이것을 알게 된 예악원을 관장하게 된 이겸은 그 종이들을 그곳에 가져다주고 사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어디에 가면 이 색깔 고운 종이를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임당의 종이 공장에 몰려들게 되고, 사임당은 신용을 회복하면서 차츰 일어서게 된다. 사임당이 자식들을 대할 때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그들에게 늘 미안해하면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이겸, 남편 등이 행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는다. 단지 정의롭지 못하거나 바르지 않을 경우엔 단호하다. 강기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선으로 보고, 선으로 행하는 그녀의 모습을 우리는 많이 목도한다. 정말 순전한 여인이다. 상권의 내용은 <금강산도>를 찾아가면서 지윤의 가정이 파산 당하는 모습과 사임당의 어려운 가정사가 교차로 그려지고 있다. 지윤 남편은 수재로 펀드를 하는 사람인데, 엄청난 인재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소유한 사람이다. 그런데 대기업의 덫에 걸려 풍비박산이 일어나고, 거처도 알릴 수도 없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래서 지윤과 시어미니, 아들 은수는 변두리 허름한 곳으로 이사를 간다. 그러면서 지윤은 자신이 살 길이 <금강산도> 가짜 규명에 있다고 깨닫고 마음을 다하고 있다. 신사임당은 이겸과의 사랑을 애써 지워가며 어려운 가정을 건사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 둘의 얘기가 둘이면서 하나인 듯 오버랩 되는 장면들이 많다. 하권이 기대가 된다. 아마 드라마가 진행 되는 중이라 내용을 아껴야할 듯하다. 하권이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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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룡의 입이 뾰로퉁하게 튀어 나온다. “관직에 오른 이가 태만해 지는 것은 업적을 이룬 뒤부터이며, 질병이 심해지는 것은 늘 호전된 직후이고, 화는 게으르고 삼가지 않는데서 생긴다고 하였다. 왜 그런 것 같으냐? 처음과 끝이 한결같지 않음에서 생긴다고 하였다. 너희도 마찬가지다. 이사를 앞두고 환경이 잠시 어수선하다 하여 항상 하던 숙제를 미뤄서야 되겠느냐?(빛의 일기 심사임당 중에서 p173) 자녀를 대하며 가르치는 사임당의 교육관이 나타난다. 그 바탕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게으름을 물리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율곡의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의 일을 꿋꿋하게 해나가도록 하는 습성, 그것이 이런 사임당의 교육관에 의해 길러진 것이 아닌가 한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제가 선택한 삶을 온전히 책임지며 살고 있으니까요! 비가 새는 누옥에, 계집종 하나 겨우 거느리고, 물기 마를 새 없이 온갖 집안일을 직접 하고 살아도, 비겁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선택한 삶을 당당하게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최소한 공처럼 삶을 낭비하며 허송세월하고 있진 않습니다.“(p206) 당당함이 보인다.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의 책무를 다해나가고자 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비굴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런 견실함이 사임당을 조선의 여인으로 만들어 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참으로 오늘을 사는 나약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밀이다. 여전히 뚱하지만 전보다는 한결 풀어진 말투로 선이 중얼거린다. 이에 아이들은 저마다 느껴지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종알거린다. 현룡은 푸드덕 날아가는 새소리와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듣고, 우는 바람이 볼을 간지럽힌다며 두 팔을 쭉 펴고 천진하게 웃는다. “자, 이제 눈을 뜨고 주위를 두러보아라. 여기 이 풀벌레조차 주어진 자리에서 자기 몫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벌레도 꽃도 풀도 바람도 그리고 시냇물조차도.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듯하나, 그렇지 않아. 이제부터 너희가 채워갈 세상을 생각하면, 이 어미는 벌서부터 가슴이 뛴단다.”(p265) 소망이 있다는 것은 발전을 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 속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임당의 모습이 놀랍게 다가온다. 그것도 혼자만 꾸는 꿈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꿈이다. 그녀가 더욱 커지는 듯하다. 배 아파 낳은 자식들이니 그녀의 가슴 속에도 들끓는 모정이 있다. 그러나 그 무조건적인 모정보다 더 큰 것이 바로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 기어코 담벼락을 타고 높은 곳에 오르려는 넝쿨 같은 욕망이다. 그녀에게 자식들은 타고 넘을 수 있는 담벼락이고 밟고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였다. 한낱 주막집 딸이었던 그녀를 이조참의 정실부인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자식들이다. 이제 그녀는 두 아들이 빨리 자라 과시에 합격하고 벼슬에 오르길 기대한다. 그렇게만 되면 민치형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해방될 것이다(.p278) 아무리 악한 사람들이라도 자식을 생각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선한 사람과는 생각하는 각도에 차이가 있다. 아이들도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생각하는 관점과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관점, 참으로 우리는 무엇이 선인지 읽어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이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선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것을 느꼈다. 선은 아름답고 주위를 환하게 만든다. 선 그 자체가 빛이 됨을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사임당의 마음을 , 그 행함을 보면서 행복해 지고 그의 언어의 경이로움에 매료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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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꿈을 꾼다. 백마 탄 멋진 왕자를, 아름다운 궁정과 같은 집을,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질 로맨스를...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소녀들은 이렇게 꿈을 꿀 것이다. 그런데 항상 이런 로맨스는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삶은 장미 빛보다 진흙 빚을 닮아 있을 때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진흙 빛 속에서도 장비 빛을 피워내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닐까. 그래서 삶은 살아간다고 표현하지 않고, 살아낸다고 표현하는 것 아닐까.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내 계획과 다른 현실 앞에서도 그 삶을 억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이기며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울먹이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임당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다. 삶이 참 어렵다. 매 순간 풀어야 할 문제 같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막막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기에 버틴다. 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딸이기에, 어머니이기에,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기에, 아이들이 어머니의 품에서 안정을 되찾는다. 눈물이 그치고 기와집 담장에 피어 있는 분홍빛 패랭이를 보며 웃어본다. 북평촌에서 보던 꽃을 낯선 땅에서 보니 더욱 반가운 것이다." (P 189)"
"지윤은 사임당 일기를 가방에 집어넣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읽은 사임당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사라지고 나앉게 생긴 처지가 마치 자신의 일 같았고, 사임당의 셋째 아들 현룡은 하는 말이며 행동이 꼭 은수 같았다. 어디서 뭘 하는지, 일만 저질러놓고 사라진 사임당의 남편 이원수는 지금의 민석과 닮아 있었다." (P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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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출산과 육아에만 치우쳐있던 산소같은 그녀 이영애가 '사임당'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을 것이다. 생각과는 다르게 펼쳐지는 이야기에 기대한 만큼 조금은 실망을 한 듯한 눈치였고 그것은 그대로 시청률도 이어졌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가 조금 산만했을까. 오히려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집중을 하고 난 이후 시청률도 반등을 하고 사람들의 이목도 다시 끌기 시작했다고 기사에서 보았다.
드라마가 뜨면 그에 관련된 도서들도 뜨기 마련이다. 정도전일때도 그랬고 장영실때도 그랬고 사임당도 마찬가지이다. 사임당에 관한 책들도 여러가지 버전이 있다. 실제로 있었던 그대로 적은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룬 위인전이 있는가 하면 주인공만 사임당으로 설정했을 뿐 전혀 다른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번 이야기는 어떨까.
사임당 빛의 일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지금 방송중인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원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만큼 드라마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 참고로 하는 것이 좋겠다. 얼마전 읽었던 [우아한 환생]이라는 책은 현실에서의 역사학자가 조선시대에 환생을 한다는 이야기로 컨셉트를 잡았다. 이 책 또한 현실에서 조선시대로 가는 것은 같은 이치지만 환생이 아닌 타임슬립으로 설정했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하고 시간강사를 하고 있지만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서 이리뛰고 저리 뛰는 지윤. 남들이 봤을때는 억대연봉을 자랑하는 펀드매니저인 남편과 공부 잘하는 아이까지 있는 그녀가 부럽기만 하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전임강사 자리는 자신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져줄 자리 이상의 교수인 것이다.
능력보다는 줄대기가 우선인 교수자리. 그녀는 실세라고 알려진 민교수 밑에서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박박 기고 민교수가 하라는 것이면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다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대로인 자신의 위치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에 발견된 금강산도 논문을 자신에게 맡겨주는 것으로 보아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은 생각에 죽을 힘을 다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내고 싶은데 오히려 이것은 더 자신에게 악으로 다가오게 된다.
논문 발표 때문에 찾아간 이탈리아. 민교수는 작심이라도 한 듯이 그녀는 내치기만 한다. 그녀는 둘러싼 음모는 무엇이며 무엇을 통해서 그녀는 조선시대로 돌아가게 될까. 이 곳,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가게 되고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물건들을 손에 넣음으로 인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녀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곳에서 존재하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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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 14년(1519) 8월. 자연 만물이 그렇듯 바다도 계절마다 제 얼굴색을 바꾼다. 8월의 바다는 진청색이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시작된 은빛 물비늘이 파도에 끌려 육지로 가까워지면서 점점 자리를 넓힌다. 열네 살의 소녀 사임당은 짙푸른 바다 위로 쏟아지는 은빛을 황홀하다는 듯 바라본다. 저 청연한 바다색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롯이 빛나는 자연 그대로의 색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자연에서 채취된 색이지만 인간의 손이 닿는 순간 색은 자연 그대로의 빛깔을 잃어버린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학교의 강사인 지윤, 그녀는 교수 임용을 앞두고 여러 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미술사학계의 실세인 민정학 교수를 위해 그의 집안일이며 연구실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던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오백 년 된 안견 선생의 <금강산도>를 발견한 민교수가 그것이 진품임을 입증하는 논문 작업을 지윤에게 맡기게 된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미술작품을 대하는 안목만큼은 남달랐던 그녀였지만, 말로만 듣던 <금강산도>는 뭔가 이상하기만 했다. 그 의심은 학술회장에서 무심코 내뱉은 대답 때문에 일파만파 커지게 되고, 그 일로 민교수는 이탈리아 학회까지 데려가서 지윤을 위기에 몰아넣고 그녀는 연구원 해직에 시간강사 자리까지 잃어 버리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펀드 매니저로 일하는 남편 민석을 찾는 채권자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난리가 난다. 지금 그녀에게 남은 거라곤, 우연히 이탈리아 고서점에서 발견한 사임당 신씨의 일기로 추정되는 고서인데, 그 속에 금강산도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에 진품에 대한 단서가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었다. 어쨌거나 삶은 지속되었고, 사는 동안은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현재의 지윤이 그렇게 가정과 직장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이야기는 훌쩍 과거로 간다. 때는 중종 14년(1519), 열네 살 소녀 사임당이 색에 대한 관심으로 진사댁 자제로서 비단옷을 걸치고도 색을 구하려고 나무를 올라타고 산으로 강으로 들로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그 시간으로 말이다. 그녀는 진보적 이상주의자였던 아버지 신명화 덕분에 여자인 것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안견 선생의 <금강산도>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간 헌원장에서 장난기 가득한 눈빛의 낯선 도령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이겸이다. 그들은 그림을 좋아하는 공통점 덕분에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기에 이른다. 그렇게 두 어린 예술가는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고 예술을 견인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시대는 두 연인을 갈라놓고 마는데, 기묘사화의 여파를 무심코 그림에 담았던 사임당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임당은 다른 남자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의 엄마가 된 사임당과 첫사랑 이겸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이어지고, 그들 사이에 질투에 눈이 먼 휘음당과 권력의 화신 민치형이 끼어 들면서 과거사는 파도에 휘청거리며 급 물살을 타게 흘러간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유민들을 바라보던 사임당은 이내 생각에 잠긴다.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신분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어째서 이들은 자신의 처지에 굴복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부와 권력이 한쪽으로 치우진 세상을 전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산에 굴러다니는 칡넝쿨이라도 캐서 허기를 달래려는 노력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 세상은 바꿀 수 없어도 사람의 인생은 바꿀 수 있다.
현재의 지윤이 발견한 고서를 복원해서, 그 한자들을 해석하는 이야기가 과거 사임당의 일상을 담은 일기로 교차 진행되는 스토리는, 굳이 타임 슬립 소재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만큼 임팩트는 적지만 그 자체로 흥미로운 부분은 많다. 현재의 지윤은 여덟 살 아이를 둔 엄마이고,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모략으로 위기에 처해 있고, 남편이 가정을 어렵게 만들어 시부모와 가족들 모두의 생계를 그녀가 갑자기 떠안게 된 상태이다. 과거의 사임당은 네 명의 아이를 둔 엄마이고, 사랑 없이 결혼한 남편은 벌이가 수월치 않았고, 집까지 날려먹는 등 사고만 쳤고, 그녀의 힘으로 아이들과 함께 폐가에서 겨우 살아내야 하는 처지였다. 지윤은 사임당의 일기를 읽으며 과거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사라지고 나앉게 생긴 처지가 마치 자신의 일 같았고, 사임당의 셋째 아들 현룡은 하는 말이며 행동이 꼭 자신의 아들 은수 같았으며, 일만 저질러놓고 사라진 사임당의 남편 이원수는 지금 자신의 남편 민석과 닮아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사임당이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다. 현실이 너무도 참담했고,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놓은 문제는 해결해야 했으니 말이다. 삶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었으니까.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드라마 사임당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소설만 읽어도 왜 사임당 역할에 이영애인지 알 것만 같았다. 사임당이 보여주고 있는 엄마로서의 모습, 예술인으로서의 모습, 아내로서, 여성으로서의 모습들 모두에서 단아하고, 기품 있는 그녀의 선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배우로서 오랜만의 복귀 작이라 엄청난 화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자체의 반응이 막 뜨겁지는 않다고 들었다. 하지만, 꼭 드라마가 아니어도 이 작품은 소설로서도 그 자체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것만 읽어도 누구나 그녀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어머니상으로서의 사임당뿐만 아니라 그녀의 예술혼까지 보여주는 보석 같은 이야기라서 더욱 가치가 있을 테고 말이다. 단순히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임당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렇게 세련된 필치로 풀어내는 방식이라면, 위인들에게 관심 없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해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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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하면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것과 초충도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아니 이제는 오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있다.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동명의 소설《사임당 빛의 일기》는 보통 책과 드라마(혹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큰 줄거리는 같으나 흘러가는 스토리를 다르게 하는 것과 달리 같은 내용이라 읽어가기에 편하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도 드라마 속 역을 맡고 있는 연기자들이네. 표독스런 표정이 압권인 휘음당 최씨(오윤아), 이러다 그녀 연말에 드라마 여우주연상 타는 것 아냐? 세상을 유하게 살려면 두리뭉실하게 살라는 말이 있다. 시간강사인 서지윤이 교수가 되기위해 지도교수(민정학)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그에게 밉보이는 짓을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10년을 기다려온 고지가 눈앞에 있건만 양심을 속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신명화의 둘째 딸 사임당, 아버지의 배려로 자유롭게 학문을 익히고 그림을 그리며 어린 시절을 보내다 14살 나이에 구성군의 손자인 의성군 이겸을 만나게 된다. 조선 제4대 왕인 세종과 소헌왕후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아들 구성군, 역사는 깊이 알아갈수록 복잡한 면을 보여준다. 여기서 구성군이 어떤 사건에 얽혀 역적이 되었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의성군 이겸은 구성군의 손자이며 책속에서 유일하게 중종의 신임을 받는 신하로 등장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발견한 낡은 고서로 인해 서지윤의 운명은 꼬여들기 시작한다. 아니 그전에 스승의 선택을 부정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꼬여들었지. "여자라고 해서 금강산을 가보지 못한다는 건 불공평합니다!" (p.73) 아버지이자 스승인 그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사임당은 보통 당찬 여성이 아니란 것을 알수있다.
안견의 <금강산도>를 보기위해 남의 집 담을 넘을 만큼 열정을 가진 여인이라니. "저와 혼사를 치르면…… 의성군도 위험해집니까?" (p.156) 사임당이 이원수를 신랑으로 받아들인 이유가 드러났다. 의성군의 목숨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 누가 어떤 이유로 사임당과 의성군 이겸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이며 파혼만이 그들의 목숨을 구할 방법이라 하는 것일까? 신사임당은 혼인후에도 오죽헌에서 어머니 용인 이씨와 함께 살다 아이들이 성장한 후 한양으로 올라온다. 이 책에선 현모양처 스타일의 신사임당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사임당을 많이 보여준다. 권지혜 작가의《붉은 비단보》또한 어머니의 모습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사임당을 그려내었다. 여자 신사임당을 처음 만난 소설이기도 하다. 2016년 개정판《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방영된 후 신사임당은 다양한 책들을 통해 다시 사람들 앞에 선보이고 있다. 그러고보면 책이나 드라마(혹은 영화)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 윈-윈 전략을 세우는 것 같아. 신사임당 역을 맡은 이영애도 좋고 의성군 이겸 역의 송승헌도 좋다. 이영애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서장금역을 맡았을때 주연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던 배우가 한상궁 역의 양미경씨다. 양미경 씨는 현재 드라마 <빛나라 은수>에서 은수 엄마 박연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드라마에서 어떤 역활을 맡는냐에 따라 그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지 알수있다. 시청자가 드라마에 빠져 연기자를 욕하면 할수록 그들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나 뭐라나.《사임당 빛의 일기》下편이 어서 출간되었으면 좋겠어. 드라마보다 책을 먼저 읽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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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먼저 접하고 있는 수·목 드라마《사임당 빛의 일기》를 박은영 작가의 소설을 통해 다시 만났다. 드라마와 책을 동시에 만나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은 같다. 글을 읽고 있는 것은 나이지만 머리속에는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로 바뀌어 전달된다는 것, 드라마 속에서 역을 맡은 이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기에 집중해서 읽기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고혜정 역의 박준면씨다. '고미술복원전문가'로 지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을 맡아 하는 고혜정, 그녀의 구수한 입담이 마음에 든다.
30부작 예정으로 2017년 1월 시작된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다.《사임당 빛의 일기》1권의 내용은 이미 드라마를 통해 다 봤던 것들, 덕분에 책은 빠른 속도로 읽혀졌고 복습하는 느낌도 받게 된다. 사임당 역의 이영애는 현대에서 시간강사 서지윤으로 등장하며 중종 역의 최종환은 한국 미술사 학계의 실세이자 서지윤의 지도교수로 등장 지윤의 목줄을 죄는 역활을 담당하지. 그렇다면 의성군 이겸 역의 송승헌은 현대에서 어떤 역으로 등장할까? 현대에서도 송승헌은 서지윤으 ㄹ구해주는 다크호스의 역을 할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사임당을 잔혹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올라서게 만든 운평사, 운평사 관음전은 어떤 비밀을 안고 있는 것일까? "슬프도다! 가엾은 우리 백성들, 하늘의 도리마저 다 잃었구나. 기묘년에 쫓겨난 이들, 내 마음만 애닯도다." (p.130) 사임당의 운명은 잔혹한 수레바퀴위에 올린 것은 사임당 자신이었어. 그림에 쓰여진 글이야 말로 운평사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킨 주범이라 할수있다. 이겸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내를 선택해 한 혼인 후 20년이 지나 사임당은 이겸과 재회하게 되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저택에서 발견된 사임당의 초상화는 어떤 연유로 그곳에 있던 것이며 그것을 그린 이는 누구일까?
사임당의 초상화와 그녀의 일기가 세월을 뛰어넘어 조선의 화가 안견의 <금강산도>에 얽힌 진위여부를 확인해주는 역활을 하게 된다. 중종반정으로 신하들에 의해 왕의 자리에 올려진 중종,《사임당 빛의 일기》에는 중종의 첫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씨가 사임당의 옆집에 사는 것으로 등장했다. 단경왕후는 중종이 왕위에 오른 후 7일만에 폐위당하고 평생을 중종만 그리는 삶을 살았다 한다. '인왕산 치마바위'의 전설은 유명한 설화 가운데 하나다. 인조(조선 제16대 왕)가 스스로 반정을 일으켜 왕이 된 인물이면 중종(조선 제11대 왕)은 신하들에게 등떠밀려 억지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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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라는 이름에는 항상 '현모양처'가 따라다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신사임당은 엄마로서의 사임당뿐이었습니다. 정말 그녀는 엄마로서만 살았을까요? 이 소설은 이런 의문으로 시작한 듯합니다. 엄마로서의 사임당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사임당을 그린 작가님의 상상력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이 시대의 어두움을 고발하는 내용까지 함께 다뤘으니 정말 부러운 필력입니다. 현시대의 한 여자와 사임당을 동시에 다룸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독특함도 눈에 띕니다. 사임당이 여자로 살았듯 현시대의 한 여자도 여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이 마치 동일인처럼 다가옵니다. 오직 교수가 되겠다는 목적으로 수모와 불합리함을 견디고 있는 지윤은 엄마의 역할도 아내의 역할도 못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견의 금강산도 학회에서, 이 그림이 안견의 작품이 맞는지 개인적 의견은 어떠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녀는 그만 자신의 속마음을 내뱉고 맙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교수 눈밖에 나고 결국 파면당하고 교수의 꿈이 물거품이 됩니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녀는 신사임당의 일기를 발견합니다. 조금 억지스러운 우연 남발이긴 하지만, 그 일기엔 금강산도에 대한 사연이 적혀 있던 것. 원래 금강산도는 왕족 가문의 이겸이 소장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겸과 사임당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이라는 과정 속에 이 금강산도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게 됩니다. 아직 상권만 읽은 상태라 하권의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개 같은 교수를 몰아내고 모든 걸 되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금강산도에 얽힌 다음 얘기도 궁금하네요. 현실의 지윤과 사임당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고라도 너무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흔히 현모양처의 모델인 신사임당과 달리, 지윤은 엄마로서도 빵점이고 아내로서도 낙제 점수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모든 직장맘들의 처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5만원권이라는 지폐 속 인물인 사임당이 우리 직장맘들에게 '아이 잘 키우는 게 가장 큰일'이라고 한 수 가르쳐주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지윤을 실패한 엄마, 실패한 아내로 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지금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자로서의 삶은 제대로 살고 있노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요? 사임당이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낸 것처럼, 현실의 지윤과 우리 주변의 직장맘들도 여자로서의 삶을 잘 소화해내며 절대 실패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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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현재를 오가는 예술적 혼과 몰입감. <사임당 빛의 일기>가 드라마로 방영되기 전에 '사임당' 역할을 맡은 배우 이영애씨의 출연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대장금' 이후 몇 년만의 출연 때문인지 '대장금' 만큼이나 높은 시청률을 기대했고, 단아하면서도 선이 고운 배우의 면면은 '사임당'의 역할에 적확하게 맞아떨어지게 했는지 많은 이들이 고대하며 기다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드라마가 방영 될때도 별로 관심이 없어 지켜 보지 않았다가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출간되었다고 하여 읽게 되었는데 상상한 것 이상으로 몰입감이 최고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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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신사임당, 이겸, 휘음담 최씨, 민치형, 중종이 등장한다면 현대의 인물은 서지윤, 한상현, 민정학, 정민석, 고혜정이라는 인물이 서로 데칼코마니 하듯 살아숨쉬며 이야기를 오가고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 중에서 '신사임당은 그림에 재주가 많으면서도 조신하고, 현명한 아내로 어머니로 그려진데 반해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는 어린 시절에 똘똘한 왈가닥 아가씨로 사임당을 그려낸다. 당차면서도 정의감이 있고 그림을 그리고, 보는 것에 열의가 높다. 안견의 '금강산도'를 보고 싶어 헌원장의 담을 넘다가 이겸과 마주치게 된다.
치마를 입고 담을 넘을 수 없어 치마를 벗어던지고 담을 넘다가 이겸과 마주치게 되고, 안견의 금강산도를 보지도 못한채 치마를 가지고 후다닥 몸을 피한다. 이겸은 서둘러 가는 사임당의 화첩을 줍게 되고, 그녀의 그림에 반해 다음날 그녀의 금강산도를 가지고 그녀의 집에 방문하면서 두 사람은 더 가까워진다.
소설을 읽기 전에 최근에 읽은 그림책 <민화, 색을 품다>(오순경, 2017, 나무를 심는사람들)을 읽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그림을 오순경 민화작가가 그려냈고, 드라마에서 어떻게 쓰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있다. 처음에는 드라마도 보지 안아 책을 보아도 작가가 설명한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원작 소설을 읽고 보니 그녀의 설명이 이해가 갔다. 위의 그림이 사임당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안견의 금강산도다. 현대에서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연구원이자 대학교 상사인 서지윤이 민정학 교수를 도와 '금강산도'를 설명하지만 민교수가 갖고 있는 작품은 위작이었다. 그의 계략에 속아 대학 강사도 짤리게 되고, 남편인 정민석 역시 억대의 연봉 펀드 매니저였으나 사고로 인해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우연처럼, 혹은 마법처럼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발견한 신사임당의 일기를 발견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신사임당과 서지윤의 처지가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들과 어린시절 사임당과 이겸의 풋풋한 사랑이 마음을 간질거리게 한다.
서로의 마음이 닿아 혼인을 하기로 마음 먹은 연인의 모습을 므흣하게 바라볼 때쯤 중종이 사임당의 아버지에게 글귀를 사임당이 우연히 보게되고, 그 글귀로 피바람이 불러온다. 그로 인해 많은 유민들이 죽은 것은 물론이고 사임당과 이겸의 목숨이 위협을 받자 사임당은 자신의 사랑을 놓아 버린다. 서지윤의 이야기보다 어린 시절의 사임당의 풋풋함과 삶이 뒤틀려 버린 성인의 사임당을 그린 과거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강릉에 있던 사임당이 남편이 있는 서울로 거처를 옮기지만 무능력한 남편인 이원수는 다른 이에게 속아 집도 절도 없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이들을 데리고와 폐가를 얻는 사임당의 상심과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이겸 역시 도성에 올라와 중종을 만나게 되고, 우연히 사임당이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방황을 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운 사임당, 그의 재능을 썩히지 말라고 그녀는 따끔하게 충고를 하게 되고 이겸은 손을 놓다 싶이 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다. 그때 그린 그림이 바로 모견도다. 드라마에서는 모두 오순경 민화 작가가 그려냈고, 사진 또한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임당의 운명이 곧 서지윤의 운명과도 같다. 어릴때 주막의 딸이었던 휘음당의 질투가 그녀로 하여금 더 많은 부와 권력, 사랑의 상처에 베어진 여인으로 그려진다. 선과 악의 대결이 명확한 색채를 띄지만 무엇보다 사임당의 열정과 혼 이겸의 이야기가 얽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왜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겸으로 하여금 그 수수께끼를 풀게 만들고, 진짜 금강산도의 출처에 대해 밝히는 서지윤의 모습에 민교수의 날선 악행이 예고되고 있어 더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가 궁금해 찾아볼 만큼 팽팽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작품이다. 어서 빨리 하 권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