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에 '오마이뉴스'에서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선정하는 특별기획을 진행했었다. 그때 '파월 블로거'라고 예스24 측에서 부탁을 받아서 '10년간 최고의 책' 선정을 위한 전문가 패널을 한 적이 있다. 지난 10년 간 나온 책(번역서 제외) 중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하는 세 권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거였는데, 그 때 내가 꼽았던 세 권의 책 중 한 권이 바로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이다. 한 일주일간 행복한 고민을 했다. 번역서를 제외하기는 했지만, 10년간 출판된 책들의 양은 어머어마하니깐. 내가 읽었던 책들과 구입한 책들을 쭉 살펴보면서 어떤 책을 선정하는 게 좋을지 고민고민했다. 그렇게 결정한 세 권의 책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나는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무척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출판사에서 이런 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구나!
열린책들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출판과 관련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과 내용들을 집대성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려는 자세도 너무 멋있었다. 더군다나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책값을 파격적으로 책정한 것도 너무 쇼킹했구. 이런 생각, 이런 발상도 가능하구나. 왜 그동안 아무도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이런 것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당연히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구. 한국 출판계의 인식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준 시도라는 생각. 한국 출판계의 발전에 큰 자극이 되었다는 생각.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계속 출판하는 것도 무척 맘에 든다.
내용적으로도 편집 실무자나 출판업계 관련자뿐만 아니라 한국어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나처럼 외국서 오래 살아서 한국어를 자꾸 잊는 사람들도 유익하게 쓸 수 있는 책이고.
'열린책들'이니깐 가능했던 책이고, '열린책들'이 추구하는 Value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책이라다.
사실 이 책 이후 '열린책들'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되었고, 열린책들의 홍지웅 사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09년 9월에 홍지웅 사장의 2004년 일기를 묶은『통의동에서 책을 짓다』를 구입한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세 권만 추천하기가 아쉬워서 각 책 당 한 권씩 '함께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했는데 그때『열린책들 편집 매뉴얼』과 함께 추천했던 책이 바로 홍지웅 사장님의『통의동에서 책을 짓다』였다).
열린책들의 소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열린책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 이건 일종의 보너스.『통의동에서 책을 짓다』를 읽다 보니 이 책은 2004년에 기획되었다. 관련된 부분들 읽을 때마다 무척 반가웠다. 중요한 사료라도 찾은 듯 혼자서 괜히 뿌듯. 2004년 9월 20일 월요일 (전략) 3시, 권 주간, 김 편집장과 셋이서 열린책들 맞춤법,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본문 디자인 포맷 짜기, 광고 및 표지 디자인 포맷 등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수록 범위를 정하다. 이 외에도 기존에 교육용으로 쓰던 원고 작성 요령, 제작 매뉴얼, 편집 체크 리스트, 간단한 저작권 상식, ISBN, 각종 서식 등도 매뉴얼에 포함시켜 편집하기로 했다. 또 내가 출판 아카데미서 강의 자료로 썼던 <책에 대하여>, <베스트셀러 지수>, <편집자 기초 상식> 등도 수록하기로 했다. 우선 기존의 자료를 모으고 분류해서 살을 붙이기도 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 작성은 문교부 시행령을 첫머리에 놓고 열린책들이 준용하는 원칙들을 병기해서, 원칙과 요령 내지는 노하우를 같이 습득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기회에 모든 매뉴얼을 한데 모아서 제대로 된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신국판형으로 100여부를 만들어 쓰다가 계속 보완하고 정리해서 나중에는 책으로 발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외래어 표기는 일단 문교부령을 따르기로 했다. 열린책들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쓰던 원칙들은 이참에 포기하기로 했다. 러시아어는 노어학 전공 학자들 몇 명에게 의뢰해서 만든 표기법을 1988년부터 17년간 일관되게 써왔는데, 예외에 예외를 자꾸 두게 되어 혼란이 가중되었다. 제대로 하자면 모든 언어의 표기 원칙을 만들어야 하는데, 개별 출판사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572-573쪽). |
|
내 삶을 지키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새로운 세상속에서 자신을 세워나갔다. 그러다가 책읽기보다 책 자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책 자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책만드는 편집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책 자체에 대하 사랑으로 산 책이 바로 열린책들에서 펴낸 <2010 열린책들 매뉴얼>이다. 5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육덕한 부피는 튼실한 책에 대한 나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전판부는 편집 원칙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데 이 부분은 읽기만 해도 띄어쓰기와 철자법을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책 만드는 작업에 대한 소개와 출판법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어 출판문화를 익힐 수 있었다.
난 책이 좋다. 책 읽기도 좋지만 책 자체도 좋다. 언제가 될지 그리고 실제로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내 손을 거쳐 세상에 나가는 책들을 펴내고 싶다. 그 작은 꿈을 이루고 싶은 시작으로 이 책을 구입하였다.
397쪽 분량에 손에 잡히는 작은 판형으로 예쁘장하게 만들어진 이 책은 반갑고 고맙다. 책을 잘 만들려고 애쓰는 편집자들의 열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출판사는 자체 세미나를 꾸준히 하면서 토론하고 합의한 것을, 남들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매뉴얼로 펴내기 시작했다. 2008년 처음 나왔을 때 반응은 뜨거웠다. 꼭 필요했던 책이라고들 했다. 3,000부씩 세 번 찍어 다 팔렸다. 2009년 판에는 개정 맞춤법과 FTA에 대비하는 저작권법에 관한 내용을 넣어 보강했다.
"저술은 인간이 하고, 편집은 신이 한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한 말이다. 이번 2010년 판 뒷표지에 인쇄된 이 글귀는 편집의 중요성과 어려움, 편집자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편집자들에게 박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