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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굳이 말하자면 나는 순수 만화를 표방하는 학습만화류, 특히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왁자지껄한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그 유명하다는 <마법 천자문>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학습만화라면 철저하게 학습이 주인공이고 만화가 조연인 학습만화 스타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학 킹왕짱>에 손이 갔다. 사실 이 책은 그냥 스토리텔링이 위주인 스토리만화이다. 과학 상식을 알려주고 교과서 과학 실험을 완전정복시켜준다는 부제가 실려 있긴 하지만 그 내용이 지극히 전문적이지도 않거니와, 설명 방식이 멋드러지지도 않았다.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설명을 재미있게 해주는 측면을 빼면 참고서의 설명과 딱히 다를 것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도 전문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의 학습만화를 좋아하는데도, 왜 나는 이 책에 호감을 느꼈을까? 그 이유는 첫째,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레인코드와 영국풍의 모자를 깊게 눌러쓴 꼬마 셜록 홈즈 소년, 그리고 스타일리쉬한 등장인물들의 패션,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건물들과 소품들, 무엇보다 추리라는 소재를 적절히 활용한 미스터리 만화라는 점이 매우 구미를 당겼다.
여타 학습만화들에 비해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색감도 한 몫했다. 명작 동화를 읽는 듯, 혹은 판타지 동화를 보는 듯, 묘하게 섞인 여러 분위기와 색깔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껏 주었다. 마지막에 템즈 강에서 증기선을 타고 벌어지는 긴박한 추격전은 작가 말대로 이 스토리에 스피디한 느낌까지 추가했다.
때로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보듯이, 때론 <<소공녀>>를 보듯이 영국의 분위기에 흠뻑 취하면서 느긋한 즐거움으로 책을 보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학습적인 측면. 다양한 과학 실험에 숨어 있는 과학 상식들이 너무 얕고 넓었다. 깊고 새로운, 혹은 기발한 내용들이 소개된다면 이 책의 가치는 더 빛날 것 같다.
.. 하긴 모르겠다. 아이들이 궁극적으로 학습만화에서 바라보는건 공부가 아니라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니 말이다.
어쨌거나 예쁘고 잘 그려진 만화를 보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중의 하나이다. 참 이 책에 별 세개를 준 건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다. 읽고 나서 많이 여운이 남는 책, 혹은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해주는 책, 다른 말로 좀 어려운 책에 나는 종종 높은 점수를 주곤 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노란 개나리같은 책이다. 활짝 핀 꽃들을 봄에 보는 즐거움을 주지만 아련한 감성이나 여운까지 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니, 나같은 어른에게 어린이책이 그렇게까지 즐거움을 주리라고 생각하는 건 나의 과장된 기도일런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고 흐뭇하고 좋은 책. 그리고 소장하고 싶은 책. 이 책에 대해 내가 가지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