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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등장했을 무렵부터 상당 기간동안 <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았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이를 <원시 모계사회>라고 부르는데, 이는 상당히 오래전의 일이고, 그 뒤로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서 <여자>는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한 채 비교적 최근까지 소외받고, 외면받는 삶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알파걸>이라는 말이 너무도 당연한 듯이 들리고, 또 그런 만큼 <여자>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정말 훌륭하게 그 몫을 해내며 <여자를 무시하던 남자>는 이제 사회에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한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단지 <여자>라는 이름만으로 비판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부류는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여자가 잘난 모습을 내비치기라도 할라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깎아내리는 일을 자랑으로 여기는 <못난 남자들>과 <같은> 여자인데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못난 남자들보다도 더 심하게 모욕을 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 <무서운 여자들>도 참 많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라는 생각에 미쳤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느니, "북어랑 여자는 삼 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라느니 하는 말을 하도 들었던 어린 시절에 나는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의문에 빠졌었지만, 이를 대놓고 누구에게 속시원히 말을 할 수 있던 적은 없었다. 이는 요즘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에서도 남자선생은 오직 나 하나 뿐이다. 거기에 총각선생이니 아줌마선생님들의 전문적인 수다(?)에 도저히 끼어들 수가 없고, 행여 남편욕을 할 때나, 남자가 이슈화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 대신 동네북이 되어야만 하는 설움은 둘째치고, <여자>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꾸 엉뚱한 말을 하기 일쑤다.
예를 들어, <명절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라치면 "왜 남자들에게 설거지라도 시키지 않으시고 혼자하셔서 고생을 하세요? 당당하게 부려먹으세요."라고 내가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선생님이 아직 장가를 가지 않아서 몰라도 정말 모른다."라거나, "말도 마요. 우리는 제사만 일 년에 10번이니 선생님네는 오히려 양반이에요."라는 답변만 오고 간다. 왜이리 푸념에, 넋두리 뿐인가?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에 "세상물정 모른다."는 꾸중만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세상을 바꾼 여자의 이야기>는 공허해지곤 한다.
흔히 <현실과 이상>에는 커다란 틈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메우고 또 메우려해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듯이 대개 체념하고 좌절에 빠졌을 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지프스의 형벌>을 '뻘짓'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굴하지 않는 인간의 굳센 의지의 표현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 것처럼 <여자>가 비록 아직까지 '사회적 약자'임에 틀림없다고 하더라도 바꾸려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누구라도 훌륭한 위인이 되기 마련 아닌가? 훌륭한 위인이 꼭 남자에게서만 나오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니 훌륭한 위인 가운데 그동안 <남자>들이 많았던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자>들이 스스로 '뻘짓'이라고 여겨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는 그 많고 많은 여자 위인들 가운데 고작 여섯 명밖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단 이들뿐만은 아니라고 본다. 책내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위인전> 형식을 따랐지만, 이 책이 유독 돋보이는 까닭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그닥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자 위인을 다룬 책을 보면, "남자도 아닌 여자의 몸으로 이만큼이나 엄청난 일을 해내었어. 정말 대단하지 않아?"라는 식으로 풀어낸 책들이 참 많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보다 "여자라고 특별하지 않아. 또 여자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도 아니야. 비록 남자들이 <여자>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날 힘들게 하긴 했지만 남자들에게 보란듯이 성공해서 잘난 체 하려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야. 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게 전부야. 그리고 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일을 해냈어. 그래서 뿌듯해. 고작 남자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기죽이기 위해서 한 일이 아니야."라는 느낌이 드는 내용이어서 참 마음에 들었다.
난 <남자, 여자> 편가르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무조건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싫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잘 맞고 어울리면 그 뿐이다.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여전히 '여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크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다면, 당신이 남자라면 "고정관념을 깨라"고 말해주고 싶고, 당신이 여자라면 "게으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남자라도 게으른 사람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당신도 열심히 살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회적 편견은 <게으른 사람들이 자주 하는 핑계>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제목을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사는 당신>이 세상을 바꾸다...로 말이다. <뭐? 여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놀라워라!>라는 뜻으로도 읽히는 원래의 제목과는 달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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