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이고 저돌적인 앨범이 나왔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3.5집이자 EP앨범, 전투형 PROTO TYPE A. 쉽사리 전파하기도 망설여지고, 듣고만 있어도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이유는 이 솔직하다못해 적극적인 노랫말 때문이겠다. 달빛요정의 최대 강점인 가사가 클라이막스를 찍어줄 기세다. 이제껏 우회적인 표현을 하는 뮤지션은 많았지만 이렇게도 직설적인 노랫말은 과연 운동권 이래로 있었을까 싶다. 단순히 욕설이 섞인 노래가 아니다. 이건 좀 짱이다.
타이틀곡으로 잡고있는 '축배를 들어라'는 간만인지 최초일지 모를, 달빛요정이 밝디 밝은 노래라고 자부한 곡이지만, 가사를 듣노라면 현실은 여전히 루저킹. 그날을 무척이나 바라는 화자의 염원이 간절히 다가오는것이 듣기만해도 응원의 욕구가 샘솟는 곡이다. 이어서 나오는 두번째 트랙 '입금하라'. 제목 하나로 모든 설명이 끝나는 노래 되시겠다. 그리고 드디어 앨범의 중심이자 앨범의 절정인 '나는개'와 '피가 모자라'
멀리서 들려오는 일렉트로닉 기타소리의 비장함이 물씬풍기며 달빛요정표 자학적 노랫말이 시작된다. 자신을 먼저 까면서 상대를 까는 가사전달 방식은 노랫속의 상대로 하여금 할말을 잃게 만드는 쉴드력을 보여준다. 조신하게 진행되다가 싸비에서 급터지는 강한 보컬에선 억눌린 그 무언가가 용솟음쳐오르듯 시원시원함과 통쾌함, 당혹스럼과 걱정스러움이 비벼진 오묘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방송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이 들으셨다간 데쓰노트를 꺼내들 그런노래. '나는개'가 끝나고 아 이제 끝이구나 하는 방심을 틈타 터져나오는 백투백 노래, EP의 신곡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가모자라'. 교실이데아 사건의 중심을 그대로 제목으로 차용하는 이 뜬금없음은 달빛요정의 제목센스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다고 하고싶은데, 내가봐도 빠심쩌는 표현이다 ㅋㅋ 역시 심의위원과 그들이 들으면 황철웅을 소환할 노래. 특히 이 노래는 세상에 대한 솔직가감한 이야기를 락킹한 사운드로 덮어준것이 CD보단 라이브의 위엄을 보여줄 그런 곡이다.
그밖에 치킨런이나 고기반찬은 원곡의 편곡이기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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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루저송의 대표주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괴이한 작명센스를 가진 이름과 그에 전혀 안어울리는 후덕한 덩치.. 독특한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 참 여러모로 특징이 많은 가수이다 속된말로 "찌질한" 가사를 동원해 도저히 그 유혹을 뿌리칠수 없는 즐거운 루저놀이에 동참하게 만드는 그.. 그도 지금 세상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끼고 화가 났다 반찬투정을 하고 신세한탄을 하며 개인적인 복지향상을 추구하던 그가 결국 세상일에 쓴소리를 하고 나서버렸다 일단 자켓부터가 심상치않다
![]() ![]() 부러진 배트를 든 저 로봇(?)은 대충 누구를 말하는지 알것같고.. 어딘지 대충 알것같은 저곳은 무슨 의미로 그린 배경일까....
![]() ![]() cd케이스를 열면 대충 알것같다 어디의 누구를 풍자한 그림인지...
가사에 내용을 담아내는 가수답게 가사들 역시 저 케이스와 잘 맞아들어간다 축배.. 허구헌날 못살겠다고 노래를 부르는(이 사람은 정말..못살겠다고 노래를 부른다는 말이 비유가 아닌 사실이 되는 좋은예이다) 그답지않은 제목..축배 왠일일까 싶어 듣다보면 그럼그렇지.. 씁쓸하다 기쁘고 즐겁고 흥에 겨워서 축배를 들자는게 아니다 늘 그렇듯 흥겨운 멜로디가 붙은...즐거운 제목의 노래이지만 아침이슬이 생각나는 노래이다 그가 말하는 축배는 세상 참 이상하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잘살아보자고 걸치는 위로주이다
첫번째 트랙으로 대충 음반의 방향을 보여준후 두번째곡부터는 본격적으로 칼을 꺼내든다 입금하라 제목을 보는순간..떠오른 생각은 이거였다 "먹고 살기 힘들다 음반사고 입금좀 해라 안그러면 나 생계유지도 안되는 가수질 더이상 못한다" 아마 달빛요정이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저렇게 생각하실거다 항상 그렇게 노래를 불러댔으니까 하지만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원리원칙도 정의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듯한 잘난분들의 작태에 치를 떨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난 가난하지만 똑바로 살았다 하지만 그게 잘한걸까.. 세상 돌아가는걸 보면서 혼란스러워한다
세번째 네번째 트랙은 그야말로 분노하고 있다 논리도 이성도 안먹히는 세상 불리하고 할말없으면 서슴없이 남을 빨갱이로 몰아붙여 이기려는 세상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뒤끝을 부리는 세상.. 당장 밥상에 고기반찬 하나만 올라오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노래하던 그가 뉴스보고 열받았다 화낸다 90년대 일본의 모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에 이런 내용을 쓴바가 있다 "어떠한 논리도 증거도 없는 자가 남과의 다툼에서 이기고 싶을때 써먹는 수단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기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쟤는 빨갱이라는 막무가내식 논리앞에선 어떤 말도 안먹힌다"는 글을.. 거의 20년은 되가는 소설에서조차 비웃고 짓씹은 짓거리가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안난다면 이상한거다 뭐..그만큼 전임자의 뻘짓거리가 대단하긴 했지만..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한참 분노를 터뜨리니 좀 진정이 됐는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개인적인 얘기를 하며 끝낸다 가난하고 배고파서 음악하기 힘들다.. 고기반찬 먹고싶다.. 이런 얘기들로 그답게 마무리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은 참 재미있다 죽는소리 아쉬운 소리로 점철된 음반임에도 멜로디는 언제나 신나고 흥겹다 가사와 곡사이의 언밸런스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역시 즐겁다 포크스럽고 팝스럽고 락스럽고.. 딱히 이거다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그의 음악은 언제나 씁쓸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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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음악.
언제였더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당시 N.EX.T의 팬이었던 나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닥터코어911의 '현진영 GO 진영 GO'를 들으며 꽤나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난 그들이 인디뮤지션인 줄도 몰랐다.
사실 난 얼마 전까지도 '인디음악'이라고 하면 값싼 장비를 쓰며 열악한 환경에서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음악의 질이 형편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뒤집어놓고, 알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인디뮤지션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음악인이 있다. 바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긴 이름의 원맨밴드이다.
이 분을 알게 된 계기는 좀 특이하다. 한때 컴퓨터음악에 관심있어서 관련 사이트에 가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분도 그 사이트 회원이었다. 그래서 가끔 콘서트 한다고 소식이 올라오곤 했는데, 그 분이 잘 쓰던 이미지인 삼미 슈퍼스타즈 로고를 보고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 한 번 제대로 붙여본 적도 없다.
그리고 몇 년 뒤 내가 잘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 누가 진짜 끝내주는 노래가 나왔다고 하면서 이 앨범에 수록된 <나는 개>의 가사를 올려주었다. 그런데 이 가사가 심상치 않았다. 직접 가사를 싣긴 그렇지만, 여하튼 현 정권을 대놓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거기다 앨범 표지에는 쥐 로봇과 싸우는 강철로봇이 그려져 있었으니, 이건 대놓고 '싸우자!' 분위기가 아니던가. 그래서 뭔가 독특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스트리밍 사이트에 가서 노래를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서 몇날 며칠을 이 앨범만 듣다가 다른 앨범도 듣게 되었고, 지금은 이 분의 전 앨범을 다 사서 틈날 때마다 듣는 정도가 되었다.
또한 앨범을 들으면서 인디음악과 대중음악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말고도 델리스파이스나 루시드폴, T.A.Copy, 닥터코어911, 재주소년 등 유명한 인디뮤지션들이 꽤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인디'라는 딱지를 붙여서 가두어놓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같은 음악이고 그냥 듣기 좋으니까. 마니아들만 찾아서 들을만한 음악이 아니라(그렇다고 그런 음악에 음악성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냥 가요를 듣듯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니까.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인디음악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비주얼적 요소로 승부하는 현 대중가요 트렌드와 달리, 인디는 음악성을 기본으로 한다. 사실 이건 인디계의 한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대중음악만큼 판로가 확보되어 있는 것도, 자신을 알릴 만한 다른 장치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물론 그만큼 양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인디음악을 듣는 이들이 가지는 축복이리라. 나 역시 이제는 그 축복을 조금씩 누리고 있고.
이전의 나처럼 인디음악을 하찮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일단 들어보라고. 들어보고 나서 하찮은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그리고 내가 이 앨범을 듣고 나서 인디음악에 대한 생각을 바꿨던 것처럼, 나 역시 그들에게 이 앨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3.5집 <전투형 달빛요정 Prototype A>을 들려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