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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라는 단어의 원조는 성경입니다. 그 뜻이 현시대에서 쓰이는 것과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도대체 어쩌다가 이 ‘카리스마’란 단어가 이렇게 변질 되었나 궁금했지요. 더군다나 전방위적으로 쓰이는 이 단어가 급기야는 조악한 말장난에 불과한 ‘칼있으마’라는 단어로까지 변용되는 점에 대해선 참 어처구니가 없기까지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궁금해왔던 부분들이 거의 해소되었다고 봅니다. 비교적 방대한 분량(543쪽)이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호주 출신인 저자 존 포츠는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네요. 현재 호주 매쿼리 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백 권의 서적과 자료를 참조했다고 알려집니다. 그 학문적 열의에 박수를 보냅니다. 책은 1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기간 동안 ‘카리스마’라는 말과 그 말에 관련된 의미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카리스마’라는 말은 1세기 초에 그리스도교 교회에서 생겨났고, 3세기 말 무렵에는 교회 내에서 종교적인 개념으로서의 중요성이 잠시 감소되었습니다. 여러 세기 동안 카리스마라는 말은 간혹 모습을 보였을 뿐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다가 20세기 초에 막스베버(Max Weber)의 사회학에서 다시 창조되었지요. 그리고 이제 이 말은 미디어와 학계, 대중들이 나누는 대화 등 현대의 서양문화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스어 카리스마는 기원 후 50~62년 사이에 쓰인 사도 바울의 서신에서 처음 나타납니다. 사도 바울은 카리스마라는 말을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지요. 이 말은 ‘하나님의 은사’로도 번역이 됩니다. 이 개념은 이후 몇 세기 동안 교회의 지적인 풍토에서 다양한 압력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그것은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점차 모습을 감추게 되었고, 그 말 자체가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카리스마의 의미는 상대방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인력을 의미합니다. 카리스마의 어근인 그리스어 카리스(Charis)는 그리스 문화권에서도 눈에 띄는 말로,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뜻에 가장 적합한 단어는 'Grace' 입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카리스마라는 단어의 원형은 ‘특정 개인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성령’이라는 개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카리스마라는 말을 이용하여 신의 은총으로 얻게 되는 영적, 초자연적 능력을 포함한 다양한 재능을 나타냈습니다. 2세기와 3세기에 카리스마가 사라지게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와 시대적 배경이 있겠지만, 저자는 이단에 대한 억압과 교회의 합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초대교회에선 성령의 은사인 카리스마는 누구든 구하면 주신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물론 하나님이 이사람 저사람 떡 한 덩이 씩 나눠주시듯 주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쓰실만한 사람을 골라서 주신다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사라지게 된 이유 중 교회와 성직자의 권위를 들 수 있습니다. 바울이 살던 시대에 예언은 신의 정당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었던데 비해, 2세기에 교회구조가 합리화되면서 예언은 남아돌 뿐만 아니라 역기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언과 함께 카리스마도 설교자, 신학자, 교회 지도자등이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너도 나도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라면 그 힘과 매력이 희미해진다고 생각되어졌던 모양이지요. 카리스마가 제도에 귀속되면서 일어난 현상 중 하나가 치료의 능력(또는 치유의 능력)입니다. 신흥종교가 발생하고 그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 중에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이 병자치료와 퇴마입니다.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11세기 들어서면서 프랑스와 영국에선 왕이 손을 대어 치료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의식적인 행사가 잦아지면서 그 권력을 탄탄하게 유지해갔다고 하는데, 그 병이 정말로 나았는지 어떤지에 대해선 불확실한 자료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사료자체가 일반 서민들의 것이 아닌 지배계급이나 특정 계층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히 누가 손을 대어 치료를 해주었는데 병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발설 했겠는가 라는 의구심도 함께 듭니다. 1960년대에 ‘카리스마’는 언론에서, 빼어난 매력을 가진 정치인, 특히 케네디 일가를 언급하면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말은 다른 대중적 인물, 즉, 배우나 팝스타, 기타 유명인들에게도 적용되었지요. 이렇게 된 배경은 앞서 말씀드린 막스 베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실 베버의 관심사는 유명인이 아니라 권력과 리더십이었을 뿐입니다. 한동안 잠들어있던 카리스마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것은 이 막스 베버입니다. 베버가 처음 카리스마를 언급한 것은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개신교)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입니다. “금욕주의는 이득을 추구하지 않고 사도의 본보기에 따라 살아간 결과 12사도의 카리스마를 받은 성실한 노동자를 칭송한다.” 그 후 [경제와 사회]에서 “카리스마라는 말은 한 개인의 특징에 적용될 것이다. 그는 그 특징 때문에 초자연적, 초인간적 또는 적어도 특별히 예외적인 능력을 부여받은 뛰어난 사람으로 간주된다.” 베버는 카리스마적 권력을 포함한 정당한 지배유형을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합법적으로 설립된 비인격적 체계에 복종해야하는 합법적 지배. 둘째, 아주 오래된 전통의 신성함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그 전통아래서 행사하는 권력의 정통성에 의지하는 전통적 지배. 셋째, 예외적인 신성함과 영웅적 행위 또는 모범적 성격의 한 개인과 그 사람이 규정하거나 밝힌 규범적인 양식이나 질서에 대한 헌신이 밑받침 되는 카리스마적 지배 등입니다. 심리학자 렌 오크스는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들이 ‘자아도취적 성격’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본보기라고 표현 했습니다. 그의 연구를 따르면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과 자아도취적 장애를 앓는 환자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지요. 두 집단은 ‘자신감이 엄청나고 놀라울 정도로 자기회의를 하지 않는’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귀담아 들을 이야기입니다. 할리우드의 스타들은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의 매력으로 열렬히 숭배되었고, 스타들은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들처럼 헌신적인 추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저자는 20세기 스타들의 퍼레이드에서 카리스마는 단순히 유명인을 뜻하는 동의어로 전락한 것인가? 라고 묻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근래에 [차이나데일리]의 한 기사는 카리스마를 리더십 기술의 일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름 하여 카리스마적 리더십(Charismatic Leadership)입니다. 카리스마의 현대적인 의미는 정확히 무엇인가? 단순화된 정의에 의하면 카리스마는 ‘강력한 매력’또는 ‘개인의 강한 매력이나 남을 끌어당기는 힘’으로 표현됩니다. 신체기관(심장)까지도 카리스마를 지녔다고 칭송 받았는데. [심장의 역사(A History of Heart)]서평에 따르면, 이 책은 가장 카리스마 있는 이 신체기관의 변화하는 의미보다 더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심장 말고 다른 부위에 대한 평가는 도대체 무엇인가?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가지요. 한 술 더 떠 샌드위치에 그 말이 적용되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오버하는 겁니다. - 2007년 한 신문의 주말 보충 판에 실린 음식관련기사가 인용되어 있네요. 양상추가 주제입니다. 이 기사의 부제목은 독자들에게 양상추를 깨물 때 카리스마를 더해주는 드레싱을 얹어 레트로 클래식(Retro Classic ; 고전적인 과거의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보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 이 양상추 먹으면..카리스마가 붙을까요?) 2007년 오바마는 기자들에 의해 카리스마가 있다고 여겨진 유일한 후보였습니다. 그는 ‘가장 흥분을 일으키는 후보’, ‘카리스마 있는 연사’,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를 약속하는 정치가로 묘사되었습니다. 베버의 뒤를 이어 현대에서 사용되는 카리스마는 1세기에 사용되던 그 단어에 뚜렷이 담겨있던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의미가 상실된 상태입니다. 미디어의 해설자들이 어떤 정치인의 카리스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은 보통 하나님으로부터의 선물이나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지요. 카리스마는 여전히 선물(Gift)로 간주되지만, 신에게서 유래되었다는 언급은 빼고, ‘타고난(gifted)'의 의미로 간주됩니다. 저자는 책을 이렇게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카리스마는 가장 관료주의적인 정치와 경영의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세계에서 그 매혹적인 특징 때문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관계에서 신비롭고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를 의미한다. 카리스마는 하나의 개념으로서 이성과 신앙 사이의 공간에서 맴돌고 있다. 그것은 왜 몇 안 되는 어떤 사람들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 설명하면서, 그 가늠하기 힘든 부분을 의미하고 있다. 그것은 명성을 포함하여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책략의 시대에 진위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그것은 한 신문기사의 표현을 빌리면, 왜 어떤 사람들은 늘 무리가운데서 돋보이는지를 설명해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것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여 만족스러울 만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은 어떤 타고난 재능의 결과인가? 문화는 그 부분에서 확신하지 못한다. 혹은 판단내리길 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 때문에 문화는 ‘카리스마’라는 말을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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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에서 버락 오바마까지 라는 부제를 단 두꺼운 책이다. 저자는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사도 바울로부터 카리스마의 근원을 밝힌다. 카리스마를 성경의 '은사'로 설명되어왔던 근거로 볼 때 카리스마는 타고나야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책을 세시간동안이나 읽어야 했나 하는 후회는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