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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도 2권도 재밌게 봤는데, 3권이 특히 재미있었다. 어떤 나이든 사람이 회상하는 사랑이야기가 조용하면서도 아련해서 순수해 보이는 것이 마음을 끌었고, 지네요괴라는 것이 하찮은 벌레 같다는 인상을 과감히 깨부수고, 용신조차 먹이로 삼을 정도의 굉장함에 아연해졌다.
첫 페이지의 노인의 독백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피리 소리에 흘린 눈물 한방울로 마감하는 몇 페이지가 담담해서 더 아련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의 정체성마저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로 말이다. 구질구질하게 늘어놓는 사랑이야기보다, 담담하게 반복되는 한문장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사랑이야기의 배경으로, 혹은 사랑이야기를 배경으로 등장한 지네요괴가 너무 대단해서 마치 영화와 같았다. 하찮은 미물, 생각같은 건 떠올리지도 못하고 식욕에 따라 움직이던 지네가 몇 년에 걸쳐, 몇가지 사건을 걸쳐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 요괴의 격을 넘어서 버리고 음양사들은 물론 텐구들도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버리는 과정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비슷한 사건들이 전혀 다른 것 같은데, 깊은 연관을 가지고 이어져 와서, 마지막 부분에 야스타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이라고 묘사했을 때, 그 소설적인 서사와 구상에 깊이 감명받았다. 그들이 진실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 묘한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에서는 더욱 그랬다. '보이지 않는 실'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더욱 두드러져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더욱 많겠지만 말이다.
사랑이야기와 지네괴물 퇴지 이야기로 따로 정리되었다면 그냥 그런 이야기로 남았을 것이 두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져 영화로 만들어져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영화로 만들기엔 단순한 이야기지만, 담담한 절제와 지네요괴의 대단함을 순차적으로 잘 살리기만 해도 볼만한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마음에 든 이야기였다.
덧붙임>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그들이 4권에서 제대로 나타난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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