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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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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게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잠깐 생각을 해야할 것 같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나이에 따라서 자꾸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녀 시절에는 소설 속의 주인공의 희노애락에 따라 감정이입이 되어, 기쁘고 슬퍼함을 즐겼다. 해피앤딩을 즐기거나, 환상이나 사랑을 주제로한 스토리를 찾아 읽은 적도 있었고, 인문학적 지식이 가득찬 소설을 즐긴 때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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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내게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잠깐 생각을 해야할 것 같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나이에 따라서 자꾸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녀 시절에는 소설 속의 주인공의 희노애락에 따라 감정이입이 되어, 기쁘고 슬퍼함을 즐겼다. 해피앤딩을 즐기거나, 환상이나 사랑을 주제로한 스토리를 찾아 읽은 적도 있었고, 인문학적 지식이 가득찬 소설을 즐긴 때도 있었다. 조금 더 커서 어른이 되자 모성과 인간의 실존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갔다. 

 

  그 밖에도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다양하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화해라는 주제를 가진 소설을 읽으며 즐거워했다.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신, 그리고 인간과 사회의 화해를 다룬 소설을 찾아 읽었다. 실로 화해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믿었고, 그 중 가장 중요한 화해는 나와 내 안의 그것과의 화해라고 생각했다. 요즘 내가 즐기는 소설의 주제는 눈으로 보이는 실제 안에 감추어진 어두움이었다. 그것은 사람을 불편하게하는 것이며,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사회의 어두움이었다. 젊은 시절의 나는 보고 싶지 않았던, 외면하였던 징그러운 그 무엇이었다.

 

  <검은 수족관>은 책의 표지가 나를 끌어당겼다. 어두움의 물속에 빠진 한 남자의 벗은 몸은 야위어 있다. 절망스러운 지하방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하늘이라고 믿는 저곳도, 그 어느 곳도 아니다. 그가 자신조차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검은 비가 계속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어두움과 절망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비에 잠긴 지하방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보험을 타기 위해 남편의 자살을 묻어야했던 아내도, 죽은 상사의 자리를 차지한 후배 또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지 않다. 다만 신도시의 수상한 안개만이 어두움을 쓸어내려고 애쓴다. 어둠을 덮으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진실은 묻힌다. 검은 안개는 바로 삶에 불쑥 끼어든 우연을 가장한 의도가 아닐까? 내가 보고싶지 않았던 인간의 감추어진 의도, 바로 그 징그러움이 아닐까?

 

  작가는 <검은 수족관>의 모든 곳에 어두움과 절망을 그려내고 있다. 뒤틀리고 일그러진 주인공들을 응시하고 있는 작가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검은 안개에 휩싸여 신도시를 떠돌며, 슬픈 우리들의 초상을 살피고 있을 것만 같다. 사실과는 다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예리한 수사관처럼 허리에 총을 대신한 펜을 차고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있는 작가를 상상한다.

  작가는 아마도 절망의 검은 수족관에 잠겨 그 어딘가를 바라보는 야윈 주인공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그맣게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손을 내밀어요. 우린 저 어두운 녀석을 알잖아요. 저 삶의 비밀을 말이죠."

  검은 수족관에 잠겨버린 남자는 손을 내밀까? 삶의 비밀을 알아버린, 저 괴물이 되고 싶은 괴물에게 과연 손을 내밀게 될까?  

 

p*******t 2010.02.2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