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나의 현대사 체험'이라는 부제에 맞게 저자의 현대사 얘기가 경험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초반부에는 개인의 인생사 중심으로 펼쳐지는가 싶다가 초반부를 벗어나면 어느덧 저자 개인은 사라지고, 현대사를 바라보는 작가 3인칭시점과 1인칭 시점이 섞여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시험에도 출제되지 않고, 제대로 수업도 되지 못했던 국사 교과서의 뒷부분인 현대사가 저자의 경험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 일제시대부터 해방 후 한국전쟁 이전까지의 기억을 더듬으며 비교적 자세히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무슨 신문사에서 지난 정권 비화를 얘기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더욱 흥미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통사보다 더 사실적이다. 저자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자신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참회를 하는 듯한 글을 남긴다.(인상 깊은 구절) 현대사의 첫단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누구나가 공감하는 것이지만 그에 따른 진실한 고백이 언급된 글은 접해보지 못했던 차에 이러한 저자의 고백은 진실되게 다가왔다. 특히 인생 막바지에 내뱉는 어른들의 고백들은 나같은 젊은이들에게 상당히 무게감있게 들려온다.
목사란 신분으로 저자가 쓴 글이기에 이야기도 상당히 기독교 색채가 강하다. 하지만 간증집으로 보기에는 기독교 이상의 것들을 말하려 하는 것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심한 종교적 거부감없이 그저 기독교 문화안에서 한 개인이 겪은 현대사의 증언으로 받아 들이면 좋을 것이다. 오히려 기독교 측에서 이 책을 기독교 관련 서적으로 홍보한다면, 종교적 상술로 책이 지닌 의미를 놓치고 말 것이다. 김구, 여운형, 이승만, 김규식 등등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을 저자는 가까이서 접했고, 그들에 대한 평이 곳곳에 배여 있다. 현대사를 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지만, 그 가운데 한 개인의 회고록도 매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미시적 관점에서 역사 읽기로 좋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인상깊은구절] 만약 오늘날 어느 젊은이가 우리 정치는 왜 이 모양밖에 되지 못하는지, 왜 국민들은 정치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불신하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내가 젊었을 때 건국의 기초를 닦는 역사적 책임이 우리 세대에 주어졌건만 그 역사적 부름에 우리가 만들어낸 역사적 응답이라는 게 그렇게 뒤틀리고 기형적인 세상이었다. 그러니 우리 세대는 모두가 죄인이다. 두 눈 멀쩡히 뜨고서 나라를 토막내고 가장 저급한 정치의 씨앗을 뿌려 놓았으니 우리 세대 모두는 그 죄인이며 그 피해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