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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스위스 100프랑 지폐에 수록된 인물이다. 지폐 뒷면에 자코메티의 작품 중 가장 크고 유명한 ‘걸어가는 사람’의 이미지가 프린트되어 있다. 지폐에 새겨진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작품명에 분명 ‘사람’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니 사람을 표현한 것일 텐데 내 눈에는 외계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폐를 보고 있으면 인간이 아닌 외계인을 닮은 형상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세히 바라볼 수 없었다. 자코메티의 작품 ‘걸어가는 사람’이 멋지다고 느꼈던 때는 검은 바탕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사진을 보고 난 후 부터다. 앙상한 몸집과 길고 가느다란 다리는 불안정해보였지만 홀로 위태롭게 서 있는 형상이 겉치레나 겉모습을 거둬 낸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 주는 강렬함은 특별한데 심장은 쿵 내려앉고 미간은 찡그리게 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코메티 : 도전적인 조각상(2010, 시공사)』은 얇지만 자코메티의 예술적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알찬 책이다. 자코메티의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되었는지 살필 수 있는 점이 특히 좋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 후기인상파 화가였던 아버지 ‘조반니 자코메티’의 지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화가란 제대로 볼 줄 아는 자여야 한다. 미술을 공부한다는 건, 결국 보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잊지 말라(p.13)’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남긴 교훈이 자코메티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문장을 소개한다. ‘어떤 그림이 실재를 표현하고자 할수록, 나는 그림의 요소들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사물의 표상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사물에 대한 시각을 재창조하는 것은 바로 그 요소들이다.(p.96)’ 자코메티가 조각분야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창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천성적으로 권위에 저항감을 느끼는 청년(p.18)’이었고 ‘자신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명령에 거부감을 느꼈으며, 정치에 초연했고, 독자적인 길을 가려는 의지가 강했(p.46)’던 기질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자코메티가 초현실주의 작품도 만들었지만 ‘1930년에 제작한 개 형상의 난로 장작 받침과 같은 실용적인 물건들(p.42)'도 만들었고 벽장식이나 무대장식 일도 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알베르토 자코메티 서울특별전」이 끝났고, 자코메티의 작품은 프랑스로 돌아갔다. 자코메티 전시회를 보지 못하신 분, 자코메티 작품이 우리나라를 떠나 아쉬운 분들이 보시면 좋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