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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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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모든 것을 알아 버려 세상을 사랑할 수도 없고 증오할 수도 없었던 소녀들의 은밀한 비밀... 나를 죽이지 마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 지금까지 만난 모던 시리즈의 두권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작품이었기에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아름다운 나날은 제목과 깜찍한 표지로 인해 밝은 첫 느낌을 받아 설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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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모든 것을 알아 버려 세상을 사랑할 수도 없고 증오할 수도 없었던 소녀들의 은밀한 비밀... 

나를 죽이지 마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 시리즈... 지금까지 만난 모던 시리즈의 두권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작품이었기에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아름다운 나날은 제목과 깜찍한 표지로 인해 밝은 첫 느낌을 받아 설레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했지만 이러한 제목과 표지와는 조금 다르게 진지하고 슬픈 느낌이 전반적인 이야기에 깔려 있었습니다. 플뢰르 이애기는 저에게 아주 생소한 작가이지만 책소개를 읽고 왠지 모르게 끌리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스위스 여류작가인 그녀의 감성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플뢰르 이애기의 1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표 된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카 호 두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읽어보니 너무도 많이 닮은 두 이야기이기에 이어진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주인공 나는 부모와 정서적인 유대를 누리지 못해 여러 곳을 전전하며 자라고 사랑받지 못할까 봐, 세상에 속하지 못할까 봐,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까 봐, 그리고 미련을 품게 될까 봐 두려워 하기 때문입니다. 한창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할 나이의 소녀는 가족과 떨어진 채 어려서부터 수도원에서만 생활해 오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기숙학교 특유의 규율적이고 닫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소녀는 복잡한 가정사를 가지고 아버지와 함께 14일간 배로 여행을 하고 있는데 배라는 공간 역시 자유롭지 못한 폐쇠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이 두 소녀는 억제된 감성과 자라나는 이성을 투영할 곳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게 되는데 그 상대는 바로 기숙학교의 친구와 자신의 아버지 였습니다. 상대를 바라보며 느낀 것과 생각, 즉 감성과 이성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소녀들은 함께 생활하는 상대를 통해 교감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돌아보면 아름다운 나날이 될수도 있다는...

소녀들의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보통 떠올리는 소녀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는데 감수성이 예민하기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그녀들은 이와는 또다른 모습인 이기적이고 질투에 사로잡힌 욕망스러운 모습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나날을 읽어보면 작가 소개와 주인공이 참 많이 닮았고 배경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두 이야기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관찰자로서 룸메이트 마리온이나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의 특징 등을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일기처럼 쓰여져 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는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작품 모두 문학상을 받았던 작품임에도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데 저의 이해가 부족한게 아닌가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러한 이유로 꼭 시간을 내어 다시 읽고 싶은 도서이기도 합니다.

s*******3 2010.03.26.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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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속 잔인한 이야기
"[아름다운 나날] 속 잔인한 이야기" 내용보기
"나는 프랑스어와 독일어, 문화 개론을 배웠다. 하지만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프랑스 문학이라면 보들레르만 기억난다. 나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한 고개 너머 정상에 살짝 보이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코스탄자 호수였다. 나는 지평선과 호수를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호숫가에 내가 잘 지내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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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어와 독일어, 문화 개론을 배웠다. 하지만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프랑스 문학이라면 보들레르만 기억난다. 나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한 고개 너머 정상에 살짝 보이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코스탄자 호수였다. 나는 지평선과 호수를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호숫가에 내가 잘 지내게 될 또 다른 수도원이 있는 줄은 몰랐다. 나는 사과를 하나 먹고

또 걸었다. 고독, 어쩌면 나는 절대 고독을 찾아 헤맸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세상이 부러웠다." (10)

 

열네 살의 '절대 고독'을 부르짖던 화자에게 단짝 친구가 생겼다.

열다섯 살의 프리데리크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

화자는 수도원에 들어온 프리데리크를 보자마자 한눈에 비범하다고 생각했고

그와 친구가 되고 싶은 열망을 꾹 눌렀지만 곧이어 프리데리크와 친구가 된다.

친구가 필요 없다고 여겼던 걸까.

절대 고독을 찾아 오솔길을 해매곤 하던 화자가 프리데리크를 보자마자

마음이 바뀐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우정은 찬란하게 영원히 빛나지 않았다.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프리데리크에게 가장 큰 마음을 떼어줬음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내내 질투라는 괴물에 시달리며 사랑스러운 프리데리크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의 고통이었을까.

선망하는 동시에 깔아뭉개고 싶은 양면적인 마음을 동시에 지니면서

프리데리크와 함께 시선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걸었으니.

남자들의 우정은 좀 다를까.

여자들의 우정은 곧 빛이 바래지기 쉬워서 남자들의 변치않는 우정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나는 그 말이 사실이건 거짓이건 상관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은 적어도 내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사귀는 일에 한동안 더 열성을 보였던 적도 있지만

곧이어 마음을 바꿔 차라리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정말 기뻐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사춘기가 시작되고 끝났을 때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화자의 우정은 어떤 식으로 이어지고 끝났을까.

그 모든 이야기는 사춘기라는 괄호 안에서 시작되고 끝났기에

나름 '영원'이란 화두에 단단하게 결속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우정의 나날들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는 나날들이지만

질투와 함께 하는 우정 이야기라 실상은 잔인한 이야기로구나, 생각을 했다.

읽는 내내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나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기억들이다.

우정은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 신뢰의 또다른 이름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역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일 것이다.

세상 모든 이들과 친구가 되기란 어려운 일일 테지만

그래도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 만큼이나 아름다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보자면 '질투'라는 어마어마한 초록빛 괴물이 등장하기는 하나

화자의 인생에 있어 프리데르크와의 만남은 분명 '아름다운 나날'이었으리라.

 

 

 



v******s 2010.09.15.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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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추억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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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추억에는 행복한 추억도 있고 불행한 추억도 있다. 《아름다운 나날》의 이야기는 읽는 이에 따라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부터 수도원의 기숙학교를 전전하며 부모와 떨어져 생활한다. '나'는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나'의 부모는 애초부터 사랑같은 건 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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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추억에는 행복한 추억도 있고 불행한 추억도 있다. 《아름다운 나날》의 이야기는 읽는 이에 따라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부터 수도원의 기숙학교를 전전하며 부모와 떨어져 생활한다. '나'는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나'의 부모는 애초부터 사랑같은 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애정결핍인 '나'는 기숙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룸메이트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닫고 지낸다. 그러던 중, '나' 앞에 "프레데리크"가 나타난다.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프레데리크", 그녀에게 자꾸 관심이 간다. 먼저 다가가 이름을 물으면서 '나'와 그녀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주인공 소녀는 프레데리크와 그들만의 산책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프레데리크와 대화하기 위해 무관심한 분야까지 공부한다. 소녀에게 프레데리크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사람이라 여기면서 프레데리크를 동경하게 된다.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인 면을 보여준다. 동경하고 질투하기에 그녀의 필체를 따라 연습하고 새로운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들킬까봐 불안해하기도 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나 역시 소녀시절의 감성을 지나온 터라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아, 나도 그땐 그랬었던 적이 있었지!', 하며 과거를 되짚어가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스위스 태생의 작가, 플뢰르 이애기는 간결한 문체를 선보인다.

작가의 덤덤하게 회상하듯이 써내려가는 글은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내용을 가볍고 산뜻하게 만든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지루하고 긴 만연체보다는 가벼운 간결체가 훨씬 반가웠다.

 

《아름다운 나날》에는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아버지와 딸의 크루즈 여행기를 다룬 《프롤레테르카 호》가 수록되어 있다. 두 번째 작품 초반에는 《아름다운 나날》의 주인공과 그녀의 아버지가 등장한다고 생각됐다. 물론 두 주인공은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인물이라 착각이 생길만큼 두 단편의 주인공들은 매우 닮아있었다. 역시 뒷이야기의 주인공 소녀도 매우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일관되게 건조한 화법에 비해서 추억에 대한 소녀들의 태도는 꽤나 긍정적이라 느껴졌다.

 

현재의 힘들고 어려운 일은 시간이 흘러 흘러 과거의 일이 되고 "추억"이라는 이름이 붙어진다. 그리고 "추억"이 되는 순간, 자신을 괴롭혔던 일은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못한다. 《아름다운 나날》은 이러한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g****g 2010.03.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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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름다운 나날
"[서평] 아름다운 나날" 내용보기
<아름다운 나날> / 플뢰르 이야기 / 민음사 / 2010.02.19     책을 받고서 제일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책 표지". 소녀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대략적인 책 소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결코 밝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 표지는 너무나 귀엽고 깜찍했다. 책도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없이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을만큼 무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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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 플뢰르 이야기 / 민음사 / 2010.02.19

 

 

책을 받고서 제일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책 표지". 소녀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대략적인 책 소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결코 밝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 표지는 너무나 귀엽고 깜찍했다. 책도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없이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을만큼 무겁지 않았다.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펴고 점점 읽어내려갈 때마다 마음은 절대 편안하지도, 밝지도 않았다. 표지에 대한 반전이 책 안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나날>은 한창 민감할 시기에 자신의 우상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느껴지는 우월감, 그로인한 스트레스, 오기, 독기 등이 담겨있다.

'과연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도 저정도로 사춘기를 느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암울하다. 게다가 배경이 폐쇄된 듯하고 갑갑한 여자기숙학교라는 것도 한 몫을 했다.

 

특이하게 극중 인물간의 "대화"가 많지 않다. 모든 것들을 다 서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상황이나 배경등에 관해서는 정말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묘사가 되는 부분은 정말 머릿속으로 착착 그려지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극중 인물에 대한 기분이나 감정 따위 알 수 없었다. (다른 독자들은 느꼈을지 모르지만, 난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라는 주인공의 감정만 대강 파악할 뿐 다른 인물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덕분에 <아름다운 나날>을 읽으면서 '프레데리크'와 나를 비교하게 되었다. 그러다 자기 비하까지도 가게 되었다.

그만큼 플뢰르 이애기는 묘사에 대해서, 문체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플뢰르 이애기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조금 읽기 힘들었다. 괜히 기뻤던 내 감정도 한 순간에 잠재우는 능력이 있었다.

작품 속 상황은 쉽게 이해 할 수 있었지만, 책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가장 인정 할 수 있는건 작가의 '문체'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소개 등을 미리 찾아보면서 많이 눈에 띈 것이

이 작가의 문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대체 어느 정도인가 했는데, 플뢰르 이애기는 진정 묘사의 달인이다.

작품의 배경에 대한 묘사는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 중 단연 최고라고 칭하고 싶다.

 

g*******a 2010.03.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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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아름다운 나날'이었던 그 시절...
"돌아보면 '아름다운 나날'이었던 그 시절..." 내용보기
그 시절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된 것은 그저 모두 유년기다 (p88)   책의 제목에서부터 표지, 내용까지 소녀적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다.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카 호>라는 두 개의 작품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하지만 그 우울함이 사춘기소녀의 심리를 더욱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오로지 여학생들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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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된 것은 그저 모두 유년기다 (p88)

 

책의 제목에서부터 표지, 내용까지 소녀적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다.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카 호>라는 두 개의 작품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하지만 그 우울함이 사춘기소녀의 심리를 더욱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오로지 여학생들만 있는 폐쇄적인 기숙사에서, 부모님과 동급생들에게 거리를 둔 채,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고 있지 않던 '나'는 어느날 '프레데리크'라는 전학생에게 관심을 느낀다. 둘은 단짝친구가 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질투심과 소유욕, 프레데리크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가슴은 점점 상처투성이가 된다.

 

사춘기소녀들에게 있어서 '친구'란 존재는 가족보다도 더욱 가깝고도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더욱이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그 때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친구가 나타났다면 그에 대한 집착과 애정은 대단할 것이다. 나도 여자만의 세계와도 같은 환경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의 심리가 다는 아니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는 있었다. 너무 좋아하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 고민과 우울함뿐이라 생각되었던 그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야말로 '아름다운 나날'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번째 작품 <프롤레테르카 호>에서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자주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따라 '나'는 프롤레테르카 호로 열나흘의 짧은 여행을 떠난다. 불행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 온 이번 주인공의 심리도 무척 쓸쓸하고 우울함에 차있다. 사랑받지 못했던 것의 분풀이일까,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한편 '나'는 아버지가 그런 자신을 눈치채주고 바라봐주기를 원한다.

 

책에 담겨져 있는 두 작품 모두 받은 상과 명성이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던 작품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0쪽 남짓의 적다면 적은 얼마 안 되는 분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할애된 시간과 노력은 두꺼운 장편소설 못지 않았다. 열심히 읽는다고 읽긴 했지만 지금 내가 이 작품을 반이라도 이해했는지는 긴가민가하다. 평소 고전을 소홀히 했던 탓인지 이 책이 나에게는 너무 힘든 도전이었던 것도 같다. 좋은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에 담긴 것들을 내 안에 모두 담을 수 없었다는 것에 속상하다. 시간이 지나고 내 자신이 좀 더 성숙해지면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가져보고 싶다...


o*********3 2010.03.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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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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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이애기 작가님이 쓴 이 책은너무도 잔잔하고, 애처롭습니다. 읽고 있는 나 자신도,자유를 갈구하고 목말라있지만이 책의 주인공들 또한 그렇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데,사랑 받지 못하는, 사랑할 줄 모르는, 소녀들인듯 싶습니다. 아름다운 나날은,어릴때부터 수도원 기숙생활을 하면서억압되어 있는 갑갑한 생활과,사랑하는 친구에게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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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이애기 작가님이 쓴 이 책은
너무도 잔잔하고, 애처롭습니다.

읽고 있는 나 자신도,
자유를 갈구하고 목말라있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 또한 그렇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랑할 줄 모르는, 소녀들인듯 싶습니다.

아름다운 나날은,
어릴때부터 수도원 기숙생활을 하면서
억압되어 있는 갑갑한 생활과,
사랑하는 친구에게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바라볼때도, 적극적인 소통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사랑을 그리며,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얘기합니다.

너무도 잔잔해서, 페이지를 쉽게 넘어가질 못했습니다.


프롤레테르카호는,
사랑을 갈구하지만, 모든 사람이 주인공 그녀를 헌신짝처럼 취급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너무도 매몰차고, 냉정합니다.

 

 

 

 

p. 177


나는 백지 상태다.
나는 지쳤다.
사람들은 끝장을 볼때까지 가고싶어 한다.
그가 내게 옷을 집어 던진다.
"나가"  "그가 나를 밖으로 걷어찬다"

 

속이 답답합니다.
이런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헤치고 살아갈수 있을까요.
꾹꾹 눌러서 마음 속에 담아가고만 사는 책 속의 그녀가, 맘이 아파집니다.


삶이란,
어차피 짓밟히고 밟히는 세상이지만,
다시 살아가야만 하는 냉정한 세상이거든요.

주인공 그녀들은, 다시 살아갈 이유가 희미해보입니다.
부딪쳐서 이겨내기보단, 물 흐르듯이 "이게 삶이야" 잔잔히 말하는듯 싶어요.

 

 

그녀들이 가까이 있다면 말해봅니다.
인생은 한번뿐이기에, 때로는 과감한 돌팔구가 필요하다구요.
몸을 찟기는 고통일지라도,

예전의 나를 탈피하고자 하는 강한 용기가 필요하다구요.

 

 

어릴 떄의 감수성으로 돌아가,

 이 소녀들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고 싶어요.

c*******1 2010.03.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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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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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나날은 모든사람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이다 기숙학교에서 무슨일이 일어날지 이 둘사이에는 무슨일이 일어날지 말이다. 여자 기숙학교의 아름다운 경쟁. 그들이 느끼는 열등감 완벽한 프레데리크를 가지려다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알게된 '나' 하지만 그녀는 '나'의 친구가 되어벼렸다. 이 책은 '나'의 여러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룸메이트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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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나날은 모든사람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이다

기숙학교에서 무슨일이 일어날지 이 둘사이에는 무슨일이 일어날지 말이다.

여자 기숙학교의 아름다운 경쟁. 그들이 느끼는 열등감

완벽한 프레데리크를 가지려다 자신이 망가지는 것을 알게된 '나'

하지만 그녀는 '나'의 친구가 되어벼렸다.

이 책은 '나'의 여러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룸메이트 친구와의 진솔한 이야기 등

여자 학생이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책을 너무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다.

진짜 나와 아펜젤 수도원의 나는 닮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질투, 진실한 친구.....

두편의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편의 이야기 모두 청소년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이야기 이다.

두번쨰 이야기인 프롤레테르카호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나'

가족간의 복잡한 일들로 힘들어하고......

정말 나에게 있어서 이 두편의 이야기는 정말 소중했고 지금도 소중하다.

 

플뢰르 이애기,

 

나를 너무 잘 이해한 따뜻한 상담원으로 영원히 기억될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c*****1 2010.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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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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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플뢰르 이애기'의 책은 처음 읽었다.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타 호]모두  한참 사춘기 소녀들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여서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는  부모입장이 되어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천천히 읽어가면서 내 소녀시절들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다가도 친구들과의 우정을 되새기고,  끝도 없이 떠들어 대는가  싶다가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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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플뢰르 이애기'의 책은 처음 읽었다.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타 호]모두  한참 사춘기 소녀들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여서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는  부모입장이 되어 더 관심이 갔다. 그리고 천천히 읽어가면서 내 소녀시절들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다가도 친구들과의 우정을 되새기고,  끝도 없이 떠들어 대는가  싶다가도  한없이 가라앉기도 했던 시절.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모님의 모든 행동들에 반항심이 생기고, 어른들이 모두 속물로만 보이고  산다는 것에 대해 가장 깊이 방황하던 시절들이.  괜히 일기장을 벗삼아 인생을 토로하고 삶에 대해 진지해지던 그 시절의 낙서들이 살며시 떠올랐다. 하지만  그시절 그렇게 방황하던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아름다운 나날]의 '나'는 우울하고 방황하고 슬플 듯 하지만, 그런 일련의 모든 감성들이 사춘기 자기자신을 찾는 성장의 과정이기에 그저 우울하고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든 제일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고,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현재 처해있는 모든 것들이 불만이면서, 내가 아닌 모든 이들이 부러움을 대상이 되는 마음. 불우한 환경이지만 끈임 없는 고뇌 속에 오히려 삶에 대해 갈망하는 진지함이 보인다.  이제 그 나이가 그리운 중년이 되어 어둡고 안타깝기에, 더 많이 아프게 다가왔던 그 시간들 모두가 그립고 사랑스러운 과거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중에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픈 추억도 더러 있다.  그 순간에는 모두 놓아버리고 싶었던 시간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암담했던 추억이 가끔 오히려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파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담담한 듯 무심한 듯 쓰여진  소녀들의 성장기 이야기는 더 절실하게  삶을 살고 싶어하는 간절함일 것이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은 모두 아름답고 소중하다. 아버지와의 불편하고 힘들었던 여행조차 시간이 지난 후 어느날 갑자기 피를 나누지 않은 아버지일지라도 그의 유골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이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되어있나 보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영원한 불행의 시간처럼 느껴져,  그저 끝도 없이 미래의 날들을 꿈꾼다.   추억의 그 시절의 막막함이 그립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건  그 만큼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온 나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절대 해가뜨지 않는 추적추적 비가 오는 안개낀 흐린 날씨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시간들의 방황이 무지개처럼 찬란하고  빛나는 시간들임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불행해 보이는  두 소녀들의 이야기지만  내게는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인생을 향한 몸부림으로, 사랑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YES마니아 : 골드 n***r 2010.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지나가버린 날들을 슬퍼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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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색다르고 덜 알려진 여기 아닌 낯선 곳의 소설을 읽고플 때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를 찾는다. 스스로에게 책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본래 따박따박이 불가능한 성격이라 사모아둔 것은 아니고 몇 권 가진 게 있는데 그 중 이게 제일 얇아서 읽기 시작했다. 책탑 맨 아래에 있어서 꺼낸다고 먼지 다 뒤집어 쓰긴 했지만. 보기 드물게 이탈리아 여성작가인데 태생은 스위스. 아, 이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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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색다르고 덜 알려진 여기 아닌 낯선 곳의 소설을 읽고플 때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를 찾는다. 스스로에게 책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본래 따박따박이 불가능한 성격이라 사모아둔 것은 아니고 몇 권 가진 게 있는데 그 중 이게 제일 얇아서 읽기 시작했다. 책탑 맨 아래에 있어서 꺼낸다고 먼지 다 뒤집어 쓰긴 했지만. 보기 드물게 이탈리아 여성작가인데 태생은 스위스. 아, 이럴 경우 이 여자는 스위스어를 쓸까, 이탈리아어를 쓸까. 아님 둘 모두를 쓸까. 아참, 스위스는 독일어, 불어, 이태리어 등등을 섞어쓰는 연방국가였지. 스위스어란 게 없지. 그러면 어떤 언어로 소설을 썼을까. 그런 것들이 궁금해지긴 해도 오래 가지 않는 단편적 의문이라 책을 펼치고 읽어내려가는 즉시 잊어버린다.

 

뭘로 썼든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나는 번역된 글을 읽을 뿐이잖아. 아주 오랫동안 내게 이탈리아어로 말하는 나라는 로망이었다. 그걸 어디서 써먹을 거라고 나는 그토록 열을 올렸던가. 베네치아에서 사온 보라색 목걸이가 유난히 반짝이면 나는 로망 속 바로 그 나라로 꿈나라 여행을 떠난다. 내게는 아주 어릴 때부터 머리맡에 있던 불이 켜지는 커다란 지구본과 색색깔로 칠해진 멋진 세계지도와 이제는 세계지도마저 그릴 정도로 달달달 외워버린 국가와 수도이름. 더이상 그것들이 낯설지 않다. 그래버린 나도.

 

 

여기 <아름다운 나날>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표제작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카 호'. 두 편의 상관점을 쉽게 찾지는 못하겠다. 완전히 다르지만 또 닮은 구석이 없지도 않다. 일단 주인공이 사춘기 소녀란 점에서 닮았다. 건조하면서 미끌거리는 문체가 닮았다. 배경이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 설산을 연상시키는 새하얀 아름다움이 연상된다는 점에서도. 일단 '아름다운 나날'은 작가 플뢰르 이애기의 자전적 소설이란다. 아니,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작가 또한 스위스 산골마을 기숙학교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름다운 나날>의 배경이 바로 스위스 명문 기숙학교로 그곳에서 체험한 일을 담담하고 절제있는 어투로 회상한다. 회상 대부분의 시간을 전학생 프레데리크를 향한 동경과 열망, 시기와 애증 같은 것을 설명하는 데 쓰고 있는 걸로 봐서 아주 완벽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일곱 살에 기숙학교에 넣어진 '나'의 생활은 그저 폐쇄된 여기숙학교에서의 일상 뿐인데, 아무 것에도 애정을 두지 못하던 나에게 프레데리크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무엇, 시크한 매력으로 똘똘 뭉쳐진 그녀를 닮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기숙학교 전체에서 공부는 물론, 사고하는 방식까지 그녀를 따라잡을 자 없다. 오로지 통제, 박탈, 공허, 고독을 느껴야 했던 여학생들 틈에서 프레데리크를 따라잡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왜, 어째서 그녀여야 했을까. 이기고 싶고 넘어서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도를 넘어 나를 괴롭히곤 했다.

 

많은 학생들에게 일기장이 있었다. 돋을새김 장식이 달린 일기장. 열쇠가 달린 일기장. 그들은 자신들이 인생을 독차지했다고 여겼다. (p.44)

 

설명할 수 없는 끌림과 동경으로 나는 프레데리크를 사랑했고, 그애는 나에게 별로 잘 보이려는 관심조차 없었다. 나는 늘, 무엇을 하든 그애를 신경 썼고 그애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먼저 걱정했으며, 그애가 나를 바라봤으면 했다. 나는 여기는 없는, 먼 곳에 있는 엄마로부터 모든 것을 철저히 통제 받고 있었다. 심지어 독일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 독일 애와 방을 함께 썼으면 좋겠다는 편지에 수도원 원장 부인은 나에게 독일인 짝을 붙여준다. 아, 모든 것이 그랬다. 나는 여기 있는 동안 늘 조정 당하고 통제 당하며 엄마가 원하는 데로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내 생활의 균형에 금을 낸 것이 프레데리크였다.

 

그애의 관심을 조금씩 받으며 프레데리크에게 인정 받겠다는 욕구마저 균열이 일어나자 나는 다른 친구를 사귄다. 프레데리크가 관심사에서 아주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지만, 하물며 다른 친구와 정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딘지 모르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는 프레데리크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애는 아버지 부고 소식에 '아듀' 한 마디 작별인사만 남긴 채 떠나버렸다. 나는 헤어짐을 예감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 채 수도원과 학교와 기숙사를 배회한다. 졸업할 때까지 기숙생활은 더이상 달라지지 않았고 졸업식 날 모두 좋은 차로 딸들을 데려갈 때 나는 기차를 타고 목적지에 내려서야 비로소 마중나온 아빠와 만난다.

 

후에 다시 기숙학교로 돌아왔을 때 더이상 기숙학교는 그곳에 없었다. 언젠가 다시 만났던 프레데리크의 불행도 그즈음에는 더이상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소녀는 숙녀가, 숙녀는 여자가 되었다. 그러기까지는 금방이었고 무엇도 제동을 걸 수가 없었다. 지난 날들, 무엇에 그토록 목 매고 바랐던가. 프레데리크. 그토록 닮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더이상 그 대상이 아니다. 대체 과거의 여러 날들 나를 사로잡았던 프레데리크만의 싱그러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것이었을까. 난 더이상 그때의 나를 마주할 수 없을까. 그 시간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 시간들과 나를 이제 어디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나.

 

 

<프롤레테르카 호>는 소녀의 은밀한 비밀일기를 훔쳐 읽는 것 같은 감성적임과는 다른 분위기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와 함께 지중해 일대를 항해하는 프롤레테르카 호를 탄 나의 과거,현재,미래의 독백. 독백이 아니지만 독백 같고,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나(아마도 여자)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나를 돌봐준 아버지의 엄마, 아빠와 엄마, 나, 그리고 모든 이들을 둘러싼 비밀들. 배는 그리스 전역을 돌며 이곳저곳을 관광객마냥 누빈다. 베네치아에 정박되었던 프롤레테르카 호는 산토리니, 크노소스 등 지중해를 찍으며 나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확대시켜 나간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보다 깊은 애정은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지켜보되 침묵할 것. (p.115)

 

사실 아버지와 나는 그다지 살가운 사이가 아니다. 그런 적도, 그랬던 기억도 없다. 하지만 함께 배를 타고 여행을 한다. 배는 지루하다. 선장과의 첫경험은 나쁘지 않다. 어른들은 늘 여자아이가 이해 못할 비극적인 비밀을 갖고 있지. 나는 그들의 비밀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알게 된다. 진실이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진실을 알기 전과 후가 달라져야 할까.

 

나는 이해해야만 한다. 진실을 이해해야만 한다. 사악한 열정, 흑사병과도 같이 부부에게 충격을 가져다부었던, 진실에 대한 우상 숭배와도 같은 열정을. 아버지라는 자와 깍듯하고도 열정적인 그 부인. 진실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 진실을 말하는 것. 진실이 아무 소용이 없을 때. 나이 든 자들의 경박한 고집. 그들 두 사람은 만족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진실을 말하는 것. 그들은 나에게 그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내게 상처가 되었다면 슬픈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진실의 언어를 더 이상 말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p.206)

 

아빠는 기억을 잃어간다. 나는 진실을 알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부녀관계는 흩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그럴 것이다. 다만 여행만은 또렷하게 남아 내가 살아갈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늘 그렇듯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소녀의 삶은 다시 숙녀로 여자로 그렇게 커가는 것. 명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황금의 기억과 산의 기억이 황금 산의 기억이 된다"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기억과 자각과 글은 얼마나 뜬금없는 것인지. 그것들의 간격과 시차는 또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불투명한 아름다움. 알프스의 눈처럼 희고 깨끗하면서 차갑고 절제된 소통공간.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 없는 생명력이 바닥에서부터 차고 올랐다. 이름 모를 두 편의 짧은 소설이 말을 걸어왔다. 과거를 딪고 현재를 무기 삼아 미래로 나아가자고. 스케치 없는 투명한 물감이 수채화처럼 번지는 것을 느꼈다. 감수성이 충만했던 소녀시절, 내 곁에 있던 보물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며 밤을 보내고 있을까. 글을 쓸 때 밤이었고, 지금 나는 모든 것을 가졌다.

s*****d 2012.02.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