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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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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고통이거나 악몽으로 보일지라도 그 자리에서 망연히 붙박인 듯 서 있을 일은 아니다.  그 사이사이의 아주 작은 기쁨이나 희망을 찾아 어렵사리 발을 딛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일이다. 그러다 보면 고통의 색깔은 점점 옅어지거나 완전히 잊혀지게 마련이다. 적어도 삶의 빛깔이 휘황찬란한 무지개빛은 아닐지라도 공포의 신음은 조금쯤 덜 수 있지 않을까. 오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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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고통이거나 악몽으로 보일지라도 그 자리에서 망연히 붙박인 듯 서 있을 일은 아니다.  그 사이사이의 아주 작은 기쁨이나 희망을 찾아 어렵사리 발을 딛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일이다. 그러다 보면 고통의 색깔은 점점 옅어지거나 완전히 잊혀지게 마련이다. 적어도 삶의 빛깔이 휘황찬란한 무지개빛은 아닐지라도 공포의 신음은 조금쯤 덜 수 있지 않을까. 오르한 파묵의 소설 <검은 꽃>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만큼 경이로운 것은 없다. 유일한 위안인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삶의 위안이 되는 글쓰기가 없다면 고통으로부터 잠시 피할 수 있는 도피처나 은신처를 잃는 것과 같다.

 

강원도에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윤미나. 다른 사람의 글을 번역한다는 건 또 다른 창작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그것으로부터 작은 위안을 얻는 것과 번역은 사뭇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독서여행기 <굴라쉬 브런치>는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작가의 여정은 체코의 프라하와 베네쇼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 슬로베니아의 류블라냐와 블레드로 이어진다.

 

"여행이란 게 원래 시시하다. 성당을 하나 더 보고, 바로크니 고딕이니 꽥꽥거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그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아는 만큼 더 보인다는 것은 명징한 진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그 순간을 살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의 소치로 눈부신 건축과 역사를 상한 우유처럼 미련 없이 포기해야 했지만,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오직 시간을 앞으로 밀어내기 위해 걷고 또 걸었던 그 시간도 좋았다. 어차피 여행은 각진 다면체 세상을 내 맘에 맞게 이리저리 둥글리는 작업이 아닐까."    (p.86)

 

애초에 나는 무엇이거나 무엇이기를 바라는 존재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시간의 추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나의 모습과 그 변화를 매순간 확인하고 싶은 나는 무엇이었다가 또 다른 무엇이 되고 싶어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걸 일상에서 벗어날 때마다 수시로 생각하는 것이다. 작가도 그랬던 모양이다. 여행은 몸이 떠나는 게 아니라 나로부터 마음이 벗어나는 것임을 새삼스레 느낀다. 여행지의 고독은 익숙했던 내 몸으로부터 멀어지는 의식과도 같다. 여행의 침묵 속에서 작가도 어쩌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침묵에도 무늬가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고독하거나 지루하거나, 두려움에 짓눌려 있거나 거짓말을 꾸며내는 중이거나.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침묵한다. 지금 이 순간의 침묵은 아무 무늬도 없는 순전한 것이다. 텅 빈 지구에 평화가 수북이 쌓여 있다."    (p.109)

 

여행의 좋은 점은 같은 일상을 살아도 그 일상에 쉽게 중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하루하루의 일상이 마치 개성이 뚜렷한 원시림처럼 개별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실생활에서의 일상은 아무리 개성이 뚜렷한 일상으로 하루를 채워본들 그날이 그날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작가 역시 프라하의 카를교를 오가고 두브로브니크의 스트라툰 거리를 목적도 없이 걷고,슬로베니아의 류블라냐와 블레드를 슬슬 어루만지면서도 각각의 날들은 더없이 특별했던 날들로 기록한다. 무늬도 없을 듯한 이런 흔한 일상이 여행지에서는 기억의 큰 파도를 넘어 뚜렷한 흔적을 남기곤 한다.

 

"평소엔 여자라는 신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많은 경우 그것은 김칫국물이 흐르는 도시락처럼 난감한 현실이다. 늘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고 욕망을 사려야 하고 본심을 감추어야 한다. 대충 여자 흉내라도 내고 다니려면 싸지고 다녀야 할 짐이 가방 하나 가득이다."    (p.139)

 

작가는 프라하를 거닐며 영화 <타인의 삶>,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을 떠올리는가 하면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존 레넌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 토마스 만의 소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조지프 헬러의 소설 <캐치-22>,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생각한다. 슬로베니아의 블레드에서는 슬라보예 지젝의 <이라크: 빌려온 항아리>와 토니 마이어스의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영화 <남아 있는 나날>, 가리타니 고진의 <세계 공와국으로>를 말한다. 각각의 장소에서 만나는 책이나 영화만 보더라도 그 지역의 분위기를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블레드에서 작가는 어쩌면 여행자의 고독과 우울을 심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고백하는 자들이 어리석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만큼은 지젝의 말을 인용하여 슬쩍 자기모순에서 빠져나가야겠다. 고백하지 말라. 그것 말고는 여행의 매력을 설명할 길이 도저히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p.242)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서른 시간도 더 지난 지금, 세상은 2018년이라는 시간에 조금 더 익숙해져가고, 2017년의 기억이 차츰 빛을 바래고, 새로 태어난 듯한 사람들이 무작정 희망을 얘기하는 동안 나는 어느 어두운 골방에 누워 삶의 고단함을 견디고 있는 누군가의 신음을 떠올렸다. 문학은, 때로는 음악이나 영화는 자신의 부드러운 입술로 까슬까슬한 삶의 감촉을 느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s*****l 2018.01.02. 신고 공감 10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동유럽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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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페디먼의『서재 결혼시키기』에 등장하는 현지독서의 다양한 예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특정한 책이, 작가가,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어느 장소에 대한 애착으로 귀결되는 여행의 개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벅찬 감흥을 끌어안고『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약속과 해후의 장소였던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르고 나서 볼 수 있는 것은, 피렌체 시가의 휘황한 풍광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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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페디먼의『서재 결혼시키기』에 등장하는 현지독서의 다양한 예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특정한 책이, 작가가,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어느 장소에 대한 애착으로 귀결되는 여행의 개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벅찬 감흥을 끌어안고『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약속과 해후의 장소였던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르고 나서 볼 수 있는 것은, 피렌체 시가의 휘황한 풍광 대신 관광객들이 남긴,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한국어를 비롯한 각국의 언어로 된 유치한 낙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 권의 책이 불러일으키는 여행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몸소 경험하려고 길을 나서는 이들은, 그 자체로 두어 완벽한 것의 실체, 환상을 제거하고 남게 되는 잔재를 마주하는 무모하고 열정적인 길 위의 돈 키호테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여행 또한 그렇다. "나는 여전히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 연습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것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이다. 사랑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려는 덧없는 몸부림이 아니던가. 그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흐라발이나 카프카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프라하를 좋아하지 못했을 것이다."(p.50) 카프카가 종일 글을 썼던 프라하 성 아래의 황금소로 거리의 하숙집을 길을 잘 못 들어 보지도 못하고 왔을지라도, 돌발적이긴 하지만 희박하지 않게 겪게 되는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진땀나는 일임에 틀림없다.

체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의 명소들을 거치는 윤미나와 여행메이트 비노 양의 여행담은 동유럽을 소개하는 여타의 여행서와 사뭇 다르다. 길 위에서 성찰하고, 역사의 상처 앞에 숙연해지고, 이방인에게도 너그러운 잊지 못할 인연들과의 아쉬운 이별 등등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여행서의 매뉴얼에서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돌려 말하지 않으면 불평과 뒤끝으로 가득하다. 무리지어 다니며 원치 않는 오지랖을 발산하는 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단호한 품평, 한밤중에 노크도 없이 속옷 차림의 투숙객에게 호통을 치는 주인의 형에 대한 원한, 잘못된 길안내를 하고서도 태연한 현지인에 대한 타박 등등. 길을 나선다고해서 모두가 구도자인 것은 아닌데도, 당연하게 감내하고 낮은 곳으로 임해야만 할 것 같은 인식은 어디서부터 만연한 것인지, 온갖 불합리에 주저 없이 눈을 흘길 수 있는 당당함이 외려 낯설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여행서라면 의례 그렇듯 빠지지 않는 것, 길 위의 사색만큼은 여느 책보다 풍성하고 할 수 있다. '번역하는 여자'는 '책 읽어주는 여자'이자 '영화로 세상 읽는 여자'이다. 이 여행자는 프라하와 두브로브니크, 블레드에 이방인의 인상 위에 촌철살인의 비평을 덧입혀 매너리즘 따위는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한다. 흐라발과 카프카의 나라, 체코에 이어, 슬라보예 지젝에 대한 탐독은 그를 슬로베니아로 안내하고, 우리를 지젝에게로 인도한다. 기차 안에서 마주친 현지 대학의 법학도라는 여학생이 정작 지젝을 모른다며(자국의 대통령 선거 후보이기도 했던 세계적인 사상가인데도!) 섭섭해 하는 모습은 동류의식의 확인이 불발되자 새어나온 '지젝 읽는 여자'의 귀여운 한숨 같기도 하다.

사소한 불의에는 목청을 높이고, 거대한 불의에는 저주를 퍼부을 줄 아는 이 여자의 여행법이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것은 인생을 사는데 본의 아니게 겹겹이 위장한 채 살아가야하는 강박증을 지적받은 듯한 기분 때문일지도. "여행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솔직해진다. 엄밀한 의미에서 여행은 삶의 일부일 테지만, 분명 그 두 가지는 확연히 다르다. 여행 중에는 처지 곤란한 자아를 그런 대로 참아낼 수 있고, 때로는 즐기기까지 한다."(p.140) 사방팔방의 압박에 함몰되면서도 나다운 나를 연기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시작은 힘겨웠을지는 몰라도 여행을 마치고, 또 여행을 떠나기 위해 사는 것은 길에서 꺼내놓는 제 2의 인격을 발견하고, 비로소 인생과 화해하는 법을 체득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서사는 불만의 향연이다. 묘사는 솔직함이 지나치고, 비유는 일상적이지 않다. 공감대를 나누고자 했다면 썩 성공적이지 못했을 거라고 슬그머니 예상하지만,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하듯 나만의 여행법을 하나쯤 가져야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면 뭔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싶다. "공부 잘하는 법, 연애 잘하는 법은 있어도 여행 잘하는 법은 정의상 성립되지 않는다. 여행에서는 치사한 합리화도 허용된다. 그래서 가장 초라한 여행조차 눈부시게 찬란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p86) 두브로브니크의 정갈한 빨간 지붕 시가지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찬사를 얹는 대신 '죽음의 666' 계단에서의 모험담이 훨씬 인간적, 아니 '윤미나'적이다. 그래서 이 여행서는 보편 대신 개성의 영역에 자리잡는다.
 

E. M. 포스터의 주인공들은 '베데커 여행안내서'를 지참하고 이탈리아나 인도, 그리스를 누빈다. 그러나 당시 유럽의 공식가이드북이었던 베데커 여행안내서를 팽개치고 길을 잃은 이들만이 위선적인 중산층의 질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성당에서 멀리 떨어진 골목에서, 여행서에서 지정한 동굴이 아닌 초행길의 사원을 맨발로 밟는 그 순간. 『전망 좋은 방』이 특별한 이유는 피렌체의 풍광을 전망 좋은 방에서 내려다 보는 헬레나 본햄 카터의 고혹적인 옆 모습이 인상적인 포스터 때문이 아니라, 베데커 여행안내서를 불신한 루시 때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번역하는 여자가 여행을 떠나게 했던 책과 영화를 길 위에서 읽어주는 이 독서여행기는 판형이 참 재미있다. 길쭉하고 좁다라한 것이 여권이며 비행기티켓을 꽂아두는 여행안내서와 닮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은 수건 하나면 충분하지만, 우리는 이 책과는 별도로 자신만의 여행안내서와 궁극적으로는 여행안내서를 버릴 수 있는 길 떠난 이의 자기변혁이 필수품이라 하겠다.



a******i 2010.04.25.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굴라쉬 브런치/윤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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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인 <굴라쉬 브런치>, 제목에 들어간 '굴라쉬' 라는 단어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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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인 <굴라쉬 브런치>, 제목에 들어간 '굴라쉬' 라는 단어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했는데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등장한다. 체코 전통 수프로 우리나라의 육개장 비슷한 맛이란다. 그녀는 와인을 좋아하여 별명을 '비노' 라 부르는 여인과 함께 동유럽 독서여행기를 떠났다. 떠나기전 책과 영화로 먼저 나라들을 둘러봐서일까 내가 알거나 읽었던 책도 등장을 하지만 알지 못하는 작가나 책이 많이 등장을 한다. 그런면에서 독서가들에게는 새로운 책이다.

다른 여행기에 비해 이 책은 그나라를 둘러보기전에 미리 앞에 책속에 좋은 글 부분과 사진이 등장을 한다. 먼저 '맛보기' 처럼 차려진 밥상처럼 사진과 글들을 읽다보면 통통 튀면서 발랄하고 때론 엽기적인 반전과 비유를 하는 그녀의 글솜씨에 놀라게 된다. 번역가여서일까 글맛이 참 좋다. 솔직한 표현들은 가끔 읽어나가며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여 그녀의 솔직한 성격을 들여다보게도 한다. 여행기 중간쯤에 등장하는 그녀들의 서리담, 정말 한참 웃었다. 어느 농가에서 채소와 사과를 서리를 하고 우리식으로 밥을 하고 비빔밥을 하여 맛있게 먹고는 디저트로 서리를 해 온 사과까지 깔금하게 드시는 식성,정말 감탄이다. 그런 이야기를 꾸밈없이 책에 넣는 그녀의 담백하면서도 솔직함에 더 끌린 책이다.

체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에 더 집착이 되는 나라일까. 그녀는 그녀속에 잠재해 있고 도시에 잠재해 있는 프란츠 카프카를 프라하에서 만난다. 열아홉의 카프가가 '프라하는.... 이 작은 어머니는 맹수의 발톱을 가지고 있다.' 라고 했다지만 그녀는 ' 프라하는 고독을 강요한다. 그런데 그 고독이 짭조롬하니 맛있다. 안주가 없어도 술맛이 난다.' 라고 표현했듯이 난 그녀의 프라하 여행에 괜히 덤으로라도 끼고 싶은 생각이 난다. 산책가였던 카프카가 거닐었던 프라하를 회색빛이건 고독을 간직하고건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그에게 삶이 '감탄과 두려움의 대상.' 이었듯이 내게 프라하는 '감탄' 의 대상이다. 

어느 책에선가 '여행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다.' 라고 했듯이 그녀의 여행 또한 낯선 사람과의 낯선 만남이 즐거움이거나 혹은 조란의 형처럼 결코 반갑지 않은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이기도 하다. 그래도 낯선곳에서의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신선함이 왜 그렇게 부러운지 얼마동안 여행다운 여행을 아이들 핑계로 해보지 못한 내겐 모든것 그 자체가 부러움이다. 거기에 맘이 맞는 여자들과의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 한번 누려보고 싶다. 언젠가 티비에서 '크로아티아' 가 나온적이 있다. 코발트빛 바다가 너무도 멋진곳이었던 그곳, 그곳에서 두발을 바다에 담그고 있는것 그 것만으로 행복일듯 한데 그녀들의 통통 튀는 여행을 뒤쫓다 보면 그 옆에 한자리 끼어 있는 기분에 무알콜 맥주를 마신 기분이다.

'나는 여전히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이다. 사랑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려는 덧없는 몸부림이 아니던가. 그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여행, 그 단어의 발음만으로도 흔들리는데 동유럽, 많이 접하지 못했거나 낯선 단어들을 접하다 보니 나도 훌쩍 어디론가 봄꽃 나들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만 같다. 살면서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본 것이 정말 오래되었다.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어릴때는 어리다는 이유로 데리고 다녔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사춘기에 접어든 녀석들은 부모와의 여행을 달가워 하지도 않고 방에서 나오는 것조차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녀석들이 이제 기숙사에 들어가고 우린 십팔년만에 둘이서 훌쩍 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것도 결혼기념일에 맞추어 주말에 말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랜동안 그 낯선공기를 잊고 살아온것도 같고 잠깐의 나들이에 만족하며 살았던 삶을 뒤돌아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말처럼 여행도 '허기' 를 채우기 위한 하나의 행동처럼 여겨진다. 우리 아이들이 품을 떠나고 무언가 허전함에 낯선것으로 새로운 공기로 채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훌쩍 낯선 나라,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조차 다 가보지 못한 곳들이, 가보면 너무 멋진 곳들이 너무 많다. 여행은 떠난다는 것보다 떠나기전 그 단어의 호흡으로 들이마시는 흔들림이 더 설레게 한다. <굴라쉬 브런치>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책들이 있고 가끔 내가 본 영화들이 등장하는 여행이라 더 좋았던 책이다. 거기에 솔직 담백한 그녀의 고백처럼 묻어났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이 그녀들이 멋지게 서리를 해 맛있게 비벼 먹은 밥처럼 내게도 너무 맛있는 비빔밥이 되었던 책이며 여행기다. 그녀의 여행기와 함께 했던 책들과 영화들을 좀더 관심있게 살펴 보는 것도 여행후의 여운처럼 누려볼 수 있는 뒷 맛이라 생각해본다.

y******2 2010.04.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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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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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프라하.. 동유럽의 독서 여행기! 동유럽의 여행서가 많지 않기에 특별하게 다가온 한 권의 책이다. 동양과 서양이 조합된 독특한 분위기의 마력이 있는 그 곳을 매혹적인 시선으로 써내려간 번역가 윤미나 씨의 글이 돋보인다. 알고보니, 그녀는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을 번역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면서 계속 밤의 피크닉의 몽환적인 서체가 떠올랐다. 내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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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프라하..

동유럽의 독서 여행기!

동유럽의 여행서가 많지 않기에 특별하게 다가온 한 권의 책이다.

동양과 서양이 조합된 독특한 분위기의 마력이 있는 그 곳을 매혹적인 시선으로 써내려간 번역가 윤미나 씨의 글이 돋보인다. 알고보니, 그녀는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을 번역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면서 계속 밤의 피크닉의 몽환적인 서체가 떠올랐다. 내면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소설처럼, 그녀의 여행기도 수식이 지독히 많은 내면의 독백으로 가득차 있다. 순수한, 개인적인, 세상 어떤 사람의 영향도 받지 않은 글이 있다면 바로 이 글이 그런 글일 것이다. 마치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 하는 생각의 깊이가 이 정도나 되구나 하면서 놀라기도 하게 된다.

 

이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남자, 여자, 그리고 여행자. 이렇게 시작되어지는 그녀의 낮은 음성을 따라 프라하로 걸어 들어간다. 책의 곳곳에는 그녀의 음성처럼 침울하면서 도시적인 무채색으로 가득 찬 사진들이 실려있다. 특별히 우울한 분위기를 내고자 사진을 찍은 것은 아닐텐데, 그녀의 글 때문인가 사진들은 더욱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고독의 저변을 노래하는 듯 하다.

 

여행이 재밌는 것은 왜일까.. 이 점에서 그녀의 독특한 관점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참 똑같은 건물이고, 우동 한 그릇이고, 맥주 한 모금인데 외국의 도시에서 맛보는 그것들은 모든 것이 특별하게 기억된다. 하루의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삶 자체에 대한 감동을 느끼면서 아주 작은 것 - 숨을 쉬거나, 걷거나, 건물들을 보는 일-에 감동하고 감사하고 기뻐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이 여행이 주는 모든 것이라는 그녀의 말은 뼈속까지 닿아오는 여행에 대한 고찰이다.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그녀의 독백은 사람들과의 관계, 음식, 문화 등을 총 망라 하면서 한 사람이 가지는 개인적인 생각을 다 쏟아낸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메모하지 않고 넘어갔던 수많은 상념들을 글로 써 놓은 그녀.. 대단하고, 멋졌다. 참으로 감동적인 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책과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언제든 윤미나의 마음이 되어 늘 즐겁지만은 않은 삶의 진실을 되새김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정말 솔직하니까.

p*********d 2010.03.04.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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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보석같은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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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지은이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스무 권 가량 영어책을 번역한 번역가란다. 강원도 시골에서 지낸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번역한 책의 면면을 보니 의외로 문학류 보다는 실용서 같은 비교적 딱딱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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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지은이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스무 권 가량 영어책을 번역한 번역가란다. 강원도 시골에서 지낸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번역한 책의 면면을 보니 의외로 문학류 보다는 실용서 같은 비교적 딱딱한 내용의 책들이 많았다. 그이는 책과 영화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습성을 지닌 예민한 여자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어딘 가를 여행하기 전에는 그 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 연습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도 한다. 이 책에 '동유럽 독서 여행기'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프라하에서 지은이는 영화 '타인의 삶'과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 '프란츠 카프카'의 '성'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린다.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존 레넌'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과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함께 '토머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조지프 헬러'의 '캐치-22' 등이 나온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슬라보예 지젝'의 '이라크, 빌려온 항아리'와 '토니 마이어스'의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 공화국으로' 등이 언급되어 있다. 지은이는 종횡무진 영화, 음악, 소설 작품을 언급하고 이들은 하나하나 주를 달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이 책이 다른 여행 에세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지은이가 떠돈 곳은 체코의 '프라하'와 '베네소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 그리고 슬로베니아의 '류블라냐'와 '블레드'이다. 그이의 여행에는 '비노'라 불리는 또 한 명의 여자와 함께 한다. 여행기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저가 항공편으로 프라하로 떠나는 순간부터 슬로베니아 블레드의 기차역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기차에서 끝이 난다. 지은이의 글은 담백하면서도 묘한 감칠 맛이 있어 읽기에 지겹지는 않았다.

제목으로 쓰인 '굴라쉬 브런치'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책 속에 그 의미가 나왔다. 굴라쉬는 체코의 전통요리인데 소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인 걸쭉한 국물이 한국의 육개장을 방불케 하여 지은이의 입 맛에 잘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책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m****e 2010.03.21.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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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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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여행기 읽는 것을 좋아하는터라 이책 저책 기웃거리다가 이번에 읽게 된 책은 <굴라쉬 브런치>였다.여행을 직접 하기 힘들 때에는 여행서적을 읽으며 마음 속으로 여행지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는 것도좋은 휴식이 된다.사실 이 책을 선택할 때에는 많이 머뭇거렸다.가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내 인생 언제쯤 그 곳에 가볼 수 있을 지 너무 막연해지기만 하는 곳,동유럽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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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여행기 읽는 것을 좋아하는터라 이책 저책 기웃거리다가 이번에 읽게 된 책은 <굴라쉬 브런치>였다.
여행을 직접 하기 힘들 때에는 여행서적을 읽으며 마음 속으로 여행지를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된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할 때에는 많이 머뭇거렸다.
가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내 인생 언제쯤 그 곳에 가볼 수 있을 지 너무 막연해지기만 하는 곳,
동유럽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렇다.
이번 생에 내가 그 곳에 갈 기회가 생길까? 
그리고 나는 굴라쉬를 몰랐다.
’굴라쉬’라는 것을 모르는데, 어쩌면 나와 너무 다른 취향의 글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 내 인생 어느 시점에서는 굴라쉬를 맛보며 이 책을 떠올릴 수도 있을 거란 가능성이 나에게 조용히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라는 부제는 그저 어디어디를 갔고, 무엇을 맛있게 먹었고, 참 좋았다~라는 이야기만 담겨있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 속에서 또다른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 것을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넉넉히 쳐줘도 약 60% 정도!
가끔은 너무 통통튀는 그녀의 생각이 공감되지 않았으며,
가끔은 너무도 가시가 돋친 듯한 행동에 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나와는 너무 다른 세계의 사람인 듯했다.
그래서 나는 굴라쉬를 먹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그나마 이 책에 별을 주겠다는 것은
그냥 아무 준비없이 카프카를 테마로 잡아서 그 곳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때문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s*****a 2010.04.09. 신고 공감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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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탕트적 동유럽 여행..
"딜레탕트적 동유럽 여행.." 내용보기
체코의 프라하, 크로아티아의 두보로브니크,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아직 우리 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슬로베니아는 그렇더라도 전세계적으로 동유럽하면 떠올리는 가장 대표적인 곳을 돌아보면서 쓰여진 글. 다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번역하는 여자의 동유럽 독서 여행기"라는 부제처럼 여행을 다니며 떠올린 단상을 주로 책과 연결지어 쓴 에세이집이라고 해야 더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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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프라하, 크로아티아의 두보로브니크,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아직 우리 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슬로베니아는 그렇더라도

전세계적으로 동유럽하면 떠올리는 가장 대표적인 곳을 돌아보면서 쓰여진 글.

다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번역하는 여자의 동유럽 독서 여행기"라는 부제처럼

여행을 다니며 떠올린 단상을 주로 책과 연결지어 쓴 에세이집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어떤 형식과 내용의 책일지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었다..

 

초반부 눈에 박히는 표현이 있었다.

천장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샤워 물줄기 때문에,

'다리 사이의 비무장지대'를 제대로 씻기가 어려워 그 동안 배워놨던 요가 자세를 응용하여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겨우 샤워를 끝냈다는 문장..

 

묘한 성적 상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이 표현은

저자가 자신의 젠더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그 인지를 드러냄에 거리낌이 없다는 증거.

대개 자신의 글에 이렇게 그러한 표식을 남겨두는 사람은 몇 가지 부류가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공주병이어서 자신을 계속 보고 상상해 달라고 갈구하는 부류이거나,

공격적인 젠더 성향을 드러내는 페미니스트여서 초반부터 난 이런 사람이다, 라고 선을 긋는 것이거나,

아니면 저러한 재치있는 문장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글을 뽐내며 맘껏 멋을 부리는 부류..

 

읽어감에 따라 나는 저자가 세번째 부류라고 결론을 내렸다.

번역가이기 때문에 많은 책을 읽고 접하게 되는 직업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스펙트럼은 제법 넓다.

비단 책뿐 아니라, 영화, 그림, 역사, 음악 등에 대해서 이리저리 펼쳐 놓은 취향은 갈래가 넓다.

중간중간 주요 포인트는 주로 표기하며 해설을 달아 놓았지만

많은 부분을 건너 뛰는 것은 마치 '나 정도 되는 내공으로 읽으며 대화하자' 라고 하는 듯.

그 대화에 끼지 않거나 못하는 독자에게는 불편한 텍스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불편함을 대화 상대에게는 강요할 수 있다.

불편해 하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으면 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만 이야기하면 되니까.

분문에도 나오지만 보부아르 역시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조건으로 항상 칸트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던가.

 

그러나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불편함을 조금은 덜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누들스가 아닌 맥스에게 있는 아우라'라는 표현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Once upon a Time in America"라는 영화를 내가 아주 좋아하지 않았다면

개풀 뜯어먹는 비유가 될 것.

일방적인 대화인 독서라는 과정에서는 조금은 이러한 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듯.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모르는 부분은 건너뛰고 이해되는 부분은 음미하며 읽어가면서 해결하고 보면,

이 책에 담겨져 있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맛깔나다.

흔히 많은 여행기가 그렇듯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과 사진 일색이 아닌,

충분히 내화되어 또 다른 텍스트와 연결하는 능력과 시선을 공유하는 것은 즐거웠던 경험이다.

다행히 취향도 조금 비슷한 점이 있고.

 

그러나 어느 누가 뭐라고 떠들어도

그저 내가 직접 그 도시들을 가보고 싶을 뿐이다.

l*****4 2010.03.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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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여행의 여운을 길게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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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냄새 물씬 풍기는 제목에 끌려서 구입했는데,몇 년 동안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져 있었다. 6월 초 동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책장을 훑다가 발견. 헝가리에서 먹었던 굴라쉬 스프를 떠올리메 손에 들었다.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여행기라는 부제를 달고있지만 그냥 여행기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물론 책이나 영화등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하고 있긴하다. 몇 장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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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냄새 물씬 풍기는 제목에 끌려서 구입했는데,몇 년 동안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져 있었다.

6월 초 동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책장을 훑다가 발견.

헝가리에서 먹었던 굴라쉬 스프를 떠올리메 손에 들었다.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여행기라는 부제를 달고있지만 그냥 여행기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물론 책이나 영화등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하고 있긴하다.

몇 장 넘겼을까? 정말 맞는 말이네싶은 문장을 발견했다.

여행 직후에 읽은 문장들이라 더 마음에 와닿았던것 같다.

내가 이번 여행을 하면서 했던 행동들,느꼈던 감정들 ...그래,바로 이거였어.

대단한 발견을 한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에게 읽어주며 너무 예리하지않아?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하며......

 

내가 여행했던 곳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보는 것 또한 재밌었다.

맞아 맞아 거긴 그랬었지?

내가 그걸 놓쳤구나 담에 가면 꼭 챙겨봐야지 기타등등.

 

그런데,본격적인 책 읽기에 들어가는 순간 실망감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체코,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까지 가는 여행중에 겪은  많은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어떤 사람들이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위해 일부러 과격한 단어를 선택하는 느낌이라고나할까?

단어 선택이 왜이래?

불쾌감마저 드는 문장들이 여럿보여서 읽는 내내 찝찝한 맘도 들었다.

작가의 성향이 솔직담백하고, 자신의 글쓰기의 철학이 있을테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글이라면

조금은 가려서 문장들을 나열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하지만,나에게 남는 것들 또한 많았기에 그것만으로 괜찮은 책읽기였다 생각한다. 

 

 

 

 

j*****3 2015.06.26.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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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정체성을 가진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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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행동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집중한다.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을 최고로 진지하게 해낸다. 나를 둘러싼 시공간에 대한 극진한 예의가 저절로 우러나온다. 여행이 아니라면, 삶은 언제나 나에게 부당히 업신여김을 당해왔다. (…)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그 지긋지긋하던 삶이 나를 도발한다.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은 척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나는 졸린 고양이처럼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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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행동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집중한다. 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을 최고로 진지하게 해낸다. 나를 둘러싼 시공간에 대한 극진한 예의가 저절로 우러나온다. 여행이 아니라면, 삶은 언제나 나에게 부당히 업신여김을 당해왔다. (…)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그 지긋지긋하던 삶이 나를 도발한다.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은 척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나는 졸린 고양이처럼 솔직해진다.–p39

 

번역전문가의 동유럽 여행 에세이.

 

<굴라쉬 브런치>는 스무 권의 영어책 번역을 했다는 한 번역가의 동유럽 여행 에세이다.

 

체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의 주요 도시에 머물면서 여행자로서의 감상이나, 그 도시가 배경이 된 영화나 책 이야기가 주로 담겨있다. 여행 에세이에 걸맞는 사진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글만으로도 여행지의 풍경이 잘 그려진다. 특히, 내게는 제목도 생소한 영화에 관해, 저자는 참으로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슬렁슬렁 하는 여행 같지만, 여행기는 치밀하게 준비된 느낌이다. 요즘 쏟아지는 여행 에세이 사이에서 나름 정체성을 가진 책이라고나 할까.

 

다만, 한번씩 등장하는 몇 몇 표현들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친구들과의 수다에는 양념같은 표현이겠지만, 활자화 되어 읽으니 좀 민망한 것들이 있다. 가령,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를 겉모습으로 비하한다거나 일부 오버스러운 표현들이 좀... 철이 없어 보인다고나 할까.



c*******e 2011.01.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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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 어조 - 굴라쉬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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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여행기? 독서와 내면의 사색을 담은 에세이? 아니면 까탈스러운 자아를 표출한 일종의 성장 소설? 셋. 다~~ 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하고. 셋 다 아니라고 할만도 하다.   '양아치 어조'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제목만 따로 기억하고 있다. 요컨대.. 지식인에게는 지식인의 어조, 학생에게는 학생의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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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여행기? 독서와 내면의 사색을 담은 에세이? 아니면 까탈스러운 자아를 표출한 일종의 성장 소설? 셋. 다~~ 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기도 하고. 셋 다 아니라고 할만도 하다.

 

'양아치 어조'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제목만 따로 기억하고 있다. 요컨대.. 지식인에게는 지식인의 어조, 학생에게는 학생의 말투가 있다면 양아치는 양아치의 어조가 따로 있다는 뜻이리라. 이 책에는 인텔리 어조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굴라쉬 브런치는 동유럽의 3개국인 체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를 여행한 번역가 윤미나의 여행기다. 여행을 가기도 전에 독서와 영화 감상으로 그 지역과 먼저 친해지는 작가의 특성상 책에는 수많은 작가와 책들과 가수와 음악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떠오르는 상념들이 그득하다.

 

국어시간에 배웠던 직유와 은유가 적나라하게 등장해서 번역가라는 작가의 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케 해주고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답게 꽃미남에는 열광하고 예의없고 푸근하게 생긴 아저씨들에게는 앙칼진 속내가 가감없이 펼쳐진다. 아마.. 이 작가를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순식간에 아저씨 쪽으로 편입당할 내 인상도 썩 좋지는 못하리라.

 

여행은 경치에 감탄하고 인정에 감동하러 떠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내면과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고 결국엔 내가 사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보다는 내면과 더 깊이 소통하는 이 여행기 같지 않은 여행기가 싫지는 않다. 다만.. 슬라보예 지젝까지 등장한다면 이건 여행기라기 보다는.. 철학 에세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길쭉한 판형은 지하철에서 흔들리며 읽기 좋겠고 저자가 언급한 작가와 가수들은 읽거나 들어야할 리스트에 올려 놓았으니 일종의 메타 출판물로도 의미가 있겠다. 굴라쉬 브런치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소박하고 걸쭉한 동유럽 여행기를 기대하신 분이라면 대단히 실망하실 것이고 꽤나 깊이 다듬은 문장, 섬세한 감성의 에세이를 갈망하시던 분이라면 상당히 만족하실만한 책이다.



d***n 2010.09.01. 신고 공감 1 댓글 0