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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임철우 소설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전후로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에서 비롯된 양민 학살, 독재 군부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계엄군의 폭력 진압 등 한국 역사의 가장 처참한 사건들을 소설화해왔다. 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임철우 이전 세대에서 이러한 비극을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별안간 들이닥친 일’, 혹은 ‘화해하고 극복할 상처’로 종종 상정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임철우는 광기에 사로잡혔던 사람들의 면면, 그리고 이들로 인해 그 고통스런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애에 집요하게 파고들어왔다. 표제작 「연대기, 괴물」은 보도연맹 사건부터 베트남 전쟁, 세월호 사건을 잇는 비극의 연대기, 이 연속된 고통을 괴물의 환상으로 겪어내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긴 세월 무연고자로 살아온, 고엽제 후유증으로 물집에 뒤덮인 채 끝내 환각을 쫓아 지하철로 돌진해 생을 마감해버리는 그는 한 세대의 상징적 초상처럼 읽히기도 한다. 제정신으로 버텨내기 어려운 시대, 너나없이 함정으로 빠져들고 광기에 몸을 맡기게 되는 순간, 가해와 피해, 죽음과 살인이 혼재된 긴 흐름을 작가는 서늘하리만치 정직하게 재현해낸다. 임철우의 다섯 번째 소설집 『연대기, 괴물』. 그동안 역사의 환부를 집요하게 추적해가면서도 절제된 정서와 문학적 깊이를 유지해왔던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비극을 응시하고 그 연원을 좇아 기어코 악몽 같은 심연을 마주하고야 마는 일곱 편의 소설을 모아 엮었다. 이번 소설집에서 저자는 오래 천착해온 기억과 죽음에 관한 사유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기억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죽은 자와 아직 살아 있는 자, 그들의 이름 없는 숱한 시간들, 사랑과 슬픔과 고통의 시간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전작들에게 마련했던 마술적이고 신화적인 공간, 환상과 위로의 여지를 등장시키지 않는 대신 반성하고 고민할 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채 격변해온 사회,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조그만 숨구멍조차 마련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밀도 있게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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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오랜만에 한국 단편소설을 봤을 때는 단편소설이 예전보다 짧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철우 단편소설은 긴 편이네요. 임철우는 예전부터 알았는데 소설은 그다지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난 것에서 가장 처음 생각나는 건 《봄날》입니다. 그리고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를 보고 <사평역>이라는 소설을 썼지요. 그 소설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어렸을 때 드라마 본 것도 같아요. 생각나는 건 역에 사람이 모여있는 것뿐이지만. 눈 오는 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도 소설로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단편소설로는 거의 만들지 않지요. 영화로 만들까요. 제가 한국소설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그때를 말하는 소설보다 더 옛날 이야기를 하는 걸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다 그랬는지. 아니 어쩌면 그때 소설가가 예전 이야기를 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했지만 예전에 단편소설 많이 못 보고 잘 못 봤어요. 지금도 잘 보는 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