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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내용의 책.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담담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책이다.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생각했을 때 떠오른 단어. '어우러져'.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나오고, 독특한 병에 걸린 사람도 나오고,
상황이 힘든 사람도 나오고, 아이를 잃은 사람도 나오고,
사기를 치고 도망가는 사람도 나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평화롭기도 하면서, 시끌벅적하기도 하면서 그런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소하지만,
독특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소하게 그려져 있어서 큰 일도 담담하게 보인다.
이상할정도로.
그래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친구네 마을 이야기 듣듯이, 가끔은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하면서 물어가며
마음 졸이기도 하면서. 친구 표정을 보면서 결국엔 다 잘될 걸 알고 있으면서도
호들갑스럽게 물어보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며.
그렇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책.
그렇게 읽었다. '바람을 읽는 소년' 은.
정말 제목처럼 아치가 내 마음을 읽어 버린 듯이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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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감성이 바람을 타고 떠도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서정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책이다. 바다를 향해 뾰족한 삼각형 모양으로 돌출해 있는 지역이라서 바다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와 바다로 가라앉는 저녁 해를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곳. 나도 그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친환경 소설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종류가 아닐까 싶은 책 [바람을 읽는 소년]은 드라마로 보고 원작자를 찾아보게 만들 정도로 느낌이 좋았던 [도쿄밴드왜건]의 저자 ‘쇼지 유키야 小路幸也’의 작품이다. 원제는? 역시 [キサトア (키사토아)]다. ‘키사토아’란 작품 속 쌍둥이 자매의 이름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 자체라고 해도 좋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귀여운 꼬마들이다.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하면 키사는 눈을 뜨고 토아는 잠이 든다. 저녁 해가 지기 시작하면 토아는 눈을 뜨고 키사는 잠이 든다. 둘이 대화할 수 있는 건 하루에 두 번. 아침 해가 바다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해서 다 보이게 될 때까지와 저녁 해가 바다에 가라앉기 시작해서 완전히 숨어버릴 때까지. p.25 함께 깨어 있는 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뿐이지만 그래도 둘이는 사이도 좋을뿐더러 자신이 보내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놓아 서로가 누리지 못하는 시간의 모습들을 가르쳐준다. 아버지 후가 씨는 바람을 읽는 ‘바람의 엑스퍼트’로 그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는 몰라도 전 세계에 사례가 없는 이상한 증상을 갖고 태어난 쌍둥이 자매를 위해 아치의 가족은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바닷가마을로 이사를 왔다. 키사와 토아의 오빠로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소년 아치는 정겹고 신비한 이 마을에서 단짝이 되어버린 친구들, 아미, 매그, 카이, 리크와 이른바 ‘오인조’를 이루어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하며 성장해간다. 마을 지도부로부터 물의 흐름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물의 엑스퍼트’ 미즈야 씨가 도착한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의 풍경이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듯 다채로운 색을 입고 스르륵 넘어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꽃이 피고 어딘가에서는 폭풍우가 불고 뭔가가 잠들고 뭔가가 눈을 떠. 이 세상에 경계선 같은 건 아무 데도 없어. p.292 세상은 늘 움직이고 연결되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자신의 주위만을 생각하느라 잊고 산다는 데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바람과 물의 엑스퍼트들. 작품에서 ‘엑스퍼트’라고 불리는 자연현상에 대한 초(超)전문가의 역할은 자연을 이용하고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자연을 받아들이고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은 엄마가 없는 후가 씨네 아이들을 번갈아 돌보아 주면서도 이런 저런 갈등을 빚고 때로는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 희망과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간다는 아주아주 착한 이야기.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쩐지 내 마음도 청정해져 있는 것만 같은 상쾌함이 남았다. 재미있는 건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다. 바람의 엑스퍼트 후가 씨의 후는 ‘바람風(ふ)’. 물의 엑스퍼트 미즈야 씨의 미즈는 ‘물水(みず)’. 가교 역할을 하는 아치의 arch(ア?チ)는 건축의 다리이기도 하지만 artist(ア?チスト)이기도 하다. 키사와 토아는 거꾸로 하면 ‘사키 先(さき)’와 ‘아토 後(あと)’, 즉 앞과 뒤를 뜻한다. 합쳐서 부르는 키사토아를 통째로 거꾸로 한 아토사키(あとさき)는 ‘뒤앞’이 되니 앞이건 뒤건 그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말장난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치네 가족이 운영하는 간이숙박소의 이름 ‘간바소’는 키사와 토아의 어린 발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簡易宿泊所(かんいしゅくはくしょ) 강이슈쿠하쿠쇼, 어렵긴 하다. 일본어로는 ‘カンクジョ?’라고 하나보다. 간바소와 강쿠쇼... 이래서 번역은 어려울 것 같다. 나로서는 원어로 읽는 맛이 궁금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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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86페이지, 20줄, 24자.
한글 제목은 내용에서, 원 제목은 의미에서 따온 모양입니다.
아치는 바람의 엑스퍼트인 후가의 아들입니다. 쌍둥이 여동생 키사와 토아는 밤낮이 정반대인 아이들로 각각 해가 뜨고 질 때 자고 일어납니다. 둘이 함께 있는 경우는 이 해가 뜰 때와 질 때의 잠깐뿐.
바람을 읽는다든지 물의 느낌을 읽는 엑스퍼트들이 설정상 등장하는 시공이니 기존의 일부 질서는 무시해도 좋습니다.
이 지방은 바람이 특이해서 후가가 전에 <거인의 팔>이라는 154개의 풍차를 교묘하게 배열하여 전기도 생산하고 바람도 통제하는 단지를 만든 바 있습니다. 후가는 일시 은퇴하여 연구 및 관리직을 맡으러 왔습니다.
한편 아치는 색을 남들처럼 보지 못합니다만,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 보이는 것을 재배열하여 느낍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더 색감이 풍부한 것처럼 보입니다.
단짝인 아미는 부두조합장의 외동딸인데 항만조합장의 아들 세이지와 결혼이 예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다른 작품인 [도쿄 공원]과 비슷한 느낌을 갖습니다. 둘을 다 읽으면 같은 작가임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세상에서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또는 교대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 중 밝은 면을 좀더 강조합니다. 하지만 배경엔 어두운 면이 깔려 있지요.
하나를 잃은 것은 다른 하나를 얻은 것이라는 개념이 녹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대상이 좀더 어린 층으로 향한 듯한 감이 있습니다.
150517-150517/150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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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읽는 소년] 쇼지 유키야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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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지 유키야의 소설은 따뜻하다. 겨우 두 권 정도 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느낀 감상이 그렇다. 일상에 뿌리를 두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그렇다. 하지만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현실이 아니다. 먼 훗날이 되지 않을까 짐작되는 시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낯선 ‘바람과 물의 엑스퍼트’라는 존재를 등장시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바로 바람의 엑스퍼트의 아들인 아치의 시선에서 부두마을의 사계절 동안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치의 아버지는 바람의 엑스퍼트다. 그가 이사 온 후 부두마을에서 발생하는 여름의 폭풍우가 사라졌다. 매년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던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의 장남 아치는 색에 대한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쌍둥이 키사와 토아는 밤과 낮의 운행에 따라 서로 번갈아가면서 잠들고 깨어난다. 처음엔 단순히 특이하다고 생각만 했는데 뒤로 가면서 이 능력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조금은 알게 되면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치의 색에 대한 특별한 능력은 리틀 아티스트로 불릴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현재 그의 나이는 열두 살이다. 그리고 밤낮을 교대하면서 잠들고 깨어나는 두 쌍둥이 동생 키사와 토아는 어머니가 죽은 후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소년이 누려야 하는 일상을 빼앗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그의 곁에는 좋은 친구들과 마음 따뜻하고 친절한 마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치의 아버지 후가 씨의 능력에 큰 도움을 받았고,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이들을 좋아한다. 덕분에 후가의 아이들은 편안하고 즐겁게 생활하게 된다. 사계절 동안을 다루고 있지만 한 계절마다 조그마한 일들이 발생한다. 봄에는 물의 엑스퍼트가 등장하여 감소하고 있는 어획량에 대한 어부들의 근심과 걱정을 알려주고, 후가 씨가 오기 전 마을에서 벌어진 쌍둥이 사건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여준다. 여름엔 아치의 예술품과 초자연적 현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가을로 가면 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일하는 성냥공장에서 주최하는 세계적인 콩쿠르인 성냥탑 콩쿠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겨울엔 앞에 벌어진 수많은 의문과 사건들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를 잔잔하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이끌어간다. 유일한 대립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마 어획량 감소 때문에 생계를 걱정한 어부들이 바뀐 바람길 탓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걱정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한 것이기 보다 생계를 걱정하게 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불려온 물의 엑스퍼트 미즈야는 이 소설에서 바람과 물의 엑스퍼트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치의 두 동생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그의 친구들은 아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순진함과 열정과 우정으로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이 소설의 원제는 키사토아다. 바로 아치의 두 동생 이름이다. 일본어로 아토사키란 단어를 거꾸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 뜻은 앞뒤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읽고 난 후 역자 후기로 알게 되어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는 설정이다. 또 작가는 무리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기보다 바람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고 때로는 강풍을 동반한 모습으로 이어간다. <도쿄밴드왜건>에서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이 작품도 그렇다. 아마 매력적인 캐릭터와 따뜻한 이야기가 그런 마음을 불러온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