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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계절과 추억은 연결되어 있다. 제철 음식을 먹을 때, 사람은 추억을 더듬어 간다.(54p) 하루일과를 끝내고 시원하게 맥주 한잔 또는 든든하게 밥 한끼 먹고 집에 들어가고 싶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니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루의 피로를 풀고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기분은 누구나 다 동일할 것이다. 혼자라기엔 조금 그럴려나. 그렇다고 누굴 부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단골집은 그런 모든 걱정을 상쇄시켜 준다. 맛난 음식과 궁합이 딱 맞는 술. 그리고 쿵짝이 되어 줄 단골손님들까지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 아무도 없다하더라도 주인장과 이야기 하며 회포를 풀 수 있다면 그곳이 천국일 것이다. 그런 곳이 이곳 <바가지>다. <포렴 저편>, <추억에 붙인 딱지>, <한여름의 효녀>, <땀많은 직공의 여름>, <고양이를 줍다>, <여름 방학 나는 법>, <여주의 쓴맛>까지 총 7편의 이야기가 옹기종기 하게 모여 앉았다. 한 편의 이야기들은 각기 서너개의 음식들을 품었다. 포렴 저편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에서는 오뎅과 노른자 미소즈케, 나물밥과 감잎무침까지 총 4개의 음식이 나온다. 갑작스런 부모님의 사고로 인해서 가게를 물려받게 된 미네와 카오루 자매. 친척들은 팔라고 했지만 그녀들은 부모님의 손길이 깃들은 이 가게를 팔지 못하고 누구나 쉽게 정붙일 수 있는 이름의 바가지를 계속 운영하게 된다. 그런 그녀들에게 추억이 깃든 음식 오뎅. 아직까지도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면서 음식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손길 야무진 미네의 음식을 틀린 바 없으며 그에 딱 맞는 술 또한 마찬가지다. 자주보는 얼굴들은 눈에 익는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의 고민까지도 내놓게 되고 그로 인해서 해결방법을 찾아간다. 하나보다는 둘, 둘 보다는 여럿이 모인 곳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샘솟는 법이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나 친척들보다도 더 가까운 이웃인 셈이다. 특히 <고양이를 줍다> 편에서는 한꺼번에 고양이 다섯마리가 생긴 단골손님들이 어떻게 이 모든 고양이들의 주인을 찾아주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다. 3권에서 이미 흩어졌던 다섯마리의 고양이가 모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동네에 살고 있지 않으면서 한번 들렀다가 단골이 되어버린 한 남자. 혹시나 미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주의깊게 여겨보게 된다. 이 둘 사이에 로맨스 같은 것이 있다면 더 좋을지도. 가게만 알고 음식에만 관심있는 미네에게 조금의 숨통은 트여주어도 좋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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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고서는 "심야식당"이 떠올랐다. "선술집"이라는 친근한 이름과 "바가지"라는 이름의 묘한 조합.
부모님이 하시던 선술집을 물려받아 하루하루 열심히 꾸려가는 자매. 아직은 언니가 중심이 되어 운영을 하고 있고, 동생은 음식 만들기를 제외한 다른 일들을 도와준다.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술을 선택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음식 하나하나를 허투로 만드는 법이 없다.
간단한 요리라고 생각되는 것도 그녀의 손이 닿으면 아주 정성스럽고 멋진 음식이 된다. 음식으로 힐링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선술집의 단골들이 마냥 부러웠다. 나도 집근처에 이런 선술집이 있으면 퇴근길에 매일 들릴텐데.
자그마한 선술집이라 단골들은 서로 서로 얼굴도 알고, 설사 낯선 사람이 와도 "오지랖"만큼이나 대화에 간간히 끼여들기도 한다. 누군가에는 그런 환경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리라.
선술집이라는 하나의 배경안에서 손님들과 잔잔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지고, 주인장인 그녀의 탁월한 음식 추천과 술 추천이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내내 나도 기분좋게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듯했고 그래서 힐링되는 느낌이였다.
음식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서 당장 눈앞에 음식이 있는 듯한 상상도 되고, 상상이 되니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겨 한밤에 참느라 혼났다. 사람, 음식, 술, 잔잔한 일상이 담긴 편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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