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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늙는 것일까? 젊음과 활기를 죽기 전까지 유지하면 좋을 텐데, 왜 우리 인간에게는 재생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까? 진화적으로 대부분의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장 널리 퍼뜨리기 위한 최적의 형질을 후대에 남긴다. 유전자를 전달하려면 이성과 짝짓기를 해야 하고, 적어도 그때까지는 건강하게 생존해야 한다. 모든 생물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생명체 중에는 번식이 끝나면 생을 마감하는 종들도 많다. 교미 후 암컷에 잡아먹히는 곤충도 있고, 갓 태어난 새끼에게 제 몸을 먹이로 주어 영양분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인간은 자녀의 출산 이후에도 한참을 더 산다. 자녀를 낳을 때까지 산 기간보다 이후에 사는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번식 이후의 생명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늙거나, 혹은 죽는다고 해도.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번식할 나이 정도에 가장 이상적인 개체를 완성해내면 된다. 성적 욕망, 아름다움, 육체와 정신적 능력은 번식의 최적기인 20살을 전후해서 가장 발달하며,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최적기를 지난 육체와 장기, 뇌와 신경세포는 더 이상 번식과는 상관이 없다. 나이 들어가면서 얻게 되는 노쇠함과 질병은 개선될 필요도 없고, 유전에서 걸러지지도 않는다.
유전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중년 이후의 삶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진화적 의무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유로운 삶이 될 수 있다고 저자인 김대식 박사는 말한다. 지구의 모든 존재는 생명의 법칙과 유전의 굴레에 매여 태어나고 살고, 죽지만, 오로지 인간은 진화의 시스템과는 별개로 스스로의 존재양식에 의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 마치 조르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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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김대식 교수님을 너무 좋아해서 이 책 또한 한 페이지씩 아끼듯이 읽었습니다. 내용은 일반인들이 읽기에 적합하도록 어렵지 않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몇번의 강연을 들어서인지,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앞에서 김대식 교수님께서 설명을 하시는 듯한 느낌의 문체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뇌'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또 다른 시각을 갖게 하는 책입니다. 인간이 갖는 뇌의 결정적인 시기들, 인간의 뇌에 있는 예측코드, '뇌'를 통해 보는 삶의 의미.
한번쯤 차분하게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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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도서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은 (재)두양문화재단에서 설립 및 운영하는 '건명원'(建明苑 인문-과학-예술 혁신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대식 교수의 강의를 정리한 도서이다. 「1.4 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 뇌과학을 통한 인간(자아) 탐구와 고찰이 주된 내용이다. 전문분야인 과학 뿐만아니라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토대로한 인문학적 소개가 더해져 인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차가운 과학이 아닌 의미와 진실에 탐닉하고 고뇌하는 인문학적·철학의 향기를 가진 과학을 마주할 수 있었다. ![]() 한편으로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인 알타미라 Altamira 벽화부터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길가메시 서사시 Epic of Gilgamesh' 아리스토텔레스파와 플라톤파간의 생각 논쟁 안젤로 모소의 역사상 최초의 뇌 이미징 실험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의 영생법 연구 등 뇌과학의 역사와 현재를 알 수 있어 재미있고 유익한 독서가 되었다. 영생이 좌절된 길가메시에게 불사신 우트나피쉬팀의 조언을 끝으로 서평을 마친다.
p.s. 1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뇌 과학자의 책』 1, 2 부 - 정윤희, 곽현화의 The 빨간책 p.s. 2 '건명원'(建明苑 인문-과학-예술 혁신 프로그램) ============================== 현대 철학은 물론 현재 모든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어온 것은 결국 서양입니다. 영국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양복'을 입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서양이 주도권을 쥐고 선도해왔던 지난 200~300년 동안, 우리는 그 뒤를 따라잡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자신을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기 주도적인 생각과 철학적인 대화입니다. 그 이유는 산업 구조의 거대한 변화가 앞으로 또 한번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러한 변화 속에서 자기 주도적 생각과 철학이야말로 게임의 새판을 우리 위주로 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 ![]()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뇌과학'입니다. 뇌과학은 생물학적 자연과학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적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적인 행동도, 히틀러의 악마 같은 행동도 모두 뇌에서 나옵니다.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 그리고 윤리, 결국 모두 뇌라는 생물학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p 025, 027 나는 뇌 없이는 불가능한 존재 01. 나는 어디에 있는가 ㅡ 나는 뇌의 피질에 존재한다 1강 뇌와 인간 ㅡ '나'는 존재하는가 ==============================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나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요? 다음 세 가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첫째,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둘째, 우리가 모르는 것. 셋째,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대부분 세 번째 상태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잘 모릅니다. 예컨대 나라는 존재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나일까요 아니면 내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나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존재에 불과할까요? p 070, 071 모든 생각은 나에서 시작되고 나로 끝난다 03. 생각이란 무엇인가 ㅡ 나는 뇌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1강 뇌와 인간 ㅡ '나'는 존재하는가 ==============================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종합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맨 나중에 할 수 있는 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나다.' 'Who am I? I am Who I am.' 하지만 나는 정말 나일까요? 이 문제에 의문을 품고 깊이 파고든 소설가가 있습니다. 바로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입니다. 체코 출신의 독일 소설가로 『변신 Die Verwandlung』 이라는 유명한 소설을 쓴 작가이죠. ![]() … 카프카가 말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내가 아무리 나라는 주장을 해도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 사회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진공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라는 개념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지요. p 083, 084 나 혼자서도 나 자신일 수 있는가 04. 나는 어떻게 나일 수 있는가 ㅡ 자아의 핵심은 시공간적 연장성이다 1강 뇌와 인간 ㅡ '나'는 존재하는가 ============================== 인간의 피부세포는 시간당 3~4만 개가 죽습니다. 그 결과 매년 3.6 킬로그램의 피부세포가 떨어져나갑니다. 아무리 집을 깨끗이 청소해도 일주일 지나면 허연 먼지가 쌓입니다. 허연 먼지는 다름 아닌 피부입니다. 대리석 바닥처럼 매끄럽게 만들고자 매일 밤 피부에 비싼 화장품을 발라봤자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먼지가 되는 것입니다. 피부세포만이 아닙니다. 창자세포는 2~3일에 한 번 바뀌고 허파세포는 2~3주에 한 번 바뀝니다. 적혈구세포는 4개월에 한 번, 간 세포는 5개월에 한 번 바뀝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몸 안에 있는 모든 세포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100 퍼센트 바뀝니다. 나라는 존재가 나의 몸이라면 1년 전의 나는 더 이상 지금의 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1년 사이 100 퍼센트 바뀌어 똑같은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20~30년을 살았다면 나라는 존재는 스물다섯번 바뀐 셈이 되겠지요. 그런데도 왜 '나는 나'라고 생각할까요?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뇌세포입니다. 몸속 다른 것은 다 변해도 뇌세포는 변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2000 그램도 되지 않는 뇌를 갖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살아갑니다. 최근까지도 뇌세포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절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조금은 만들어진다는 최근 연구들이 있긴 하나 여전히 몇 퍼센트 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80세 때 갖고 있는 뇌세포는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뇌세포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신경세포가 마치 피부세포같이 2~3일마다 변한다면 어떨까요? 자아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신경세포가 바뀌면 나는 더이상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신경세포는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나에 관한 첫 번째 핵심 포인트입니다. 앞에서 나라는 자아의 핵심은 연장성이라고 했는데, 이 연장성은 손톱, 발톱, 어리카락, 간세포가 아닌 신경세포가 변함없이 존재하다는 사실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라는 존재는 안정성 stable 이 있다고 전재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몸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은 어떨까요? 정신은 안정적이라고 한번 빋어봅시다. 나에 관한 두 번째 핵심 포인트는 이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성이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원해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며 나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로크 John Locke, 벤담 Jeremy Bentham, 스미스 Adam Smith 등등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우리가 '나'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는 조건들입니다. 여기서 선택의 문제가 생깁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꼬리물기 입니다. 어느 학교를 들어갈까, 어떤 직업을 가질까, 누구와 결혼할까 등등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것이 있고 그럴 수만 있다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언제나 내 선택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걸까요? … 300년 전 계몽주의 사상가들과는 달리 현대 뇌과학에서는 변치 않는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책임을 신경세포들에게 전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결론은 우리는 여전히 현대 과학이 밝혀낸 '인간의 조건'에 적합한 사회적·윤리적·경제적 프레임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신의 존재 아래 모든 것이 결정되었던 중세 프레임이 무너지고 '인간'을 중심으로 한 현대 사회가 만들어진 지 백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사회 프레임을 디자인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p 095 ~ 098 나라는 자아의 핵심은 연장성이다 04. 나는 어떻게 나일 수 있는가 ㅡ 자아의 핵심은 시공간적 연장성이다 1강 뇌와 인간 ㅡ '나'는 존재하는가 ============================== 인간의 생각, 판단, 행동 등을 진화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을 '진화 심리학 evolutionary psychology' 이라고 부릅니다.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의 원리를 조합해서 나름대로 과학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학문이지요. 우리가 자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진화입니다. 우리 뇌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긴 진화 과장을 거치며 만들어졌습니다. 인류는 진화 과정을 거쳐 영장류가 되었고 뇌의 크기도 상당히 커졌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겨납니다. 머리 크기는 그대로인데 뇌는 커진다는 점이지요.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20~30 퍼센트는 뇌로 들어갑니다. 우리 인류가 사냥으로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단백질 흡수가 빨라졌고, 그만큼 뇌는 커졌습니다. 이렇게 커진 뇌를 머리가 담지 못한 탓에 태어나자마자 죽는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인간이 직립 보행을 시작하면서 골반과 자궁이 작아지는 만큼 뇌는 커져갔습니다. 이후 커진 뇌를 위한 해결책이 만들어 졌습니다. 첫 번째 해결책으로 뇌는 완성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동물들은 대부분 몇 개월 이상 자식들을 돌보지 않습니다. 그 이상 돌봐야 할 경우 엄마가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릅니다. 아기의 뇌는 완성되지 않은 채로, 즉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로 태어납니다. 이런 아기를 엄마는 오랫동안 돌봐야 하고요. 또 아빠는 아기와 아기를 돌보는 엄마를 돌봐야합니다. 여기서 가속이라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인간도 과거에는 몇 년만 돌보는 것으로 충분했는데 요즘은 20년, 아니 30년 넘게까지 돌보고 있습니다. 진화론적으로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그토록 오랜 기간 먹여 살린 다음에야 자식이 독립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맞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기는 뇌가 점점 더 미완성인 상태로 태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임신 기간이 9개월이 아닌 18개월 정도 되어야 한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태어나도 혼자서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니, 18개월 정도는 엄마 배 속에 있어야 다른 동물들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임신 기간을 마냥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해결책이 바로 뇌를 구기는 convolution 것입니다. 이것은 뇌의 중요한 특징이면서 작은 머리가 커진 뇌를 담는 두 번째 방법이기도 합니다. 두개골 크기가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뇌를 구김으로써 뇌의 면적은 늘리되 부피는 늘리지 않는 똘똘한 해결책입니다. p 101 ~ 104 뇌를 구겨 커진 뇌를 담다 05. 감정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ㅡ 감정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최적화된 결과다 1강 뇌와 인간 ㅡ '나'는 존재하는가 ==============================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우리 뇌의 크기는커졌지만, 물고기였을 때 가지고 있던 뇌 영역을 대부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더 커지면서 단지 새로운 계층이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우리 머릿속에는 수십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고학을 하는 친구는 늘 '뇌과학은 고고학'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야기인즉슨 이렇습니다. 분당이나 일산 같은 신도시는 집도 길도 모두 바둑판처럼 반듯합니다. 한 번에 설계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반면 예루살렘이나 로마 같은 오래된 도시들은 길이 반듯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도시는 한 번에 설계된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년을 거치며 예전에 있었던 길 위에 필요에 따라 새로운 길이 더해졌습니다. 옛 길을 다 지워버리지 않은 것은 지우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진화를 거치며 형태가 새로워졌지만, 굳이 그전 것을 없앨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뇌는 계속 겹치고 겹쳐져왔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 뇌는 양파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수십 수백 개의 진화적 계층이 있겠지만크게 세 개의 중으로 나뉩니다. ![]() 맨 아래층에 있는 뇌는 도마뱀 같은 파충류도 가지고 있는 뇌입니다. 이 뇌는 지금 이 순간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 진 기계입니다. 이 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는 현재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 케이크가 있으면 그냥 먹으라고 하고, 무서운 것이 나타나면 도망가라고 지시 합니다. 그리고 진화 과정에서 돌연 변이들이 생겨났습니다. 우연히도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기억으로 저장해 둘 수 있는 해마 같은 기관이 생겨난 것이지요.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해놓을 수 있는 이 회로망은 말 그대로 진화적인 '킬러 애플리케이션 killer application' 이었습니다. 현재만 이해하는 동물은 케이크가 있으면 그냥 먹겠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동물은 먹기 전에 그것을 먹고 배가 아팠던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 위주의 뇌가 나타나면서 감정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감정이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통해 그 과거에서 본 미래 즉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판단한 다음, 거기에 '좋았다, 나빴다, 덜 좋았다. 더 좋았다'라는 식으로 색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포유류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이 과거 위주의 뇌는 어마어마한 혁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뇌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또 한번의 엄청난 혁신, 막강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나타난 것입니다. 현재와 과거를 담당하는 뇌가 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미래겠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의 뇌에 추가된 뇌의 한 부분 즉 피질은 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동일한 문제를 앞에 두었을 때, 우리 인간의 경우 뇌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는 대뇌피질, 즉 미래 위주의 뇌가 항상 작동하며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이때도 아래에 있는 뇌의 다른 부분 역시 계속 작동하고 있습니다. p 104 ~ 107 뇌과학은 진화적 계층이 있는 고고학이다 05. 감정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ㅡ 감정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최적화된 결과다 1강 뇌와 인간 ㅡ '나'는 존재하는가 ==============================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예컨대 문제는 하나밖에 없고 현실도 하나인데, 답은 3개가 나옵니다. 이는 선택 시 하나의 문제에 최적화된 답이 적어도 3개 이상 나올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는 현재에 최적화된 결과라면 또 하나는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최적화된 결과입니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현재와 과거에 미래까지 더해져 최적화된 결과입니다. 이때 대부분의 경우 미래가 이기는데, 대뇌피질이 발달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계산 폭 또는 대역폭 bandwidth 이 좁은 탓에 동시에 많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동시에 7~9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면 미래 위주의 우리 뇌는 용량이 부족해집니다. 예컨대 자동차 운전은 미래 위주의 뇌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눈으로 전방과 좌우를 주시해야 하고, 핸들을 잡고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며, 뒤에서 오는 차도 거울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다 전화 동화도 하고 라디오나 음악을 듣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일고여덟 가지의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요? 평소에는 점잖은 사람도 자신도 모르게 욕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살아남고자 뇌가 최대한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를 넘는 조건이 더해지면, 뇌는 더 이상 미래에 대해 객관적인 답을 내지 못하고 조금은 동물적인 답을 내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진화는 지금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진화심리학은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미 일어난 현상들을 추후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진화 과정은 반복할 수 없으니, 과학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복된 실험'을 설계할 수 없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진화적으로만 해석할 수도 없고 해석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수백만, 수천만 년의 진화 과정이 오늘날 인간의 행동과 생각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p 107 ~ 109 과부화된 뇌는 동물적인 답을 내놓는다 05. 감정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ㅡ 감정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최적화된 결과다 1강 뇌와 인간 ㅡ '나'는 존재하는가 ============================== 우리는 대부분 자신은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과 선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선택은 대부분이 비합리적이며, 서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우리 뇌가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 가끔씩 주식 시장이 망해서 사람들이 건물에서 투신하고 국가 경제가 무너지는 난리가 납니다. 이런 일은 계속해서 벌어져왔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있고 또 누구도 시장을 방해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다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역사에서는 이런 비합리적인 일들이 너무도 자주 일어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시장이 미치는 것은 첫째, 시장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을 방해하는 그 요소들은 대부분 정부라는 주장입니다. 이를테면 나라가 법을 만들어서 시장을 이상하게 만들어놓는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정부가 업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자유지상주의 libertarianism 이론이 나왔습니다. 조금 더 발달된 이유로 드는 것은 둘째, 시장은 완벽한데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는 이론입니다. 정보를 조금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있고 덜 아는 사람이 있기에 수학적으로 최적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한편 영국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러셀과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 의 친구였던 케인즈 John Maynard Keynes 는, 수학적으로는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그냥 가끔 사람들이 이상하게 동물같이 행동한다고 설명합니다. 보이지도 예측되지도 않는 인간의 야성적 충동 animal spirit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끔 술을 마시고 선택을 하는 등의 이상한 행동도 하지만, 그것은 예외일 뿐 인간은 대부분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 그러나 뇌과학에서는 이를 정반대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다가 가끔식만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택이란 무엇이며 합리적 또는 비합리적 선택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우리 인생은 선택의 꼬리 물기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과 수도 없이 마주칩니다. 어떤 학교를 갈지, 무슨 차를 탈지, 누구와 평생을 함께할지, 어떤 야구팀을 응원할지, 더 사소하게는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 모델은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원하는 것에도 선택의 우선순위가 있으며,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선호도 순서대로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것은 인과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작용의 결과가 아닙니다. 모든 선택에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 행동을 좌우하는 수백 수천 가지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즉 선택이란 단 하나의 논리적이고 선형적인 인과 관계가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우리 행동을 좌우하는 수많은 요소들 예컨대 유전적인 요소, 철학적 근거, 학교에서 배운 것,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씀, 단짝 친구가 하는 행동, TV 에서 나왔던 얘기 따위가 가득 들어찬 풍경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풍경 위에 공을 하나 굴리면 그 공은 또르르 굴러가 다른 것들과 섞입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요소들과 복잡하고 임의적인 상호작용을 한 끝에 선택은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1981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로저 스페리 Roger Wolcott Sperry 는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적 선택을 먼저하고 나중에 와서 이미 결정된 선택을 기반으로 선호도를 꾸며내는 게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뇌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계가 아니라 이미 판단된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라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선택을 정당화하며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일까요? 여전히 논란이 많은 스페리의 가설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우연한 선택을 필연이라는 이야기로 정당화하는데, 서로 관련 없는 우연한 선택들을 필연의 이야기로 정당화한 선 線 이 바로 '나' 즉 자아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다양한 선택을 하나의 만들어낸 이야기를 통해 끼워 맞춘 것이야말로 바로 '나'라는 자아라는 주장입니다. 정말 우리는 판단을 먼저 해놓고 우리의 판단을 정당화하는 걸까요? p 117 ~ 123 선택이란 임의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다 01. 인간은 합리적인가 ㅡ 뇌는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다 2강 뇌와 정신 ㅡ '나'는 합리적인 존재인가 ============================== 뇌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예측 코드 predictive coding 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뇌의 기능 중 하나이지요. 뛰어다니거나 사냥을 할 때 인간은 '실시간 프로세싱'이 불가능합니다. 뇌가 실시간보다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측을 통해 상황을 미리 판단한 다음 행동에 옮깁니다. 예측 코드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는 로봇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로봇은 예측을 하지 못합니다. 로봇이 어려워하는 것은 복잡한 연산이 아니라 물잔을 들어 올리는 것 같은 단순한 동작입니다. 물잔을 들라는 명령을 받으면 로봇은 우선 힘 조절을 위해 물잔의 무게를 측정합니다. 그런 다음 물잔을 들어 올립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냥 물잔을 들어 올립니다. 물론 이때에도 실시간이 아닌 예측으로 합니다. 팔을 뻗었을 때는 이미 물잔이 얼마나 무거운지 예측하고 힘 조절이 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일도 로봇은 어려워합니다. 로봇은 발 하나를 갖다 대고 각도를 측정한 다음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갑니다. 반면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껑충껑충 계단을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뇌의 예측을 통한 동작 구현의 사례입니다. 이것 말고도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상당히 많은 것들에 대해 예측을 합니다. 우리의 뇌 특히 피질은 예측하는 기계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렇게 예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그냥 우연으로 받아들일 때와 예측을 한 뒤 행동할 때를 비교해봅시다. 우연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우리는 내일 비가 올지 사냥을 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연히 내일 상황에 대한 준비도 할 수 없게 되겠지요. 반면 예측을 하게 되면 날씨와 상황에 대비해 적절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냥을 하고 이를 구할 수 있게 되지요. 결국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과 예측을 통해 준비를 하는 사람은 생존 확률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측 능력이 커질수록 생존 확률 역시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인간에게 피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p 138 ~ 139 인간은 예측하고 행동하는 동물이다 02. 믿음은 왜 생겼는가 ㅡ 인간의 뇌에는 예측 코드가 있다 2강 뇌와 정신 ㅡ '나'는 합리적인 존재인가 ============================== 태어나기 전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겠다고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연히도 우리 모두는 지금 시대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태어났을 뿐입니다. 우연히 태어난 뒤에도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우연의 합집합입니다. 아름답기보다 재난과 고통의 연속입니다. 만약 누군가 "너 이런 세상에 태어날래?" 하며 세상을 미리 보여줬다면 어떨까요? 대량 학살에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나 세월호 사건 같은 대형 참사도 있고…. 대부분 싫다고 답했을 것입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세상 자체도 마음에 안 드는데 태어난 모습도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나보다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땅콩을 던지는 역할로 살아가지만, 운이 나쁘면 땅콩 껍질을 청소하는 역할로 살아가니까요. 자기 의지로 땅콩 껍질을 청소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우연히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따라, 역시 우연한 결과물인 이 세상을 필연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수십 년 동안 세뇌 교육을 받다 보니 우연의 결과가 자연의 법칙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잠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지구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우주란 무엇일까요? 지금은 밤하늘을 올려다봐도 별빛을 잘 볼 수 없지만, 전기와 전등이 발견되기 진만 해도 별빛이 쏟아질 것처럼 환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은하수가 보이고 안드로메다 은하계가 보이고…. 이 별들은 잘 보이지만 않을 뿐 지금도 우리 머리 위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
… 우주가 이러하다면 지구는 어떨까요? 지구는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이고, 태양계는 은하계의 변두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은하계는 우주의 수천 억 은하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 별 의미 없이 태어나 열심히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보면 본질적인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단지 우주의 한 점으로 우연히 지구에서 태어나 70-80년 동안 살다흔적 없이 사라질 뿐인데,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요? 우연히 태어나 그저 우연한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답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술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할 수 있고 뇌과학적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뇌과학에서는 삶의 이유를 묻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삶은 내가 산 것이 아니라 내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무의미한 질문을 갖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의 삶을 그저 코미디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p 175 ~ 180 우연히 태어난 세상에 의미가 있는가 01.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ㅡ 삶의 의미는 자연이 부여한 숙제다 3강 뇌와 의미 ㅡ '나'는 의미 있는 존재인가 ============================== ▷ 김대식 교수 강의 - 건명원(建明苑 인문-과학-예술 혁신 프로그램)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Epic of Gilgamesh 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약 5000 년 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라고 하니, 자칫 케케묵은 이야기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오래전에 길가메시가 내놓은 인생의 답이 지금 우리의 답과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5000 년 동안 인류가 기술적으로는 크게 발전해왔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다지 큰 발전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는 최고 권력자인데다 부자였고 영웅이었습니다. 다양한 모험을 즐기는 그에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창조의 여신 아루루가 점토로 만들어 지상으로 내려 보내 엔키두인데, 그는 길가메시와 동등한 힘으로 맞서다가 친구가 되고 결국 인간이 되었습니다. 즉 길가메시의 또 다른 자아 alter ego 가 된 것이지요.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함께 다양한 모험을 하던 중 수메르의 흉측하게 생긴 괴물 홈바바가 지키고 있는 보물을 훔치려 합니다.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훔바바가 죽고,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엔키두도 죽습니다. 괴물의 죽음은 물론 친구의 죽음까지 목격한 길가메시는 충격을 받습니다. 친구도, 괴물도, 나아가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이 죽는다면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지요. 자신도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그는 깊은 의문에 사로잡힙니다. 죽어 땅속에 묻히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왜 이렇게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야하는가? 영웅이었던 길가메시는 죽음의 운명에 타협하기보다 용기있는 결단을 내립니다. 자신만큼은 죽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결단을 말이지요. ![]() 죽지 않을 방법을 찾아 세계의 끝까지 모험한 끝에 길가메시는 불사신으로 알려진 우트나피쉬팀을 찾아가 죽지 않을 방법에 대해 묻습니다. 우트나피쉬팀은 자신이 불사신이 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 옛날 인간들의 타락에 노한 신들이 대홍수를 내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동물 한쌍씩을 큰 배에 피난시켜 동물 세계를 구한 덕에 신들에게 상을 받아 불사신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의 원형) 자신도 불사신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 길가메시에게 우트나피쉬팀은 영생의 약초를 선물합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길가메시가 약초를 잠시 두고 목욕을 하는 사이 뱀이 나타나 약초를 훔쳐가고 맙니다. (아담과 이브 이야기의 원형) 약초가 없어졌음을 알게 된 길가메시는 또다시 우트나피쉬팀을 찾아갑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영생의 약초를 한 번 더 달라고 간청하는 그에게, 우드나피쉬팀은 두 번의 기회는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 길가메시는 슬피 울며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우트나피쉬팀은 말합니다. "운다고 해서, 슬퍼 한다고 해서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것 먹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라." 우트나피쉬팀이 내놓은 이 답이 결국 길가메시 이야기가 전하는 답입니다. 그때로부터 5000년이 지나 인터넷에 우주 정거장까지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모든 철학이 내놓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p 189 ~ 192 길가메시의 교훈, 웃고 즐기고 사랑하라 02. 의미는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ㅡ 의미는 '정상적인' 뇌만 만들어낼 수 있다 3강 뇌와 의미 ㅡ '나'는 의미 있는 존재인가 ============================== 뇌에서 아주 중요한 원리로 지도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몸의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에는 우리 몸 표면이 마치 지도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경세포와 몸의 영역 또한 각각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신경세포는 입술에 자극을 줄 때 반응을 보이고, 또 어떤 세포들은 각각 눈, 손, 발 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종합한 결과 인간의 몸을 지도처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지도를 중세에 아주 작은 사람을 뜻했던 호문쿨루스 homunculus 라고 부릅니다. ![]() 이 지도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매핑이 일대일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얼굴과 손은 매우 크게 표현되어 있는 데 반해 발가락은 아주 작습니다. 몸의 실제 면적과 뇌에 매핑된 면적은 비례하지 않고, 기능적으로 우리에게 더 중요한 몸의 부위가 뇌에서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도를 보면 예를 들어 발가락은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한 부위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지도가 서로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림에서는 손가락과 이마가 뇌에서는 바로 붙어있는데, 실제로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호문쿨루스에 따르면 머리가 아플 때 손가락을 누르면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뇌의 부위별 감각세포의 거리와 실제 신체 부위의 거리가 이처럼 차이 나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에게서 공통된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쥐는 세상을 눈이나 냄새로 알아보기보다는 콧수염으로 알아봅니다. 위 그림을 보면 쥐의 콧수염이 매트릭스 즉 행렬처럼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뇌의 감각 영역도 매트릭스처럼 생겼습니다. 쥐의 뇌에서 약 3분의 1 정도가 콧수염 프로세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워낙 중요한 기능인 까닭이지요. 반면 사람을 비롯한 모든 영장류에게서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입니다. 그래서 영장류의 뇌에서는 당연히 3분의 1 정도가 시각 정보 처리를 담당합니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시각 프로세싱은 역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왼쪽에 있는 것은 오른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왼쪽으로 매핑되어 있습니다. ![]() 둘째, 호문쿨루스 지도에서 보았듯이 중요한 영역들은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즉 뇌에서는 우리가 관심을 보이고 초점을 집중하는 장소가 그렇지 않은 장소보다 한층 크게 매핑되어 있습니다. 결국 브로드 만의 아이디어는 '맥가이버 나이프' 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뇌의 구조는 서로 다르게 생긴 영역들의 합집합으로, 서로 다르게 생겼기에 기능들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지요. 틀린 가설은 아니지만 한 가지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뇌의 면적이 한정되어 있다 는 점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데, 이 무한한 기능들을 한정된 면적에만 매핑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매핑할 수 있는 영역이 없어집니다. 그 결과 위치 기반 모델은 뇌의 기본적인 구조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브로드만은 뇌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고 했지만, 신경 회로망 즉 50미크론 정도의 기본 단위에서 뇌를 들여다보면 어디든 엇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든 소리 정보를 처리하든 또는 운동 기능을 담당하든 우리의 성격을 좌우하든 상관없이, 기본 단위 내의 신경 회로망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뇌에 대해 찾아낸 두 번째 모델은 뇌는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되 모두 동일한 기본 블록으로 만들어졌다는 이른바 레고 블록 모델입니다. 보는 뇌가 듣는 뇌와 다르게 생겨 다른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단위는 벽돌처럼 똑같은데 서로 다르게 연결되어 있어 다른 기능을 한다는 것이지요. 정리해보면, 첫 번째 모델에서는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 뇌가 다르게 생겼다는 것이고, 두 번째 모델에서는 기본 단위에서 뇌는 다 똑같이 생겼지만 연결 방식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p 209 ~ 214 신경세포는 저마다 할 일이 정해져 있다 , 뇌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레고 블록이다 03. 의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ㅡ 정교한 뇌의 매트릭스가 모든 것을 만든다 3강 뇌와 의미 ㅡ '나'는 의미 있는 존재인가 ============================== 인간에게는 두 번의 결정적 시기가 있습니다. 10-12세에는 언어능력이 결정되고, 17-18세에는 성격과 사회성을 좌우하는 뇌 영역의 발달이 끝납니다. 그러므로 뇌의 하드웨어가 완성되는 젊은 시절에 한국을 넘어 세상을 폭넓게 공부한다면, 편협함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는 처음부터 완벽한 설계하에 만들어지지만 뇌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뇌 속에는 1011 신경세포가 있고 각 세포는 수천수만개의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뇌 속에는 모두 1015 의 시냅스 즉 신경세포의 접합부가 있습니다. 이 많은 시냅스를 유전적으로 100 퍼센트 부모에게 물려받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연이 찾아낸 방법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뇌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뇌 속 시냅스가 대한민국 지도가 긴 내비게이션이라면, 태어났을 때는 고속도로 정도만 완성된 상태입니다. 운 좋게도 부모가 똑똑하다면 고속도로가 몇 개 더 있을 수는 있겠지만, 거시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 내비게이션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고속도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부산에 도착해서 집까지 가는 길은 무작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작위로 연결된 시냅스 가운데는 적절하게 연결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겠지요. 이렇게 무작위로 연결된 시냅스가 발달 과정에서 최적화되는데 이때를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부릅니다. 모든 동물들은 저마다 특정 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시냅스가 발달하는 특정 시기가 있습니다. 오리는 태어나서 2~3시간, 고양이는 4-8주, 원숭이는 1년, 사람은 10-12년이 결정적 시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간에는 뇌가 마치 젖은 찰흙 같아서 자주 사용되는 길은 살아남고 사용되지 않은 길은 남김없이 지워져버립니다. 결국 경험이 하드웨어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인데, 이 시기가 끝나면 찰흙은 굳어버려 동일한 경험을 해도 뇌는 더 이상 변하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그 뒤로는 하드웨어는 변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업그래이드되는 것지요. 결정적 시기는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 Konrad Zacharias Lorenz가 발견한 개념인데,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73년에 노벨 생리의 학상을 받았습니다. p 233 ~ 234 뇌가 완성되는 순간, 경정적 시기 05. 경험은 왜 중요한가 ㅡ 생각의 프레임을 넓히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3강 뇌와 의미 ㅡ '나'는 의미 있는 존재인가 ============================== 과연 나의 몸은 나의 존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일까요? 영원한 삶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몸을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2주에 한 번 손톱을 자르고, 한달에 한 번 머리카락을 자릅니다. 손톱도 머리카락도 제 몸의 일부지만 아쉬워하거나 슬퍼하지는 않으며,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현대 과학에서는 숨이 끊어지고 뇌가 죽어서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고 5~6 분이 지나면,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뇌가 사라지면 나의 존재 역시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나라는 자아가 계속 존재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른바 말코비치 버전으로 뇌 안의 정보를 읽어 다른 사람의 뇌 안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뇌가 아닌 기계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커즈와일은 특이점 singularity 이라는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커즈와일이 말한 특이점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분이 원하는 것은 인공지능에 자신의 자아를 업로드하는 것입니다. ![]() 이집트 사람들이 피라미드와 미라를 만든 것은 영원히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몸이 영원히 보존되면 영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지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몸을 냉동시켜 영원히 보존해주는 알코르 Alcor 라는 회사가 그것입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CEO 중 25 퍼센트가 그 회사의 멤버라고 합니다. 현대의 고민이 피라미드 시절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간 것입니다. p 313 ~ 314 인공지능의 시대는 도래하는가 04.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는가 ㅡ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다 4강 뇌와 영생 ㅡ '나'는 영원한 존재인가 ============================== 제가 결국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뇌라는 기계의 매뉴얼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 기계에 대한 매뉴얼을 여러분은 아직까지 한번도 읽어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그 뇌 또는 자아에 대한 매뉴얼을 드린 것입니다. 한마디로 뇌라는 기계가 본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자 한 것이지요. 뇌과학은 간단히 말하면 바로 그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 321 01. 뇌과학으로 본 '나' ㅡ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 ============================== 문 ㅡ 지금까지 설명하신 것이 뇌의 매뉴얼이라면, 그 매뉴얼이 있는 뇌라는 디바이스가 너무 허무하지 않나요? 답 ㅡ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을 허무하다고 보는 것은 본인의 해석에 불과합니다. 과학은 사실을 전달해줄 뿐이고, 그것을 알고 어떻게 살아갈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와 절친한 이론 물리학자가 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양자역학을 처음 배우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서는 길거리를 걸어다닐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물체들이 가라앉을까봐 무척 무서웠다는군요. 뇌과학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 뇌과학을 시작했을 때, 저 역시 뇌의 작용이 대부분 착시나 착각에 불과하다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걱정 없이 잘 적응하고 살아갑니다.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것을 다 생각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다간 사람이 미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선택을 내리는 기계의 본질을 이해하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계에는 버그, 즉 위험성이 분명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이제껏 매뉴얼보다는 버그 리스트를 전달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여러분이 처한 상황에서는 어떤 버그가 있는지 저로서는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니까요. 다만 버그 리스트를 알게 되면 버그를 조금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p 321, 322 01. 뇌과학으로 본 '나' ㅡ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 ============================== 문 ㅡ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 ㅡ 현실은, 세상은 존재한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는 가설입니다.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뜻이지요. 이것은 논리적으로나 실험적으로나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유사한 검증하기 어려운 내용은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주가 2초마다 사라지고 새로 만들어진다고 합시다. 그때마다 우리 머릿속 기억도, 화석과 공룡 뼈도 새로 만들어진다고 합시다. 이것은 검증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지요. 저는 이런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내 머릿속에 있다…. 그래서?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상상하는 것일 뿐이라면 사는 게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나도 있고 나와는 다른 존재들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렇게 현실은 존재하되 다만 우리 인간에게는 육체적 한계라는 주어진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세상을 스캔할 수 있는 채널도 있지만, 스캔할 수 없는 채널도 있습니다. 다만 육체적 한계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뜻이지요. 이 한계 속에서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p 322, 323 01. 뇌과학으로 본 '나' ㅡ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 ============================== 문 ㅡ 자아는 머릿속 뇌의 정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정보를 잘 유지만 하면 진짜 영생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어떻게해야 영원히 살 수 있을까요? 답 ㅡ 현재로서는 답이 없습니다. 다만 영생을 말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닙니다. 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지만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것의 보상은 나 라는 존재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도를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 해도 나는 죽고 자아는 어차피 수십 년 뒤에는 사라집니다. 이 우주에 나라는 자아는 두 번 다시 등장하지 못합니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 다른 사람이 아닌 유니크한 바로 나 자신이라는 조합은 이 우주에 다시는 없습니다. 물론 양자 역학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다 일어날 수 있기에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예컨대 평행 우주에서는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이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우주가 존재하든 안 하든 내가 없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관점에서 나는 나라는 자아로 최대한 오래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리든 원숭이 머릿속에 들어가든 인공지능에 나를 맡기든 상관없다는 것이지요. '나는 손톱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가 아니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는 식으로 존재하고 싶은 것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나라는 존재만 있다면 나머지는 다시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뇌가 망가지면 자아는 그냥 사라져버 립니다. 나라는 자아로 살아갈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한순간에 다 지워져버립니다. 이런 것이 싫고 억울해서 미라와 피라미드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것이 지금까지의 인류의 운명이었습니다. 가능하면 영원히 살고 싶었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체념하고 종교와 신화, 철학 같은 믿음의 체계를 만든 것이지요. 그런데 뇌과학과 인공지능이 좀 더 발달하면 영생이 전혀 불가능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운이 안 좋은 시대를 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과거에는 나라는 존재가 영원히 천국에 있을 수 있다는 종교적인 믿음을 가졌습니다. 사실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라 해도 그냥 소멸되어 무無가 되는 것보다 그곳에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무가 되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지옥에 있으면 고통이라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천국에서 하프 치고 노래하며 즐겁게 살면 더 좋겠지요. 어쨌든 사후의 세계를 믿었던 때는 나름대로 행복했습니다.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입니다. 우리는 죽음의 죽음이 올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조금씩 하기 시작하는데 곧바로 죽어야 합니다. 처음으로 기술적으로 죽음을 극복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죽어야 합니다. 100년 뒤에만 태어났어도 죽음이 없는 현실을 경험할 수도 있을 텐데 안타깝지요. 영생은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현재 가능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젊은 분들에게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커즈와일은 48년생인데 40년만 있으면 그런 세상을 경험할 거라는 생각에 매일 몸에 좋은 약을 수십 개씩 먹는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몸이 상당히 안 좋다더군요. p 342 ~ 345 02. 뇌과학으로 본 '우리' ㅡ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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