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든 여름이었다. 일이 너무 많고 무거웠다. 의욕 없이 밀려드는 일거리에 눌려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탈을 꿈꾸는 것뿐이었다. 찬 바람이 불면 떠나자. 미련 없이 떠나자. 서점에 서서 여행 가이드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행 가이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실용성이다. 낯선 타지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꿈을 주어야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떠나기 망설여지게 만든다면 그 책은 더 이상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여름 내내 이 책을 보며 꿈을 꾸었다. 각 장마다 빠지지 않는 사진은 더운 여름에도 스위스 융푸라우요흐의 눈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실제 여행 계획을 잡을 때도 이 책은 유용하게 쓰였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실은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위스 백패커스 홈페이지와 스위스 기차 시간표 검색이 가능한 사이트는 서울에서 많은 일을 결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네브나 취리히, 루체른 같은 대도시 말고 작은 도시도 실어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골든 패스 구간의 여행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빙하특급이나 베르니나 특급 이용자에게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책 한 권에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가 있는 것 자체가 무리다. 짧은 시간과 자금 안에서 유명 여행지만을 돌고 오는 배낭여행자에게는 이 정도의 정보 자체도 과분할 수 있다. 또 가이드북이 모든 정보를 담을 수도 없다. 하지만 스위스만을 여행하거나 스위스 작은 도시를 둘러보는 여행자도 있다. 10월 스위스를 다녀왔다. 골든 패스구간을 중심으로 주네브, 로잔, 인터라켄, 루체른, 취리히를 여행했다.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잃고 다녔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 때 사진을 보면 가슴이 뛴다. 다시 가고 싶다. 다시 간다면 가 보지 못했던 이탈리아 접경지역을 가 보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가이드북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다시 여행을 간다면 다른 가이드북을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